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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적이고 복합적인 한-미 관계를 위하여

I. 대전환기의 세계와 동아시아

Ⅴ.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한-미 관계를 위하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고 복잡한 불확실성의 문제 들이 제기되고, 지식과 정보가 세계를 재편하고 있는 이때, 복합적 사고를 통해 균형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연하고 창조적인 한-미 관 계가 필요하다.

힘의 ‘균형을 잡는(balancing)’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한국은 중 요한 지정학적 지위를 갖고 있다. 미국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CCGA) 회장인 마셜 부톤은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동 아시아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이 이런 지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눈앞의 이해에 급급하기보다는 국제적 안목에서 동아시아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로버트 스칼라피노 UC버클리 명예교수가 한국을 ‘아시아의 지

렛대(fulcrum)’라고 표현했던 것을 인용하면서 한국이 중국, 일본 등

지역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으며, 한국이 중재자로서 지 렛대의 역할을 하며 소프트파워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 했다.4)

마셜 부톤의 전망대로 한국이 지정학적 지위를 활용하여 동아시 아 각국의 갈등을 중재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중심축이 되 기 위해서는 세계 변화의 흐름과 다양한 힘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 는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한-미 관계 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범세계 적 차원에서 인류 공존과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한-미 관계를 고려 해야 한다.

유기적이고 복합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한-미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컨퍼런스, EAI, 2008.

4) 󰡔중앙일보󰡕}20081212일자

첫째, 소프트파워를 함께 증진시키는 부드럽지만 강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학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호 간의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추구하고 분야별 소프트 파워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미국은 대학교육의 질이 우수하고, 과학기술 수준도 앞서 있는 소프트파워 강국이다.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로 세계 곳곳에서 반미감정이 생겨 나고 있는 가운데서도 영화, TV 프로그램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산업 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반미시위를 하면서 한 편으로는 ‘미드(미국드라마 )’에 열광하는 모순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과 마찬가지이다. 이는 정치적 힘과는 다른 문화와 소프트파워이다. 다른 국가와의 끊임없는 문화적 상호작용을 통해 소프트파워는 증진될 수 있으며 소프트파워 강국인 미국과의 교류는 우리에게 필 요하다. 또한 사실(fact)에 근거하지 않는 정보를 통해 형성된 미국에 대한 왜곡된 진실은 극단적인 반미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교류와 협력은 이러한 진실의 왜곡을 완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인류의 공존, 공생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등 지구환경의 문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선 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의 가파른 에너지 수요 증가 로 막대한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화석연료 이용 증 대는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키며 삶의 질, 식량생산, 경제성장, 금융자 산 등에 커다란 위협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미 5대 주요 생태계인 농업환경, 해안, 숲, 신선한 물, 초지 모두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환경과 에너지문제는 경제, 정치, 전략, 안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

으며 상호작용한다. 현대사회는 기후 변화로 대재앙이 발생하는 순 간 붕괴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과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협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탄소배출 완화 및 감소, 위험에 처한 삼림 보호, 지속가능한 삼림 개발 등 환경 분야에 관한 실천방 안을 모든 국가가 함께 실천하자는 세계 협력체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가 외교의 범주를 지식과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 다.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새로운 지식 네트워크의 등장은 외교의 목 표와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21세기 들어 정보화시대에 걸 맞는 지식공공외교5)를 상정하고 있다. 외교에서 지식영역을 다룸으 로써 상대국의 여론, 인식과 태도, 가치관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하 는 것이다. 이는 외교를 통하여 소프트파워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마음과 인식의 공간에 외교가 침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6)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지식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지식, 문화 외교 를 추구하여 국가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때, 이러한 세계적 변화에 역행한 채 반미시위와 같은 특정 국가에 대한 반감의 표출은 유기적인 관계 형성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한국의 국가적 영향력과 매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넷째, 한-미 간 신뢰가 더욱 더 돈독해져야 한다. 평화 프로세스의

5) 공공외교는 한 국가가 정보, 문화, 교육 프로그램에 관하여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여 목표국의 여론 환경에 영향을 미쳐 정치 지도자가 자국의 외교정책 목 적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국의 공공외교 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 공공외교의 기획과 실행의 의사소통 피라미드를 상정하고, 지식단계를 축으로 상대국의 정책과 여론에 영향을 미치도록 여러 채널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McClellanm, 2004; 전재성, 2006).

6) 전재성, 21세기 미국의 변환외교」, 󰡔네트워크 지식국가󰡕, 을유문화사, 2006.

핵심요소는 상호신뢰이다.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상호불신 이 없어져야 한다.7) 남-북 간, 한-미 간 신뢰구축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책조정과 추 진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국제관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 한 상호신뢰는 문서나 조약을 통해서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인적・물적 교류가 활성화될 때 구축될 수 있 다.8) 한-미 간 신뢰는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고 축적해 나갈 때 구축될 것이며, 한-미 FTA가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신뢰를 한 단계 더 축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섯째, 미래 첨단범죄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에 동참해야 한다. 무역, 금융, 통신, 식량 공급, 교통 수송, 에너지, 건강 등 세계 모든 주요 분야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사이버테러 공격에 더 욱 취약해지는 상황이다. 테러의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바이오 테러의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한국 역시 이러한 테러위협에 서 예외가 아니며, 테러와 첨단범죄 방지를 위해 한-미 국가 간 공조 가 시급한 때이다.

냉전시대 이념, 안보의 가치를 바탕으로 미국의 주니어 파트너였 던 한국은 경제, 인권, 환경과 같은 다양한 영역까지 협력을 확대하 는 동반자적 파트너로 격상하였다. 이제 한국은 한반도를 벗어나 동 아시아와 세계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제 관계의 범주를 확장하 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 한-미 관계에 있어서도 양국 공동의 이익과 지구촌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경제,

7) 리처드 부시, 「한-미 관계의 신뢰회복과 역동성」, 2차 서울-워싱턴 포럼, 2007.

8) 이상만, 「한-미 관계의 신뢰회복과 역동성」, 2차 서울-워싱턴 포럼, 2007.

문화, 환경, 에너지 등의 국제적 현안까지 포괄하는 상호호혜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또한 주변국 사이에서 다양한 힘의 요소를 고 려하여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동맹관계 를 구축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최근의 도전은 특정한 선진사회 에만 정착된 가치와 제도를 문제점 보완을 통해 범지구적 보편적 가 치와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이자 세계화의 새로운 전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관계의 변화와 도전은 미래지향적인 한-미 관계 구축 을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미래지향적 한-미 관계의 핵심 은 지구의 미래 문제에 공동대처하여 인류의 번영을 추구하고자 함 이다. 국가 간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을 함께 해결하여 미래 세대가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현재 세계가 당면한 금융 위기와 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조속히 해결하여 다음 세대에게 건전하고 풍요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한-미 관계 구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와 호감을 근간으로 한 동맹 강화이다. 특히 양국 미래세대의 참여가 중요하다. 양국 간 신뢰를 통해 구축한 미래지향적 한-미 관 계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세계의 미래비전을 함께 구상하 며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Upgrading the Korea-U.S. Alliance in a World in Transition

LEE Ka rk-Bum (Pres ident, K orea n- America n Rela tion Vision 21 F orum /Pres ident, Future T HI NK NET)

The World is going through a great transition. Various signs hint the major transition ahea d:

The nature of ca pitalism is changing, or at least being reviewed, as t he US -originated fina ncial and ec onom ic crisis has worldwide c onsequences.

In East Asia, China is rising dramatically as Japan remains relatively stagnant.

The possibility of the shift from the uni-polar system led by the United States to a multi-polar one may c ause a sudden stir in the current constellation of powers .

The not ion of “risk society” is becoming ever m ore real. Control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is weakening, and the prevention and elimination of terrorism and pirac y are far f rom complete.

Environmental issues including global warming and depletion of tra ditional energy sources present problems that the solution of whic h demands changes in t he c urrent way of living.

The extent of globalization is felt not only by the growth in international trade and investment: problems within a nation often travel across borders and bec ome global is sues .

In this age of uncertainty, Korea and the United States should work together towards a change that would enha nce the welfare a nd promote peace for the huma n kind. The es tablishment of global governance should ta ke plac e.

In East Asia, preventing a new hegemony struggle and bringing a concerted effort to es tablish peace and order is crucia l. North K orea s hould be denuclearized. East Asia should regain the priority of the U nited States foreign policy in order to promote the coopera tion between K orea, the United States, and Ja pa n unt il North Korea democra tizes, reform s, a nd opens t he door.

As Korea and the United States have agreed upon after the inauguration of President Lee Myung-bak, the alliance between the two countries should be enhanc ed by “Value Alliance,” “Relia nce Allia nce,” and “Peace Alliance.” Such alliance would s erve as a s olid foundation f or the two count ries to jointly ta ckle globa l iss ues s uc h as environmenta l iss ues and t errorism .

There are indications that show that the United States President-elect Obama will depart from the unilateralism exercised by the previous administration and have more em phas is in interna tionalism in solving globa l iss ues.

At this junct ure, the role of the United Sta tes is cruc ial in reducing and controlling growing risk world wide. In East Asia, for the peace and order in the region, a strengthened and deepened allia nc e between Korea and the United S tat es is ca lled for.

For a more organic, sophisticated, and future-oriented Korea-US relations, the following s teps are required:

We should build a strong and flexible network tha t enhances soft power;

We must work together t owards coexis tence of people a nd nat ure.

The excha nge and development of knowledge, culture, and common value should be a t the heart of the K orea-U .S . Rela tions;

The reliance between Korea and the US should be strengthened. The key to a peac e proc es s is reliance.

We must participate in establis hing count erm easures to high-technology crim es in the fu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