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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해외 사례의 시사점

4.1. 국내 지역 사례의 시사점

국내 지역 사례 조사에서는 우리 농촌관광의 현실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하기 위 해 마을 단위의 농촌관광 공급·운영 주체의 사례, 지자체 단위의 농촌관광 중간지 원조직 운영 사례, 농촌관광 콘텐츠를 기획·개발·판매하는 전문적인 지역여행(기 획)사 사례 등 다양한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비교적 잘 대응 하고 있는 사례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절하다고 판단 되는, 언택트 관광을 지향하는 소규모 농촌관광 프로그램의 운영 시도에 대해서 도 검토하였다. 반면 기존의 전형적인 농촌관광 공급·운영 형태를 고집하면서 코 로나 팬데믹 위기 대처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의 사례도 조사 하였다. 이들 국내 지역 사례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농촌관광의 진정한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라 소비자의 관광 수요 를 충족하지 못하는 농촌관광 공급·운영 주체의 역량 부족에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관광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끊임없이, 그리고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농촌관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약 30년 전 서구 선진국들에서부터 기존 관광에 대한 대안관광의 주요 형태로 농촌관광이 주목받기 시작한 상황은 관 광 소비자들의 가치 변화, 욕구 변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가족관계 및 사회관 계의 변화, 소비 패턴의 변화 등 관광 소비자들의 다차원적 수요 변화에 기인한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역시 관광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변하고 있다. 지금의 농

촌관광은 기존 관광의 대안관광 형태이기보다는, 이제 농촌관광이 기존의 농촌관 광이 되었으며 또다시 새로운 대안적 농촌관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 에 대응하지 못했기에 우리 농촌관광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러한 위기를 예상보다 빨리 당면하게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다.

둘째, 농촌관광의 지속 가능한 성장 또는 발전을 이루려면 농촌 지역개발사업 과 맞물려 추구되던 과거 시설 중심의 농촌관광 지원에서, 이제는 각 농촌관광 공 급·운영 주체가 기획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에 대한 지원 및 투자가 활성 화되어야 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기획력은 문화 기획력, 콘텐츠 기획력, 홍보·마케 팅 기획력, 고객 관리 역량, 지역의 협력 기반 구축 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역량 을 의미한다.

셋째, 급격한 사회적 변화나 경제적 충격으로 인한 농촌관광의 위기에 대해서 는 지금과 같은 농촌체험·휴양마을의 사무장 1인 운영체계로는 대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운영체계는 표준화된 관광 콘텐츠의 대량 생산과 단체 관광 객에 의한 대량 소비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상황에서만 농촌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뿐이다. 기존 농촌관광 공급·운영 주체들의 개별 역량이 아니라 이 들의 파편화된 작은 역량이라도 지역의 집합적 역량이 되도록 제대로 잘 연결하여 야만 큰 변화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넷째, 농촌관광도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기술혁신, 공정혁신, 사회혁신만이 혁신이 아니다. 농촌관광 분야에서는 콘텐츠 혁신도 매우 중요하 며, 기획력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혁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농촌관광의 혁신 필요성은 농촌관광 역시 정부의 지원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시장 을, 그리고 관광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성장할 수 있는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4.2. 해외 사례의 시사점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농촌관광의 차이는 첫째, 농촌 고유의 먹거리 활용 관광 대 농촌 지역 경관 활용 관광이라는 관광 자원의 차이, 둘째, 외국인 관광객 대 내

국인 관광객이라는 주요 관광 수요층의 차이, 셋째, 관광에 전문화된 농가 육성과 관광 중심의 농가소득 증대 대 다양한 농외소득 활동(다기능 농업) 중 하나로서의 관광이라는 관광의 비중 차이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차이는 국가별로 상이한 농촌관광의 발전 경로에서 비롯된 것이나, 국가적 맥락을 초월하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상대적인 유·불리함이 있음 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사례는 코로나19라는 전 세계 가 공유하는 단일 경험이 향후 농촌관광 발전을 일정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힘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농촌관광 복구 및 발전 노력이 더 극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코로나 피해가 컸던 이탈리아의 농촌관광 복구 및 발전의 노력은 코로나 이전 의 농촌관광 체제를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한 교훈과 경험을 제시해 준다. 이러한 전환은 소규모 고객, 근거리 이동, 농촌관광 경험의 질 추구라는 관 광 수요 변화에 부응하는 것과 관련된다.

‘분산된 호텔(scattered hotels)’로 번역되는 이탈리아 고유의 농촌관광 모델인 알베르고 디퓨소는 코로나 이후 주목을 받으며 감염병 위기에 최적화된 숙박업 유 형으로 평가된다. 소수의 관광객이 농촌주민들의 생활 공간에 머물면서 농촌 경 험을 하는 지속 가능한 투어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농촌관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식 관광의 대표적 상품인 지역 먹거리 루트는 코로나 이후 주요 관광 수요층을 내국인과 인근 지역주민으로 전환 하고, 미식 관광 등 관광 체험 중심에서 농산물 판매 중심으로 초점을 이동시키고 있다. 이탈리아의 지리적 표시 농식품 활용 농촌관광은 원래부터 농산물 판매 수 단이자 관광 소득원이라는 이중적 농가소득 자원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농산물 판매 수단으로서의 활용도가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이후에 농촌관광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관광부문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농산물 판매 경로를 다각화하여 농산물 판매량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연관하여 이탈리아 사례의 또 다른 교훈은 농촌관광과 농업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의 중요성이다. 전염병의 영향으로 농촌관광이 침체되는 상황에선 관광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농업 활동을 통해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관광에 전문화된 농가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촌 관광의 저변을 확대하려면 결국 농업 활동을 주로 하면서 부수적인 활동으로 관광 사업을 운영하는 농가들이 많아야 한다.

네덜란드의 ‘농장에서 캠핑하기’ 사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 수요 변화 에 부응하는 관광상품 개발과 관련한 교훈을 준다. 농촌 지역에서 캠핑을 주제로 관광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들고 운영 비효율화에 따른 농 가의 경영 리스크가 낮다. 이런 이유로 네덜란드에선 많은 농장이 소규모로 캠핑 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관광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캠핑이 코로나19와 같은 전 염병에 대응하기에 유리한 숙박시설 유형이고 전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관광 모델이라는 것이 네덜란드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다.

코로나 이후 한국에서도 ‘촌캉스’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농촌 지역에서 캠핑을 즐기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으나, 대부분 국립공원이나 해수욕장 같은 자연지역 에 집중되어 농가 및 농업과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 마을 정주 체계 내 농가들이 집 합적으로 위치하고, 캠핑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계농지를 보유하지 못한 한국 에서 농업과 연계된 캠핑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법으로 농촌 마을 단위로 캠 핑장을 운영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마을의 먹거리, 경관, 농업활동 관련 프로그램을 지역주민들이 기획하여 캠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새로운 유형의 농촌관광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 사례의 두 번째 교훈은 농촌관광의 목적을 경제적 이익에만 국한하지 않고 농업·농촌의 가치 확산 등 사회·문화적 이익으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된다. 네 덜란드의 대표적 농촌관광 부문인 경관 관광의 경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무 리한 관광 사업 운영보다 대부분 관광 중단을 선택하였는데, 이는 관광을 통한 수 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보존된 농업 및 농촌경관의 홍보 수단으로 관광을 위치 지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관 보전 활동에 더 주력하고 이를 홍보하는 온라인 수단을 개발하는 것에 주력하였다. 네덜란드의 경우 다기능 농업과 관련한 제도

와 민간 실천이 발전하여 다양한 농외소득 활동이 활발하며, 이런 활동들을 관광 사업과 연계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관광을 여러 농외소득 활동의 하나로 운영 하는 네덜란드 농가에게 코로나로 인한 운영 중단이나 감소는 큰 문제가 되지 않 으며, 관광부문에서 감소한 매출은 농업 활동이나 다른 농외소득 활동을 통해 만 회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에서도 다기능 농업 실천이 확산되고는 있으나 이를 도시민에게 알리는 수단이 제한적이다. 기존 농촌관광 사업들은 대규모 관광객 유치에 효과적인 레저 활동, 지역축제, 지역 먹거리 홍보에 초점이 있는데, 농촌관 광이 농업·농촌 가치 확산의 통로 역할을 하는 농외소득 활동과 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공동의 노력과 협업을 위한 민간 컨소시엄, DMO조직 등 의 구심점 기구의 필요성과 역할도 중요 시사점이다. 이탈리아의 먹거리 관광 루 트는 생산자조직이 중심이 되어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의 집합적 활동을 조직화하 며, 알베르고 디퓨소는 운영 사업자가 지역사회 및 주민들의 협업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네덜란드의 농업환경 및 경관관리 공동사업체는 지역 농업인 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조직이다.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별 경영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의 노력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구심점 기구를 조직하고 정부는 이 기구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네덜란드 모두 농촌관광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앙정부보다 더 크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농촌관광이 지역 특성에 민감한 분야인 만큼 지역 상황을 우선하여 정책과 실천이 조직화되는 정책환경 조 성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네덜란드에서 농장 캠핑장의 허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소 관이며, 캠핑장 규모와 운영 기준 등을 규정한 캠핑법이 제정되었다가 지자체의 책임과 권한 강화를 위해 폐지된 바 있다. 이탈리아의 먹거리 관광 루트를 기획·운 영하는 민간 컨소시엄에 지자체가 결합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