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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다각화의 특징

문서에서 재벌의 다각화와 경제력집중 (페이지 49-54)

지금까지 72개 그룹 전체에 대한 다각화 추세를 살펴보았으나 이들 그룹은 규모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서로 동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유형별로 좀더 세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명색이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자산 순위가 31-72위에 속 하는 그룹의 평균 규모는 5대그룹(현대, 삼성, 대우, LG, SK)의 약 1/50에도 미치 지 못한다.23) 그리고 72개 그룹 중에는 공정거래법과 여신관리 등에서 특별한 취 급을 받는 「30대 기업집단」이 있는가 하면 최근의 경제위기 속에서 부도를 내 고 운명을 달리하는 그룹이 있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에 선정된 그룹도 적지 않다.

23) 1997년 매출기준으로 5대재벌의 평균 규모는 31-72위 그룹의 평균에 비해 53배 크며, 이러한 규모의 격차는 1985년의 31.5배에서 계속 확대되어 왔다. 자세한 내용은 제Ⅳ장을 참조.

그룹간 질적, 양적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면 72개 그룹을 5대 그룹, 6-30대 그룹, 31-72대 그룹, 법정관리 또는 화의가 진행중인 부실계열(14개), 워크아웃 그룹(9 개)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듯하다.24) 72개 그룹을 1995년도 자산순위에 따라 유형별로 구분하여 다각화 추세의 변동과정을 요약한 것이 <표 3-6>이며, <표 3-7>은 그룹 유형별로 관련 다각화율의 변동과정을 정리한 것이 다.

이처럼 72개 그룹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1985년∼1987년 기간의 다각화 추세변동을 살펴보면 다음의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그룹 유형별 로 다각화 성향에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며 그룹의 규모가 클수록 다각화 성향이 높다. 분석기간의 평균 다각화 지수는 5대 그룹 0.7879, 6-30대 그룹 0.7377, 31-72대 그룹 0.4829의 순서를 보이고 있다. 둘째, 5대 그룹 중에서도 현대, 삼성, LG의 사업구조는 이미 80년대에 고도로 다각화된 구조를 갖추었으며, 분석기간 중 비교적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90년대 중반 무렵부터는 전자, 반도체, 자 동차 등 경쟁우위 업종의 그룹 내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다각화 지수가 서서히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대우와 SK는 공격적인 다각화 전략을 추구한 결 과 1985년∼1997년 기간 중 다각화 지수가 각각 18.9%, 20.4%로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증가율은 72개 그룹 전체의 평균 증가율 8.6%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부실계열 및 워크아웃 그룹에 관한 것이다. 이들 그룹은 단기간 내에 그룹 외형을 확대하기 위해 무리하게 다각화 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에 부실 화된 것으로 흔히 평가되고 있다. 다각화 전략이 경영실패 또는 그룹부실의 직접 적인 원인이었는지는 별도의 분석을 통해 규명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그림 3-1>

의 추세선에서 보듯이 이들 그룹의 다각화 지수가 72개그룹의 평균(8.6%)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였음을 알 수 있다. 1997년에 이르러 다각화 지수가 급감한 것은 한보(부도발생월: 97년 1월), 삼미(97.3), 진로(97.4), 대농(97.5), 기아(97.7), 뉴코아 (97.11), 한라(97.12), 청구(97.12) 등으로 이어지는 연쇄부도의 결과이므로 큰 의미 를 부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1985년과 1996년의 다각화 지수를 비교하면, 부실계열 및 워크아웃 그룹은 전체적으로 15.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특히 부실그룹의 다각화 증가율(18.8%)이 워크아웃 그룹의 증가율(11.2%)을 크게 상회 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네 번째 특징은 관련 다각화율에 관한 것으로서 상위 그룹에 비해 하위그룹의 관 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관련율의 기간평균 값을 보면, 5대 그룹 은 평균 18.9%, 6-30대 그룹은 23.7%, 31-72대 그룹은 28.7%로 5대 그룹이 상대

24) 부실그룹은 법정관리나 화의가 진행중인 그룹으로서 워크아웃 그룹과 구분된다. 1999년 4월 기준으로 부실그룹은 총 19개이며(부록 참조), 이 중 14개 그룹이 본 연구의 표본에 포함된다.

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까닭은 중소규모 그룹은 계 열기업의 수가 적고, 그룹의 cash cow 역할을 하는 주력업종이 하나 또는 두 개 로 집중되어 있는데 비해 대규모 그룹은 계열기업의 수가 많고 그룹의 cash cow 업종이 전자, 기계, 건설, 화학, 유통 등으로 비교적 넓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특징으로는 부실그룹과 워크아웃 그룹은 다각화 성향에 있 어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양자는 1985년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다 각화를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워크아웃 그룹은 분석기간 중 관련율 이 17%∼20%대에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부실그룹은 관련율이 1985년의 21.8%에서 1996년에는 36.1%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부실그룹의 경우 관련업종 중심의 다각화를 추진해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부실그룹의 관련율이 다른 생존기업의 관련율 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퇴출대상 그룹의 관련율이 생존기업의 관련율 보다 높다는 사실이 흥미 로운 까닭은 관련 다각화는 경영성과를 개선시키고 비관련 다각화는 기업의 가치 를 훼손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핵심역량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집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최근 에 성행하는 경영전략 이론도 비관련 다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바탕을 두 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Khanna &

Palepu(1997)는 핵심역량 중심의 집중화 전략은 뉴욕이나 런던에서 활동하는 기 업에게는 좋은 전략일 수 있지만 기업활동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환경이 열악한 신흥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집단에게는 그리 좋기만 한 것은 아님을 강조하며,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고도의 다각화 기업집단이 그 나라 특유의 제도적 환 경에 보다 적합함을 보인 바 있다. 살아남은 재벌그룹이 퇴출대상 그룹에 비해 상당한 차이로 비관련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표 3-7>의 결과가 이들 학자 의 주장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검토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연구과제가 될 수 있 을 듯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72개 그룹은 다각화 성향에 있어서 기업집단 유형별 로 저마다 구분되는 특색이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다각화 연구에 중요한 시사 점을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재벌기업의 다각화에 대한 연구는 많은 경우 분석대 상이 30대 재벌이든 아니면 그 이상이든 대부분 동질적인 기업집단으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다각화 추세변동상의 특징을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유형별로 재벌기업을 차별화하여 분석하는 것이 좀더 바람직한 연구방법 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시사점은 30대 재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 있어 서도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995년을 기준으로 30대 그룹을 선정하여 패널 자료를 구성한다고 할 때, 이들 중에는 5대 그룹, 부실그룹, 워크 아웃 그룹, 6-30대 중의 생존 그룹 등 여러 가지 유형의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이

다. 여기의 분석결과가 시사하는 바에 따라서 다음에서는 72개 그룹을 유형별로 구분하여 다각화와 그룹 규모, 재무구조, 경영성과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지 간단히 검토한다.

<표 3-6> 그룹 유형별 다각화 지수 변동추이( 1985년∼1997년)

구 분 1985 1988 1991 1994 1997 기간평균 최소값 최대값 표준편차

현대 0.8313 0.8130 0.8486 0.8573 0.8502 0.8422 0.8047 (1987)

0.8616

(1990) 0.0186 삼성 0.7003 0.6919 0.7293 0.7518 0.7147 0.7234 0.6919

(1988)

0.7626

(1995) 0.0215 대우 0.6134 0.6702 0.7324 0.6911 0.7294 0.6892 0.6134

(1985)

0.7324

(1991) 0.0391 LG 0.8330 0.8618 0.8822 0.8958 0.8717 0.8723 0.8330

(1985)

0.8958

(1994) 0.0181 SK 0.6685 0.7459 0.7754 0.8181 0.8050 0.7713 0.6685

(1985)

0.8493

(1996) 0.0563 5대평균 0.7427 0.7660 0.8027 0.8102 0.7968 0.7879 0.7427

(1985)

0.8122

(1995) 0.0240 6-30대평균 0.7240 0.7156 0.7407 0.7523 0.7363 0.7377 0.7156

(1988)

0.7650

(1996) 0.0146 30대평균 0.7357 0.7481 0.7805 0.7899 0.7790 0.7705 0.7357

(1985)

0.7941

(1995) 0.0199 31-72대평균 0.4012 0.4710 0.4879 0.5096 0.5090 0.4829 0.4012

(1985)

0.5458

(1996) 0.0403 72대평균 0.6944 0.7138 0.7444 0.7567 0.7542 0.7366 0.6944

(1985)

0.7652

(1995) 0.0234 부실계열

평균(14개) 0.5739 0.6079 0.6195 0.6458 0.6149 0.6218 0.5739 (1985)

0.6819

(1996) 0.0278 WORKOUT

평균(9개) 0.6591 0.6835 0.7311 0.7266 0.7116 0.7062 0.6582 (1986)

0.7366

(1995) 0.0296 주: 1) 각 유형별 평균 다각화 지수는 각 그룹의 매출액 비중에 따라 가중평균한 값임.

2) 30대 그룹은 1995년 자산순위 기준.

<그림 3-1> 그룹 유형별 다각화 지수 변동추이(1985년∼1997년)

0.5 0.6 0.7 0.8 0.9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연도

5대 평균 30 대 평균 72 대 평균

부실 workout

<표 3-7> 그룹 유형별 관련 다각화율 변동추이(1985년∼1997년) (단위: %)

구 분 1985 1988 1991 1994 1997 기간평균 최소값 최대값 표준편차

현대 15.43 16.18 16.28 15.85 15.57 15.96 15.43 (1985)

16.84

(1989) 0.46 삼성 17.22 16.33 16.16 17.96 19.78 17.99 15.56

(1989)

22.41

(1987) 2.01 대우 4.78 7.81 13.23 15.49 18.07 11.35 4.78

(1985)

18.07

(1997) 3.82 LG 21.10 22.72 24.72 28.21 24.64 24.59 21.10

(1985)

28.21

(1994) 2.07 SK 25.24 28.34 29.01 32.08 20.11 28.64 20.11

(1997)

35.53

(1995) 4.25 5대평균 16.74 17.66 18.81 20.48 19.36 18.87 16.74

(1985)

20.53

(1995) 1.10 6-30대평균 21.72 22.19 24.84 25.69 24.83 23.70 21.01

(1987)

25.69

(1994) 1.58 30대평균 18.62 19.27 20.96 22.31 20.97 20.56 18.62

(1985)

22.31

(1994) 1.12 31-72대평균 19.03 28.99 29.65 32.68 24.59 28.70 19.03

(1985)

33.19

(1992) 4.44 72대평균 18.67 20.47 22.04 23.54 21.30 21.51 18.67

(1985)

23.54

(1994) 1.39 부실계열

평균(14개) 21.83 29.67 33.36 37.96 44.88 33.22 21.83 (1985)

44.88

(1997) 5.78 WORKOUT

평균(9개) 19.49 17.29 18.90 19.17 21.95 18.92 17.23 (1987)

21.95

(1997) 1.26

주: 1) 각 유형별 평균 관련 다각화율은 각 그룹의 매출액 비중에 따라 가중평균한 값임.

2) 30대 그룹은 1995년 자산순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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