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이고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 으로 여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Camus, 2015, p.51). 2020년 전 세 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사회도 이전에 상상할 수 없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첫 번째 영향은 사회적 교류가 제한되고 문 화 공연, 교회 예배, 다양한 사적 모임까지 취소되면서 물리적 거리두기 가 강요된다는 점이다. 직장의 재택근무와 화상회의와 함께 학교의 온라 인 교육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초연결사회 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더욱 고립되고 사 회적 유대감이 약화되고 있다.
두 번째 영향은 코로나19 위기가 항공, 여행, 식당 등 광범한 산업 분 야에서 타격을 주고, 특히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활이 심각한 위 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빈곤층의 삶의 기반이 위협을 받으 며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회 전 분야의 위기를 야기한 코 로나19 위기는 정부의 가장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현재의 코로나19 위기는 두 가지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코로 나19의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함께, ‘코로나19 위기는 누구에게 가장 심각한 영향을 주는가?’라는 문제이다. 먼저, 코로나19의 위기의 원인은 설명하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자 연재해와 같은 재난으로 인식하는 관점이다. 2020년 정부는 ‘재난지원
금’을 지급하면서 코로나19 위기를 일종의 홍수, 장마, 태풍,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와 동일하게 분류하고 있다. 이 관점은 백신이 개발되거나 경제가 회복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측한다.
둘째, 코로나19 위기를 사회적으로 제조된 위험으로 보는 관점이다.
코로나19 위기는 바이러스의 확산뿐 아니라 생태계의 파괴와 지나친 성 장주의 패러다임의 폐해와 부작용이 만든 사회적 결과이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 위기는 자연의 우연적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회적 위험 (social risk)이다. 많은 학자들이 코로나19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기후 위기와 환경 훼손으로 지적하고 있다(안희경, 2020). 코로나19 위기가 일회성의 사건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기후 위기의 결과이자, 또 다른 바 이러스의 등장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상존하는 새로운 위험의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대는 재난지원금과 백신 개발이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장기적으로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과거의 경제성장 위주 패러다임과 생 태계 파괴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사회적 차원에서 심각한 불평등을 유발하고 있다. 바 이러스는 모든 사람이 감염될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평등한 것처럼 보이 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미친 영향은 개인과 집단에 따라 매우 다르다. 코 로나19 위기로 발생한 경제적 충격은 서서히 약화되고 일정 시점 이후 경 기가 회복될 수 있지만, 산업별, 직업별, 계층별 인구 집단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매우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소득층의 실업과 소득 감소로 인한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러한 ‘재난 불평 등’또는 ‘위험 불평등’은 사회의 빈곤층을 확대하고 불평등을 심화시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클 것이다. 리처드 윌킨슨이 주장 한대로 사회의 불평등이 증가할수록 건강 악화, 우울증, 자살률, 살인율,
합계 출산율, 미혼율, 이혼율, 사회적 신뢰, 기대수명, 비만, 학업 성취도 등 사회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Wilkinson and Pickett, 2009). 불평등 은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의 건강, 자존감,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자원, 인 간으로서의 역량을 손상시킨다(Therborn, 2014).
앞으로 다가올 경제적 구조변동, 기후위기, 사회적 불평등 등 사회적 위험의 전면화에 대비하는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 최근 정부는 여전히 국내총생산(GDP)과 성장률에 집착하며 경제 활동에만 관 심을 갖는 반면, 학교의 수업 결손과 사회적 교류의 중단에 대해 큰 관심 을 가지지 않고 있다. 이제 과거의 경제성장 위주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삶의 질, 사회적 가치, 사회적 평등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를 강조하는 ‘디지털 뉴딜’, 환경을 강조하는 ‘그린 뉴딜’ 이외 에 보편적 사회보장, 사회적 가치, 삶의 질을 강조하는 ‘사회 뉴딜’ (Social New Deal)을 추진하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사회보험의 보 편적 적용과 함께, 교육, 노동, 고용, 훈련, 보건, 요양, 노후 연금, 주거, 공공부조 등 사회정책 패러다임의 전면적 개혁이 시급하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잘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수 있지만, 세계 1위의 자살률, 저출산, 노인 빈곤율, 남녀 임금격차, 최고 수준의 소득과 자산 불평등, 산업재해 사망률은 부끄러운 통계이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협력하여 적극적이고, 예방적이며, 미래 지향적 인 사회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