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긴 시간 동안 가족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이에 따른 내적인 반응과 결과를 자신의 삶에 풍부한 의미로 축적한다(김미진, 2014).
어머니가 축적한 삶의 의미는 윤리적인 책임의식이다(이시원, 2021). 돌봄의 끝 에서 떠올리는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 이후 상상되는 가족의 끝에 대한 상상에서 어머니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삶을 시작한다. 그 지점에 ‘모성’의 규범은 외부 에서 부여된 강요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요소로 자리잡는다. 이러 한 의미들은 자녀와의 관계뿐 아니라 어머니 여성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관계와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더 입체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 서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여성의 경험적 모성을 일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망에서 살펴볼 것이다.
제2절 일하는 유자녀 여성
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넓게 형성할 수 있고, 자존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안정을 꾀할 수 있고 이는 삶의 질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송성화, 2017).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 이토록 중요함에도 불구하여 여성과 남성은 ‘일’에 있어 서로 다른 경험을 갖게 된다(김하나, 2019).
여성의 삶은 가족, 부모, 자녀 등과 같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어 왔다 (Gilligan, Lyons, & Hanmer, 1990). 여성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남성과는 다른 방 식으로 사회화되며, 이는 일생의 진로발달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Gottfredson, 2002). 전통적으로 여성이 일을 한다는 것은 부차적이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일로 여겨져 왔다. 남성이 직업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는 것은 가치로운 일이었고, 일에 있어서 숙련도를 높이는 것을 자존감의 근원이었으나, 여성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 하거나 일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것은 가족 등의 관계에 소홀하다는 증거로 여겨져 폄하되었다. 여성은 결혼과 함께 일을 그만두는 일이 많았고, 고용을 유지하더라도 남성근로자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으며, 전통적인 여성 직업 으로 편중되어 있었다(홍지선, 계은경 2016). 비록 공적 영역에서 ‘고용’의 형태로 일하는 것은 위축되었지만, 여성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분야에서 활발한 경 제활동을 했다.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농사를 짓거나, 음식을 만들어 팔 거나, 시장에서 일하거나, 가사도우미를 하거나, 날품팔이를 하는 등 여성의 삶은 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박기남, 2004).
따라서 여성의 진로는 남성보다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여성의 진로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진로장벽(Career Barriers)에 주목했다. 진로장벽 의 개념은 여성의 진로결정 및 진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내적, 심리적 요인과 외 적 환경적 요인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김은영, 2001; 손은령, 2002). 진로발달단계 에 따라 여성 진로장벽에 관한 연구동향을 살펴본 홍지선 · 계은경의 연구(2016)에 따르면, 여성은 초등학교 시기부터 중학교 시기에 이미 고등학교 시기와 유사한 수 준의 진로장벽을 지각하는 등 생애 초반부터 진로장벽을 지각하였다. 진로장벽은 발달 단계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보였는데, 청소년 전기(14∼19세)에 해당하는 여자청소년의 경우 개인적 특성 부족을 주요한 진로장벽으로 인식하였고, 청소년 후기(20∼24세)의 여자 대학생은 직업준비 부족과 사회적 관습과 제약을 높게 지각 하였고, 확립기(26∼45세)에 해당하는 성인 여성의 경우에는 다중역할로 인한 갈등
을 가장 높은 진로장벽으로 인지하였다. 이 중 확립기에 해당하는 기혼여성은 진로 유형이 분명해지고 직업세계에서 안정된 위치를 굳히기 위한 노력을 하는 시기임 에도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결혼과 출산, 육아 등 다중역할로 인한 갈등과 노동 시장과 관습의 제약과 차별 등 사회 구조적인 차원의 진로장벽을 가장 크게 경험 하였다. 즉 여성의 진로 발달 과정에는 성 고정관념, 시대적 배경과 사건, 역할 모 델, 자아효능감, 진로발달에서의 단절, 일-가족 다중역할 갈등 등 다양한 측면이 존 재한다(최윤정 외, 2013).
여성의 진로 연구는 미취업 여성이 직업 세계에 진입할 때 지각하는 진로 장벽 의 특성을 밝히다가 최근에는 직장여성 및 경력 단절 여성이 주요 연구 주제로 부 각되고 있다(최윤정 외, 2013). 직장인과 경력 단절 여성은 진로를 결정할 때 자신 의 능력이나 선호도, 흥미, 적성보다는 가족과 가정을 먼저 고려한 선택을 함으로 써 진로장벽을 더욱 높게 지각한다(이희정, 김금미, 2010; 이수분, 이정희, 2010). 여 성들은 진로장벽을 높게 인식할수록 자신의 진로결정에 대한 확신이 낮아지며 이 로 인해 빚어지는 혼란과 갈등으로 인해 진로발달을 위해 끊임없이 계속함에도 그 에 따른 결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강정은, 2008; 김선중, 2005;
이성식, 정철영, 2007; 이승현, 2005). 진로장벽이 여성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혼여성의 경우 우리나라는 자녀 양육과 교육의 일차적인 책임을 엄마에게 부과하는 문화로서 여성들은 진로를 선택할 때 엄마 역할의 중요 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최윤정, 김계현, 2007). 여성 직업인의 성취에 가장 큰 요 인으로 밝혀진 것은 배우자를 비롯한 의미 있는 타인의 지원과 지지로서, 여성 자 신을 둘러싼 외부환경에서의 지원과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직업 성취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이들이 경험하는 다중역할갈등이나 관습의 제약 등의 진로장벽을 심리적인 개인 내적인 문제인지, 사회 구조와 문화의 문제인지 혹은 그러한 외적인 환경이 내면화된 결과인지에 대해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성의 진로발달 연구의 대부분은 진로장벽을 개인 내 심리적인 요인으 로 파악하여 여성이 처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따른 환경의 영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양적 연구에 치중되어 있어 여성의 현실에서 경험하는 진로장벽을 충분 히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최윤정 외, 2013). 계량화된 자료와 척도로 단순화 시킨 여성의 진로 경험을 사회 문화 심리적 맥락에 따라 역동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 방법과 다양한 조건에 처해 있는 여성의 일과 관 련한 삶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