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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

VI. 결론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주주총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형식화 되어버린 주요 원 인으로는 주로 특정일에 집중된 주주총회 개최 시점, 현행 주주총회 제도의 여러 한 계점, 주주총회 활성화에 대한 기업의 의지박약, 투자자의 무관심 등을 지적할 수 있 다. 그동안 소액주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특정주주나 지배주주의 입장 만이 주로 반영된 주주총회의 결의는 형식적으로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충족하고 있을 지라도 그 내용상 전체주주의 입장과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지적은 주주총회가 그간 형식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전자투표제도는 그간 주주총회의 형식화에 대한 반성으로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주주총회 참여를 통하여 주 주총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주주총회는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서 주주총회의 결의는 모든 주주의 의 사가 반영되어야 하고 특정 주주나 지배주주를 위한 형식화된 주주총회 결의는 바람 직한 기업지배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전자투표제도 역시 주주총회의 결의 시에 요구 되는 요건과 절차 및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면서도 모든 주주의 의사가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주주의 주총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운영되 어야 한다.

260) 한국경제신문, “대한상의, 서면투표제 의무도입 반대,” 2001. 5. 2.

최근 전자투표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더 나아가 회사의 사정이나 의사를 무시한 채 의무화 내지는 강제화를 통하여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제도운영을 도모하고 있다는데 큰 문제점이 있다. 전자투표제도 자체는 비록 일부 문제점과 단 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기능과 기대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에 현재의 상법상 규정대 로 회사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의무화 규정에 따라 전자투표제도를 강제화 시키지 않더라도 외국의 사례를 보면 전자투표제도가 점차 확산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필요성을 느끼는 회사들 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다. 더욱이 최근 자본시장법이 개정되어 섀도우보팅 이 2015년부터 폐지될 것이기 때문에 전자투표제도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자투표제도는 주주의 권리보호와 발행회사의 주주중시 및 투명경영 측 면에서 조만간 국내에도 정착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의무화나 강제화를 통한 전자 투표제도의 확산은 앞서 제기한 여러 문제들로 인하여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이상을 요약하자면 전자투표제도의 강제적 도입을 지양하는 대신 에 오히려 다음과 같이 주주총회 형식화 문제와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 보호를 위하 여 그 원인과 해결방안별로 개별적인 정책적 고려를 하는 노력이 반대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261)

첫째, 전자투표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의 목표인 소액주 주의 의결권 행사를 확대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회사재량에 의한 전자투표제 도 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동안 역시 제 기능을 못하고 방치되어 온 별도의 소액주주 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활성화 시키는 노력과 여건조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현행법상 소액주주의 보호 또는 소수주주권으로 허용되 고 있는 상법상 의결권 대리행사(제368조 3항), 서면투표(제368조의3), 의결권 대리행 사권유(자본시장법 제152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보호하고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주주제안권(제363조의2)과 같은 주 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도 여기에 일조할 수 있다.

둘째,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집중되어 주주의결권 행사에 문제가 있다면 직접적으 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예컨대, 이에 대한 해결책으 로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개최 시점을 법령 등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인위적으로 분산 시키는 방법이 강구될 수 있다. 실제로 대만은 상장기업의 주주총회가 특정 일자에 집중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011년부터 하루에 개최 가능한 주주총회를 200개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참고할 만하다.262)

셋째,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를 도입하지 않고도 주주총회의 주주 참여율을 높일 수 있고 다수의 주주의사가 반영되어 특정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주주총회 운영수단 을 별도로 고려하여 볼 수 있다. 전자투표제도의 강제화에 대한 거부감과 부작용에 도 불구하고 전자투표제도는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며 또한 주주

261) 김병태, “전자투표제 의무화 반대한다,” 서울경제신문 (2013. 6. 14), 262) 내일신문, “주총 활성화하려면 전자투표 의무화해야,” 2013. 5. 1.

총회의 활성화를 위한 궁극적인 묘책도 아니다. 분명히 전자투표제도는 소액주주의 보호와 주주총회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부분을 인정할 수 있지만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며 회사와 주주 및 시장 모두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평가가 동반되어야 한다. 따 라서 오히려 현재와 같이 회사의 자율에 맡겨 전자투표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의무화 내지 강제화 대신에 전자투표제가 활성화될 수 있고 회사와 주주 모두가 만족할만한 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회사가 자율적으로 전자투표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 의 주주총회부터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회사 스스로 단계적으로 전자투 표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여 볼 수 있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 고 있는 상장기업부터 정부의 보유지분을 활용하여 회사가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거나 주주제안권 등을 활용하여 전자투표제도의 채택을 요구하면 서 회사 스스로 판단하여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다.263) 여기서도 분 명한 것은 법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회사가 전자투표제도를 의무적으로 채택하도록 하 는 강제성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하며 정부가 주주로서 전자투표제도의 채택을 위한 일정한 역할을 하되 궁극적으로 회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하 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자투표제도를 회사자율에 맡기면서 정부나 연기금이 주주의 권리행사를 통하여 일정한 역할을 한다면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연금 등의 연기금이 앞장서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하면서 기업 총수나 경영진, 지배주주의 전횡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주주의 의식전환과 이를 지원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기관투자자들 이 기업에 투자를 할 경우 사회적 투자의 관점에서 최고경영자의 도덕성이나 경영의 투명성 등을 중요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여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구조 화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에 있 어 일부 오너리스크가 높은 기업군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주주의 권 리행사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264) 이는 국민연금기금과 같은 공적 연금제도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조치가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주주총회 관리기구 또는 전문기관을 운영하여 주주의 주총관련 교육과 회사의 주총업무의 지원 등을 수행하여 나간다면 주주의 적극적인 주총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의결권 확보를 위한 보조 장치의 기능을 수행해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전자투표제도는 많은 장점과 기능으로 인하여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고 특히

263)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장기업들은 기업은행(68.6%), 조일알미늄(6.09%), 한국전 력(21.17%), 한국가스공사(26.86%), 지역난방공사(34.55%), 윈스테크넷(5.10%) 등이 있다(파이낸셜 뉴스, “주주총회 전자투표제,공기관부터 도입 추진,” 2013. 1. 15).

264) 원종현, “재벌기업의 오너리스크와 투자자 보호 방안,” 「이슈와 논점」 제382호 (국회입법조사처, 2012. 2. 14), 4면.

우리나라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이다. 또한 회사 도 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회사와 지배주주의 이익에도 부합되게 운영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은 회사의 개별 사정과 주주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정할 문제이지 획일적인 요건으로 전자투표제도가 채택되도록 하는 강제성이나 의무 성을 부여하는 것은 타율적인 회사운영으로 회사가 자칫 주총관련 업무의 책임을 회 피하는 빌미를 제공해 줄 수가 있다.

결론적으로 전자투표제도의 긍정적 효과와 주주총회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제한적 효과는 부정할 이유가 없다. 다만, 회사의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그 채택 여부를 정할 문제일 뿐이고 정작 당사자인 회사와 주주 이외의 제3자 또는 법률에 의하여 그 채택 여부를 강제화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주주총회의 활성화 와 소액주주의 보호를 위해서는 현행 법률상의 여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전자투표제도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일반인의 신뢰가 전제될 수 여건조성 이 우선적으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