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협업을 대표하는 집단지성
2. 전문가 집단 지성의 협업이 왜 중요한가?
국가적으로 전문가 집단 지성의 존재 문제는 전문가들이 고유의 영역을 허물고 영역 밖의 다양한 전문가 의견과 국민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필요시 통합적 연대를 이루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 서 전문가 집단지성의 수준은 한 국가의 의사 또는 정책 결정 수준을 대표하는 하나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 집단이라 하더라도 집단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 정보를 차단하고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는 ‘집단 사고’가 국가 의사 결정 또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어난다면, 국민이 희생되는 참담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13) 우리 사회에서 집단 사고보다 집단 지성이 더 많이 일어나 도록 하는 것은 결국 정책 결정 과정을 개방하는 것과 전문가 집단지성의 협업이다.
우리나라가 내실 있는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치중되어온 과학기술 이 국민의 행복증진을 위한 것으로 역할 전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과학기술계 집단지성이 시민 사회를 품고 그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프랑스 사례와 정책수립 과정 중에서 정부가 시민과 전문 가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을 통합하는 플랫폼을 운영함으로써 과학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덴마크 사 례를 통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전문가 집단지성의 성장과 역할 전환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 프랑스 과학기술 커뮤니티의 집단지성 협업
유럽 최대의 기초과학분야 연구센터 중 하나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총장인 알랑 후쉬 (Alain Fuchs)는 시민의 과학(sciences citoyennes)이란 이름의 임무를 ‘암종학의 신호, 분자 및 혁신 연구원’의 부원장인 마크 리핀스키(Marc Lipinski)가 수행토록 하였다. ‘시민의 과학’ 임무가 띄는 목적은 첫째, 프랑스 또는 여타 국가 과학계와 시민이 가까워지는데 목적이 있는 혁신적 행동 을 점검하고, 둘째, 2013년부터 CNRS가 과학과 시민이 가까워지기 위한 위상을 갖는데 필요한 이니 셔티브를 가지고, 셋째, 시민단체가 조직하고 대표하는 시민 의식과 과학의 접근과 대화가 장려되기 위한 조치들을 제안하는 것이다.
리핀스키는 2004년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 지역의회 부의장시절부터 고등교육과 혁신을 책임졌다. 그 시절, 한편으로는 연구를 지원하는 장치들을 실행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와 사 회와의 관계를 지원하는 조치를 실행하였다. 이것은 리핀스키가 새롭게 만든 ‘연구와 혁신을 위한 조직-시민과의 파트너십(PICRI, Partenariats Institutions-Citoyens pour la Recherche et l’Innovation)’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파트너십의 배경사상은 “한 쪽은 알고 다른 한쪽은 모르는 것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완 성 (complémentarité), 즉 공공재를 위해 다 같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성(horizontalité), 즉 다
13) 네이버 지식백과, 집단사고와 집단지성
른 사람과 구분 되는 것을 통해 지식을 소유함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식은 전문가의 전유물 이 아니다. 상대주의(모든 지식/믿음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가 그러한 주의의 결과다. '연구와 혁신을 위한 조직-시민 사이의 파트너십' 안에서, 우리는 지식의 '공동생산'을 도와야 한다. 왜냐하 면, 우리 모두는 전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14).
연구와 혁신을 위한 조직 - 시민과의 파트너십(PICRI)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 파트너십은 넒은 의미에서 일 드 프랑스 지자체의 연구 장려 정책 차원에서 마련되었으며, 지자체의 연구-혁신-기 술부서의 발의로 시작되었다. 이 파트너십의 목적은 시민 사회의 지식 생산 참여를 장려하면서, 일 드 프랑스 지자체의 민주주의적 절차를 강화시키고, 사회적 혁신의 잠재적 자원을 다양화시키는 것이다.
일 드 프랑스 지자체는 프랑스의 과학기술 관련 연구 및 교육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에서 지자체의 잠재적 자원 개발 및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 장려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 정책 은 크게 3가지 방향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 과학기술 관련 일자리 지원, 둘째, 연구자들 간의 네트 워크 강화, 셋째, 연구 및 삶의 환경 개선이다.
특별히, 일 드 프랑스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의 잠재적 자원 개발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자들 간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다. 첫째, 학문 융합형·네트워크형 연구를 강화하고, 둘째, 지역의 연구 활동을 국제적으로 개방하며, 마지막으로, 과학과 사회 서로에게 필수 불 가결한 대화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PICRI이 바로 과학-사회 사이의 대화 창구인 것이다15).
프랑스에서는 최초로 일 드 프랑스 지자체에서 시작된 이 파트너십은 비영리 시민 단체와 공공 연구 기관 및 대학의 연구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협업 연구를 지원한다. 연구 주제는 주로 공공적, 사회적 관심 분야들로 환경, 사회적 약자층 배려, 사회적 연대 경제, ICT, 문화, 도시 정책 등을 들 수 있다.
민주주의와 지역 및 사회 교육을 위한 협회(Association pour la démocratie et l'éducation locale et sociale)와 국립과학연구 센터(CNRS) 소속 두 연구 센터들(문화 및 도시사회 연구센터, 거주 환 경 연구센터)은 일 드 프랑스 지자체가 요청한 3년 연구 프로젝트에 (2006-2009) 다음과 같은 주제 로 공동 연구 하게 된 것이 PICRI의 시작이다: 일 드 프랑스 지역과 유럽에서의 참여적 장치, 기술적 민주주의를 향한 것인가? ('Les dispositifs participatifs locaux en Ile-de-France et en Europe : vers une démocratie technique ?') 2005년 연구 프로젝트 모집을 시작한 이래로, 2013년까지 84개 의 PICRI 프로젝트가 일 드 프랑스 지자체에 의해 선정되었다.
14) 프랑스 국립과학연센터 주간지 'CNRS Hebdo'가 실행한 마크 리핀스키 인터뷰 내용(2013 5 22일자) 발췌, 시민 과학의 임무란 무엇인가?(자료:http://scienceetcitoyens.wordpress.com)
15) 일 드 프랑스 지자체의 연구 장려정책 소개(자료:http://www.iledefrance.fr/action-quotidienne/encourager-recherche)
PICRI이 시작된 이래로, 연구 방향을 논의하고 연구의 진행을 책임지는 연구 프로젝트의 조정자 들로 추진 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연구·교육팀은 프로젝트의 조정자들과 팀원들로 구성되었다.
PICRI의 활동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각의 주요 목적은 다음과 같다.
○ 연구 활동: 도시 및 사회과학 분야의 지식 축적과 일 드 프랑스 지역 및 유럽을 통한 참여적 민주주의 관련 사례 발굴 및 과학적 지식 생산
○ 교육 활동: 연구 결과를 반영한 지자체의 주체 (지자체 관계자, 전문가, 시민) 대상 교육활동
○ 지식 공유 및 확산: 정책과 실행과 관련해 지자체 주체들의 성찰을 목적으로 세미나, 워크숍 컨퍼런스를 통한 지식 확산16)
[그림 5-1] PICRI 3대 활동과 집단지성 형성과정
자료: http://www.adels.org/formations_etudes/picripresentation.htm을 바탕으로 연구진 재구성
리핀스키에 따르면, 프랑스의 공공 연구 종사자들은 특별히, 정책적 책임감으로부터 나온 방침들 을 받아들이며, 사회적 수요를 경청하며 공공자금이 투입되어야 함을 점차적으로 더 의식하고 있다.
이것은 인식의 자유와 전문가 고유의 판단에 따른 연구 수행의 자유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연 구는 자유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프로필을 가진 전문가들, 즉, 과학 분야 전문가들과 인문 사회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 하다17).
16) PICRI의 정의 (자료: http://www.adels.org/formations_etudes/picripresentation.htm) 17) 마크 리핀스키, 시민의 과학 임무란 무엇인가?(자료:http://scienceetcitoyens.wordpress.com)
나. 덴마크 과학기술계의 협업적 집단지성 '과학기술적 선택 평가 국회사무국 (Office parlementaire d’évaluation des choix scientifiques et technologiques, OPECST)' 와 비슷하고, 이 두 기관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OPECST
19) 마크 리핀스키, 시민의 과학 임무란 무엇인가? (http://scienceetcitoyens.wordpress.com/) 20) 위키피디아, 덴마크 기술이사회
과학기술의 발전이 국가 경쟁력을 대표하는 시대가 되면서,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 집단지성의 중 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 분야의 ‘창의적 결과물’에 대해서 는 큰 비중을 두면서도 ‘창의성의 모판’이 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지성’에 대해서는 그 정의조차 제 대로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 정부의 과학기술 전담 정부부처 이름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정해진 것은, 미래를 담보하고, 창조적 경제 패러다임을 조성할 수 있는 과학기술 정책 입안을 과학기술분 야의 비전으로 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나라도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전문가 집단지성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대대적인 논의와 성찰이 시작되어 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일부의 개인, 일부의 기업이 추구하는 과학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의 다양 한 의견을 흡수하는 협업 과학기술을 추구하게 될 때, 기존의 혁신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비롯해 앞으로 닥칠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더욱 강화된 국가 경쟁 력을 바탕으로 파급력 있는 과학기술 혁신 활동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 집단 지성에 대한 논의와 성찰에서 머물지 않고, 전문가의 협업 지적 활동이 단독 지적 활동보다 조직적,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마련되고, 실행되어 우리나라 과학기술 계에 협업 문화가 조성되는 기틀이 만들어질 때를 기대해 본다. 비옥한 밭에서 열매가 많이 맺듯이, 성숙한 협업적 전문가 집단지성은 창의적 결과물이란 열매를 자연스럽게 낳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