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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에 대한 문제점

□ 정리

V.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에 대한 문제점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 또는 강제화는 그 방법이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지만 모 두 공통적으로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주주총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전자 투표제도의 의무화는 그간 기업들의 무관심으로 방치되어 온 전자투표를 제도취지에 맞는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방법이고 일반 소액주주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를 통하여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도모할 수 있고 이로써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의무화가 필 요하다고 주장한다.249)

그러나 전자투표제도 자체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앞서 제기한 전자투표제도의 단 점 및 문제점 이외에 의무화 내지는 강제화라는 ‘수단’으로 인하여 또 다른 별도의 문제점들이 제기될 수 있다.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는 그 목표가 정당하더라도 수단 이 의무화를 통한 강제적이라는 점 때문에 전자투표제도 자체의 문제점 이외에 의무 화에 따르는 추가적인 문제점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가 그 구현방법인 직접적인 방식에 의하거나 간접적인 방식에 의하거나 모두 전자투표제도가 강제화 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모두 동일하게 다음과 같이 의무화에 따른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본다.

1. 반(反) 기업민주주의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는 기업민주주의에 반한다.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에 따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강제성이라는 규제수단이 기업의 자율과 민주주의 질서에 역 행한다는 것이다.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를 통한 주주총회의 활성화는 한편으로 소 액주주의 이익보호 측면에서 주주총회의 민주화를 추구한다는 것이지만, 반면에 회사 의 측면에서 보호되어야 하는 회사의 자율성과 이에 기초한 회사운영의 민주화는 완 전히 무시되어 버린다. 최근에 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탈규제방식으로 전환되 고 있는 흐름 속에서 기업에 부담을 증가시키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소위 경제민주 화의 목적과 내용에도 일치하지 않는다. 상법상 회사는 자율적으로 설립되어 운영되 는 것이며 기본적으로 영리성에 기초하여 회사의 이익을 통한 출자자인 주주의 이익 을 추구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비록 소액주주의 보호와 주주총회의 활성화라는 이 념과 목표에도 불구하고 타율적으로 전자투표제도를 강제화 시키는 것은 모든 주주가 아닌 일부 주주의 이익과 보호만 추구하는 편향된 문제해결 방식이라는 비난을 면하 지 못한다.

2. 주주총회의 형식화 문제 해결 부족

249) 법무부, 전게 공청회 자료집, 61면 각주 1 참조.

주주총회의 형식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가 주장되지만 강제화 된 전자투표제도가 주주총회의 형식화를 근본적으로 치유하지는 못한다. 주 주총회가 유명무실화된 가장 큰 이유는 주주총회가 특정 시기에 집중돼 있는 데에서 원인을 찾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3월 22일 금요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회사가 151개사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조사 대 상 회사의 무려 50%에 육박하는 수치다.250)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이른바 집중일 이라고 불리는 6월 마지막 목요일의 특정일에 많은 회사의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되고 있다.251) 이와 같은 경향은 주주총회를 특정일에 집중함으로써 주주총회의 출석을 실질적으로 배제하여 주총회의를 원활히 진행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도 하겠지만, 자본시장법에서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를 주주총회 승인 후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결산과 감사절차, 주총 소집절차 등 법률상 절차를 준수하면 물리적으로도 3 월중ㆍ하순으로 주주총회가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252)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건 실제로 많은 소액주주들은 특정일의 모든 주주총회에 적극적으로 참 석하지도 않는 경향이 있으며 특정일의 주주총회 어느 한 곳도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즉, 소액주주의 주주총회에 대한 무관심과 단 기투자매매차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성향이 존재하는 것도 주주총회의 형식 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소액주주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의 의결권 행사가 주주총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예 의 결권 행사 자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도 않고 오히려 자신의 이익실현을 주식매 매차익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상당히 존재한다. 또한 기관투자자들의 주주총회 참여율이 낮고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도 주주총회가 형식화된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의 섀도우보팅이나 기관투자자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도 특정주주의 의사에 편중되는 주주총회의 형식화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주주총회가 형식화된 이유는 분명히 별도로 존재하므로 주주총회의 형 식화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별로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회사에게 전자투표제도를 강제적으로 도입시 킨다고 하여 주주총회의 형식화된 문제가 즉시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즉, 주주총회가 형식화된 이유가 전자투표제도가 도입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달리 그 원인이 따로 있는 것이고 전자투표제도는 간접적으로 주주총회의 형식화 문 제를 치유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예컨대, 전자투표제도 를 의무적으로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여전히 전자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고 특정일에 주주총회가 개 최되는 것을 분산시키더라도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250) 내일신문, “주총 22일에 몰려 … 소액주주 참여 불편,” 2013. 3. 4.

251) 일본에서는 3월기 결산 회사가 많으며 이 경우 결산일을 기준일로 설정하는 관례에 의하면 기준일 의 유효기간이 3개월 이내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준일 제도의 관계에서 6월말까지 정기주주총회 를 개최해야 하고 결국 6월 마지막 목요일에 주주총회가 집중되어 개최되고 있다.

252) 송민경, “주총 내실화를 위한 법제개선방안: 주총 개최일 분산 및 주주의 정보 접근 제한 완화,”

「CGS Report」 제3권 10호(통권 제33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13. 5), 2면.

주주총회의 형식화된 문제에 대하여 전자투표제도 자체의 의무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고 오히려 주주총회의 관리를 위한 특별기구 등을 통하여 주주 총회일을 분산시키거나 주주 의결권의 중요성을 교육하여 주주로서의 자발적인 주총 참여가 유도되어야 한다. 또한 기관투자자의 공적기능의 일환으로 주총참여와 의결 권 행사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 있는 부수적인 정책적 배려가 오히려 필요 하다.

3. 특정주주(소액주주)만을 보호하는 비강제적 의결권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는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석을 유도하여 지배주주 또는 기관투자자의 전횡을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의 이면에는 지배주주 등 의 의결권 행사의 내용이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와 다르다는 가정적 사실을 전제로 한 다. 실제로 주주총회 현장에서 소액주주의 불참으로 인하여 참석자 위주의 지배주주 또는 기관투자자의 의향대로 주주총회 결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외이 사를 포함하는 이사 선임의 경우 소액주주의 불참으로 지배주주 등이 추천하는 후보 자가 선임되기 때문에 전체주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따라서 적절한 견제적 역할 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지배주주들의 전횡과 부당한 행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배주주 또는 기관투자자의 의사가 소액주주의 의사에 항상 불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소액주주와 지배주주간의 일치되지 않는 이해관계에 관한 주장이나 근거 제시는 아직 충분하지도 않고 입증되지도 않았다.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은 지 배주주나 소액주주 모두의 공통된 목표이고 관심사이다. 때로는 특정주주 또는 특정 인에게 유리한 주총결의 사항에 대하여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지만 그 특정주 주는 지배주주만이 아니라 때로는 소액주주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상호 견제와 협 조가 가능한 회사지배구조가 필요하고 이에 기초하여 주주간 및 주주와 회사 상호간 충분한 논의가 가능할 수 있는 바람직한 주주총회의 역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소액 주주와 지배주주 모두를 포함하여 주주라는 틀 안에서의 주주보호 장치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따라서 소액주주의 주주총회에 대한 무관심이나 무책임한 주주의 의결권 행사로 인한 주주총회의 결과가 ‘언제나’ 그리고 ‘획일적으로’ 지배주주 또는 기관투자자를 위한 전횡적인 이익도모라고 오해할 필요는 없으며 사안별로 문제점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는 오히려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석과 간편한 의결 권 행사를 도모한다는 사실 이외에는 의결권 행사를 강제하거나 강화하는 별도의 수 단이 되지 않는다.

4. 의무화에 불구한 성과의 부족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에 대한 거부감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성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