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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촌관광의 패러다임 전환 방향

이제까지 농촌관광은 정부의 지원을 통해 운영하는 농촌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농촌관광을 특정 산업에서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로 인식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정부의 지원이 새로운 씨앗을 심고 발아시키는 기능을 넘어, 죽어가는 농촌관광 공급·운영 주체까지 이따금씩 수혈 을 통해 죽지도 못하게 하니, 죽지도 못하겠고 살지도 못하겠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이러한 진퇴양난을 극명하게 드러나게 하면서, 우리 농촌 관광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 역시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때에는 해당 상품을 소비할 소비자 및 시장을 명확히 설 정한다. 상품의 기획 단계부터 이미 최종 소비단계까지 모두 상정해야 하는 것이 현대 경영의 기본이다.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혁신을 끊임없이 창출 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은 개인의 발전에서부터 기업의 발전, 지역의 발전, 국가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도 모든 현대 경 영의 기본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농촌관광이 살기 위해 반드시 혁신이 필요 함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소비자와 시장 관점에서 농촌관광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농촌관광의 경쟁 력 관점에서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농촌관광의 위기 극복과 활성화 및 성장 역 시 여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농 촌관광이 마주하고 있고 대응해야 할 변화는 이미 거대한 파고처럼 우리 농촌에 몰려오고 있었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 파고가 더 빠르고 더 높게 몰려오 게 되었다. 따라서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촌관 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변화의 파고가 무 엇인지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변화 의 파고를 농촌관광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규정하고 변화의 주요 내용을 제시한다.

1.1. 환경적, 문화적, 공동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농촌관광으로의 전환

농촌관광의 패러다임 변화의 첫 파고는 지속 가능한 농촌관광으로의 전환이다.

서구 선진국들의 논의에서 살펴볼 수 있었듯이 관광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오늘날 과 같은 개발 행위로서의 관광개발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적으로 지 속 가능한, 그리고 공동체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관광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관광의 중요성은 우리 농촌관광의 패러다임 전환에도 분명한 시사 점을 주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농촌관광은 농업 활동에 부수적으로 추가되 면서 농외소득을 올리는 활동으로 인식되었다. 농촌관광은 지역개발사업 추진과 정에서 추진할 수 있는 개별 소득사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방문객 수와 매 출액 규모가 농촌관광의 성공 여부 기준이 되어 왔다. 물론 금전적 성과가 농촌관 광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네덜란드 북 프리지아 숲 협회의 사례와 같이 농촌이 지니는 가치(농업환경 및 경관)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활동 자 체가 농촌관광의 목적이자 성과가 되고 있다는 점은 농촌관광이 경제적 성과 외에

도 무엇을 보다 중시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농촌관광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요소의 하나는 문화적 지 속 가능성이다. 관광은 특정 지역의 공간이 갖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관광 상품으 로 공급하고 이를 소비자들이 해당 지역을 방문하여 소비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농촌관광의 경우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듯 어느 한 곳에서 잘 되는 관광 콘텐츠라면 어느새 전국 농촌에서 다 하고 있게 된다. 딸기가 사과로 바뀌거 나 고구마가 감자로 바뀐 정도에 불과한 복제(cloning)의 문제가 늘 제기되어 왔 다. 이는 농촌관광이 개별 지역들의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상품화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 히려 반대로 희석시키는 역기능을 한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관광 소비자들의 관광 목적이 다양해지고,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고 있으며, 지향하는 가치가 다 양해지면서 농촌관광에 대한 수요도 관광 소비자마다 파편화되고 차별화되고 있 다. 결국 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농촌관광이 관광을 제공하는 지역마다 문 화적 진정성을 가장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시대가 되고 있다.

공동체성 역시 농촌관광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농촌관 광은 일반적인 관광과 같이 관광객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 스로만 인식될 수 없다. 농촌관광은 농촌주민들이 관객을 맞이하는 배우가 아니 라 주민들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발전하며, 주민들이 먼저 행복해져야 하는 과정 이다.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잘 대응하고 있는 국내의 지역 사례에서 볼 수 있었듯이 주민들이 공동의 정체성을 지니고 자발적 참여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때에만 위기 속에서도 농촌관광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에는 농촌 지역사회의 공동체성 확립과 확대가 도농 교류와 농촌관광 활성화에 중 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1.2. 대중관광에서 마이크로 투어리즘으로의 전환

이제까지 단체 방문객이 농촌관광의 주요 고객이었다면 향후에는 가족 단위와 소규모 개인 단위의 농촌관광, 그리고 나 홀로 농촌관광이 농촌관광의 주류로 확 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관광 분야 전반에서는 낮은 객단가를 기반으로 다수 의 단체가 공동으로 관광 활동을 하는 대중관광에서, 비교적 고비용을 지불하더 라도 내가 원하는 것만 선택하여 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고, 그러 면서도 편리한 맞춤형 개별 여행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기존의 단체관광뿐만 아니라 완전 자유로운, 그렇지만 여행 중 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스스로 대처해야 하는 FIT(개별자유여행)와도 다르다. 마이크로 투어리즘이라고 해서 오로지 관광 동반자 규모가 축소되는 것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행복한 여행 나눔의 ‘나뿐 여행’(오직 나 하나뿐인 여 행)과 같이 FIT이면서도 여행자 보험 가입, 안전한 여행, 맘에 드는 숙소, 내가 하 고 싶은 체험 등 나를 위한 맞춤형 관광 활동을 즐기면서도 단체관광이 제공해 왔 던 (내가 일일이 신경 안 써도 되는) 편리함이 함께 충족되는 마이크로 투어리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1.3. 농촌관광 전문인력, 중간지원조직의 역할 강화로의 전환

그간 우리나라의 농촌관광 활성화 정책은 주로 농촌개발의 일환으로 추진되었 기에 농촌관광 공급·운영 주체가 관광 경영에 필요한 시설의 구축이나 정비에 집 중되어 왔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지역주민들이 함께 기획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동체 사업을 지향해 왔지만, 실제 대부분의 농촌관광은 정부 지원 등에 의해 구 축된 물리적 기반을 바탕으로 사무장 1인이 관광 콘텐츠 기획, 관광 상품 개발, 모 객 등 거의 모든 경영을 도맡아 하는 운영구조를 보여왔다.

이러한 농촌관광 운영구조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사회·경제적인 외부 충격 이나 변화에 우리 농촌관광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

나 현실의 이면을 보다 깊이 보면 우리 농촌관광 경쟁력은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상실되고 있었다. 관광 소비자들의 관광 수요 변화, 시장 환경의 변화 등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차별적인 관광 콘텐츠의 기획과 개발에 있어서도 역량 이 부족하였으며, 농촌관광을 운영하는 인력이나 조직 역시 전문화되지 못한 한 계가 있었다.

이제 정부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으로 확보된 고객(학생 등의 단체)만 을 대상으로 개별 농촌관광 공급·운영 주체가 독자적으로 농촌관광을 운영하는 것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 투어리즘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는 기존 의 농촌관광 공급·운영 주체의 관광 콘텐츠, 프로그램, 운영 인력과 조직, 홍보·마 케팅, 수익구조 등에 새로운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다양하게 이 루어질 수 있겠지만 본 연구에서 검토한 내용을 근거로 대안을 제시하자면, (사)양 평농촌나드리와 같은 농촌관광 중간지원조직이나 ㈜행복한 여행 나눔과 같은 지 역 기반의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농촌관광을 기획하는 농촌관광 전문 여행사 를 육성하고 이들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이러한 농촌 관광 중간지원조직과 전문조직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화탑마을 의 경우와 같이 여전히 마을 단위로도 경쟁력 있는 농촌관광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농촌관광 공급·운영조직은 12~15명의 인력으로 조직화 되어 있으며, 기획, 홍보·마케팅, 관광프로그램 등에 매우 특화된 전문 인력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농촌관광도 하드 파워 (hard power) 중심의 경영에서, 소프트 파워(soft power), 그리고 스마트 파워 (smart power)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되고 있다.

1.4. 비대면 기술과 네트워크 효과 활용으로의 전환

관광 소비자들의 수요 다변화, 마이크로 투어리즘으로의 전환 등이 점점 더 확 대되면서 농촌관광 공급·운영 주체들이나 소비자들 모두의 입장에서는 ICT 기술

의 활용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농촌 각 지역에 대한 정보 구득이나 교통 정보 구득, 관광 자원과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구득, 홍보·마케팅은 물론 예약과 지불, 구매, 사후 관리, 고객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ICT로 대표되는 비대면(언택 트, 온택트) 기술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새로운 기술의 활용을 통한 가상관광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상 관광이라는 것이 장소(place)를 소비하는 활 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비대면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지역 현장을 방문하 고 장소를 소비하는 현실관광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관광의 공급과 소비 과정에서 비대면 기술의 활용이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농촌관광 운영의 다양한 측면에서 관련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보 급·확산하는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비대면 기술의 활용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SNS, 유튜브, 브이로그 등 다양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활용이 농촌관광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해 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농촌관광 공급·운영 주체와 농촌관광 수요자 간의 커뮤 니케이션뿐만 아니라, 농촌관광 수요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비대면 기술 플랫폼은 막강한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 유로 본 연구에서 조사한 (사)양평농촌나드리나 ㈜행복한 여행 나눔의 경우 홍보·

마케팅과 관광상품 기획·개발·판매를 위해 다양한 비대면 기술 플랫폼을 활용하 고 있다. 소비자가 공급자에게 원하는 상품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여 혁신을 유도 하는 상호작용적 학습, 소비자 또는 수요자 간 농촌관광 경험을 공유하는 네트워 크 마케팅 등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게 된 비대면 기술 플랫폼 들이 네트워크 경제를 기반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