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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여성의 모성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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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자율적 태도는 가족의 통합, 사회적 지지, 자아존중감, 심리적 안정을 유 도하였다. 따라서 어머니의 아동기 양육태도는 발달장애 자녀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심리적 안정을 포함한 일상생활과 대인 간의 사회적 접촉기회, 사회적 고립 여부까 지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하는 어머니들의 심리적 안녕감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장은희, 정영숙, 2011).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가지고 있는 자녀에 대한 관점과 태도는 어머니들의 성장에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초기에는 가족을 비롯해 주변 환경과 갈등의 심화를 경험하지만(김경희, 김미옥, 정민아, 2016), 가족이 지닌 고유한 강점과 자원의 활용을 통해 긍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이규옥, 한성희, 박혜준, 2010).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자녀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타인과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감정과 냉담한 시선을 경험하였지만, 오히려 발달장애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기쁨을 경험하고(김경희, 김미옥, 정민아, 2016), 발달장애 자녀로 인해 삶의 풍요로움을 경험하고, 삶의 가치관이 외적인 것에서 내적인 것으로 변화하는 등의 성숙을 경험한다는 것이다(이애란, 홍선우, 김지수, 주세진, 2010).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직면하게 되며, 이러한 어려움에 도전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내적인 힘을 발견하고, 단련시킬 수 있었다. 특히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발달장애 자녀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으로 만족감을 경험하고,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면서 경험한 일들로 인해 가치관 변화를 경험하고, 역경에 더 강해지고, 낙관적이고 희망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Burkhard, 2013). 또한 성인기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슬픔과 부정적 감정을 자녀의 존재가 아닌 사회적 요인에서 원인을 찾는 등 부정적 감정을 자녀와 분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Hamedanchi et al., 2016).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은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인식변화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미나 여가, 사회봉사활동 등과 같은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은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김미옥, 박현정, 이은실, 2016).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자녀가 행복이나 성취의 원천이 되며, 가족의 친밀감을 높이는 힘의 원천, 어머니의 개인적 성장과 성숙의 원천이 된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Greer, Grey, & McClean, 2006). 즉, 장애아동의 존재가 가족의 성장과 성숙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고, 부모의 존재를 완성시켜 주는 하나의 방안이 된다고 평가하는 것이다(함솔이, 2017). 결국 이러한 경험들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사회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김경희, 김미옥, 정민아, 2016).

한편 성인 자녀를 둔 여성은 부모 역할에서 벗어나면서 자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으며, 새로운 일에 에너지를 쏟고, 새로운 활동을 추구하면서 영역을 확장하는 특징을 보인다(정선화, 2012).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여성들 역시 자녀와의 삶에서 거리를 두고 자아를 찾거나 존재의 자유로움을 느끼는 시도를 한다(김미진, 2013).

최경화(2011)는 자녀의 생애주기를 중심으로 중증장애아 어머니의 삶과 정체성을 연구하였는데, 중증장애아 자녀를 둔 어머니가 자녀의 생애주기별로 동원한 대처자원과 대처전략에 따라 어떻게 다른 정체성을 구성해 나가는지를 밝혔다. 어머니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는 개인적 자원으로서 성격과 소득, 환경적 자원으로서 가족의 지지, 사회적 연결망 지지, 법과 제도적 자원이었으며, 대처전략은 정서 의존 전략과 문제해결 전략을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교차하여 사용하였다. 장애를 진단받을 때 사용하는 전략은 정서의존-개인적 전략이었다가 자녀가 학교에 진학하면 문제해결-사회적 전략을 취하고 다시 성인이 되면 정서의존-개인적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이에 따라 장애자녀 어머니의 정체성은 정체성 유지형, 정체성의 긍정적 변화형, 정체성의 부정적 변화형 등으로 다르게 나타났다. 정체성 유지형은 물질적 자원(소득), 인적자원(학력), 심리적 자원(성격) 등 개인적 자원과 사회적 지지 및 법과 제도적 자원 등 환경적 자원도 많아 과거와 현재, 미래의 궤적 속에서 자아의 서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는 성찰적 자아, 안정적인 자아정체성을 보였다. 정체성의 긍정적 변화형은 대처자원에 따라 투쟁형, 성찰형, 종교형으로 분류되어 자아정체성을 성찰적 활동 속에서 창조하고 유지하고 있었다. 정체성의 부정적 변화형은 심리적 자원이 낮고 사회적 연결망이 좁은 경우로, 존재론적으로 불안한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또 이 연구는 장애아 어머니가 보인 긍정적 정체성의 변화에 주목하여 장애 자녀의 어머니가 현실적으로 열악한 삶의 조건이나 장애 자녀의 양육 경험과 동일시되기보다는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김미진(2014)은 장애아 어머니가 고통스런 삶 속에서 어떻게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이 일어나는지를 고전적 근거이론방법을 적용하여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결과 장애 자녀 어머니들이 공유하고 있는 주요한 심리·사회·영적인 고통은 자녀의 장애로 인해 경험하고 있는 자녀와의 존재동일시로 인한 낯선 세계에 놓인 낯선 나와 낯선 자녀이었으며, 이러한 고통을 다루어가는 과정은 자녀와의 존재 동일시로부터 분리된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기로 발견되었다. 어머니 내면의 변화 과정을 추적한 이 연구는 한 여성이 장애 자녀 양육 경험 긍정 또는 부정의 이분법적 체계로 단순화하지 않고 동일시-부담감-죄의식-책임감-자유로움으로 의미화하여 장애 자녀 어머니를 넘어 고유한 존재가치를 지닌 현존재로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을 드러냈다.

서명옥, 조원일(2008)은 장애자녀로 인해 나름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어렵게

‘마음 바꾸기’를 시도하여 장애자녀로 인한 양육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하였고, 최여진(2020)은 성인전환기 발달장애 자녀 어머니들이 자녀 의 장애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위로하고 수용하였으며, 개인의 성장을 바탕 으로 그동안 단절되었던 사회적 관계와 가족관계의 회복을 경험하고 있다고 하였 다. 또한 자녀를 돌보는 ‘돌봄자’와 자녀의 권리를 옹호하는 ‘옹호자’의 역할을 분리 하여 균형 있게 수행하는 것으로 보았다.

아스퍼거 성인 자녀를 둔 어머니의 삶을 내러티브 탐구법으로 연구한 김도희 (2019)는 어머니가 장애를 갖고 있는 자녀를 고통을 이끄는 존재가 아닌 자신을 살 아가게 하는 존재로 바라보면서, 자식을 품은 채 자신의 길을 가려는 한 사람의 여 정으로서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 연구는 성인 발달장애 자 녀를 둔 여성의 어머니 경험을 스트레스와 부담, 양육 경험에 머물지 않고 긍정적 인 다양한 측면을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여성은 자녀를 낳은 후 그 자녀가 발달장애인으로 진단을 받은 다음, 장애를 수용하고 성인기까지 돌봄을 제공한 일련의 연속적인 시 간 과정 속에서 ‘어머니 경험’의 변화를 경험한다. ‘어머니 경험’은 제도로서의 모성 인 ‘motherhood’이라기보다 경험으로서의 모성인 ‘어머니노릇’ 즉 ‘mothering’에 가 깝다(이진희, 배은경, 2013). ‘모성 이데올로기’라 불리는 제도적 모성은 어머니들이 처해 있는 다양한 삶과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경험적 모성과 경합하게 된다(정인 영, 2012). 자녀가 발달장애로 진단받기 전후 어머니들이 경험하는 극도의 죄책감과 수치심은 이 제도적 모성인 ‘모성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 때 어머니는 자녀와의 ‘존재동일시’를 느껴서 마치 자신의 삶이 무너진 것만 같은 절망감과 자녀의 장애 진단에 따른 죄책감을 느끼지만, 자녀가 성인기가 될 때까지

의 긴 시간 동안 가족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이에 따른 내적인 반응과 결과를 자신의 삶에 풍부한 의미로 축적한다(김미진, 2014).

어머니가 축적한 삶의 의미는 윤리적인 책임의식이다(이시원, 2021). 돌봄의 끝 에서 떠올리는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 이후 상상되는 가족의 끝에 대한 상상에서 어머니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삶을 시작한다. 그 지점에 ‘모성’의 규범은 외부 에서 부여된 강요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요소로 자리잡는다. 이러 한 의미들은 자녀와의 관계뿐 아니라 어머니 여성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관계와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더 입체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 서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여성의 경험적 모성을 일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망에서 살펴볼 것이다.

제2절 일하는 유자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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