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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코로나19 이후 사회보장정책 방향성과 과제

1. 사회보장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1990년대 후반 이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급속하게 발전한 한국의 복지국가는 유럽의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지만 아직도 사 회보장 지출 수준은 매우 낮고 사회보장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 한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회보호 체계에서 배제되어 빈곤과 박탈 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삶의 질과 행복 수준은 매우 낮다. 이런 점에 서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질병, 실업, 노령 등 전통적인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한편, 고령화, 근로빈곤, 일과 가정의 균형 등 새로운 사회적 위 험(new social risk)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하여 미국, 유럽의 중 요 국가들은 봉쇄정책을 선택하기도 하였으며, 그 결과 노동자, 영세업자 등은 물론 기업들도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코로나19 위기의 확산 으로 세계경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3.1%의 역성장을 기록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World Bank, 2020). 국제노동기구(ILO)에 따 르면, 코로나19 위기로 2020년 2분기 전 세계 노동시간은 10.5% 감소가 예상된다. 이전 추정치인 1억 9500만 명(6.7%)에서 크게 증가한 3억 5천 만 개의 전일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과 동일한 규모다(ILO, 2020b).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부문은 숙박 및 식품 서비스, 제조, 도매 및 소매 무 역, 부동산 및 비즈니스 활동으로 전 세계 고용주의 약 54 %인 약 4,700만 명의 고용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부문인 제조, 숙박 및 식품 서비스, 도매 및 소매 무역, 부동산 및 비즈니스 활동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3억 8,900만 명의 근로자가 이 4개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ILO, 2020b).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감소하기 위해 단기적 재정 및 금 융정책을 확대 시행함으로써 자국민은 물론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김태완, 2020).

첫째, 재정 확대 정책에서는 생계와 고용 지원 등에 중점을 두고 있으 며, 재정 지출 규모도 2019년 국내총생산 대비 미국은 10.4%, 싱가포르 는 7.9%, 일본은 7.1% 등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강구상, 최원식, 김종혁, 오태현, 이현진, 김승현, 박나연, 2020).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기업에 대한 유동성 자금 지원, 회사채 매입 등을 통한 기업의 단기 유동성 위기 지원, 국민의 모기 지 등 가계부채로 인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둘째, 긴급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복지정책의 실행이 강조되었다.

기존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유럽 복지국가들의 경우 기존의 상병 급여, 실업 급여, 사회부조 급여,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 사회 안전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기존 제도의 자격 조건, 수급 기간, 수급 액 수 등 혜택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여유진·김성아, 2020). 복지제도의 발전수준이 낮은 미국의 경우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을 강화했다. 기존 사회안전망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미국과 한국은 일시적·예외적 재난지원금 형태의 소득 지원이 추진되고 있다(여유진·김성아, 2020).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는 단순한 긴급 지원 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구조와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2020년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세계 주요 국가와 비슷 하게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지원과 복지정책의 확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사회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과 복지제도와 예산의 전면적 확대 없

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복지국가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재정전략과 조세정의에 입각한 조 세개혁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소득 불평등뿐만 아니라 자산 불평등이 매 우 심각하기 때문에 누진적 소득세 제도의 개혁뿐 아니라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한 부동산 보유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한 임 대소득세와 상속세 조정도 중요하다. 이렇게 부유층과 불로소득층에 대 한 조세 정의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복지국가의 재정 확대를 위한 보편 증 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사회 안전망의 강화를 위해서 많은 재원 이 필요하기에 조세정책의 개혁은 매우 시급하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한국 사회는 복지 사각지대가 광범하게 존재하며, 복지 소외 계층의 삶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사실을 분 명하게 보여주었다. 긴급재난지원금 논쟁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제한 적 사회보장제도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소극적인 잔여적 복지제 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자산조사를 통해 빈 곤층만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제도에 대한 중산층의 광범한 불만이 표출 되었다. 이처럼 현재의 제한적 사회보장제도와 불확실하고 한시적인 재 난지원금은 모든 국민을 코로나19 위기뿐 아니라 점점 불안해지는 사회 적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보호 체제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사회보장제도가 질병, 실업, 은퇴, 산재 등 전통적 사회적 위 험에 대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정치 공동체의 소속감과 민 주주의에 대한 신뢰는 근본적인 회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발생한 생계 악화와 소비위 축으로 인해 급격한 타격을 받은 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일시적 현금 지원 정책이다. 재난기본소득과 관련된 기본소득, 기본주택 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복지 개혁의 핵심 과제는 보편적 사회보장 패러다임의 강화이다. 특히 비정규직, 종속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가 사회보장 제도 에서 배제되거나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경제적 지구화와 기술 진보에 따른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에 대응하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없이는 사 회적 연대와 사회통합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보편적 사회보장 패러다임 의 전환을 위해 다음과 같은 7가지 핵심 과제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