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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대전환기의 세계와 동아시아

2. 동맹의 미래 군사과제

한-미 관계를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선언 이상의 협 상과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동맹을 선언하는 것만으로 현재 한-미 간 여러 현안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기대치가 다르고, 국익도 서로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사 적 측면의 과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포함한다.

첫째, 동맹 현안과 관련해 조만간 추진될 구체적인 조치 가운데는 가장 중요한 것이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문제이 다. 전작권 전환은 곧 한미연합사 해체로 직결되고, 새로운 지휘체 계 건설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 칠 사안이다. 전작권 전환은 이미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결정 자체를 무효화하거나 재협상할 가능성은 적 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전작권 이양 시기를 늦추자는 이명 박 정부측 요청이 있더라도 이를 재협상하는 것은 정치적 사안이며 군사적인 관점에선 온당치 않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19)

하지만 최근 미국측에서도 전작권 전환문제에 관한 한 한반도 안 보상황과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들 이 나오는 추세이다. 예를 들면 보수성향인 헤리티지재단의 한 연구

(2004. 10), 공대지(空對地) 사격장 관리(2005. 8), 신속 지뢰설치(2005. 8), 대화 력전 수행본부 지휘 및 통제(2005. 10), 주보급로 통제(2005. 10), 해상 대특수작 전부대 작전(2006. 1), 근접항공지원 통제(2006. 8), 기상예보(2006. 12), 주야간 탐색구조(2008. 9) 등이다. 괄호 안은 전환시점

19) 벨 사령관은 128(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 간담회에서 작권 이양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이양을 늦출 군사적인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앙일보󰡕}2008130일자

는 부시 행정부가 한국 군사력의 적절한 증강과 북한 위협의 감소에 맞춰 전작권 전환 시기를 유동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20) 향후 한국 입장에서 관철해야 할 핵심 고려사항은 전작권 전환 시기 를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연동시켜 유연하게 고려한다는 원칙을 이 끌어내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상황에는 북핵문제 해결 진전 여부, 한국의 대북 군사억지력 확보, 동북아 안보상황 안정 등 여러 가지 가 포함된다.

전작권 전환문제는 한-미 양측이 최근 동맹군사협조본부(AMCC) 창설을 백지화하기로 했다는 점과 관련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AMCC를 창설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상호작전 때 이견을 총괄조정・

협조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 고 있다.21) 실제로 이미 2007년 말에 나온 미국측 구상에서는 우리 합참의 구상과 달리 AMCC의 존재감이 없다. 단지 USKORCOM이 UNC와 더불어 한국 합참사령부를 지원하는 형태다.22) 이러한 사실 은 한국측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측은 군사협조본부에 별로 큰 의미 를 부여하지 않거나 공식기구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곧 한국 합참이 전작권 전환 합의 이후 국내 비판여론을 의식 해 AMCC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과장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

다. 만일 AMCC 창설을 하지 않는 것이 한-미 양측의 합의라면 전작

권 전환 후 군사협조 방안에 대한 더욱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20) Bruce Klingner, “Conservative Landslide Marks New Era in South Korea,” Web Memo, No.1758, Heritage Foundation, December 20, 2007(http://www.heritage.

org/Research/AsiaandthePacific/wm1758.cfm).

21) 󰡔연합뉴스󰡕}20071226

22) B. B. Bell and Sonya L. Finley, “South Korea Leads the Warfight,” Joint Force Quarterly Issue 47, 4th quarter 2007, p.84의 한-미 지휘관계 변화 도표 참조

둘째, 전작권 전환과 밀접히 연관된 사안으로서 주한미군의 전략 적 유연성 운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23) 그간 제기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논쟁들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하나는 주한미군의 외부로의 유출(Flow-out)과 연관 된 문제제기이고, 다른 하나는 주한미군의 유입(Flow-in)에 관련된 문 제제기이다. 주한미군의 유출과 관련된 핵심 쟁점은 한-미 동맹의 지역동맹화에 대한 우려이다. 즉, 미국의 군사변환과 해외주둔기지 재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이 개편되면, 주한미군은 일차적으 로는 대북방위와 억제를 지원하는 일을 맡겠지만 동시에 더 광범위 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유출이 자 유로워지면 평상시 대북 임무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 차원에서 유 사시를 대비한 감시 및 정찰활동을 벌이거나 해상수송로 안전 확보 를 위한 군사활동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여지가 커진다. 또 한 최근 관심이 커진 테러 근절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를 위한 대비태세와 초국가적 위협(transnational threats)이라고 불리는 마 약, 조직범죄, 무기밀매, 해적, 재해재난, 환경오염 등에 대한 대응활 동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 범위와 활동반 경 증대가 일정수준을 넘어서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주한미군과 주 일미군과의 지휘체계나 전력운용에 통합 움직임이 생겨날 수도 있 다. 그래서 동북아 내지 아・태지역 전체의 한-미-일 통합사령부체제 가 출현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고, 한국군과 주한미군 간에 일종 의 분업체계가 성립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국은 동북아 주변국 의 우려, 즉 한국이 미국과 함께 동북아 공세작전에 투입된다는 의

23)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김영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운용 조건󰡕과 이 상현, 󰡔-미 동맹 로드맵: 비전・쟁점・전략󰡕, 세종연구소, 2008. 참조

혹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증대되 면 한국은 결국 군사적으로 미국의 세계전략 추진의 전진기지 내지 중간기지로 활용될 것이라는 말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에 가장 우려되는 것이 소위 역내 갈등에 연루(entrapment)될 수 있는 위험성이다.24)

주한미군의 유입과 관련해서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염려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에 대 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전략은 방어적인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소위 ‘외과수술적 공습(surgical air-strike)’의 가 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정권붕괴나 대량 탈북사태로 인한 북한 급변 시 대응방안 모색 때문이다. 이런 상황 외에도 역내 안정을 목적으 로 한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보수집을 위 한 감시정찰뿐만 아니라 실제 투입을 위한 지상군 병력의 증파까지 도 가능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는 긍정적 측 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로 인해 최악의 경우 우리에게 위험이 따를 가능성도 있다. 현재 거론되는 가장 큰 우려는 중국과 대만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투 입되고, 한국 내 미군 기지가 이들의 발진기지가 됨으로써 한국이 실질적으로 양안분쟁에 개입되는 경우이다.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 는 주장이지만 이러한 우려는 상당부분 과장된 것이다. 우선 중국과 24) 동맹관계에 존재하는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에 관해서는 Glenn H. Snyder, Alliance Politics, New York: Cornell University, 1997, pp.180-199James D.

Morrow, “The US and ROK Alliance: An Asymmetric Alliance over Time,”

Korean Journal of Security Affairs Vol.11, No.1, 2006. 6, pp.103-122 등 참조

대만 간에 무력분쟁이 발생하여 주한미군이 동원된다는 시나리오는 현재의 미-중 관계를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한 최 악의 경우 중국-대만 간 무력분쟁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주한 미군이 대만 분쟁에 동원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무엇보다도 주한미군은 지상군 중심으로 편제되어 작전반경에 제약이 있는 반 면 주일미군은 이미 공군과 해병 위주로 편제되어 있어 기동군적 성 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위험 때문에 동맹관계를 해치면서까지 전략적 유연성을 반대할 이유는 크지 않다. 한국 입장에서 한-미 동맹을 유지함으로써 발생하는 연 루의 위험은 동맹관계의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동맹 의 이익이 있으면 대가도 따르는 법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동맹

완화, 즉 방기(abandonment)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을 인

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주 한미군 감축계획 중단이 사실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의 전주곡 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미국 정부의 입장은 한국이 적어도 주한 미군 방위비의 절반을 부담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 이 주한미군 방위비의 절반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 요하다. 하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략동맹의 불가피한 비용으로 기 꺼이 부담할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 동맹 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가 하는 점이 다. 불필요한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 금 증액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 경제력이 미국 요구를 수용하기에 충분하며, 더욱 더 공정한 한-미 관계 유지를 위 해서는 한국이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다.

넷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미사일방어(MD)참여 여 부이다. 두 번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배려하 여 PSI 참여 등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의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무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가치, 신뢰, 평화구축을 전략동맹의 비전으로 내세우는 한 PSI 참여나 MD 참여를 거부할 명 분이 약하다. PSI는 미국 주도로 출범했지만 2008년 5월 현재 91개 국이 가입한 국제적 레짐(regime)으로 발전했다.25) 현재 한국은 미국 이 요청한 PSI 관련 8개 분야 참여 중 5개 분야에만 참여하고 있지 만 미국은 안보리 결의 1695 채택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의 가입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하고 평화구축을 동맹 의 비전으로 내세우는 한 PSI를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 또한 한국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차원에서 조건부 참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남북관계를 고려해 역내 차단훈련 이나 물적 지원의 경우 북한과의 직접 대면이 없도록 융통성 있게 참여의 수준을 조절할 필요는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한-미 동맹의 전략화 차원에서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책임과 의 무를 다한다는 주장에도 부합되는 일이다.26) 한국이 비확산문제에 미온적으로 임할 경우 비확산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주게 되고, 결과적으로 향후 한국의 농축이나 재처리 등 소위 민감 한 기술 획득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MD의 경우는 한국의 객관적 여건이 매우 불리하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 때문에 MD의 효용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

25) 미 국무부,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2008. 5. 22.

26) 최강, 「한-미 동맹 현황과 발전을 위한 과제: 3차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중심 으로」, 󰡔주요 국제문제 분석󰡕, 외교안보연구원, 2008. 8. 11, pp.8-9.

에 없다. 서울이 비무장지대로부터 4050㎞에 위치하고 있고, 남북 약 380, 동서 약 260㎞로 매우 짧아서 비행하는 미사일에 대하여 반응할 수 있는 여지가 무척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의 핵심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간경로

방어(mid-course defense)를 적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동북아 다른

국가들은 한국에 비해 월등한 미사일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이 이들을 상대로 ‘방어적 충분성’ 확보에도 미흡한 것이 현 실정이다. 중국은 1985년에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탄 개발을 완료

(DF, 東風), 잠수함발사용으로 개량(JL, 巨浪)했고, 러시아는 토플

(Topol)-M 개량형과 RS-24의 지상발사 대륙간탄도탄, 그리고 시네바

(Sineva)와 불라바(Bulava)라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미

국의 MD에 대항하고 있다.27)

하지만 한국은 미사일 기술 수출통제체제(MTCR)와 한-미 미사일협 정의 이중적 제약에 묶여 독자적인 탄도미사일 역량 개발에 많은 제 약을 받고 있다. MTCR은 사거리 300, 유효하중 500kg 이하의 탄 도미사일 개발만 허용하고 있어 북한이나 중국보다 불리한 여건이 고, 한-미 미사일협정에 따라 한국은 총 출력 100만 파운드 범위 안 에서만 미사일 개발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MD에 관한 한국의 정책방향은 일정 수준의 ‘전 략적 모호성(NCND)’을 유지하면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에 필요한 무기 체계와 기술을 지속적으로 획득하고, 한국이 추진하는 것은 미국 MD의 일부가 아니라 한국형 미사일방어(KMD)라는 점을 강조할 필 요가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수세적인 MD에만 치중

27) 박휘락, 「한국의 미사일방어 추진방향」, 󰡔정책현안연구과제󰡕, 국방대학교 안보문 제연구소, 2008.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