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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녀 취업여성의 경력단절과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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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 방법과 다양한 조건에 처해 있는 여성의 일과 관 련한 삶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여성들은 자신의 기술이 낙후되고, 네트워크가 부족하며,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전 직업 경력을 평가 절하는 태도, 나이 차별, 경력 단절에 대한 해명 요구와 같은 어 려움에 직면하게 된다(Cabrera, 2007). 또한 재취업 이후에도 경력단절 기간 동안 개인의 자원과 기술이 마모되고, 변화된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여 좌절감을 경험하 며, 대인관계에서 부족함을 느낀다(손정민, 2017). 즉 여성의 경력단절은 삶의 질 향상과 자아실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Caroline & Marilyn, 1994). 또한 개인의 관점에서 경력단절은 생애소득 상실분은 출산과 양육의 대가로 포기해야 하는 기 회비용으로 간주되므로 취업 상태를 유지할 때 얻는 잠재 소득과 실제 소득과의 차이에 따라 경력단절을 회피하고자 하여 저출산 심화와 만혼으로 이어지기 쉽다 (박수범, 김난주, 권희정, 2014).

김정원(2020)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메타연구 를 실시하여 개인을 둘러싼 개인요인, 상황요인, 지원요인, 전략 요인 등을 구분하 여 선행연구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요인으로는 연령, 학력, 건강, 혼인 상태, 거주 지역, 가치관 등이 꼽혔는데, 성 별에 따라 특정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 일 가정 양립에 대한 갈등, 자아실현 욕구와 자신이 처한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 등의 가치관이 경력단절 여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치관 중 성역할 고정관념은 일하는 엄마에 대한 냉혹한 시선과 주변 사람들의 만류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보다 사회와 공동체가 개인에게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으로서, 여성의 입장에서는 강요에 가까운 역할기대를 강요받는다고 할 수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성이데올 로기 아래에서 여성은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관에 따라 일과 가정을 선택하기보다 는 ‘일하는 엄마’와 ‘집에 있는 엄마’ 중 어떤 것이 아이 혹은 가정에 더 나은가, 혹 은 덜 나쁜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는 여성 내부의 자아실현 욕구와 의 갈등을 일으켜 가족과 사회로부터 역할 이탈에 대한 비난을 감수할 것인가, ‘직 업인으로서의 나’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데, 이러한 상황요인은 재취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특히 6세 미만의 어린 자녀를 둔 여 성은 전일제 모성(full time motherhood)에 대한 강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므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백경흔, 2017). 막내 자녀가 무사히 취학에 성공하여 자녀 돌봄 과 교육에 대한 중압감을 벗어나는 시기에 재취업은 비로소 고려의 대상이 되었다.

일과 가족 사이의 다중역할갈등과 경력단절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일을 통해 삶 을 펼치려는 여성의 노력은 이어졌다. 지원요인인 친정어머니의 정서적 지지와 배

우자의 지원은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재취업에 성공하 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자격증 취득 등 교육훈련 및 여성이 보유하고 있던 인적 네트워크 등의 전략을 기반으로 중년기 여성은 정체성을 발달시키고 재취업에 긍 정적인 결과를 나타내었다.

본 연구는 진로장벽과 경력단절의 위기 속에서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여성 이 ‘자녀’라는 상황 요인과 ‘모성 이데올로기’라는 개인요인을 어떻게 극복하고 일 을 통해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3. ‘일의 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여성의 진로

일은 삶에서 중요하다. 인간은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적으로 연결되 어 소속감을 느끼며, 자기를 실현할 수 있다. 그동안 진로이론들은 개인이 일을 어 떻게 결정하고 만족 혹은 불만족하는지를 설명해 왔는데, 크게 진로흥미이론, 진로 발달이론, 사회인지진로이론, 구성주의이론 등이 있다. 직업선호도 검사로 유명한 Holland(1997)는 진로흥미이론을 통해 개인과 환경 간의 적합성 (person-environment fit)을 강조하였다. 진로란 일회적인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아개념의 발달함에 따라 함께 발달한다는 Super(1980)의 진로발달이론은 진로를 전생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진로성숙도와 진로정체감을 강조하였다. 특 히 Super(1980)는 직업선택에 국한되었던 진로의 영역을 전생애와 자아개념으로 확 대하였으며, 진로문제의 원인을 자아개념의 발달 수준과 진로성숙도에서 찾았다.

사회인지진로이론은 여성의 진로발달 및 선택을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나타났다 (Lent, Brwon, & Hackett, 1994). 여성들의 진로가 제한되는 과정에서 자기효능감 의 역할에 주목하였으며, 개인변인과 환경변인을 함께 고려한 진로장벽의 개념을 소개하였다. 구성주의이론은 Super(1980)의 진로발달이론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것 으로, 변화하는 직업환경에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진로를 능동적으로 구성하 는 진로적응성과 제약이 있음에도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고자 하는 일 자유의지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위의 이론들은 모두 진로 결정 및 일터 내 안녕감을 좌 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흥미, 적성, 자기효능감 등의 개인내적 역량을 강조하였다(안 진아, 2019).

여성의 진로발달이 복잡한 이유는 진로장벽 때문인데, 이 진로장벽은 개인내적

요인이 아니라 환경적 요소이다. 그러나 진로장벽을 개인차원의 변인으로 인식하고 개인내적 요인들의 초점을 둔 연구들은 사회적 제약이나 환경의 영향력을 간과하 고 자칫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왜곡된 해석을 낳을 수 있다(최윤정 외, 2013; 홍지선, 계은경, 2016). 여성의 진로는 맥락 의존적이라는 것은 여성들의 자율성, 주도성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사회구조적으로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거나, 진로 선택에 있어 가족 등 주변과의 관계와 그 속에서의 역할을 고려해야만 하는 사회의 압력이 거세기 때문 이다. 최근에 제안된 진로이론인 일의 심리학 이론(Psychology of Working Theory;

이하 PWT; Duffy et al., 2016)은 진로 결정의 내적 역량뿐 아니라 개인의 사회경제 적 · 맥락적 배경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안진아, 정애경, 2019).

PWT는 일을 삶의 주요한 영역이자, 정신건강의 핵심 구성요소이고, 일과 일 외적 경험들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본다. 또한 일은 임금(시장)노동과 비 임금노동을 모두 포함한 개념으로, 인간의 생존, 사회적 연결, 자기실현 욕구를 충 족시키며, 일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사회 경제 정치 역사적 요인들이 면밀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Blustein, 2013). PWT가 다른 진로이론과 차별 화되는 지점은 맥락적 배경인 사회경제수준과 사회적 소외(marginalization)를 가장 최우선인 핵심 변인으로 강조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소외에는 인종, 성별, 성적지 향, 교육수준, 장애 등 사회적 차별을 야기하는 요인이 포함된다. 이 요인들은 개인 이 진로를 구성할 때 가용할 수 있는 자원과 기회를 강력하게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고는 진로선택이 가능하지 않다. 예컨대 시각장 애를 가진 사람은 운전사, 의사, 영상산업, 디자인 등의 일을 할 수 없으며 가능한 다른 종류의 일에서도 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은 ‘공정한’ 경쟁으로는 절대 사회경제적으로 상단에 위치한 직업을 가지기 어렵다. 사회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편견을 철폐하고 ‘괜찮은 일’을 가질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뒷 받침되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개인의 진로발달의 중요하다. 여기서 ‘괜찮은 일 (decent work)’은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일이 아니라, 국제노동기구에 서 근로조건이 불안정하고 안전한 근로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임시직, 저 임금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이 아닌 최소한 받아들일 만한 조건의 일자리로서,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최소한의 기준을 갖춘 일 자리이다. PWT는 괜찮은 일(decent work)를 핵심 변인으로 중심에 두고 경제적 제약과 사회적 소외를 선행 변인으로 삼아 일 자유의지와 진로적응성이 매개하는

모형을 가지고 있다. 괜찮은 일을 통해 개인은 생존 욕구와 사회적 연결 욕구, 자 기결정 욕구를 충족시키며 이는 심리적 안정과 일 충만감으로 이어진다. <그림 1>

은 PWT의 이론적 모형으로서, 그동안 직무만족, 직업-환경 간 적합성 등 일 중심 의 관점에서 벗어나 일하는 개인의 경험으로 이론의 초점을 전환하고 그 경험의 맥락을 포괄하고자 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안진아, 2019).

본 연구는 ‘자녀’와 ‘장애’라는 강력한 환경적 요인이 존재함에도 일을 통해 경 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의 삶의 경험을 맥락적으로 이해하려 하므로, 여성의 진로 와 일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PWT의 관점이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그림 2 . 일의 심리학 이론(PWT) 이론적 모형. Duffy et al., 2016, 안 진아, 2019에서 재인용.

제3장 연구방법 및 절차

제1절 연구방법

본 연구는 개인 고유의 개별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인 내러티브 탐 구를 방법론으로 택하였다.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는 1980년대 초부터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의 Clandinin 교수와 토론토 대학교의 Connelly 교수가 ‘교사 지식(teacher knowledge)’에 관한 연구룰 지속하면서 발전시켜 최근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요한 방법론으로 정착한 질적 연구방법론이다(홍영숙, 2019).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들은 감각 경험과 실증적 검증을 통한 것만을 확실한 지 식으로 삼는 실증주의의 전통을 따라 인간 사회 현상의 원인, 효과, 예측, 통제를 목적으로 양적인 자료를 가지고 탐구하는 양적 연구(Quantitative Research)의 전 통을 대부분 따라왔다. 반면 질적 연구는 양적 연구들의 연구 결과인 인간 현상과 사회 현상의 보편법칙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는 개별 인간의 행동이나 사회 현 상에 주목하여, 그것들을 드러내고 이해하며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실증주의 에 반한 다양한 질적 학문과 이론들은 양적 자료 대신 내러티브(narrative)를 이해 의 도구로 사용해 왔다(Polkinghome, 1988). Bruner(1986)가 인간 과학에서 두 가 지 인식 방식으로 내러티브와 전통적인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연구가 있다고 말할 만큼 내러티브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주요한 분석 단위였다(Pinnegar, S. &

Daynes, J. D., 2007). 내러티브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서 인간 경험을 설 명하는 하나의 단위이다. 내러티브를 연구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줄거리, 성격묘사, 주제, 역할 등 내러티브 자체를 분석하는 법(Schank, 1990), 내러티브의 영향을 조 사하거나 측정하는 법(Green, Strange, & Brock, 2002), 내러티브와 관련된 사건을 이해하는 법(Pasupathi, 2003), 내러티브를 코드화하거나 숫자로 변환하여 통계적 분석을 이용하는 법 등 다양하며, 심리학, 문학비평, 역사, 사회학, 인류학 등에서 그 목적에 따라 사용되었다.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는 연구 방법으로서의 내러티브와 연구 현상으로서의 내러티브 모두를 포괄하였다(Pinnegar, S. &

Daynes, J. D., 2007). 내러티브 탐구는 체험되고 말해진 이야기를 분석하고 이해하 기 위한 방법에 관심을 가지며, 이야기로 표현된 경험의 탐구에서 시작한다. 내러 티브를 사용한 연구들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과학계에서는 이를 내러티브로의 전환

(narrative turn)이라는 역사적 현상으로 해석하였다(홍영숙, 2021). 이러한 내러티 브로의 턴(turn)은 다음 네 가지의 현상으로 드러났다(Pinnegar, S. & Daynes, J.

D., 2007). 첫째, 연구자와 참여자의 관계의 변화, 둘째, 분석 자료로서 숫자가 아닌 말과 언어의 사용, 셋째,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대한 것에서 지엽적이고 구체 적이며 특수한 것으로의 관심의 이동, 넷째, 대안적인 인식론과 인식 방식으로까지 인식의 경계를 광범위하게 확장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내러티브 탐구에서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연구자와 참여자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다. 내러티브 탐구의 과정은 연구자가 이론을 구성한 뒤 연구대상을 측정하고 자료를 조작하며 구인을 타당화하고 그 결과로 연구자의 이론적 구성의 정확성을 설명하는 양적 연구의 과정과는 상당히 다르다. 참여자와 연구자는 특정 맥락에 존재하며 각자의 역사와 세계관 및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역동적인 상호작 용을 주고받고 연구 과정 내내 각자의 성장과 학습이 이루어진다. 연구 자체가 연 구자와 참여자의 하나의 ‘경험’이 된다. 내러티브 탐구는 다른 사람 및 사회적 환경 과의 관계 속에서의 인간 경험의 재구성과 관련되므로 연구 역시 연구자와 참여자 의 경험이 재구성되는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내러티브 탐구는 John Dewey의 경험론에 존재론적 인식론적 근거를 둔다 (Clandinin & Connelly, 2000). 경험에 대한 Dewey(1976)의 개념의 특징은 두 가지 가 있다. 첫째, 경험은 존재론적 범주로서 연속성(continuity)을 갖는다. 하나의 경 험은 이전 경험으로부터 생겨나며, 또 다른 경험을 이끌어내는 연속성을 갖는다.

과거의 기억 경험, 현재 떠올리는 경험, 미래를 상상하는 경험은 각각 그 자리에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 경험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 인간은 과거, 현재, 미 래에 대해 사고하면서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경험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기 때문이 다. 두 번째 특징은 경험의 상호작용성이다. Dewey의 경험은 선 인지적이거나 (precognitive), 선 문화적인(precultural)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개인적, 사회적, 물 질적 환경과의 계속적인 상호작용을 말한다(Pinnegar & Daynes., 2007). 경험은 개 인의 내적 삶에 대한 사회적 영향, 환경에 대한 사회적 영향, 그들의 독특한 개인 적 역사에 대한 사회적 영향들의 집합적 결과다. 개인적 경험은 흔히 사회적 탐구 에 수반되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폄하되어 왔지만, Dewey학파는 개인적 경험을 중 요한 사회적 실재로 본다. 경험에 대한 Dewey학파의 관점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 는 개인의 구체화(embodiment)를 인정하는 경험에 대한 연구를 지지한다.

Clandinin과 Connelly(2000)는 Dewey가 말한 경험의 상호작용성과 연속성을

바탕으로 3차원적 내러티브 탐구 공간(three-dimensional narrative inquiry space) 에서 참여자의 삶의 이야기를 탐구할 것을 제안한다. 3차원적 내러티브 탐구 공간 은 시간성(temoprality), 사회성(socality), 장소(place)으로 구성되는데, 내러티브 탐 구는 이 세 가지 차원의 영향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 경험을 탐구하게 된다. 첫 번 째 요소인 시간성은 Dewey의 연속성과 같은 맥락의 개념으로서, 인간의 경험을 시 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이해하려는 것이다. 시간성은 앞으로 (forward), 뒤로(backward)의 두 가지 방향성을 갖는다. 두 번째 요소인 사회성은 Dewey의 ’경험의 상호작용성‘에 근거한 용어로서, 참여자가 자신이 갖추고 있는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였는지를 탐구하기 위한 용어이다. 사회성 은 안(inward)과 밖(outward)의 두 가지 방향성을 갖는다. 세 번째 요소인 장소 (Place)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장소를 말한다(Connelly &

Clandinin, 2000).

연구참여자는 시간과 장소의 맥락에 따라 삶에서 일어난 사회적인 경험을 이야 기로 말한다. 연구자는 참여자의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위하여 연구 참여자의 삶의 내부의 어느 지점에서 참여자와의 관계를 설정한다. 연구 참여자와 관계를 맺는 경 험 속에서 연구자는 개별 존재(being)를 단편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넘어서 연구참 여자가 개별 존재의 되어감(becoming)을 표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의 삶의 이야기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살고(living), 말하고(telling), 다시 말하고(retelling), 다시 사는(reliving) 현장에 존 재함로써 연구 참여자가 말하는 내러티브를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하면서 연구자 자신의 삶도 재구성되는 과정에 참여한다. 이런 이유로 내러티브 탐구는 ‘관계적 방법론’으로 일컬어지며, 연구자와 연구참여자의 친밀한 관계성은 내러티브 탐구 수행의 전제가 된다(홍영숙, 2016).

내러티브 탐구는 특정한 삶의 조건을 살아가는 개별 인간의 경험에 관심을 갖 는다. 개별 삶의 경험은 양적 연구의 점수와 변수 또는 상관관계로 환원될 때 온전 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 경험은 개별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experience as stories) 로 표현되며, 연구자는 ‘그’ 이야기를 통하여서만이 ‘그’ 경험을 이해할 수 있다. 내 러티브 탐구는 시간과 공간에서 펼쳐져 온 개별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연구참 여자의 이야기화 된 경험(storied experience)으로 탐구한다(홍영숙, 2015). ‘경험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살아가며, 이러한 이야기를 말하면 서 그 이야기를 다시 재확인하고 수정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Clandinin,

2013).

본 연구는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일하는 여성이 어떤 삶을 사는지 개별 경 험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되었다. 한 여성이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의 삶과 일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조율하며 살아가는지, 그 경험은 구체 적으로 어떻게 일상의 시공간에서 드러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자 역시 장 애 자녀를 둔 일하는 여성으로서 두 역할의 관계성에 대한 긴장을 경험하고 있으 며, 사회적으로 발달장애인 가족지원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본 연구는 내부 자 관점(emic perspective)에서 진행됨과 동시에 사회적인 성격을 띨 것이다. 본 연 구는 연구자가 가진 내러티브로 시작하여 연구 퍼즐을 가지고 참여자의 내러티브 를 탐구하여 매 순간 참여자와 연구자가 이야기를 살고, 말하고, 다시 말하고 살아 가는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제2절 연구 절차

내러티브 탐구의 절차는 Clandinin과 Connelly(2000)가 제시한 바에 따라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각 단계는 ‘현장에 존재하기’, ‘현장에서 현장 텍스트로 이동하 기’, ‘현장텍스트 구성하기’, ‘현장텍스트에서 연구텍스트 구성하기’, ‘연구 텍스트 작 성하기’로 구성되나, 경험의 속성인 연속성과 상호작용성에 따라 단계들은 중첩되 고 반복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연구자는 현장에 존재하면서 연구텍스트를 구성하 기도 하며, 연구텍스트를 작성하면서 현장에 존재하기도 한다. 그 과정은 연구자의 경험으로 살아지며, 탐구 절차를 거쳐 최종 연구텍스트를 작성하는 단계로 나아간 다. 본 연구는 Clandinin과 Connelly(2000)의 제안을 참고하여 다음 4단계로 절차룰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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