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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대전환기의 세계와 동아시아

Ⅲ. 한-미 동맹의 새로운 비전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펼쳐나갈 외교정책의 대강을 살 펴보았으나 한-미 동맹이 어떠한 위치를 점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전 개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한-미 동 맹은 미국의 세계적 위상의 가변성과 북한 정세의 불안한 유동성이 라는 사상 최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동맹이 한-미 양국의 평화와 안정, 특히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지역안보에 대한 기여를 목표로 선명한 비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추구함에 있어서 동 맹이 갖추어야 할 전략과 과업, 그리고 이를 추진해 나갈 제도적 장 치에 관해서도 심도 있게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 서 한국 내 여론이 얼마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추동력을 제공할 것인지, 한국경제는 북한경제의 개혁・개방을 위해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 문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한반도문제의 발생 배경이 되었던 국제적 환경을 상기하여 볼 때 이 문제의 해결에 있 어서도 대외적 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 듯 분명하다. 국제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중국’이 동북아지 역의 전략적 구도에 어떠한 셈법으로 임할 것인지, 그리고 한-미 동 맹이 그러한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룰 수 있 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리더십이 긴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 한-미 동맹이 한국의 성장을 넘어 남북 간의 잠정 평화체

제 또는 통일에 의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핵으로 하는 한반도 제2의 도약이라는 비전을 향하여 집중해야 할 당위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문제는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서 한-미 동맹이 정면으로 대응해야 할 역사적 과업이다. 북한 문제는 핵, 경제, 인권 등 어떠 한 형태로 나타나든 해결되지 않고 있는 냉전의 유일한 잔재로서 한 반도는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가장 중 요한 문제다. 한-미 동맹은 이미 지난 50년 이상 북한의 위협에 대 한 공고한 억지력을 제공하는 한편, 한국의 경이적인 국가건설과 경 제발전, 그리고 민주화에 혁혁한 기여를 하여 왔다. 베트남전과 이 라크전에 한국군 파병, 그리고 유엔평화유지군(PKO)으로서 한국군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서도 동맹의 공고성은 만족스러운 것으로 확 인되어 왔다. 북한의 한반도 공산화 야망에 대한 확고한 보루로 기 능하면서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한 버팀목으로써 이렇게 제1의 과업 을 그 유례가 없이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온 한-미 동맹은 이제 항구 적 평화체제의 구축이라는 한반도 제2의 역사적인 과업을 향하여 충실하게 내실을 다지면서 밀려오는 도전을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의 이와 같은 중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정전 이후 1954년에 발효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분단의 현실에서 한반도문 제의 종국적 해결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남북한 간의 평화관계 정착이나 통일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신중한 조명을 받지 못해 왔다. 이 조약은 물론 대한민국과 미합중 국 양 당사국의 ‘영토’에 대한 방위 목적의 조약으로서 양국 간의 방 위공약의 대상은 ‘태평양지역에서의 무력공격’에 대한 것이다. 따라 서 한반도문제의 종국적 해결로써 양국의 영토를 보전하고 태평양

지역에서 무력공격의 가능성을 현저히 감소시키기 위해 한반도 전 체의 평화와 안전을 동맹의 비전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이 지역에 특정의 동맹을 유 지하여 미국의 지역 내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추구한다면 후술하는 바와 같이 일본과의 동맹관계 강화에는 부담이 따를 것이고, 세력균 형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일-호주-인도와 연대한 대중 포위망의 구 축도 현실성이 없을 것이다. 결국 그러한 대상으로서 가능한 지역은 한반도와 같이 안보이해가 상대적으로 제한적(marginal)이고,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지역에서일 뿐일 것이다.

둘째, 북한문제의 점진적 해결을 위한 미-중 간 이해접근은 점차 강화될 것이며,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여건 조성 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오바마 행정부 는 중국과의 관계를 아시아정책의 핵심적 요소로 다룰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중국의 지역 내 리더십을 인정하고, 중국적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공산주의 정치체제에 대한 비판을 적절한 수 준으로 조정하면서 지역 안정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중시하게 될 것 이다. 대만문제나 중국의 군사력 증강문제에 대해서도 대화와 외교 를 우선시한다는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태세는 금 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추구해야 할 긴박 한 현실에서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전술한 커트 캠벨의 논문28)도 미국이 그간 중국에 대한 관여(engagement)와 위험분산(hedging)정책 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 잘 배합하지 못하였다고(not well integrated) 비판하고, 중국을 가장 적절하게 다룰 수 있는 대중정책의 필요를 28) Center for a N ew American Security, http://www.cnas.org/node/118

강조하고 있다. 이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으로서 중국의 아태 지역에서의 정치적, 문화적 우위를 실제의 현실(fact of life)로 인정하 고, 이러한 인정에 기초하여 전략의 역점을 군사적 충돌의 이미지보 다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부면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대중정책 전반을 재검토하여 인권, 군현대화, 에너지 경쟁, 환경 문제 등에 관 한 우선순위를 재정립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

미-중 간 이러한 전략적 이해 접근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의 협력 여건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또한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일본과의 세력경쟁을 의식하여 한반도에 미국의 관여가 계속되는 상황을 선호할 것이다. 이러한 과 정은 핵문제에 관한 미-중 간 협력에서 보는 것처럼 이미 시작되었 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의 입장을 신중히 고 려하면서 대처해 나갈 것이다. 특히 북한의 체제와 인권문제에 대한 선택적 관여와 비판에 머물면서 대화와 교섭에 의한 핵문제 관리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북한지역에 대한 전략적 이해를 배려하 여 북한이 중국식 체제로 개혁해 나갈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도 적 극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다. 북한체제의 붕괴라는 사태가 발생한다 하여도 냉전이 붕괴된 이후 동유럽식의 급진적 체제 개혁보다 중국 의 이해관계를 감안한 점진적 개혁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물론 북 한은 이러한 미국의 접근을 역으로 이용하여, 체제보전과 개혁지연 의 목적을 위해 최대한 줄다리기를 연출해 나갈 것이지만 북한체제 의 한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물론 미국은 중국과의 가치체계와 체제가 다른 상황을 의식하면 서 이러한 과정에서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아태지역 과 세계정책 전반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지에 관해서 심각

하게 고려하면서 중국의 과도한 한반도 개입을 제어해나가는 데 국 익을 확인할 것이다. 미-중 간 북한문제에 관한 이해의 접근을 적절 히 활용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서 한-미 동맹이 적극 가동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한-미 동맹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집중함으로써 그러한 평화 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나갈 경우, 아태지역에서 안정적인 안보 체제의 구축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 도의 평화체제 구축의 성공은 곧 한반도의 안정을 의미함은 물론 미 -중, 중-일, 미-러 간의 전략적 경쟁상황을 안정기로 인도할 것이다. 이에 따라 아태지역에서 다자안보체제의 구체화가 가속화되면서 동 아시아에서 이른바 ‘바퀴축과 살 체제(the hub-and-spokes system)’에 의 한 안보레짐에도 점차 조정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29) 특히 미-일 동 29) -일 동맹은 중국의 부상과 일본 위상의 상대적 저하, 그리고 미국의 경제침체 에 따라 이미 상당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일본의 논객 중에는 북핵문제에 관한 미국의 태도에 강한 배신감을 가지고 있음을 토로하는 가 하면, 미국측 인사들은 일본 정치권의 무기력증과 경제 악화에 따라 주일미군 의 재배치 계획에 대한 일본측 기여 약속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 하고 있음. 후술 5항 본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20081011일 북한 테러지 원국 지정 해제로 일본의 불만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됨.

Report by Brad Glosserman, Rapporteur at the Conference on Japan-U.S.

Security Relations: Alliance under Strain, Cosponsored by The Japan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The Consulate General of Japan in San Francisco and the Pacific Forum CSIS, Co-hosted by Yukio Satoh and Ralph A. Cossa, J.W. Marriot Hotel, San Francisco, USA, March 28-29, 2008. http://www.csis.org/media/c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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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회의에서 조지프 나이 교수는 미-중 관계의 접근에 대한 일본측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고 중국이 위협이 되 지 않도록 하는 데 대한 강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킴. 나이 교수는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앞서는 데 30년이 걸릴 것이나 1인당 소득은 그때에도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할 것이며, 4억 명이 빈곤을 면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다른 4억 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고 있고, 군사력도 현저히 뒤지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