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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국제투자규범 제정의 필요성

2007/2008년의 식량위기 이후 국제식량수급 불안에 따른 식량위기의 가 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식량 수입국과 경제력을 충분히 지닌 국가들이 자 신들의 기업(공기업 포함)들을 중심으로 해외농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식량정책연구소는 선진국의 개도국 농지 확보 규모를 우리나 라 총 농지면적의 10배가 넘는 2,000만ha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농지 확보를 포함한 해외농업개발투자는 선진농업기술의 이전, 농 산물 품질 향상, 현지 농업노동력 고용을 통한 고용 창출, 농업․농촌과 관 련한 전후방산업의 발전, 식량 생산의 증대 및 농산물의 수출 확대 등과 같은 개도국의 농업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그러나 농업개발투자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토지소유권 박탈과 이용권 제약, 빈곤해소와 지역개 발 등 주민복지의 경시 및 전통적 관행 무시, 부패 증가, 현지 생태계와 환 경 파괴, 지역자원 남용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면서 책임 있는

28 성진근, 해외농업개발 국제규범, 2011.

해외농업투자(Responsible Agricultural Investment)의 기준(Guideline) 설정 는 투자촉진을 위한 국제회의(Promoting Responsible International Investment in Agriculture(2009. 9))’와 같은 국제 다자간협상에서 지속해서 ‘책임 있는

러한 농업․농촌개발 경험에 기초한 해외농업투자원칙을 국제적 정서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해외농업개발이 민간 기업 주도하에 추진되고, 정부는 국내와 세계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기술과 정보 제공 등의 간접 지원을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민간 부문이 기업의 수익성 확보와 기업의 성장잠재력 확충 차원에서 수행하는 해외농업투자 사업에 대한 공공 지원(행정적․재정적․외교적)의 조건으로 식량안보능 력 강화와 해외 신시장 및 자원 확보 등으로 대표되는 공공성이 실현돼야 한다. 이것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외농업투자사업에 대한 규범이 사전적으로 마련되어 민간 부문이 이를 숙지하고 충실히 이행하도 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7.2. 국제사회의 해외농업투자 규범

세계은행은 2009년에 20개 주요 국가들에서 행해진 대규모 농지 확보에 대한 사례 연구(Large-scale Acquisition of Land Rights for Agricultural or Natural Resource-based use)에 착수하였다. 이 연구를 통하여 바람직한 정 책 틀(framework)과 규모 및 특정 사례에 대한 사회적․경제적․환경적인 영향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 추천된 원칙들은 FAO, IFAD, UNCTAD 등 세계은행 이 외의 UN 산하 관련 기관에서 집적해온 경험들과 함께 앞 으로 진행될 해외농업투자에 기초적인 규범자료 또는 투자원칙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권장될 것이다.

세계은행과 국제관련기구들이 협의를 거쳐서 제시한 원칙29은 다음의 7

29 World bank, "Principles for Responsible Agricultural Investment that Respects Rights, Livelihoodsand" Resources, extend version, A discussion note prepared by FAO, IFAD, UNCTAD, the World Bank Group to contribute to ongoing global dialogue, Jan. 25. 2010.

가지로서 여태까지 제시된 원칙들을 포함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30.

7.2.1. 원칙 1. 토지와 토지 관련 자연자원에 대한 현존권리 존중

토지에 대한 현존하는 이용권 또는 소유권은 그것이 법적권한이든지 관 습적 권한이든지, 일차적 권한이든지 이차적 권한이든지, 공식적이든 비공 식적이든지, 개인적이든지 집단적인 권한이든지 막론하고 마땅히 존중되어 야 한다. 현존권리는 ①권한 소유자의 확인 ②모든 권한과 이용권에 대한 법적 인증 ③권한의 이양과 관련된 토지 소유자와의 협상 ④획득한 권리의 이양에 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보상적 지불 ⑤분쟁이나 불평을 해결하기 위 한 협상 수단의 선택 등 모든 분야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대규모 농장 경영을 목표로 농지 확보에 나서는 외부의 농업 투자 주체 들은 획득한 대상 농지가 유휴되거나 이용이 저조한 한계지(marginal land) 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점거되지 않고(un-occupied) 또는 연고가 없는(unclaimed) 농지란 거의 없다. 또한 그러한 토 지는 지역 고유의 관습에 근거하여 장기간의 이용과 경영 권한이 특정의 농촌주체(개인 또는 집단)에게 이미 귀속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관습적 권한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지역 주민의 부와 생계가 걸린 지역의 중요한 자원 이용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 과거에 행해 졌던 토지 획득을 위한 대부분의 시도들이 이 점을 소홀히 취급했기 때문 에 공정하고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유목민, 부녀자, 토착 민의 토지 권리에 대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농촌사회에서 토지는 핵심 생산수단일 뿐만 아니라 물과 관개용수의 공급원으로서, 사회안전망으로서, 노령층에 대한 보험수단으로 서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요소와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토착 주민에게는 시신 매장지로서의 기능도 중요하다.

30 우리나라가 검토하고 있는 국제규범도 국제기구들이 검토한 바 있는 기준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토지와 다른 자원 이용권에 대한 투자사업이 이런 여러 민감한 기능에 대해 충분한 검토나 보상이 없이 추진될 경우, 지역주민의 경제적 복지에 직접적이고 중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결과는 지역주민의 생계 원천을 없앨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에 따라 토지이용권 및 소유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필수 과제는 첫째, 토지와 관련한 이용권 또는 소유권에 대한 관습적인 현존권 리가 유형별로 구분되어 명백히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과 둘째, 이러한 권 리를 이전하는 과정은 명확하게 정의된 순서를 거쳐야 하고 투명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셋째 현금 이외의 방법에 의한 토지 수용은 공공적 이익 실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도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7.2.2. 원칙 2. 현지의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투자 시행

농업투자사업의 목적은 작물농업, 축산, 임업과 임산, 수산 등 분야에 대 한 단일사업 또는 복합사업 경영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사업의 수단은 생 산성 향상이나 새로운 가치사슬의 개발과 다양화 또는 수출성장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생산물의 목표시장은 도시 또는 해외시장으로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자 대상국의 식생활 선호도와 다르거나 또는 가격 조건 등 현지 주민 소득 수준과 어울리지 않는 농산물 및 바이오 연료 등 가공용 원료농산물 생산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여 농업투자사업은 해당 지역의 기초 식량 생산을 감소시키거나 해당 지역의 식량 소비와 직접 관 련성이 적은 전혀 새로운 농산물 생산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두 번째 투자규범은 투자 대상국의 식량안보를 강 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안보(유용성, 접근성, 이용성 및 안정성)에 불 리한 위협 가능성이 발생할 때마다 정책 수립자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준 비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이전과 동등한 수준의 식량접근기 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보장되어 있는지의 여부, 둘째, 농장 구역 밖의 재배 농가와 비농업 부문 고용자들의 생계를 보호하고 그들의 소득 상승을 보장 하는 기회가 확장되고 있는지의 여부, 재배작물의 구성(Products mix)상 변

화가 진행될 경우 현지인의 음식물 선호체계에 미칠 영향은 고려되고 있는 지의 여부, 마지막으로 현 상태에서 야기되고 있는 식량 공급의 잠재적인 불안정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책은 준비되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식량안보는 현실적이고 국민정서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투자자와 정부는 물론이고, 지역사회, 또는 개발 관련 주체가 이를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된 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농업투자사업은 투자 대상국의 농업정책 특히 식 량정책의 방향성과 일치해야 한다. 둘째, 현지의 식량안보에 부정적인 영 향을 미치는 사업 요소는 사업설계와 조정과정을 통하여 가능한 한 완화해 야 한다. 셋째, 지역 주민의 식량 구입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책에 특 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자재와 기술공급을 늘려서 식량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지역사회의 유통시장 개선 또는 원거리 시장 과의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포장, 가공, 운송, 유통 등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고용기회를 창출하는 등의 시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넷째, 기 상조건의 변화에 따른 대응능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 투자계획에 반영되어 야 한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력 취약성은 농촌지역의 식량안보 와 특히 계절적으로 발생하는 기아 현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식량안보와 관련해서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은 식량안보는 반드 시 식량의 자급자족능력의 강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역자유 화 시대에 있어서 비교우위가 있는 특정 작목(원료작물, 가공용 작물, 식용 또는 비식용작물)을 특화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교역을 통해서 해당 국가 의 식량안보에 보다 큰 기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도국 농업 개발사업은 국제 비교우위가 있는 농업생산에 특화하여 효율화하는 개발 전략의 선택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통하여 현지 주민의 소득 향상 등 식 량으로의 접근성 강화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개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