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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의 녹색성장과 소프트파워

I. 대전환기의 세계와 동아시아

Ⅳ. 한-미 양국의 녹색성장과 소프트파워

20세기적 패권의 각축장에 뛰어든 국가에게는 현대사회의 불확실 성은 커다란 시련의 예고편이 될 것이지만 지식정보사회에 대한 통 찰력과 소프트파워 전략을 갖춘 국가에게 21세기적 신문명질서는 새로운 도전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제 전통적 군사력이 나 경제력을 앞세웠던 강대국의 시대는 가고 있다. 대신 지식, 정보, 문화의 힘과 품격을 두루 갖춘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소프트파워 개념의 창시자인 하버드대의 조지프 나이(Joseph Nye)교수는 「버락 오바마와 소프트파워」라는 제목의 신문칼럼을 게 재한 바 있다. 이 칼럼에서 그는 소프트파워를 당근과 채찍의 방법 이 아닌 매력을 통하여 원하는 것을 얻는 힘이라고 정의한 다음 오 바마는 개인적 소프트파워인 감성지수(emotional intelligence), 비전, 의 사소통능력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가 연설에서 보여준 대중을 매료시키는 언어의 힘과 그의 당선 자체가 미국이라 는 사회가 지니고 있는 소프트파워를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가적 소프트파워인 문화, (진실 된)가치관, (사회통합 적이며 정통 성을 갖춘 )정 책의 측면에서 미국의 힘은 지난 8년 동안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다 고 지적하였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에서 일종의 골목대장 역할을 자 처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그 골목대장 역할이 상당수의 다른 나라에 는 강압적으로 비춰졌다. 오바마 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북한 등과 연관된 문제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이 문제들은 대체로 하드파워와 관련된

영역에 속해 있다. 나이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강압 적이기보다는 희망을 주는 대외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 방주의 외교의 수정,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 삭제, 기후변화에 관한 새로운 정책을 형성하기 위한 초당파적 그룹 창설, 아시아 국 가들의 목소리 경청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소프트파워가 단순히 하드파워를 대체하는 것이라면 소프트파워 가 갖는 시대적 의미는 반감된다. 소프트파워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국가전략의 내용이다. 그러한 면에서 소프트파워는 다른 나라가 자 국의 의도에 따라오도록 만드는 유인적 요소라는 의미를 훨씬 넘어 서서 선진국이라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필수요건이다. 소프트파워 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소프트파워의 첫 번째 요소는 지식력이다. 지식정보사회의 총체 적 기반이 되는 지식의 힘은 새로운 권력자원으로 부상했다. 세계 지식질서 위에서 국가의 위상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프트파워의 두 번째 요소는 문화콘텐츠 실력이다. 지식력은 로

고스(logos)적 기반 위에서 형성되며, 문화콘텐츠 실력은 파토스

(pathos)적 기반 위에서 형성된다. 문화,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과 더불어 감동적인 역사 소재 등이 국민적 감각과 상상력을 풍부하 게 한다. 또한 한 나라 국민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세계적인 가치 와 생활방식으로 보편화하는 힘을 갖는다.

소프트파워의 세 번째 요소는 창조, 개방, 수요 중심의 기술력이 다. 이는 높은 지식력의 하이로직(High Logic), 높은 감성과 상상력의 하이터치가 현실로 구체화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이 하이테크

(High-tech)는 혁신주도형 선순환 경제를 만드는 주요한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오바마는 선거공약의 하나로 대폭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신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였다. 이명박 정부도 2008 년 8월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요 정책으로 발표하면서 양국이 기후 변화 대처라는 정책에서 접점을 찾았다. 녹색성장은 관련 기술을 발 전시킨다는 측면에서 하드파워이지만 이러한 성장모델을 전파한다 는 관점에서 보면 소프트파워이다.

소프트파워는 국가이미지로 연결되며, 이미지는 곧 국가의 브랜드 파워를 형성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정치적, 경제적 힘을 갖는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강조하는 신뢰라든가, 위생적 청결, 개방적인 국민의 태도, 유연한 사회적 담론 구조 등이 한 사회의 이미지를 담 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세계로부터 지속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국가브 랜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지구적 문제에 공동대처하는 자세를 견 지해야 한다. 현재 당면한 지구문제의 핵심은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 경・합리적 에너지전략의 실천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 및 에너지자원의 개발에 대한 공동협력 차원 에서는 특히 친환경 대체에너지 기술 및 에너지 고효율 기술개발 협 력체 구성이 중요하다. 당면한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적 압박으 로 인하여 친환경 대체에너지 및 에너지 고효율 기술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국가 간 컨소시엄의 구성과 기술표준을 공유하는 공동시장의 형성과 확 대 및 대체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기술의 표준을 지원하는 국가정책 을 동아시아 국가와 협력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고, 가장 외환보유고가 많으며 동시에 가장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높은 동아

시아 국가들이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하여 공동협의하면서 범지구 적인 협의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그린에너지를 확산하고 저탄소 경제를 구축하는 세계적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다. 이 지구적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다른 나라와의 공동협력에 소 극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나선다면 군사력,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

(hard power)의 여부와 상관없이 결코 좋은 국가브랜드를 구축할 수

없다. 한-미 양국이 기후변화에 공동대처하면서 협력을 강화하면 양 국의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고 소프트파워에서의 협력도 가능하다.

지난 9월 미국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뉴욕타임스 국제문제 칼럼니 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뜨겁고 평평하고 그리 고 붐비는(Hot, Flat, and Crowded)󰡕이라는 책에서 미국이 녹색성장의 선도국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코드레 드(code red)’가 된 미국 사회를 ‘코드그린(code green)’으로 바꿔 잃어 버린 패권을 재확립해야 한다는 논조를 폈다. 미국이 녹색성장이라 는 거대한 흐름을 수용하고 시스템을 변환하는 데는 각국과의 협조 가 필수적이다. 2012년 만기가 되는 교토의정서 후속 협약을 제정하 고 이를 비준해야 한다. 또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신흥 경 제대국 인도 등을 기후변화 협약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의 조약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데는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거버넌스 확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녹색성장 이라는 정책을 알리고, 이를 국가브랜드로 연결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