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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서 도시로 그린리모델링 확장

건축 분야에서 개별 주택의 그린리모델링을 분석하거나, 도시계획 부문에서 도시 전 체의 에너지효율화를 주장하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공간적 단위 측면에서 개별 주 택과 도시 전체의 그린리모델링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논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 다. 건축행위로서 주택 그린리모델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증제도, 평가기 준, 정보수집, 조세혜택 등이 다양하게 논의된다(임재한·진혜선·최보혜 외, 2015; 정 서영·유정호, 2016; 오주홍·김성민, 2017; 우수진·안태영·김종엽 외, 2017). 제로에 너지타운과 탄소중립도시(carbon neutral city)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 단 위에서 에너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감축할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새로운 도시개념이다 (김민경·김민영, 2011; 김정곤·최정은, 2011). 이 개념을 실천하는 수단으로 도시계 획의 하향적 배치가 제시된다(박종철·김정연, 2010).

개별 주택과 도시 전체를 함께 다루는 연구에서도 주택과 도시 사이의 공간적 관계 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기보다는 도시의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최적의 분야로 건축 분야 가 다뤄진다. 이정찬, 박종순, 안승만 외(2020)는 개별 주택과 도시 전체를 하나의 연구틀로 심도 있게 다루었다. 하지만 1기 신도시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도시형 그린뉴 딜 모형의 핵심사업으로 규정하는 데 그쳐, 그린리모델링에서 개별 주택과 도시 전체 사이의 공간적 관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지 못했다. 이처럼 도시 전체에서 에너지효율 화의 구체적인 수단으로 개별 주택을 개념화하는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주택 의 그린리모델링이 전면에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 개별 주택 의 그린리모델링은 도시계획 수단이 아닌 것으로 연구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박종 철·김정연, 2010: 20).

따라서 본 연구는 도시계획의 하향식 배치와의 대조를 통해 개별 주택에서 도시 전 체로의 상향식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주택에서 도시로의 확장 을 개별 주택에서 발생하는 그린리모델링의 저해요인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적 돌파구 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기존의 하향식 배치 논의를 보완한다. 뿐만 아

니라 주택에서 도시로의 확장을 마땅히 해야 하는 당위성의 문제에서 개별 주택에서 도시 전체로의 확장이 주택 그린리모델링을 보다 수월하게 실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한다. 나아가 도시 그린리모델링 확장이 주택 그린리모델링의 발전방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1) 도시계획의 하향식 배치

탄소중립도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압축도시로의 공간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전환을 이끌어내는 도시계획의 핵심요소는 토지이용, 교통, 녹지·생태환경이다 (박종철·김정연, 2010: 19). 탄소중립도시는 탄소배출이 없는 도시를 의미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일상적으로 발생되는 도시의 공간구조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압축형 도시공간구 조는 그렇지 않은 도시공간구조에 비해 상당히 효율적이다. 도시의 각종 시설들이 일 정한 권역 내에 몰려 있으므로, 에너지를 생산해서 전송하는 전체 거리도 상대적으로 짧을 수 있다. 그리고 인구 규모가 비슷하더라도 거주지 면적이 적은 도시가 그렇지 않은 도시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훨씬 적다. 압축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토지이용관리와 교통체계구축이 중요하다. 도심기능 집중과 난개발 방지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도시밀도를 유지하면서, 경전철(light rail transit)과 같은 에너지 효율적 인 대중교통의 보급으로 일정 권역 내의 네트워크를 에너지효율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도시 내에 녹지를 조성하여 이미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토지이용, 교통, 녹지·생태환경으로 압축형 도시공간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도 시의 최상위 공간수단인 도시계획을 활용하여 개별 건물 또는 시설을 적절히 배치하는 하향식의 형태이다. 도시계획의 하향식 배치는 아래의 도시형 그린뉴딜 전략에서 명확 하게 드러난다(이정찬·박종순·안승만 외, 2020: 105). 도시형 그린뉴딜 전략은 가장 먼저 도시기본계획을 작성하여 도시 전체의 윤곽을 그려내고, 그다음 부문별 계획으로 공간구조, 토지이용, 기반시설, 공원·녹지 등 개별 건물 또는 시설의 최적의 입지선정 을 다룬다(<그림 5-8>. 참고).

자료: 이정찬, 박종순, 안승만 외(2020, 105)

그림 5-8 | 도시계획에 기초한 하향식 그린뉴딜 전략

하지만 기축 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에는 도시계획의 하향식 배치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도시계획의 하향식 배치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도시기본계획 이 상정하는 도시의 이상적인 모습에 맞춰서 개별 건물 또는 시설이 입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새롭게 도시를 만들어내는 신도시에서는 탄소중립도시라 는 새로운 도시개념에 맞춰 공간적으로 효율적인 압축도시를 상대적으로 손쉽게 조성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축 건축물은 이와 같은 도시의 이상적인 모습과는 상관없이 이미 오래전에 공간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고, 기축 건축물로 대표되는 기존 도시공간구조 의 관성은 압축도시로의 전환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축 건축물은 도시계획에 따라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도시계획으로 변경할 수 있는 상

수이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적으로 고쳐서 사용한다는 그린리모델링 개념에는 기본적 으로 기존 공간구조의 관성에 대한 고려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2) 상향식 그린리모델링 확장

주택 그린리모델링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의 하향식 배치뿐만 아 니라 주택에서 도시로의 상향식 확장도 필요하다. 개미굴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저층 주거지에는 효율적인 공간구조를 머리에 먼저 떠올리고 새로운 도화지에 도시계획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보다는 개별 주택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기존 공간구조를 유지한 상태로 어떻게 조금이라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 런데 일정한 공간단위를 상정하는 하향식 사고에서는 주택(부분)에서 도시(전체)로의 확장이 당연하게 고려되나, 개별 주택에서 시작하는 상향식 접근에서 도시로의 확장은 선택할 수 있는 보기 중 하나일 뿐이다. 개별 주택의 소유자는 도시를 고려하지 않고 그린리모델링을 실시할 것이므로, 도시로의 확장이 자신에게 어떤 이득을 주지 않는 한 굳이 주택에서 도시로의 확장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도시 그린리모델링 확장의 필요성을 주택 그린리모델링 완화에서 포착하고자 한다. 만약 그린리모델링을 주택에서 도시로 확장하는 방식이 개별 주택에 서 발생하는 그린리모델링의 저해요인을 줄여서 그린리모델링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한 다면, 도시 그린리모델링 확장 전략은 주택 리모델링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발전방 향이다. 구체적으로 주택의 집적과 연계라는 측면에서 도시 그린리모델리의 확장 필요 성을 탐구한다. 주택들이 서로 모이고 연결될 때 일정한 공간단위의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

만약 그린리모델링을 주택에서 도시로 확장하는 방식이 개별 주택에서 발생하는 그 린리모델링의 저해요인을 줄여서 그린리모델링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한다면, 도시 그린 리모델링 확장 전략은 주택 리모델링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발전방향이다. 구체적으 로 주택의 집적과 연계라는 측면에서 도시 그린리모델링의 확장 필요성을 탐구한다.

주택들이 서로 모이고 연결될 때 일정한 공간단위의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린리모델링 주택의 집적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실패의 일부를 완화하여 민간 자금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환경 외부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 너지가격은 그린리모델링의 경제적 타당성을 낮추는 시장실패를 초래한다. 하지만, 규 모의 경제를 통한 경제적 타당성의 상승은 이와 같은 시장실패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장실패의 완화는 민간자금의 투자유치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민간자금이 투자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 규모도 필요하다. 특정 지역의 주택을 묶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수익률에 서 약간 미치지 못하더라도 수익 규모 측면에서 민간자금의 투자를 유치하기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그린리모델링 주택의 연계는 특정 주택에서의 에너지 사용량 저하뿐만 아니라 도시 의 최대 에너지 부담을 덜어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에너지 수요는 연도, 계절, 요일, 시간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폭염에 에어컨 사 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이에 따라 에너지수요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대 에너지 사용량에 맞춰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예비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에너지 공급은 기저에너지원과 첨두에너지원으로 구 분된다. 평상시에는 기저에너지원을 활용하다가, 에너지 수요의 변동성에 맞춰 기저에 너지원의 최대 용량을 넘는 범위에서만 첨두에너지원을 활용하여 유연하게 에너지를 생산한다(신철호·이석진·김재영 외, 2018: 571). 그런데 첨두에너지원의 발전단가가 기저에너지원의 발전단가보다 훨씬 높으므로, 에너지 수요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에너지 생산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한다. 개별 주택에 그린리모델링을 실시하면 그 주 택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지만, 만약 그린리모델링을 실시한 주택들을 서로 연 결하여 개별 주택에서 남는 잉여전력을 주고 받는다면2), 도시 전체의 에너지 사용량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3). 이를 통해 첨두에너지원의 활용을 상당한 수준으로

2) 본 연구에서 정의한 그린리모델링은 에너지효율 개선 기술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포함하므로, 그린리모 델링을 실시한 주택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만약 그 주택에서 생산전력이 소비전력보다 크다면, 이때 남는 잉여전력을 다른 주택에서 전송할 수 있다.

3) A 주택에서 남는 에너지를 바로 옆에 있는 B 주택에서 소비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에너지 사용량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잉여전력의 전송이 없었다면, A 주택의 남는 에너지는 그대로 낭비되고, B 주택에

억제하여 에너지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그림 5-9> 참고).

주 : 제로에너지타운(Zero Energy Town: ZET)은 단위 건물에 대한 제로에너지화뿐만 아니라 제로에너지 건축물 (Zero Energy Building: ZEB) 개념을 타운 레벨로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제로에너지 기술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타운 에너지 효율 향상,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기술 및 에너지 예측(혹은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을 의미함(남홍순, 이석진, 신철호 외, 2018)

자료: 남홍순, 이석진, 신철호 외(2018, 567)

그림 5-9 | 실시간 에너지 최적화를 활용한 피크관리

주택의 집적과 연계에 기초한 사람의 집적과 연계는 그린리모델링의 복잡한 이해관 계에 따른 행태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매개체로 발전할 수 있다. 주택의 집적과 연계를 통해 특정 지역의 주택소유주들은 동일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집적을 통한 규모의 경제와 연계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이 만들어내는 추가적인 수익은 특정 주택소 유주의 것이 아니라 집적과 연계를 구성하는 모든 주택소유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 다. 경제적 이해관계의 공유는 사람과 사람을 연계해서 그린리모델링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물론 주택의 집적과 연계가 창출한 경제적 이해관계의 공유는 어디까지나 그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실질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밀접하게 연계할 수 있는 사회적 조직 또는 과정이 별도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