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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가치동맹’으로의 전환

I. 대전환기의 세계와 동아시아

Ⅱ. 이명박 정부와 ‘가치동맹’으로의 전환

전 세계의 점증하는 불확실성은 세계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 이 불가피함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와중에서 미국은 새로 운 세력의 교차점이 형성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 더욱 큰 관심을 기 울여야 한다. 한-미 동맹은 한국전쟁 이후 55년간 지속되어 왔으나 새로운 격변기에 부응하여 이제 그 성격과 기능이 크게 달라져야 한 다. 한-미 동맹은 냉전시대 중국-소련-북한이 한 패인 북방삼각동맹 과 대치하던 한국-미국-일본의 남방삼각동맹의 평면적 구도에서 인 식되는 한 글로벌변수와 동북아시아변수, 그리고 한반도변수를 동시 에 고려해야 하는 입체적 차원에서 파악될 수 없다. 한-미 동맹은 위험의 진원지 동아시아지역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필수요소 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구적 차원에서도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면서 평화와 번영을 구축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이 21세기 지구적 차원에서 유효하고도 강력한 힘을 갖 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한-미 동맹이 두 나라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공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국내 정치적 의견 불일치가 한-미 동맹 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북한변수가 한-미 동맹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두 여중생이 훈련 중이던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사건으로 인 하여 대대적인 촛불시위가 일어났으며, 그 결과 좌파성향의 노무현 후보가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념적으로 북한에 가까운

세력들은 전략적으로 반미운동을 주도하였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디지털방송(D-TV)표준을 놓고 정부에서 채택하고자 한 미국식 표준 을 반대함으로써 디지털방송의 상용화를 보류시켰는데, 이때 기술표 준에 대한 반대 논거는 충분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이었다. 언론노동조합이 주축이었던 반대측의 사실상의 이유는 표 준의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미국식’에 대한 거부였다. 노무현 대통 령 당선 후에는 국가보안법 폐기와 맥아더 장군 동상 끌어내리기 운 동을 주도하였는데, 이는 한국전쟁에서 우방으로 참전한 미국을 북 한이 주도하던 통일운동의 방해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보 안법을 폐기하고자 한 것은 그동안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를 시정하고자 한 순수한 동기도 있었겠지만 북한을 더 이상 주 적으로 볼 수 없도록 함으로써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사회운동을 전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Free Trade Agreement)에 대한 한국 내의 대규모 반대시위 역시 한국과 미국의 경제적 상호이익에 관련한 이의가 아니라 FTA의 상 대가 미국이라는 점이 반대운동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한-미 관계를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 후에도 한-미 양국 간의 쇠고 기 협상은 도심을 가득 메운 젊은 촛불시위대의 대규모 반정부시위 라는 거센 역풍을 맞았다. 이 촛불시위는 물론 한국의 주요 방송사 중 하나인 MBC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생위험에 대하여 지나 치게 자극적이고 공포감을 심어주는 방송물을 내보낸 것에 의해 촉 발된 면이 있다. 또한 전교조 교사들을 포함해서 학교 교육현장에서 조직적으로 학생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설파한 좌파세력 의 조직적 작용이 상당한 원인이 되었다. 이와 같이 한-미 동맹은 국내 정치와 국내 이념세력 간의 다툼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내 반미세력의 주축이 친북세력이므로 한-미 동맹에 대한 한 국 정부의 입장은 북한에 대한 태도와 반비례하게 되어 있다. 노무 현 대통령은 김대중 전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여 북한 김정 일 체제와 밀월관계를 형성하였지만, 한-미 동맹에는 상당한 냉각기 간이 조성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도 한-미 관계가 한국 내 복잡 한 이념세력의 갈등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한국의 좌파세력이 주도하던 반미시위가 그동안 한국 정치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잘 조직되고 교육된 집단의 동조로 대규모 시위 로 확장되었다고 해서, 그리고 또 촛불시위 등 반미운동으로 집권할 수 있었던 한국의 특정 정부가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워 한-미 관계 를 냉각시켰다고 해서 미국 또한 한-미 동맹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거 나 한국에 무관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향후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은 물론 글로벌 전략에 있어서 커다란 손실이 될 것이다.

현재는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나아가 더욱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 키고자 하는 세력이 한국 사회의 다수세력으로 재등장하였음을 미 국의 여론 주도층은 인지하여야 한다. 한-미 동맹의 복원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한-미 동맹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노무현 정부가 지나치게 이념에 사로잡혀 자주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손상된 양국관계를 새로운 차원에서 복원하고 격상시키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월과 8월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 다. 이 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은 주로 군사 분야에 한정되어 왔던 한-미 동맹을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으로 격상시키기 로 합의하였다. 이 가운데 특히 가치동맹(value alliance)은 21세기 한

-미 동맹의 새로운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 제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공동의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현재 미국이 세계 전략으로 안고 있는 과제와 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협력 상대를 만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은 기본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테러, 마약 등 국제사회가 당면한 공동문제에 대해 책임과 분담을 공유하 며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미 가치동맹은 정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미 관계에 지속성을 부여할 수 있고 소프트파워가 국력 의 중요요소가 되고 있는 21세기 큰 흐름에도 부합한 성격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