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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에서 실리로, 힘에서 외교로

I. 대전환기의 세계와 동아시아

Ⅱ. 이념에서 실리로, 힘에서 외교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공식 홈페이지(www.change.gov)에 2008년 11월 수록한 ‘오바마-바이든 플랜’은 대외정책에 관하여 이라 크 전쟁을 책임 있게 종식시키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와 탈 레반에 대한 전투를 완수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또한 핵무기와 핵 물질을 테러리스트들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도록 확보하는 한편 강 력한 동맹을 지지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있어 항구적인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미국의 외교를 새롭게 할 것을 공약하였다.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증파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그렇게 하도록 할 것이라고 하고, 핵물질이 테러리스트들의 수중에 들어가 지 않도록 세계의 모든 관리되지 않고 있는 핵물질을 4년 내에 확보 할 것임을 다짐하였다. 북한, 이란과 같은 나라가 NPT 규정을 위반 하면 자동적으로 강력한 국제적 제재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도 하였 다. 이란이 핵무기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인하고 직접적인

(tough and direct)’ 외교를 전개할 것이라고 명시하는 동시에 이러한

외교에 있어서 미국은 동맹국들과 긴밀히 조정하고 신중히 준비하 여 추진할 것이라고 하였다.

‘오바마-바이든 플랜’은 또한 21세기 공동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동맹을 재건하겠다고 하였다. 미국은 굳건한 파트너들과 함께 할 때 강력하였음을 상기하면서 지금은 테러리즘과 핵무기, 기후변화와 빈 곤, 대량학살과 질병이라는 21세기 도전들에 맞서기 위해 기존 파트 너십을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여 국제협력의 새로운 시대

를 열 시기라고도 하였다. ‘오바마-바이든 플랜’은 또한 우방이든 적 성국이든 모든 국가와 조건 없이 ‘강인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하고, 주의 깊게 필요한 대비를 하겠지만, 미국이 대화 에 임하여 선도해 나갈 의지가 있음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파트너십으로서 양자협정이나 그때마다의 정상회담, 그리고 북한에 관한 6자회담과 같은 특별 기제를 뛰어넘 는 더욱 더 효과적인 체제의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하였다. 일본 과 한국, 그리고 호주와의 공고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동아시아 국 가들과 안정과 번영을 촉진하는체제 자체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일 할 것이며, 중국이 국제적 규범에 입각하여 행동하도록 확보해 나갈 것을 분명히 하였다.

‘오바마-바이든 플랜’은 또한 경제 항목에서 공정무역을 위한 투쟁 을 다짐하였는데, 미국의 좋은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외국시장 을 개방하기 위한 무역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에 양호한 노동 및 환경기준을 전파하기 위해 무역협정을 활용할 것이 며, 이러한 중요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중-미 자유무역협정 과 같은 조약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자유무역

협정(NAFTA)과 그 잠재적 효과가 미국민에게 과도하게 선전되었다

고 보며, 따라서 캐나다와 멕시코 지도자들과 NAFTA가 미국의 근로 자들을 위해 작동하도록 조정하는 문제를 상의해 나가겠다고 약속 하였다. 아직 비준되지 않은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 등 3국과의 FTA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환경・노동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의지를 시사하였다.

‘오바마-바이든 플랜’의 이상과 같은 대외정책 방향은 2007년 78 월

Foreign Affairs

에 「미국의 리더십 재건을 위하여(Renewing American

Leadership)」라는 제하의 오바마 후보의 기고에서도 상세하게 제시되 었다. 이 기고문은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라는 비전통적 공격을, 군사적 해결로 다룰 수 있는 국가에 근거를 둔 문제라는 전통적 사 고로 대응하였으며, 이는 비극적으로 오도된 견해라고 규정하고, 이 라크 전은 승인되어서는 안 될 전쟁이었다고 선언하였다. 오바마 후 보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내전에 대해서 미국이 군사적 해결을 강 요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유세과정에서 시한을 16개월 이내 로 변경하였지만 2008년 3월 31일까지 모든 전투 병력을 철수하는 것을 목표로 철군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라크 전에서 수천 명의 인 명을 잃고, 엄청난 전비를 소진한 다음 미국인들은 안으로 움츠러들 어 세계에서의 리더십을 포기하려는 유혹을 느끼고 있다고 하고, 미 국이 금세기의 위협을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없지만 세계도 미국이 없이는 그러한 위협에 대응할 수 없음을 강조하였다. 그는 또한 미 국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인 힘에 기초한 ‘강인한 자세

(tough-minded)’의 외교로써 이란이나 시리아와 같은 오랜 숙적들을

다루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군사력의 증대와 군의 현명한 사용을 내세우면서 미국민과 미국의 결정적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서 필요시에는 일방적으로라도 무력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자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 무력을 사용할 때는 다른 나라들의 지지와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것도 다짐하였다.

글로벌 차원의 지속적인 대테러전을 전개하고, 특히 아프가니스탄 과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를 패퇴시키기 위하여, 냉전을 승리로 이끈 반공동맹과 같이 튼튼한 21세기 군대와 21세기 동맹을 세워나갈 것 을 공약하였다.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하여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고 공통의 안보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동맹과 파트너십, 그리고 기구들을 재구축할 것이며, 이들을 개혁하는 데 있어 다른 나 라의 정부와 국민들도 확신을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하였다. 미 국은 예컨대 한국의 대북관계 개선 노력을 경시하여 왔으나 한국을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건할 것도 다짐하였 다. 중국이 부상하고 한국과 일본의 주장이 강해지면서 양자조약이 나 각각의 정상회담, 그리고 북핵에 관한 6자회담과 같은 특별기제를 뛰어넘는 보다 효과적인 체제의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하였다.

오바마 후보의 이러한 대외정책 방향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 으로서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현저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하겠다. 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힘의 행사에 나서기보다 평화와 안 전을 확보하기 위한 실리적 외교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지만 이념적 대립을 조장하면서까 지 이를 다른 나라에 전파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력의 행 사에 있어 신중을 기하겠지만 이를 행사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에서 도 우방국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그들의 지지와 참여하에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미국 내 각종 정책연구기관의 대외정 책 제안활동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정책제안으로서 2008년 11월 20일 발표된 브루킹스연구소에 의한 「세계안보 불안관리(Managing Global

Insecurity: MDI)」 프로젝트의 「변화된 세계에서의 국제협력의 새 시대

를 위한 행동계획(A Plan for Action: A New Era of International Cooperation for a Changed World: 2009, 2010, and Beyond)21)의 요지를 본다. 21세기

21) http://www.brookings.edu//media/Files/rc/reports/2008/11_action_plan_mgi/11_

action_plan_mgi.pdf

는 기후변화, 핵 확산, 테러리즘과 분쟁, 빈곤, 질병, 그리고 경제적 불안정에 걸쳐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는 안보위협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글로벌 리더십의 최대 시험은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파트너십과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를 위 한 책임은 어느 나라보다 전통적 강국들과 ‘부상하는 국가(emerging

powers)’에 있으며, 미국이 무엇보다 글로벌 시대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은 영향력이 강한 지금 파트너십의 원칙과 상호 의존의 인식에 기초한 21세기 리더십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행동해 야 한다. 오늘날 국제협력은 ‘책임 있는 주권의 원칙(The principle of responsible sovereignty)’, 즉 주권이 자국민에게 뿐만 아니고 다른 나라 에게도 책임과 의무를 진다는 원칙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리더들은 네 가지 트랙의 임무를 행동에 옮겨야 한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미국의 관

(engagement)가 긴요하다. 미국 이외에 어느 나라도 국제협력을 회

복하기 위해 필요한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능력이 없으나, 미국도 먼저 신의가 있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일방주의를 배격하고 군사력 이 아닌 방법으로 룰에 기초한 국제시스템을 지향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국제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통성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 다. 이를 위해 부상하는 나라들의 대표성을 격상시키고 21세기 도전 에 부응하도록 국제기구의 임무를 재조정해야 한다. 부상하는 나라 들이 협상의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으면 전통 강국만으로 경제적 안 정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지속 가능한 해결을 이룰 수 없다. G-8을 확대하여 G-16으로 개편하며 브라질,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이집트 또는 나이지리아를 이에 포함시킨

다. 2009년 이탈리아에서 개최할 예정인 G-8회의에서 G-16이 구성 되면 바람직할 것이다. 유엔총회의 개혁을 위한 신뢰 구축조치로서 유엔안보리의 거부권제도에 관한 자발적 개혁에 착수한다. IMF와 세계은행의 지도부 구성에 있어 미국과 유럽의 독점을 폐지하고, IMF가 환율정책을 감독하고 세계적 불균형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그 임무를 조정해야 한다. 아시아에 있어서의 광범위한 참여 전략의 일환으로 차기 대통령이 아세안과 아세안지역포럼(ARF), 그 리고 6자회담에 관심과 자원을 집중시켜 아시아 국가 간의 협력을 위한 기반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공통의 지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협력과 국제기구 가 활용되어야 한다. 지구적 과제로서 2009년 기후변화 유엔 기본협

(UNFCCC)회의와 2010년 핵 비확산 조약(NPT)검토회의에 적극 대

응하고, G-16의 사전협상으로 빈곤국들을 위한 개방과 참여의 무역

체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수립해야 한다.

넷째,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초국가적 위협의 진원지로서 이 스라엘-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에 걸친 광범위한 중 동지역에 집중하여 위기관리를 국제화한다. G-16이 지역 주요국과 함께 효과적인 국제적 지지를 도출하도록 협력한다.

‘행동계획’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리더십 회복과 책임 있는 주권의 원칙을 기치로 내걸면서 오늘날 지구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선진국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부상하는 국가들을 포함하는 국제협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체 제로서 G-16의 구성을 제의하고 있으며, 유엔안보리 개혁, IMF 개편 등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G-16에 한국을 제외하고 있는 점이나 동 아시아지역은 별도로 다루지 않고 중동지역 안보문제에 주력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