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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존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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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본 연구는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일하는 여성이 어떤 삶을 사는지 개별 경 험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되었다. 한 여성이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의 삶과 일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조율하며 살아가는지, 그 경험은 구체 적으로 어떻게 일상의 시공간에서 드러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자 역시 장 애 자녀를 둔 일하는 여성으로서 두 역할의 관계성에 대한 긴장을 경험하고 있으 며, 사회적으로 발달장애인 가족지원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본 연구는 내부 자 관점(emic perspective)에서 진행됨과 동시에 사회적인 성격을 띨 것이다. 본 연 구는 연구자가 가진 내러티브로 시작하여 연구 퍼즐을 가지고 참여자의 내러티브 를 탐구하여 매 순간 참여자와 연구자가 이야기를 살고, 말하고, 다시 말하고 살아 가는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제2절 연구 절차

내러티브 탐구의 절차는 Clandinin과 Connelly(2000)가 제시한 바에 따라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각 단계는 ‘현장에 존재하기’, ‘현장에서 현장 텍스트로 이동하 기’, ‘현장텍스트 구성하기’, ‘현장텍스트에서 연구텍스트 구성하기’, ‘연구 텍스트 작 성하기’로 구성되나, 경험의 속성인 연속성과 상호작용성에 따라 단계들은 중첩되 고 반복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연구자는 현장에 존재하면서 연구텍스트를 구성하 기도 하며, 연구텍스트를 작성하면서 현장에 존재하기도 한다. 그 과정은 연구자의 경험으로 살아지며, 탐구 절차를 거쳐 최종 연구텍스트를 작성하는 단계로 나아간 다. 본 연구는 Clandinin과 Connelly(2000)의 제안을 참고하여 다음 4단계로 절차룰 구성하였다.

삶의 구체적이면서 전체적인 시공간으로서 연구자와 맺는 ‘관계적 공간’을 의미한 다. 연구자는 탐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의 개인적이고 사회적 내러티브를 살아 가다가 참여자의 현장으로 들어간다. 참여자의 현장에 존재하는 연구자는 그 현장 의 전경에 친숙해져서 전경을 구성하는 관계와 사건에 ‘당연시되는 것들’이 작용함 을 알아차리고 전경의 일부가 된다(Clandinin & Connelly, 2000). 즉 연구자는 참여 자가 중심인 3차원 공간의 어딘가에 위치하여 참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구 참 여자가 중심이 되는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길로 나아간다.(Clandinin & Connelly, 2000). 따라서 내러티브 탐구는 연구자가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사건, 관 심을 가지고 있는 특정 분야 및 관심의 근원을 성찰하고 그에 대한 자전적 경험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시작하게 된다(염지숙, 2001).

본 연구자는 질병으로 후천적 장애를 가진 자녀의 양육한 경험을 통해 장애와 양육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경험이 있다. 동시에 경력 단절을 극복 하면서 일을 통해 사회에서 고유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일이 삶에서 중 요함을 경험하였다. 연구자는 발달장애아의 기능 발달을 돕는 치료사이자 그 가족 을 상담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사회적인 영역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 머니들과 꾸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또한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 관계를 맺게 된 이웃들이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였으므로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의 시공간에 존재하였다. 그 시공간에서 겪은 경험에 연구자의 관심이 비춰지는 순간, 연구자의 삶의 시공간의 한 영역이 ‘현장’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가. 연구 참여자 선정

질적 연구에서는 연구 주제와 관련하여 양질의 내용을 제공할 수 있는 참여자 의 선정이 중요하다. 참여자는 연구주제에 대하여 자신의 경험을 잘 드러내어 이야 기할 수 있으며, 연구주제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절성’과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는 ‘충분성’을 갖춘 참여자로 선정하여야 한다(Creswell, 2013).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연구 참여자를 의도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통 해 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참여자 수의 경우, Creswell(2013)은 내러티브 연구들을 분석하며 ‘훌륭한’ 연구의 특성으로 한 개인(혹은 2∼3명의 개인들)에게 초점을 두 고 있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자와의 친밀한 관계성을 형성하기 위해 내러티브

탐구의 연구 참여자의 수는 1∼3인이 대부분이며, 국내 상담 분야 내러티브 탐구 동향에서도 74.2%의 연구가 3인 이하의 연구 참여자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김 수진·홍영숙, 2019).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도 3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참여자를 선정할 때 연구 목적에 따라 자격을 정하였는데, 다음을 중요하게 고 려하였다. 첫째, 성인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여야 한다. 발달장애 자녀가 성인이 되면 시설이나 그룹 홈에 보내어 따로 거주하는 경우도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함께 거주를 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삼았다. ‘성인’의 기준은 학교를 1∼

2년 유예하였을 가능성과 고등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전공과를 다니느라 졸업이 늦 어졌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법적 기준인 만 19세보다 2년 늦은 만 21세 이상으로 정하였다.

둘째, 일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되, 발달장애 자녀 돌봄과 관련된 활동보조 인이나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는 경우와 장애부모회 등에서 활동가로 일하면서 발달장애인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일에 종사하는 경우는 제외하였다. 본 연구는 발 달장애 자녀를 둔 여성이 다양한 관계망 내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탐구하고 자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발달장애 자녀의 돌봄과 장애인 운동에 종사하는 경 우는 자녀와의 관계의 연장으로 볼 수 있으므로 연구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셋째,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삶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사람을 선 정하여 양육 경험 외의 삶의 이야기를 사소하고 은밀한 것으로 여기고 말하기를 꺼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서울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데리고 지방으로 이주하여 연구 자와 같은 초등학교 학부모로서 13년 동안 알고 지냈던 지인 1명과, 페이스북 친구 를 맺어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관찰해 온 1명에게 직접 연락하여 연구의 목적을 설명하고 참여자가 될 것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또 발달장애인 부모단체인 장애인부모연대에 연락하여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일하 는 여성 1인을 소개받아 연구 참여의 동의를 받아 총 3명을 최종 참여자로 선정하 였다.

정은정은 연구자와 13년째 지방 산촌만을에서 이웃으로 알고 지낸 사이다. 정 은정은 지방 산촌마을로 내려오기 전후 3∼4년 동안 블로그에 일기를 올렸다. 그 블로그에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당시의 심경, 시골과 도시의 차이점, 시골에 내려와 서 처음 경험하는 일, 학교 생활, 아이와 본인의 관계 등이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연구자도 지방 산촌마을로 이주를 계획하고 있을 때 검색을 통해 정은정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교류를 시작하였다. 연구자와 정은정은 건넛마을에 살면서 친밀하게 교류하였으며 정은정의 큰아이의 언어치료 수업을 1년 동안 담당 하였다. 정은정은 참여자의 자녀가 재발하여 조혈모세포이식을 필요로 할 때 학교 학부모회장으로 있으면서 조혈모세포를 찾기 위한 헌혈캠페인을 주최하는 등의 도 움을 주었으며 주말 부부로서 독박으로 육아하는 고충과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분노와 절망과 위로를 함께 나누었다. 인근 도시로 이주하기 전까지 약 5년 동안 일상을 함께 한 이웃으로서 그 이후에도 자주 연락하며 자녀와 본인의 진로를 의 논하고 고민하는 관계로, 관계적 친밀성이 담보되어 있는 관계이다.

이수정은 페이스북에서 만났다. 연구자는 페이스북 온라인 공간에서 장애아 부 모와 장애인권활동가들과 친구를 맺고 있으며 장애아를 키우며 경험한 상황들과 그에 따른 감정들을 페이스북에 기록하였다. 그 글들은 종종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인연들로 이어졌는데, 이수정 역시 그중 하나였다. 이수정은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사회과학 전공의 학자로서 발달장애전문가 모임의 멤버였다. 나는 이수정이 페 이스북에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의 활동을 기록한 글을 매우 인상깊게 보았고, 댓글 이나 ‘좋아요’로 관심을 표현하였다. 그러면서 성인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살면서도 본인의 일을 전문적으로 일궈나가는 이수정이 어떤 삶의 경험을 해왔는지, 어떤 어 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하여 지금에 이르렀으며 앞으로 어떤 삶을 계획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였다. 그 궁금증은 내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이수정에게 연구의 목적을 설명하고 인터뷰이가 되길 요 청했다. 처음에 이수정은 본인의 학자 정체성이 연구와 대화에 혼란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발달장애자녀를 키우는 ‘일하는 여성’으로서는 할 말이 많다며 수락하 였다.

복지현은 연구자가 장애인부모단체에 연구목적을 알리고 소개받았다. 처음 복 지현과 전화통화를 했을 때 복지현은 연구의 목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장애아 부 모’로서 많은 이야기를 해 왔다며 ‘한 번 만나면 될 것’ 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연 구자가 ‘장애아 엄마로서가 아니라 당신의 삶이 궁금하다.’고 말했을 때 그동안 묻 어 놓은 이야기가 많다며 연구 참여를 수락하였다.

본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인적 사항은 <표 1>에 제시하였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배제하였다.

<표 1>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사항

(1) 복지현

복지현은 60대 초반으로, 남쪽 지방의 농촌 마을에서 1녀3남의 맏딸로 태어났 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였으나 열악한 가정경제와 딸은 공부시킬 필요가 없다 는 부모님의 신념으로 중학교까지만 졸업하였고, 이후 대도시로 이주하여 공장 등 에서 사무직 생산직으로 10여년 일하였다. 직장 동료와 결혼하여 시댁에서 10여년 간 주부로 살면서 1녀1남을 두었고, 이후 독립된 가정으로 살았다. 현재 30세인 둘 째 아들이 지적장애 2급이며, 32세 장녀는 사회복지사와 재활상담사로 일하고 있 다. 최근 10여년의 별거를 끝내고 이혼하였으며 시내 번화가에서 꽃집을 직접 운영 하고 있다.

(2) 이수정

이수정은 58세 여성으로, 서울 중산층의 2남1녀의 둘째딸로 자라났다.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정문화속에서 명문 사립대에 진학하였고,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연구원, 강사 등으로 일하였고 연구원 시절 결혼하여 1남을 두었다. 6년 간의 결혼생활 후 이혼하여 어머니와 함께 살았으며 12년 째 대 학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현재 아들은 25세로 초등학교 2학년 때 지적 장애 2급을, 중학교 2학년 때 자폐성장애 2급을 받았고, 복지관에 다니며 동료상담 가로 활동하면서 독립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3) 정은정

이름 연령 직업 자녀

연령 자녀장애 자녀

성별 자녀직업 복지현 61세 자영업 30 지적장애 2급 남 물류센터

이수정 58세 연구교수 25 자폐성장애 2급 남 동료상담가

정은정 49세 언어재활사/행

동재활사 23 자폐성장애 1급 남 물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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