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장애인, 경로연금, 교 통수당 대상자들에게 전화가 온다. “생계비가 언제나오죠?” “왜 지난달보다 훨씬 적게 나왔어요?” - "아, 네... 교통수당은 분기마다 지급되기 때문에 그렇 구요. ○○○세대는 부양의무자의 부양비 증가로 인해 그렇습니다." - “아니, 옆집 ○○는 우리랑 가족이 똑같은데 이상하잖아요” - "아니요, 그게 아니구 요... 부양비가..."
설명을 계속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나중엔 출장을 나가 통장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자세히 설명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민원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차상위장애인, 노인돌보미, 사회복지혁신서비스 등 민원신청이 계속된다.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읍면동사무소 여건상 한사람 이 여러가지 업무를 보고 있는데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생각할 수 도 없는
: 조사(調査)하다 조사(早死)한다
일이다.
대 서비스를 포괄하는 보편적 복지실현 비전을 내세운 전달체계가 사회복지
지제도의 지침이 몇 권인지 정리해보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지침을 포 함해서 무려 30권이 넘는다고 한다. 연평균 독서량의 2배를 가볍게 넘어 서는 분량이다. 게다가 각종 제도의 기준이나 세부 내용도 시시때때로 바 뀌어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적용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처럼 수없이 많은 복지제도와 관련된 업무들 가운데 실제 사회복지전 담공무원의 직무시간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를 포함한 각종 제도의 수급대상을 선정하고 급여수준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자산조사 관련 업무이다. 김성한(2002)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은 주당 평균 약 60시간으로 법정 근무시간을 훨씬 초과하여 근무하고 있으며, 그들의 업무를 소득지원과 사회복지서비스 부분으로 분 류할 경우 대부분의 업무가 대상자 선정 및 급여지급, 관리 등과 같은 소 득지원에 치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진호(2004)의 연구에서는 사 회복지전담공무원들의 다양한 업무 중 하나인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자산조사에 전체 업무시간 중 95%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는 응답이 제시 된 바 있다. 강혜규(2005)의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연구에 서도 수급신청 안내 및 접수(intake) 14.7%, 자산조사 및 급여결정 20.5%, 급여지급 13.3% 등으로 수급대상자 선정 및 현금급여 지급업무가 일선 읍면동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과 달리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선호하는 업무 또는 바람직한 역할상은 전혀 다른 것이 현실이다. 최근의 전달체계 개편과 관 련된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업무수행체계에 대한 이현주(2007)의 연구에서 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바람직한 역할과 가장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 각하는 업무분야를 다음과 같이 조사하였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그 결과는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일상과는 너무나 동떨 어진 것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55.6%가 사례관리 및 서비스 연계업무라
고 응답하였으며 서비스개발 및 복지계획 21.8%, 욕구조사 11.3%인 반면, 66.4 45.7 61.9 44.1 73.7 41.9 57.1 28.6 55.6 지역사회 100.0 100.0 100.0 100.0 100.0 100.0 100.0 100.0 100.0 자료: 이현주 외,「주민생활지원서비스 업무수행체계 분석 및 개선방안」, 한국
보건사회연구원, 2007
그러나, 모든 소득 및 재산항목과 부양의무자까지 조사하여 대상자를 선 정하고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보충급여의 원리에 따라 이를 급여수준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체계 하에서, 사회복 지전담공무원들이 이런 현실을 과감하게 벗어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원칙적으로 자산조사는 전산조회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행정시스템 상의 소득자료나 정보연계 수준과 각종 지침에 제시된 애매모호한 소득파악의 범위 및 평가기준 하에서는, 수급 자의 성실한 소득신고, 수급신청 시 엄격한 조사, 근무여건 상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수급자 확인조사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는 도저히 제도가 요구하는 완벽한 수준으로 자산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임은 누구나 암묵 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부정수급이 발생하거나 실수로 인해 수급자를 잘못 선정할 경우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민원과 책임, 비난이 너무나 부담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자산조사 관련 업무 비중은 지나치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게다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자산조사 업무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고, 항상 외부로부터의 비판 또는 감사의 대상이 된다.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소득파악 능력과 범위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 사관처럼 항시 조사만을 전담하는 것도 아니고 강력한 조사권한도 부여받 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침에 제시된 실태조 사에 대한 모호한 규정12)은 자산조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원자료를 구축 하고 있는 각 행정기관이 아니라, 전산조회를 통해 이 자료를 반영하여 대 상자를 선정하고 불가피한 경우 실태를 파악하여 이를 보완하면 되는 사
12) 수급대상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조사방법의 기본원칙은, 전산조회를 통해 확보된 자 료를 원칙적으로 활용하되 전산자료의 미정비나 기준시점의 차이 등으로 인해 전산자 료가 불확실하여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경우 실태조사를 통한 확인 자료를 첨부하 도록 규정하고 있다(시행규칙 35조).
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돌리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부정수급 사례와 관련해서 또 어떤 기사가 나올지 두렵고, 감사원 감사나 광역 지방 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자체감사도 힘들고 두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사회복지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 서도, 업무절차가 복잡하고 내 일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일반 행정직 공 무원이 사회복지 업무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말 그대로 자산조사가 아니라 사회복지를 실천하 기 위한 행정전문가이다. 물론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꼭 필요한 대상자를 가려내기 위해 자산조사를 실시하는 것이지만, 이처럼 자산조사가 주된 업무가 되어버려 주객이 전도된 상황 속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항 상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 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자산조사 업무와 관련된 이러한 모순된 현실로부터 사회복지전 담공무원들을 구원할 수 있는 묘책은 무엇인가? 과연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전달체계 개편을 통해서 가능할 것인가, 아니면 항상 제기되는 주장처럼 지 방자치단체별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수를 대폭 증원하면 가능할 것인가?
이 글에서는 결론적으로 자산조사의 대상이 되는 소득 및 재산항목별로 조사범위와 평가기준을 단순화하여 효율적으로 재규정하고, 자산조사에 활용되는 법적 근거와 전산시스템 등 행정인프라를 재구축하며,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업무수행체계를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자산조사 업무의 포괄 적인 재설계(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를 제안하고자 한다. 즉, 자산 조사 업무의 세부적인 내용과 업무수행체계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 각해보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질적으로 일선 현장에서 제도를 집행하고 있는 읍면동 사회복지전담공무원과의 심층 면접조사, 조 사대상 시군구의 기초생활보장팀과 통합조사팀과의 간담회 및 workshop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 및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소득인정액 개념을 구성하고 있는 소득 및 재산항목에 대한 자산조사 업무수행체계의 구체적 실태와 문제점을 생생하게 전달하 면서, 자산조사 업무 책임과 한계의 모호성, 자산조사 과정에서 주로 활용 되는 행정정보시스템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한편, 이를 기초로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로부터 직접 제안된 자산조사 관련 업무수행 체계 재설계의 방향과 관련 제안사항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제1절에서는 소득인정액 가운데 소득평가액을 구성하고 있는 다 양한 소득 항목들을 중심으로 조사원칙과 범위 및 평가기준의 합리성, 자 산조사 관련 업무수행체계의 실태 및 문제점을 살펴보고, 제2절에서는 재 산의 소득환산액 산출의 근거가 되는 재산 항목 가운데 금융재산과 부동 산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다음으로 제3절에서는 소득인정액과 함께 기초 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에 있어서 중요한 축을 이루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관련하여 부양의무자에 대한 자산조사 범위와 업무수행체계를 중심으로
먼저, 제1절에서는 소득인정액 가운데 소득평가액을 구성하고 있는 다 양한 소득 항목들을 중심으로 조사원칙과 범위 및 평가기준의 합리성, 자 산조사 관련 업무수행체계의 실태 및 문제점을 살펴보고, 제2절에서는 재 산의 소득환산액 산출의 근거가 되는 재산 항목 가운데 금융재산과 부동 산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다음으로 제3절에서는 소득인정액과 함께 기초 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에 있어서 중요한 축을 이루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관련하여 부양의무자에 대한 자산조사 범위와 업무수행체계를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