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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유제도의 현실: 공유제도의 문제점

문서에서 토지는 공유되어야 하는가? (페이지 125-143)

1. 정의의 문제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정의의 문제는 토지공유제도로 이행 해 가는 과정에서의 정의의 문제이다. 이것은 물론 앞에서 논의했던 사유제도의 부정의성 여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유제도 가 정의롭지 못한 제도이고 공유제도가 정의로운 제도라면 정의롭 지 못한 제도에서 정의로운 제도로 이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정의의

증진과 이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의의 가능성들이 함께 고 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앞의 제3장에서 헨리 조지의 토지 사유제도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 는 여러 가지 논리적 근거들을 분명히 제시하였다.

제3장에서 공유제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헨리 조지가 주장하고 있는 무상몰수도 정의롭지 못한 것임을 이미 언급했지만 이 절에서 는 이 문제를 좀 더 부연하고 나아가서 공유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논의하기로 한다.

무상으로 토지를 몰수하는 효과가 있는 토지보유세의 인상, 즉 토 지보유세의 인상에 의한 임대수입의 전액 흡수는 매우 정의롭지 못 한 방법이다. 헨리 조지가 주장하는 대로 토지의 사유권이 원초적으 로 인정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혁명에 의해서 새롭게 정권을 탈취한 정부가 아니라면 과거에 토지의 사유권을 법적으로 인정하 여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했던 기간 동안 이루어진 토지의 거래를 인정할 책임을 정부가 지지 않을 수 없다. 토지사유제도하에 서 자신의 저축을 토지라는 자산으로 운영하던 사람들의 손실에 대 해서 그 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고 정의롭다는 것이 다. 헨리 조지가 주장하는 것처럼 Common Law의 논리를 가지고 토지 소유자에 대한 보상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 적인 허점이 있다. 하자가 있는 소유권을 알지 못하고 매입한 경우 그 결과에 대해서 잘못 매입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한 소유권의 하자는 사회 전체적으로 인정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지사유제도하에서는 토지의 사유권이 원천적으 로 하자가 있는 권리라고 해도 법률, 즉 모든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규칙으로 그러한 사유권이 인정되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거래가 이 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뒤에 그것이 하자가 있는 권리라는 것을 사회

가 함께 인정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정당하다. 다시 말해서 공유화를 하는 과정 에서 토지 소유자에 대한 사회의 보상이 필요하고 정당하다는 것이 다.

토지의 무상몰수에 의한 공유화가 정당하다는 헨리 조지의 주장 이 무리가 있다는 점은 적지 않은 조지스트 학자들이 인정하고 있 다. 예를 들면 이재율(2001)은 토지가 자유재일 때에는 사유화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지만 토지가 희소해지기 시작하여 지대 와 지가가 양의 값을 갖기 시작하면 토지의 사유가 금지되어야 하 며, 토지의 가치가 양의 값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에 모든 사유토지 를 무상으로 공유화하여야 하나 지금까지 토지가 사유재산으로 남 아 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사회의 책임이 매우 크기 때문에 무상몰 수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의 견해는 토지의 공유화가 정당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유제도를 인정해 온 사회의 책임을 토지 소유자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토지가 자유재이던 상황에서는 토지의 사유가 아무런 문제 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는 사유화가 아 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유제도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62) 헨리 조지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대 경제학자 Marshall의 논박은 이 문제의 또 다른 측면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득한 옛날에 저질러진 불의를, 벌을 받아야 할 자에게 벌이 돌

62) 토지사유제도가 허용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Locke는 이러한 견해를 나타내었 다(Two Treaties of Government,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70). 그는 어떤 토지의 사유화가 다른 사람들의 토지이용에 아무런 제한을 주지 않을 때 사유 제도가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은 에덴동산에서처럼 토지의 공급은 넉 넉한데 그 땅을 차지할 사람은 많지 않아서 토지가 자유재인 상황을 의미한다.

아가도록 되돌릴 수 있는가? 원래의 지주가 그들의 소유권에 정당 한 권리가 없었다고 해도, 수많은 현 지주는 자기 이마의 땀으로 토 지소유권을 구입한 노동자이거나 그런 사람의 후손이 아닌가? 원래 의 악행자를 찾을 수 있는가? 찾을 수 없다면, 원래의 악행에 참여 하지 않은 불운한 토지 매입자는 비통하게 고통을 당해야 하는데도, 원래의 악행자가 토지를 판 대금으로 구입한 다른 재산의 소유권은 그대로 두는 것이 정당한가?” [Stigler(1969), p.201, 이재율 (2001)에서 재인용]

사유토지의 무상몰수에 의한 공유화는 토지의 사유화를 주도한 원래의 ‘악행자’들이나 그들의 후손을 공정하게 벌하지 못하고 단순 히 토지의 공유화 추진시점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모든 짐을 지운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공유화 추진 이전에 토지를 매도한 사람과 토지를 매입한 사람간에 매우 불공평한 처우를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오랜 토지사유제의 역사 를 통해 자신이나 자신의 조상 중에서 전혀 토지를 소유했던 경험이 없는, 다시 말해서 토지사유의 ‘범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처벌을 최종적인 소유자 에게만 돌린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좀 더 실질적인 정의의 문제 혹은 공평분배의 문제를 생각해 보 자. 만일 토지의 공유화가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여 경제성장 률을 떨어뜨리고 그로 말미암아 실업이 늘고 빈곤계층이 확대된다 면 이것은 분배정의가 추구하는 목표와는 거리가 먼 결과임이 분명 하다.63) 또한 토지사유제도하에서의 소득분배가 토지자원의 배분

63) 조지스트들은 토지의 공유화가 토지이용의 효율성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 한 주장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다음 절에서 논증한다.

을 시장에 맡긴 결과로 나타난 것이고 그것이 불만족스러워서 토지 공유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토지공유제도하에서는 시장 경쟁이 아니라 공권력에 의한 토지자원의 ‘공평한’ 배분이 이루어지 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다. 그러한 사회의 대표적인 모형이 사회주의 국가들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실제로 그들이 주장하는 공 평분배가 이루어졌는가? 사회주의체제에서 권력을 잡은 자들이 도 덕적으로 선하고 정의롭다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자 의에 의한 분배가 공평하고 정의로울 수 없다. 혹시 처음에는 순수 한 이상을 가지고 정의로운 분배를 하려고 노력할지 모르지만 그러 한 체제는 조만간 타락하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경험해 왔다.

토지단일세를 통해서 토지 임대수익을 공유화하는 것은 그 제도 의 도입 당시에 토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토지가치에 해당 하는 세금을 일회적으로 부과하여 그것을 가지고 영원히 다른 납세 의무를 면제해 주는 일회적인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갖는다는 점을 정 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책 도입시점의 토지 소유자들은 미래 세부담 증가의 현재가치만큼 순재산이 줄어드는 것이고 다른 세금 을 부담하던 사람들은 줄어드는 미래 세부담의 현재가치만큼 순재 산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재분배가 정의로운 것인가의 문제 는 이미 앞에서 충분히 논의하였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이러한 재분배가 분배격차를 줄일 것인가의 질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 이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 재분배는 소득이나 부의 수준과 상관없이 특정시점에서의 자산보유 형태에 따라 차별적인 재분배를 한 것인 데 최고위 소득자들의 소득구성에서 자본소득과 인적소득의 비중이 토지소득의 비중보다 훨씬 더 높아진 현대 경제에서 이와 같은 재분 배가 이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64)

64) 토지단일세의 재분배 효과에 대해서는 다음 제7장에서 좀 더 논의한다.

2. 효율의 문제

(1) 입찰에 의한 토지 임대

토지공유제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중 요한 문제의 하나는 바로 공유제도하에서도 토지자원의 효율적 배 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헨리 조지를 비롯하여 그의 후계자들은 대부분 공유제도하에서도 토지자원의 배 분은 시장원리에 따르게 하려는 구상을 제시한다. 그러한 구상 중 하나가 토지 사용권의 공개경쟁입찰제도이다. 그러나 헨리 조지 자 신도 이러한 제도가 정부조직의 비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 지하고 있었다.

경매는 이론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자원배분의 기본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전 국토의 주인이 되어서 매 필지마다 경매방식에 의해서 사용자를 결정하고 임대기간중에는 정 부가 관리의 업무를 수행하며 임대료를 챙기고 임대기간이 끝나면 다 시 입찰에 의해 새로운 임차자를 구하는 일을 과연 효율적으로 그리 고 공평하게 나아가서 시장원리에 부합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엄청난 행정 및 관리 비용이 들어간다는 문제가 제기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조직의 비대화와 공무원 수의 증원이 필요 할 것이고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는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토지의 임대는 어떤 상품을 경매로 파는 것과 매우 다르다. 우선 용도가 무엇인가에 따라 최적 임대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도 시지역의 대지의 경우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매우 긴 기 간의 사용권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의 임 대기간 보장이 필요할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기간 동안 임대료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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