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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그린리모델링 활성화 제약요인

1) 환경 외부효과에 의한 시장실패

그린리모델링은 시장의 가격기제(price mechanism)만으로는 자발적으로 활성화되지 않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보여준다. 시장실패는 가격기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시장을 통해 사회의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고, 시장실 패의 주요 원인으로는 공공재, 외부효과, 독과점 등을 뽑을 수 있다. 에너지효율 개선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의 경제적 편익을 넘어 사회의 간접적 편익까지 합치면 에너지효율 개선의 전체 편익은 투자비용의 4배를 초과한다(IEA, 2016: 30-33). 하지만 실제 현 실에서는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가 사회적 측면에서 적정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에너지 효율 간극(energy efficiency gap)이 나타난다(Jaffe & Stavins, 1994: 804).

이처럼 에너지효율 개선과 관련하여 사회의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상 황은 환경 외부효과(environmental externalities)를 반영하지 못하는 에너지 시장가격 에 의해 초래된다. 화석연료를 활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미세 먼지 등 환경에 해로운 물질들이 만들어지지만, 현재 에너지 시장가격에는 이와 같은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에너지 시장가격에 환경오염 비 용이 외부화되어있다는 것은 곧 에너지 시장가격이 사회의 적정수준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저렴한 시장가격은 사람들이 에너지를 사회의 적정수준 이상으로 과소 비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에너지 시장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에너지 과소비를 유 발하는 상황에서는 그린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의 효율을 개선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 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적 노력이 적정수준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시장가격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시장에 서 개인적 투자로서 그린리모델링의 활성화가 어려울 수 있다. 한국의 전력가격 수준 은 OECD 주요국들에 비교해 낮을 뿐만 아니라, 석유·가스 대비 전력의 상대가격도 OECD 국가들에 비교해 낮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력가격에는 다양한 요인들

이 작용했는데, 물가안정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 억제, 환경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에 너지세제 등을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김태헌, 2016: 78).

구체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시장가격은 그린리모델링의 경제적 타당성을 악화시킨 다. 에너지 시장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 그린리모델링으로 에너지효율을 개선하 더라도 그 결과인 에너지 절감액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일례로 미국의 내후화보조사업의 경우 주택 단위당 평균적으로 4,695달러를 투자해서 연간 에너지 비용으로 283달러를 절약하므로 초기 투자비용의 회수기간을 단순 계산하면 16년이 넘는다(<그림 2-4> 참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의 입장에서 그린리모델링은 초기 비용을 지불하여 주택의 에너지효율을 개선한 다. 그리고 높아진 에너지효율만큼 기존보다 에너지를 덜 쓰고, 매년 발생하는 이 에너 지 절감액으로 초기 비용을 분할하여 회수하는 경제적 투자이다. 그런데 에너지 시장 가격이 저렴하면 그린리모델링의 에너지 절감량이 일정한 수준 이상이더라도, 이 에너 지 절감량을 돈으로 환산한 에너지 절감액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있다. 반대로 에너 지 절감량이 동일하더라도 에너지 시장가격이 비싸면 에너지 절감액이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주택소유주는 커진 에너지 절감액만큼 더 빨리 초기 투자비용을 회 수할 수 있으므로, 그린리모델링의 경제적 타당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 국내 그린리모델링에서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늦은 원금 회수 기간이 그린리모 델링의 주요 저해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창재·안용한(2016)은 시공사, 설계사무소, 협 력업체 등 그린리모델링 주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왜 그린리모 델링이 활성화되지 않는지를 물어보았다. 조사 결과 총 6가지의 저해요인 중에서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늦은 원금 회수 기간이 가장 높은 응답비율을 보였고, 나머지 저해요 인으로는 정부 정책 부재, 건축주 인식 부족, 규제 미흡, 사회 인식 부족이 있었다(<표 2-10> 참고).

이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정책 미흡, 인식 부족 등에 비해 일단 개인적 투자 측면 에서 경제적 타당성 악화가 그린리모델링의 가장 핵심적인 저해요인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더 나아가서 환경 외부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시장실패의 극복이 그린리모

델링 활성화를 위한 핵심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근무회사

요인 시공사 설계

사무소

협력 업체

컨설팅

관련 전체

높은 초기 투자비용 4.50 4.38 3.83 4.58 4.42

투자비용 회수기간의 지연,

늦은 원금 회수기간 4.29 4.46 3.00 4.47 4.29

정부 정책 및 인센티브의 부재 4.39 4.38 4.33 3.74 4.19 건축주/개발업자들의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인식 부족 4.11 4.17 4.00 4.16 4.13

국가정책 및 법규로 인한

규제 혹은 미흡한 기준 3.71 3.92 4.50 3.95 3.92

사회구성원의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인식 부족 3.72 3.96 3.83 3.74 3.82

자료: 이창재, 안용한(2016, 444)

표 2-10 | 전문가 설문에 기초한 리모델링 저해요인

2) 이해관계자의 비효율적 행태문제

그린리모델링의 주요 저해요인으로는 시장실패와 더불어서 비효율적 인간행동에 기 초한 행태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시장실패가 효율성 측면에서 에너지효율 간극을 설명 한다면, 행태문제는 에너지효율 간극에서 효율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소비 자 행태의 측면에서 접근한다(Gillingham, Newell and Palmer, 2009). 그린리모델링 으로 실제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일단 주택소유주가 자신의 주택에 그린리모델 링을 하겠다고 결정해야 한다. 이후 그린리모델링이 끝난 이후에도 주택의 사용자는 계획했던 에너지 절감액이 달성되는지 계속 관리해야 한다. 이와 같은 그린리모델링의 모든 진행단계는 결국 사람이 실시하는 것으로, 사람의 행태는 결코 효율성에 의해서 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장실패를 극복하더라도 그린리모델링으로 예상했 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행태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그린리모델링의 진행단계에서 건축주, 설계사, 시공사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 진 다수의 행위자가 참여하고, 이와 같은 복잡한 이해관계는 그린리모델링에 관한 최

적의 의사결정을 도출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린리모델링 진행단계는 크게 ‘기획 및 설 계’, ‘시공’, ‘운영 및 관리’로 구성되며, 각각의 단계마다 의사결정자인 주택소유주 이외에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다(박보랑·구보경·김기태, 2014: 145) (<그림2-9>

참고). 그린리모델링의 최종 의사결정자는 주택소유자(건축주)이다. 주택 그린리모델 링은 사적 재산인 주택을 고치는 것이므로, 이에 관한 결정은 주택의 소유자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린리모델링은 새로운 에너지효율 개선기술을 적용하는 건축행위로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주택소유주는 각각의 단계에서 전문가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린리모델링의 투자비용을 대출 또는 정책으로 마련했다면, 운영 및 관리단계에서 주택소유주는 금융기관 또는 지원기관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이처럼 그린리모델링에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참여하므로, 실제 현장에서 모두의 편익을 동시에 증진할 수 있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

자료: 박보랑, 구보경, 김기태 외(2014, 145)를 참고하여 저자 작성 그림 2-9 | 그린리모델링 진행과정 및 이해관계자

그리고 운영 및 관리단계에서 주택 사용자의 행태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그린 리모델링이 예상했던 에너지 절감량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반등효과(rebound effect) 또는 역효과(backfire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진상현, 2008: 133-137). 그린리모 델링의 예상 에너지 절감량을 산출할 때 사용자의 에너지 소비행태는 그린리모델링 이 전과 동일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예를 들어 그린리모델링 이전에 주택의 실내온도를 24℃로 유지했다고, 그린리모델링 이후에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즉 그린리 모델링 이후 에너지 소비행태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그린리모델링에 따른 에너지효 율 개선에 따른 에너지 절감액을 기계적으로 산출한다. 하지만 주택의 사용자는 그린 리모델링 이후 에너지효율이 높아지면 에너지 사용량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어서 에너지 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이에 맞춰 그린리모델링 이전보다 실내온도를 더 높게 유지하고자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린리모델링 이전에는 에너지비용을 고려하여 2 4℃로 다소 춥게 살았지만, 그린리모델링으로 에너지비용이 감소한 만큼 이제는 실내 온도를 26℃로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주택의 실내온도가 24℃에서 26℃로 증가했다 고 하더라도 에너지효율이 향상한 만큼, 24℃의 에너지비용은 26℃의 에너지비용보다 저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린리모델링 이후 에너지효율 개선만큼 에너지 소비량이 늘 어나는 반등효과가 발생하여 24℃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산정한 기대 에너지 절감 량이 달성되지 못한다. 이때 반등효과는 기대 절감량과 실제 절감량의 차이로 구한다.

만약 실제 절감량이 음수로 나타나면(에너지효율이 개선된 것 이상으로 에너지 소비량 을 늘린 경우), 에너지효율 개선으로 에너지사용이 증가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행태문제는 그린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실패가 초래한 경제적 문제뿐 만 아니라 소비자 행태를 둘러싼 사회적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주택 유형과 점유형태에 따른 저해요인 증대

지금까지 살펴본 그린리모델링의 일반적인 저해요인, 즉 시장실패와 행태문제는 주 택특성에 따라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주택 그린리모델링은 그린리모델링 일반의 저해

요인 이외에 주택유형과 점유형태가 그린리모델링의 추진을 더욱 어렵게 한다. 여기서 는 임대주택(점유형태)과 공동주택(주택유형)으로 구분해서 주택 그린리모델링의 저 해요인 증폭 과정을 살펴본다. 저해요인 증폭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임대주 택과 공동주택을 구분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공동주택의 상당 부분이 임대주택이므로, 임대주택과 공동주택의 저해요인 증폭 과정은 중첩되어 더욱 그린리모델링 추진을 어 렵게 만들 수 있다.

임대주택에서 투자자와 수혜자의 불일치는 그린리모델링의 시장실패로 인한 초기 투자비용과 장기 회수기간을 더욱 부각시킨다. 임대주택은 남을 빌려주기 위한 점유형 태이다. 따라서 임대주택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계속 보유하는 임대인과 잠깐 사용하는 임차인이 대립한다. 그린리모델링의 의사결정자는 주택소유주이므로, 임대주택에서는 임대인이 초기 투자비용을 부담하고 그린리모델링 실시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임대 인은 주택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그린리모델링의 편익, 즉 에너지 절감액을 향유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임대인은 자신이 편익을 누리지 못하면서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상 황에 놓인다. 반대로 임차인은 그린리모델링의 편익으로 매월 지불하는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이 에너지 절감액을 위해 회수하는 데 오래 걸리는 초기 투자비용 을 감수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임차인은 자신의 임차기간 내에 투자비용을 전부 회 수하겠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의 내후화 보조사업과 같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16년이 걸린다면, 특별한 장기 임대계약을 맺은 임차인을 제외하고 임차 인의 그린리모델링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대주택에서는 그린리모델링의 초기 투자비용을 부담하는 임대인과 그 편익으로 매월 에너지 절감액을 향유하는 임차인이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자가주택에 비해 경제적 측면에서 그린리모델링이 추진되기 어 렵다.

임대주택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더라도, 그린리모델링을 실시하기 쉽지 않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 는 민간임대주택에 보조금을 지급하여 단열, 창호 등 그린리모델링을 실시한다. 이 정 책의 대상은 저소득층 임차인이고, 저소득층 임차인에게 에너지비용을 일부 지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