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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문서에서 기업의 지식과 좋은 일자리 (페이지 33-36)

현재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일자리이다. 이에 고용률, 즉 일자리 양의 문제는 상당한 사회적・정책적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반 면, 일자리 질의 문제는 연구 및 정책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는 한국경제 상황에서 노동정책의 과제는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이 모두 제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용률로 대표되는 일자리 양의 문제와 좋은 일자리로 대표되는 일 자리 질의 문제는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 전체 고용률 문 제의 핵심에 여성과 청년의 낮은 고용률이 있으며, 이들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의 미스매치 해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 다. 고학력화되고 있는 청년과 여성이 일자리 눈높이를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의 질을 제고하는 노력이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즉, 일자리의 질 제고가 미스매치 해소의 과정을 거쳐 고용률 제고로 이어지는 경

로 복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따라서 기업이 좋은 일자 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이 제공하 는 좋은 일자리, 즉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경영활동들은 대부분 기업의 자기규제 형태를 띠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탈규제와 노동시장 유연 화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국가수준의 정부규제가 약화되 었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확대된 기업과 시장의 힘에 대한 사회의 우 려는 다시금 기업에게 자기규제를 요구하였고, 기업은 이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좋은 일자리 역시 기업이 요구받는 다양 한 사회적 책임의 한 형태이다. 기업도 사회 속에서 성장하는 하나의 구성원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어 가고 있고, 기업 스스로도 맹목적인 시장논리로 사회와 공동체가 파괴된다면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역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커져 가고 있다.

물론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정치적으로 보다 응집력 있게 표출된다면 노동시장에 적절한 노동조건을 강제하는 것을 통해 일자리의 질 제고가 가능하다. ILO와 UN에서 전개되고 있는 괜찮은 일자리 논의 역시 이러한 맥락의 세계적인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자리 제공은 기업의 자기규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기업에게 일정의 비효율과 비용을 부담시키 는 것이기에 좋은 일자리 제공의 지속성과 현실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서는 기업의 자발성이 담보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거시경제 차 원의 노동시장 개입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정치적 비용과 사회적 갈등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자발성에 기 초하여 좋은 일자리가 제공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관심 역시 중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기업의 지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즉, 기업의 지식축 적 행위와 좋은 일자리 제공 행위가 어떠한 상보성을 가지는지 분석 하려고 한다. 기업의 지식투자가 좋은 일자리 제고로 이어지는지, 또 는 그 반대 경로가 작동하는지, 더 나아가 기업 지식과 좋은 일자리가 제도적 상보성을 가지고 기업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 이는 한국경제의 고용문제가 기업의 지식축적 문제로 환 원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기업의 지식에 대한 투 자, 즉 연구개발과 교육훈련, 지식경영 활동 등은 기업이 경쟁력 제고 를 위해 필수적인 경영행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일자리 질 규제에 비해 기업의 저항감이 낮다는 점에서도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는 기업 간 지식의 파급효과, 또는 기업 간 제도적 상보성이 좋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가진다. 이때 기업생태계의 최 상위에 있는 재벌대기업까지 분석대상에 포함시켜 재벌대기업에서 대 기업,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파급효과, 그리고 기업생태계의 하 위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대기업에서 재벌대기업으로의 파급 효과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분석해 보려고 한다. 해당 기업의 지 식 투자 행위와 다른 기업의 좋은 일자리 경영관행 간의 파급효과는 상품시장 및 노동시장 내 지배력의 정도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분석에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기 업의 지식, 숙련, 좋은 일자리 경영과 관련된 기업제도들의 상보성이 기업 간에도 발생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지식이 가지는 외부성, 기업 성과에 있어 기업 간 관계의 중요성 등 을 고려할 때 분석의 수준을 개별기업이 아닌 기업 간 파급효과로까

지 확대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간 위 계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 기업생태계의 특성상 보다 현실적인 설명을 위한 접근방법이기도 하다. 협력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 또는 좋은 일 자리 경영전략은 원청 대기업의 공급사슬 관리전략에 결정적으로 영 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기업의 장기적 성과가 납품 중소기업의 역량에 영향을 받는다면 중소기업의 지식수준이 대기업의 일자리 질 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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