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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다각화와 경제력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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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벌의 다각화와 경제력집중

황 인 학

한국경제연구원

(2)

발간사

재벌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려있다. 한쪽에서는 재벌을 시장실패와 정 경유착에서 발생한 비정형적인 경제조직으로 간주하며, 대주주의 경영참여와 경 영재량권 행사에 대한 투자자의 무견제, 그룹본부 중심의 강력한 내부통제구조에 기초한 선단식 경영의 폐해를 강조한다. 이에 대해 다른 쪽에서는 우리나라 특유 의 제도적․역사적 환경에 대해 기업가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재벌이 진화되어 왔 음을 강조하며, 거래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과 기업의 중간형 조직으로 서 기업집단은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되는 보편적인 현상임을 주장한다.

재벌문제에 대한 解法에 있어서도 양측은 전혀 다른 입장을 견지한다. 재벌을 비 정형적인 조직으로 보는 쪽은 사회적 압력과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서라도 재벌을 개혁하고, 더 나아가서는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벌을 주어 진 제도적 여건의 산물로 보는 쪽에서는 재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제도의 유인구조(incentive structure)를 개선하는 것이며, 정부의 재량적 개입은 오히려 矯角殺牛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재벌에 관한 오랜 논쟁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아직 이렇다할 서로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黑白論的 論爭이 지속되고 있는 까닭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양측 모두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실증분석보다는 다분히 예단이나 피상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재벌문제를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 다. 재벌은 긍정적 의미든 아니면 부정적 의미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우리나라 자원배분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재벌을 대상으 로 하는 섣부른 정책실험은 국민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달리 말하면 재벌에 관한 정책적 판단에 앞서 문제의 본질을 올바 로 이해하기 위한 실증분석적 접근 노력이 매우 중요함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 산업조직의 근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재벌문제에 대한 실증분석적 접근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재벌의 다각화 에 대해 실증분석하고 있는 이 연구도 위와 같은 취지 속에서 진행된 것이다. 특 히 이 보고서는 1985년에서부터 1997년까지 총 13년간 72개 기업집단의 다각화에 대한 패널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기업집단 유형별로 다각화 과정상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번의 연구를 통해 축적된 방대한 패널자료를 이용하여 재벌 다각화에 관한 실증분석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벌의 다각화는 경영효율, 경제력 일반집중, 시장의 독과점에 미치는 영향을 둘

(3)

러싸고 많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즉 재벌은 내실보다는 문어발식 다각화로 외 형 위주의 성장전략을 추구해온 결과 경제력집중(일반집중 및 시장집중)을 심화 시킨 것으로 비판된다. 최근에는 1997년 이후 재벌기업의 잇따른 부도사태에서 보듯이 타인자본에 의존한 재벌의 사업팽창 전략은 경영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위기 초래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비판되고 있다. 이 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의 정부」가 ‘빅딜’과 같은 사업구조 조정을 크게 강 조하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보고서는 다각화에 관한 위의 쟁점에 대해 실증분석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즉 재벌은 타인자본을 이용하여 비관련 다각화를 추진함으로써 내실보다는 그룹 외형을 키워왔다는 일반적인 시각을 검토하는 한편, 특히 부도 이후 화의나 법정 관리가 진행중인 부실계열 및 워크아웃 그룹에 대해서는 다각화가 경영성과에 미 친 영향에 대해 별도로 회귀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72개 재벌의 다각화와 경제력 집중이 서로 어떤 관계하에 움직여 왔는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각화가 시장구 조의 경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이고 있다.

재벌의 다각화는 학문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대단히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다각화의 경제적 함의에 대한 실증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다각화에 관한 여기의 연구결과들은 주력업종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을 위해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책당국에 흔치않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 나아가 이 보고서는 1997년 말 한국경제가 IMF 관리체제로 접어든 이후 급변하고 있는 대내외적 경제환경 요인들이 향후 재벌의 사업구조와 조직형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개략적인 전망을 제시하 고 있기 때문에 기업경영 실무진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換亂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성 실하게 수행해주신 본원의 황인학 연구위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이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번거로운 통계작업을 마다하지 않은 김정하 연구조원, 박은현 연구조원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특히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세미 나에 참석하여 조언해주신 본원의 박승록 박사, 이재우 박사, 한경동 박사, 이인 권 박사, 서정환 박사, 이병기 박사, 전인우 박사에게 감사드리며, 이 보고서를 자 상히 논평해주신 두 분의 외부 심사위원에게도 감사드린다. 아울러 이 보고서에 담긴 모든 내용은 저자의 견해이며, 본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혀두는 바 이다.

1999년 6월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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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차례

Ⅰ. 머리말 ··· 1

Ⅱ. 다변화 기업집단으로서의 재벌 ··· 3

1. 다각화의 보편성 ··· 4

1) 미국 기업의 사례와 시사점 ··· 4

2) 다변화 기업집단으로서의 재벌 ··· 5

2. 다변화 기업집단의 생성배경 ··· 9

1) 시장지배력 ···10

2) 공동자원 ···12

3) 대리비용 ···14

4) 제도적 요인 ···16

5) 정책적 요인 ···22

3. 다변화 기업집단의 전망 ···23

1) 다각화의 범위 ···23

2) 조직형태 ···31

Ⅲ. 재벌의 다각화 과정과 특징 ···35

1. 분석방법 ···35

2. 다각화 지수의 추정 ···37

1) 베리-허핀달 다각화 지수 ···37

2) 엔트로피 지수: 관련 대 비관련 ···40

3. 재벌 다각화의 특징 ···42

4. 몇 가지 가설 검증 ···47

1) 상관분석: 다각화, 총자산, 부채비율, 경영성과 ···47

2) 부실그룹의 다각화에 대한 회귀분석 ···50

Ⅳ. 다각화, 경제력 일반집중, 시장구조의 관계 ···55

1. 다각화, 무엇이 문제인가 ···55

1) 다각화 논쟁의 특징 ···55

2) 다각화와 시장구조 ···56

3) 다각화와 일반집중 ···58

2. 분석모형 ···63

3. 일반집중의 기여요인 분석 ···65

1) 분석지수의 추정 ···65

2) 일반집중의 기여요인 분석 ···68

4. 다각화와 시장구조의 관계 ···71

Ⅴ. 맺음말 ···74

참고문헌 ···77

부록 ···83

(5)

표차례

<표 2-1> 미국 500대 기업 영위업종수 분포의 변화 ··· 4

<표 2-2> 30대재벌 계열사 및 영위업종의 증가추세(1987년∼1997년) ··· 6

<표 2-3> 다변화 기업집단에 관한 주요 연구사례 ··· 8

<표 2-4> 요인별 환경변화와 다각화 적정수준에 미치는 영향 ···29

<표 3-1> 72개 그룹의 계열기업수 및 영위업종수 ···36

<표 3-2> 베리 다각화 지수: 연도별 변화추세(1985년∼1997년) ···38

<표 3-3> 베리 다각화 지수: 매출․자산․고용지수 사이의 상관관계 ···39

<표 3-4> 엔트로피 다각화 지수: 연도별 변화추세(1985년∼1997년) ···41

<표 3-5> 엔트로피 다각화 지수: 매출․자산․고용지수 사이의 상관관계 ···42

<표 3-6> 그룹 유형별 다각화 지수 변동추이(1985년∼1997년) ···45

<표 3-7> 그룹 유형별 관련 다각화율 변동추이(1985년∼1997년) ···46

<표 3-8> 그룹 유형별 다각화 지수와 총자산 규모의 상관관계 ···48

<표 3-9> 그룹 유형별 다각화 지수와 부채비율의 상관관계 ···48

<표 3-10> 그룹 유형별 다각화 지수와 총자산이익률의 상관관계 ···49

<표 3-11> 과잉 다각화 가설 검증: 부실계열 및 워크아웃 ···52

<표 3-12> 역U자 가설 검증: 부실계열 및 워크아웃 ···53

<표 4-1> 경제력 일반집중 변화 추이(1985∼1997년) ···61

<표 4-2> 일반집중도, 총다각화지수, 총시장집중도의 변화 추이 ···67

<표 4-3> 일반집중도 기여요인별 분해(1985년∼1997년) ···70

<표 4-4> 다각화와 시장구조의 상관관계(1985년∼1997년) ···72

<표 4-5> 총다각화지수 변화율과 일반집중도 변화율의 상관관계 (1985년∼1997년) ···· 73

(6)

그림차례

<그림 2-1> 5대재벌 제2금융권 시장점유율 변동추이 ···20

<그림 2-2> 주주와 경영자의 다각화 성향 불일치 ···25

<그림 2-3> 적정 다각화의 결정 ···27

<그림 2-4> 여건변화에 따른 과잉 다각화의 발생 ···30

<그림 2-5> 거래비용의 변화가 거래조정방식에 미치는 영향 ···33

<그림 3-1> 그룹 유형별 다각화 지수 변동추이(1985년∼1997년) ···46

<그림 4-1> 다변화 기업의 경제력 일반집중 분석 모형 ···63

(7)

부표차례

<부표 1-1> 72개 그룹의 베리-허핀달 다각화 지수와 관련율(1985년) ···83

<부표 1-2> 72개 그룹의 베리-허핀달 다각화 지수와 관련율(1989년) ···86

<부표 1-3> 72개 그룹의 베리-허핀달 다각화 지수와 관련율(1993년) ···89

<부표 1-4> 72개 그룹의 베리-허핀달 다각화 지수와 관련율(1997년) ···92

<부표 2-1> 다각화 지수간 시계열적 상관관계(엔트로피 지수) ···95

<부표 2-2> 다각화 지수간 횡단면 상관관계(엔트로피 지수) - 1985년 ···95

<부표 2-3> 다각화 지수간 횡단면 상관관계(엔트로피 지수) - 1990년 ···95

<부표 2-4> 다각화 지수간 횡단면 상관관계(엔트로피 지수) - 1995년 ···96

<부표 3-1> 다각화 지수간 시계열적 상관관계(베리-허핀달지수) ···96

<부표 3-2> 다각화 지수간 횡단면 상관관계(베리-허핀달지수) - 1985년 ···97

<부표 3-3> 다각화 지수간 횡단면 상관관계(베리-허핀달지수) - 1990년 ···97

<부표 3-4> 다각화 지수간 횡단면 상관관계(베리-허핀달지수) - 1995년 ···98

<부표 4-1> 부실계열 현황 ···99

<부표 4-2> 「기업개선작업」 선정현황 (99. 4. 30 현재) ··· 100

<부표 5> 일반집중도 기여요인별 분해(연도별) ··· 102

<부표 6-1> 산업별 시장집중도 변동 추이(매출 기준 : 1985∼1997년) ··· 103

<부표 6-2> 산업별 시장집중도 변동 추이(고용 기준 : 1985∼1996년) ··· 105

(8)

Ⅰ. 머리말

기업의 조직형태와 사업구조는 역사적․제도적 환경에 크게 영향받는다. 환경적 특성은 국가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기업이 다각화를 추진하는 방식과 범위, 다변 화 기업의 내부통제구조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각국의 대 기업은 계열(系列), 기업집단, M-형기업, 또는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기 도 한다1). 그러나 이름이 어떠하든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각국의 국민경제에서 상 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두 가지 공통적인 특 징이 있다. 따라서 대기업의 조직구조, 운영체계, 다각화 관련 행태에 관한 분석 이 선행되지 않고는 그 나라 특유의 산업조직과 자원배분 메카니즘의 근간을 올 바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재벌은 논자마다 개념 정의를 달리하고 있지만 다변화 기업집단(diversified business group)의 일반적 속성과 소유지배구조상의 한국적 특성이 결합된 개념 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재벌은 시장과 기업의 혼합형 경제조직이라고 하 는 일반적 의미에서의 기업집단적 속성과 대주주의 경영참여, 투자자의 경영규율 기능 부재, 그룹 본부를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내부통제구조, 정경유착 등의 한국 적 특성이 결합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재벌을 이원적 개념으로 볼 때, 재벌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대체로 한국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부정적인 측면 을 강조해왔던 반면, 일반적 속성에 대한 실증분석적 접근은 상대적으로 미흡했 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재벌 역시 어떻게 개념화되든지 한국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매우 다변화 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재 벌이 생성, 발전하게 된 제도적 배경과 더불어 재벌의 조직구조 및 운영체계, 행 태, 경영성과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 는 한 우리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벌의 조직형태 와 사업구조를 규제해야 할지에 관한 정책적 판단도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지난 날 재벌의 진화과정을 제도적 맥락과 결부시켜서 살펴보지 않고는 최근의 급변하 는 경제환경이 앞으로 재벌의 두 가지 속성(기업집단의 일반적 속성과 한국적 특 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전망해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필자는 재벌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하여 단계별로 실증적 접근 을 시도해 왔으며, 여기에서는 이의 계속된 일환으로 재벌의 다각화에 관한 문제 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앞으로 깊이 있는 실증분석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취지 하에 1985년∼1997년 기간에 걸쳐 72개 그룹을 대상으로 다각화

1) 여기의 M-형 외에도 Hill(1988, p.72)은 기업조직의 형태를 CM-형, H-형, T-형, U-형, X-형 등으로 세분하고 있다.

(9)

와 관련하여 체계적인 패널자료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재벌 다각화의 과정과 특징에 대해 살펴본다. 재벌의 다각화에 관한 선행연구는 이미 적지 않지만(이수복․한성덕, 1998; 임상일, 1994; 전인우 1996, 1997; 조창현 1998; 홍재범․황규승, 1997; Chang-Choi, 1988 등) 본 연구는 매출, 자산, 고용 등 다양한 변수에 기초한 장기간의 패널자료를 바탕으로 72개 그룹을 유형별로 구분하여 다각화 과정의 특징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차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재벌그룹의 다각화는 경영효율, 시장 독과점, 일반집중의 세 가지 측면에서 끊임없는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즉 재벌은 내실보다는 문어발식 다각화로 외형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일반집중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한편, 계열기업간 지원성 내부거래를 통해 독립기업을 도태시키고 시장지배력을 증강시 키는 것으로 비판되어 왔다. 최근 들어서는 1997년 이후 일련의 부도사태에서 보 듯이 타인자본에 의존한 재벌의 사업팽창 전략은 경영부실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위기 초래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주력업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라는 정부의 압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본 연구는 재벌의 다각화를 둘러싼 위의 비판들을 검토하기 위해 간단한 실증분 석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다각화와 경제력집중(일반집중 및 시장집중)의 관계에 대하여 본 연구는 Clarke-Davies(1983)의 모형을 이용하여 일반집중의 변 동과정을 기여요인별로 분해해보는 한편, 단순 상관분석을 통해 지난 13년간 다 각화와 시장구조가 서로 어떤 관계 하에서 움직여 왔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다각 화와 경영성과에 관한 쟁점은 72개 그룹을 전체, 30대재벌, 5대재벌, 화의․법정 관리가 진행중인 부실계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 그룹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검토한다. 특히 부실계열 및 워크아웃 그룹에 대해서는 통합 자료(pooled data)에 기초한 회귀분석을 통해 과잉 다각화가 경영부실의 원인이었 는지 살펴본다.

다음 제Ⅱ장은 재벌 개념을 구성하고 있는 양대 축인 기업집단적 속성과 소유지 배구조상의 한국적 특성 중에서 전자에 초점을 맞추어 재벌의 생성배경과 앞으로 의 전망 등에 관해 정리하고 있다. 제Ⅲ장에서는 1985년∼1997년에 걸쳐 중분류 기준 총 60개 산업 중에서 46개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72개 그룹의 총다각화지 수, 비관련 다각화지수를 다양한 방식으로 추정한다. 매출․자산․고용, 그리고 계열기업과 업종 등 다각화지수 추정에 이용되는 여러 가지 방법간에 어떤 차이 가 있는지 예비조사 과정을 거쳐 재벌그룹을 다섯 가지 유형별로 나누어 다각화 과정과 특징을 살펴본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특히 부실계열 및 워크아웃 그룹을 중심으로 다각화와 경영성과의 관계를 위시한 몇 가지 쟁점에 관해서도 검토한 다. 제Ⅳ장은 다각화가 경제력집중 및 시장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를 요약하고 있다. 끝으로 이 연구의 한계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제Ⅴ장에서 정리한다.

(10)

Ⅱ. 다변화 기업집단으로서의 재벌

재벌은 법률적으로 규정된 실체가 아니며, 논자마다 개념정의를 달리하고 있지만 소유지배구조상의 한국적 특성과 다변화 기업집단으로서의 일반적 특성이 결합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형태상으로 보면, 재벌은 대주주 또는 그 가족이 통제 피라 미드(control pyramid)라고 하는 레버리지 수단을 이용하여 비교적 적은 자기 재 산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개의 회사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다변화 기업집단의 일종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의 재벌은 다변화 기업 집단, 혹은 시장과 기업의 혼합형 경제조직이라고 하는 일반적인 특성과 대주주 의 경영참여, 투자자의 경영규율기능 부재, 그룹 기조실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 권형의 내부통제구조, 정경유착 등의 한국적 특성을 포함한다.

지금까지 재벌에 관한 오랜 논쟁에도 불구하고 찬반 양론이 서로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구도를 유지해 온 배경에는 재벌의 이원적 속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1998년 이후 새 행정부가 상당한 비중을 두고있는

‘재벌개혁’ 정책도 재벌개념의 이원적 속성을 구분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이 때문에 ‘재벌개혁’은 그 지향점이 시장과 기업의 혼합형으로서의 조직적 특성 은 인정하되 한국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변화 기업집단의 보편적 속성과 기능까지 부정하는 것인지 분명하지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재벌 개념에 내재된 한국적 특성은 상당부분 소유지배구조와 관련이 있고, 이 연 구는 사업구조의 다각화에 관한 것인 만큼 여기서는 재벌 개념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다변화 기업집단의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까지의 재벌논의 과 정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적 특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았던 만큼 제Ⅱ장에서는 다 변화 기업집단이 비정형적인 경제조직이 아닐 수 있음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집단이 어떤 배경 하에서 생성되었는가는 선행 연구들을 중심으로 정 리하면서 특히 우리의 경우 제도적, 정책적 환경이 기업(집단)의 사업구성과 조직 형태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음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재벌개 혁’ 정책도 그러하지만 기업활동을 뒷받침하는 경제제도 및 환경이 상당히 바뀌 고 있는 만큼 이러한 요인들이 향후 재벌의 사업구성과 조직형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 개략적인 방향을 가늠해 본다.

(11)

1. 다각화의 보편성

1) 미국 기업의 사례와 시사점

기업을 하나의 동질적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함수로 다루어 온 전통적인 경제이론 은 기업의 본질과 범위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이론모형에 따르면 기업은 한 산업에서만 활동하고 동일 산업내의 다른 경쟁기업 과 차이가 없으며, 다른 산업에 대한 참여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주어진 품목에 서만 이윤 극대화를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추상화된다. 이러한 기업모형 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기업의 행태를 분석하기에는 처음부터 한 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다각화 대기업은 오랫동안 연구자의 주 목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기업의 조직 형태와 사업구조를 비정형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반독점적인 견지에서 적대감을 나타내기도 하였다.2)

추상적인 기업모형에서 상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다각화 대기업은 비정형적인 것 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나라마다 제도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 에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조직형태, 다각화의 범위, 다각화 추진방식 등의 구체 적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대기업은 여러 업종에 걸쳐 사업을 펼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 500대 기업의 평균 영위업종수 가 10.9개에 달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표 2-1> 참조). 물론 이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나 「모토롤라(Motorola)」처럼 전문기업도 12.4%

나 되지만, 반면에 20개 이상의 광범위한 업종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기업의 비중 은 14.8%에 이르고 있다.

< 표 2-1> 미국 500대 기업 영위업종수 분포의 변화

구 분 1985년 1989년 1992년

영위업종수별 500대 기업분포

(SIC 4단위)

1개 (전문기업) 3개업종 이하 5개업종 이상 10개업종 이상 20개업종 이상 30개업종 이상

11.8%

23.2%

67.6%

42.0%

13.8%

0.6%

12.4%

22.6%

68.6%

43.6%

14.0%

0.8%

12.4%

21.8%

69.6%

43.8%

14.0%

0.8%

500대기업 평균 영위업종수 10.65 10.85 10.90

자료: Montgomery (1994).

2) 이론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경제현상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시장실패나 독점에서 그 원인을 찾 으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은 Ronald Coase, Steven Cheung, Oliver Williamson, Hogarth &

Reder 등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이에 관해서는 황인학(1997) pp.58-61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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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표 2-1>은 미국기업의 다각화 성향의 추세변동에 있어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기업은 80년대 이후 소위 ‘탈다각화(de-diversifying)' 또는 ‘핵심으로의 회귀(return to the core)'라는 기치하에 핵심역량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여 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60년대에 복합합병을 통해 몸 집을 키워왔던 대기업이 사업구조를 실제로 축소재편하는 사례를 목격하면서 (Markides, 1995) 일부에서는 미국기업의 평균 영위업종수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 측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표 2-1>에서 미국경제의 활발한 구조조정기에 해당하 는 1987년∼1992년 기간 중 500대기업의 평균 영위업종수는 큰 변화가 없거나 오 히려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복합 대기업은 물론이고 많은 대기업들이 영위업종 간의 관련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업구성(business portfolio)을 꾸준히 재편해왔지 만 이러한 구조조정이 곧 대기업의 평균 영위업종수의 절대적인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 경제의 구조조정기에 500대기업의 영위업종수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대기업의 업종 다각화가 경제현상의 뚜렷한 특징으로 존속하는 경향이 있음을 시 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평균적인 업종수는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증가할 수도 있고 감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현재 활동하는 시장의 규모가 충분히 크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 않 는 한, 그리고 이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 않는 한 하나의 업종에 전문화한다는 것은 기업의 영속성마저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선택 일 수 있다.3)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경제환경과 경쟁우위의 변화에 따라 사업의 구성(business portfolio)을 계속 바꾸어 나가는 한편으로 동 시에 여러 개의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한다는 기본적인 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 으로 보인다.

2) 다변화 기업집단으로서의 재벌

대기업의 다각화가 경제현상의 보편적인 특징이라고 해도 다각화를 추구하는 동 기와 추진방식, 다각화의 범위와 파급효과는 나라마다 다르며, 이 때문에 대기업 의 다각화를 보는 시각과 정책적 접근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의 재벌은 다각화를 통해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외국의 선진기업에 비해 지 나치게 방만한 ‘문어발식’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한편, 정부는 시장개입을 해서라도 재벌로 하여금 주력업종 중심의 사업구조로 재편하도록 유 도해야 한다는 산업정책적인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3) Boston Cunsulting Group의 사업구조 조정모형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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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벌은 외국의 선진기업에 비해 훨씬 광범위한 업종에 다각화된 사업구 조를 갖고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표 2-2>에서 보면 30대재벌은 평균 27 개의 계열사를 통해 약 20개 업종(KSIC 2단위 기준)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5 대재벌은 평균 4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약 31개의 업종에 참여하고 있다. 산업 분류상의 차이까지 감안하여 <표 2-1>과 <표 2-2>를 비교하면 미국의 대기업에 비해 재벌의 업종 다각화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 럼 한국기업의 영위업종수가 무척 많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단순비교한 결과 로 사업구조의 방만성, 또는 과잉 다각화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냐하면 다각화의 적정범위는 해당기업의 핵심역량과 시장 내에서의 위치뿐만 아 니라 그 나라의 역사적․제도적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표 2-2> 30대재벌 계열사 및 영위업종의 증가추세(1987년∼1997년) (단위: 개)

재 벌 1987.4

(계열사) (금융사)

1993. 4 1997.4

계열사b 금융사 영위업종 계열사 금융사 영위업종c

5대재벌 - 현대 - 삼성 - 대우 - LG - SK

169 32 35 29 57 16

15 4 2 3 6 0

210 49 50 25 53 33

20 5 5 2 6 2

30.4 36 34 27 32 23

262 57 80 30 49 46

32 6 10

5 8 3

31 37 30 31 29 28

30대재벌 509a 46a 626 64 18.3 819 95 19.97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참조하여 재구성함.

주: a) 32대재벌 기준, b) 1994년 6월, c) 1997년 12월

그렇다면 재벌의 다각화 범위가 미국기업보다 훨씬 넓은 까닭은 무엇인가? 기업 의 다각화가 제도적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은 다음의 제2절에서 살펴보겠 지만 재벌은 소유지배구조상의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다각화를 추 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기업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미국의 대기 업은 단일기업 내에 여러 사업부를 두거나 자회사에 대한 100% 출자를 통해 다 양한 사업을 펼치는 사업부제 형태(multi-divisional form)를 취하는 반면, 재벌은 법률적으로 독립된 여러 개의 계열사가 ‘통제 피라미드(control pyramid)’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양자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서 ‘통제 피라미드’라 함은 대주주 또는 그 가족이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는 중핵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중핵기업은 다시 다른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는 연 쇄적 소유구조를 통해 적은 재산으로 여러 회사의 많은 자산을 통제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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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거론하는 계열사간 상 호출자나 무의결권주는 이러한 레버리지 효과를 보강하는 수단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100% 출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을 투자하고 그것도 상당부분 계열출자에 의해 충당되는 두 가지 경우를 비교하면 같은 재산을 가지고도 후자의 경우 훨씬 더 많은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4)

따라서 ‘통제 피라미드’는 재벌(또는 기업집단)과 영미식 사업부제 대기업을 구분 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런 의미에서 재벌은 대주주 또는 그 가족이 통제 피라미드라는 연결망을 이용하여 비교적 적은 재산으로 다 양한 업종에서 활동하며 법률적으로 독립된 여러 개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다변화 기업집단(diversified business group)의 일종으로 정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 럼 통제 피라미드라고 하는 업종 다각화를 용이하게 하는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재벌은 과도한 다각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고, 또 이 때문에 대기업의 다각화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재벌과 선진기업의 다각화를 동등하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통제 피라미드가 재벌과 영미식 사업부제 기업을 구분하는 특징적인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제 피라미드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한국적 특성은 아 닌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Mork-Strangeland-Yeung(1998)이 소개하고 있는 다음의 사례는 회사 이름을 바꾸어 놓고 보면 우리나라 재벌의 이야기인지, 캐나 다 기업의 이야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비슷하다.

‘캐나다의 Bronfman 家門(Edward and Peter Bronfman)은 Broncorp Inc.를 소유하며, Broncorp Inc.은 HIL Corp의 지분 19.6%를, HIL Corp은 다시 Edper Resources의 지분의 97%를 소유하 고 있으며, 더 나아가 Edper Resources ⇒ Brascan Holdings (60%) ⇒ Brascan (5.1%) ⇒ Braspower Holdings(49.9%), ⇒ Great Lakes Power Inc(49.3%) ⇒ First Toronto Investments(100%) ⇒ Trilon Holdings(25%) ⇒ Trilon Financial (64.5%) ⇒ Gentra(41.4%),

⇒ Imperial Windsor Group(31.9%). Bronfman 가문은 Imperial Windsor Group에 대한 지분 은 0.03%에 불과하나 완전하게 경영권을 행사하며, 상호출자와 특별의결권주식의 발행을 통해 피라미드 구조의 상부 또는 하부에 있는 모든 기업을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Bronfman 家門이 통제하는 기업의 수는 수백 개에 이른다(Mork, et al., 1998).’

Mork-Strangeland-Yeung(1998)는 더 나아가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앵글로 색슨 계통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통제 피라미드를 이용한 기업범위의 확장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며, 오히려 영미식 사업부제 모형이 예외적인 기업 형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Ghemawat-Khanna(1998) 역시 대주주나 그 가족이 지배하는 경우를

4) 통제 피라미드는 외부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대신 대주주 경영자의 이익을 증대시킨다는 점 에서 비판되기도 하지만 신흥시장에서는 희소한 기업가 정신의 사회적 확산을 통해 경제발전 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관한 내용은 황인학(1999b)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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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함하여 통제 피라미드에 기초한 다변화 기업집단5)은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는 기업형태임을 확인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통제 피라미드는 재벌의 성립을 뒷받침하는 한국적 특성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다변화 기업집단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며, 영미식 사업부제 기업과 구분되는 일반적 특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변화 기업집단은 상대적인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관심을 끌지 못 했으며, 오히려 각국의 특수한 환경에 기초한 비정형적인 기업조직형태로 간주되 어 왔다. 이러한 배경에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업을 동질적인 한가지 상품 을 공급하는 생산자로 추상화하고 있는 교과서적 경제모형에 1차적인 원인이 있 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각화 대기업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도 기업집단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미흡했던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연구들이 서 구학자에 의해 주도되면서 영미식 사업부제 대기업을 표준적인 기업모형으로 여 겨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표 2-3> 다변화 기업집단에 관한 주요 연구사례

국 가 연구자(연도)

벨기에 캐나다 칠레 코스타리카 홍콩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필리핀 러시아 한국 대만 태국

Daems(1975)

Mork-Strangeland-Yeung(1998)

Zeitlin-Ewen-Ratcliff(1974), Maijuf, et al.(1996) Strachan(1976)

Knoop-Yoshino(1995)

Jacquemin-Chellinck(1980), Encaoua-Jacquemin(1982)

Herdeck-Piramel(1985), Khanna-Palepu(1997), Piramal(1996), Ghemawat-Khanna(1998)

Robison(1986), Schwartz(1992)

Caves-Uekusa(1977), Goto(1982), Hoshi-Kashyap-Scharfstein (1991). Weistein-Yafeh(1995),

Ling(1992), Khanna-Yoshino-Melito(1996) Strachan(1976), Camp(1989)

Hawes(1992)

Balsi-Kroumova-Kruse(1997)

Chang-Choi(1988), Amsden(1989, 1996) Wang(1992)

Suehiro(1992)

자료: Ghemawat-Khanna(1998)의 <Table 1>의 내용을 재정리 하였음.

5) Ghemawat & Khanna(1998)는 다변화 기업집단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Diversified buisiness group-an organizational form characterised by diversification across a wide range of businesses, partial financial interlocks among them, and in many cases, familial control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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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기업집단은 신흥시장에만 존재하는 예외적인 경제조직이 아니라 그 나 라 특유의 역사적․제도적 환경을 감안한 일반론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Goto(1982) 등의 지적에 힘입어 기업집단에 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별 기업집단의 사례를 분석한 주요 연구결과를 정리한 <표 2-3>을 통해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보면 다변화 기업집단은 벨기에, 프랑 스에서부터 칠레, 태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기업집단은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는 기업조직의 한 형태로서 영미식 사업부제 기업과 달리 통제 피라미드를 이용하여 광범위한 업종 에 다변화하고 있으며, 재벌이라는 경제조직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각국의 기업집단은 저마다 독특한 제도적 환경 속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에 대주주의 경영참여 여부, 기업집단 통제권의 분포, 기업집단 소속회사간 의 연결강도, 내부통제구조, 기업집단에 대한 시장규율장치, 정부-기업-금융관계 등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서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 특성에 기초한 차이 점 때문에 모든 나라의 기업집단을 반드시 동질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기업집단 은 최소한 영미식의 사업부제 대기업과 달리 통제 피라미드를 이용하여 많은 업 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재벌은 다변화 기업집단이라는 일반적 속성과 지배구조 등의 한국적 특성이 결합 된 개념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2. 다변화 기업집단의 생성배경

기업이 왜 다각화를 하는가에 대한 기존의 이론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시장지배력의 관점(market-power view)으로서 계열기업간 지원성 내부거래 등을 통해 경쟁자를 배제하고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다각 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동자원의 관점(resource view)으로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초과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새로운 사업분야로의 진출을 모 색한다는 것이며, 그리고 셋째는 대리이론의 관점(agency view)으로서 소유와 경 영이 분리되고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사업 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위의 가설들은 다각화의 동기를 설명하면서 다각화가 기업의 경영성과와 국민경 제 전체의 자원배분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 이다. 그리고 이들은 기업집단, 사업부제 기업 등 기업의 형태에 관계없이 다각화 가 발생하는 일반적인 배경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분석틀로 이용될 수 있다. 그러 나 한편으로 위의 세 가지 가설은 기업의 조직 및 사업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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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며 나라마다 독특한 시장제도적 여건과 정부의 정책패턴을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재벌과 같은 다변화 기업집단의 생성배경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한 측면 이 있다. 예를 들어 양원근(1992), 정구현(1991) 등은 재벌의 다각화 동기에 관하 여 위험분산이나 시너지(synergy) 도출과 같은 기업내부의 경영전략적 요인, 자 본시장의 불완전성과 같은 시장조건, 정부정책적 요인으로 구분하면서 특히 정책 적 요인과 재벌의 다각화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여기에서는 기존의 세 가지 가설에 제도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을 추가하여 다변화 기업집단의 생성배경을 살펴본다.

1) 시장지배력

“다각화 기업은 효율성이 아니라 복합력(conglomerate power)을 이용하여 비다각 화 전문기업을 도태시키면서 성장한다(Hill, 1985, p.828).” 이처럼 기업은 시장지 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화를 추진하고, 다각화 기업은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복합력에서 비롯되는 우월적 지위 때문에 성장한다는 견해는 다각화를 바라보는 가장 고전적인 관점인 한편, 독과점에 대해서 학습된 적대감을 갖고 있는 경제학 자들이 다각화를 주목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 경쟁은 창조적 파괴과정을 통해 비효율을 걸러내고 자원을 최적의 용 도로 배분시키는 한편, 지식의 영역을 확장하고 부존자원에 의해 설정된 성장한 계를 극복하도록 하는 메카니즘이다. 그리고 시장경쟁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업 의 진입과 한계기업의 퇴출이 활발할수록 더욱 역동성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 다. 그렇다면 다각화는 기존의 대기업이 새로운 업종에 참여하는 다변화 진입 (diversified entry)으로서 진입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다각화가 이루어지는 업종 에서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굳이 신생기업(de nova entry)의 진입과 다변화 진입을 구분하여 전자는 경쟁을 촉진시키지만 후자는 반대로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으 며, 그 이유를 다각화 기업에 내재된 다시장력(multimarket power) 또는 복합력 (conglomerate power)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다각화는 횡적보조(cross-subsidization), 상호자제(mutual forbearance), 상호구매(reciprocal buying) 등의 복합력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 이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횡적 보조는 한 시장에서 발생한 이익을 다른 시장 에서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원성 내부거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경쟁자를 축출하고 독점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평균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하고, 이러한 약탈가격의 책정(predatory pricing)으 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다른 사업부문의 이익으로 보전하는 경우가 횡적보조에 해당한다. 상호자제는 다각화 기업들이 여러 시장에서 접촉하게 되면서 상호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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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가능성 때문에 서로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전략을 자제하고 ‘누이 좋고 매 부 좋고’식의 공생관계를 유지함을, 그리고 상호구매는 다각화 대기업들이 서로의 의존적인 관계를 이용하여 중소 경쟁자들의 시장진입을 봉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각화 기업의 복합력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면 다각화는 결국 이들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증강시키고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인 경쟁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 할 것이다. 이처럼 자원배분효율의 관점에서 다각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경제학의 고전적인 접근방식인 동시에 우리나라에서도 재벌의 다각화를 바라보는 가장 일반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특히 재벌이 많은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벌의 다변화 진입이 결과적으로 시장집중도를 높이는 한 편, 약자인 중소기업을 희생시키면서 성장했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 나아가 계열사간 횡적 보조는 경쟁기업의 배제를 통해 시장을 독점화하는 수단으 로 이용될 뿐 아니라 경쟁력 없는 한계사업의 퇴출을 억제함으로써 재벌의 방만 한 사업구조를 조장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횡적 보조 때문에 재벌 의 사업구조가 방만해졌다는 두 번째 지적은 (이러한 지적이 맞는다고 해도) 다 각화가 이미 추진된 이후에 부실한 퇴출제도와 맞물려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 이기 때문에 재벌이 왜 다각화를 했는가, 즉 다각화의 동기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재벌이 ‘두툼한 지갑(deep-pocket)’을 이용하여 약탈가격전략을 구사한다는 주장이 이론적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그런 사례가 있었는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약탈가격전략은 경쟁자를 축출하는 과정에 막대한 손 실이 발생하며, 설혹 전략이 성공하여 독점적 지위를 얻는다고 해도 잠재적 진입 자의 항상적인 위협과 경쟁정책 당국의 감시 때문에 전략 수행과정에 소요된 비 용을 충분히 회수할 때까지 독점 이윤을 누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6) 특히 대규모의 재벌들이 서로 엇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여러 시장에서 경쟁자적 관계 를 맺고 있는 우리와 같은 상황에서 특정 재벌이 횡적 보조를 통해 시장에서 어 느 정도의 위치를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약탈가격으로 독점적 위치를 확보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7)

6) Baumol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약탈행위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서는 1969년 1월에 법무성이 IBM을, 그리고 최근에 Netscape사가 Microsoft사를 약탈혐의로 제소한 사례에서 보듯이 약탈혐의를 둘러싼 법률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기업들이 반독점법을 이용하여 시장경쟁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을 법률게임을 통해 얻으려는 시도로 보는 견해도 있다.

7) 기업은 흔히 시장독점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으나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과점울 선호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독점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경제력 집중에 대 한 사회적 비난을 회피하는 한편, 대규모 기업조직이 化石化되는 것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창조적 긴장상태에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가는 교묘하게 소수의 기업과 경쟁상태에 있는 과점 을 창안했다는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Asian Wall Street Journal(1999.3.9) 참조 : “Big Business : Why Corporations Prefer Oligopoly over Monopo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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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말 당시 삼성그룹에 속해 있던 제일제당과 미원(지금의 대상그룹) 사이에 벌어진 ‘조미료 전쟁’은 다변화 기업집단이 계열사간 횡적보조로 시장을 독점한다 는 주장이 과장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풍이라는 상표로 조미료 시장에 신규 진입한 제일제당은 이미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원과 치열 한 시장점유율 쟁탈전을 벌였으나 삼성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원의 위치를 차지할 수는 없었다. 더 나아가 제일제당의 조미료 시장 진입으로 시작된 양사의 지속적인 경쟁관계는 천연 조미료의 개발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개 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례는 대기업의 다변화 진입은 경쟁을 제한 함으로써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과정을 역행한다고 보는 시장지배력 가설과 상반 된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앞으로 좀더 깊이 있는 사례연구가 있을 것으로 기 대된다.

최근에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이유로 시장약탈전략보다는 다각화 대기업 사 이의 경쟁자제효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상호자제가설은 대기업간 묵시적인 담합 등의 공생전략을 통해 소비자 잉여의 착취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경쟁자 배제를 강조하는 시장약탈전략과 대조된다. 이 가설은 Bernheim & Whinston(1990)의 게 임이론적 모형에서 체계화되었으며, 은행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Heggestad &

Rhodes(1978)의 연구와 항공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Evans & Kessides(1994) 등 실증분석에서도 일부 확인된 바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30대재벌을 대상으로 하 는 실증분석에서 조창현(1998)은 상호자제에 의한 경쟁제한효과가 일부 존재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2) 공동자원

기업이 다각화를 추진하는 까닭에 대한 두 번째 설명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생산 적 자원의 상호보완성에 기초하고 있다. 자원의 상호보완성이란 기술 및 정보, 판 매망, 상표, 조직에 체화된 관리능력과 같이 특정 자원을 한 가지 용도에 배타적 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용도에 공동 활용하는 것이 보다 유리한 경우를 뜻한다. 특정 기업이 어떤 계기에 의해서든 이러한 성격의 공동자원(common resources)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해당 기업은 잉여자원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 거나 아니면 내부에서 자체 활용해야 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자원의 일부를 시장에서 매각할 것인가 아니면 자체 활용할 것인가의 여부는 시 장 메카니즘의 이용에 따른 비용, 즉 거래비용에 크게 영향받는다. 여기에서 공동 자원 가설이 강조하는 바는 특정 자원은 시장거래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기업내부에서 활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다각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자원들이 어떤 이유로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거래될 수 없는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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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건물과 같은 유형자산과 달리 오랜 시간에 걸쳐 기업조직 내에 축적된 지식 과 경험, 핵심 경영역량 등은 해당 자원의 불가분적인 성격 때문에 시장거래에 어려움이 따른다. 또 분할이 가능하다고 해도 일단 그 기업에서 분리되면 가치가 급감하는, 다시 말하면 해당기업에의 전속성(specificity)이 높은 자원은 매도․매 수가격에 대한 거래 당사자 사이의 크게 엇갈린 평가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기 어 려울 수 있다.8)

이에 관한 최근의 사례로는 현대그룹과 LG 그룹의 반도체 사업부문의 ‘빅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서슬퍼런 재촉에도 불구하고 두 그룹간 반도체 ‘빅딜’

이 최종 타결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 ‘빅딜’에 서 핵심쟁점 중의 하나는 기술권리와 영업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에 대 한 평가였으며, LG는 반도체 사업부문의 가격으로 4조원을 요구한 반면 현대는 1조2천억원을 제시하는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9)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두 그룹은 극적인 타결을 보기는 했지만 이 사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 정상적인 시장에서 거래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특정 자원의 가치에 대해 거래 쌍방간에 극심한 차이가 나는 경우는 적지 않으 며, 이 때문에 해당 자원을 과잉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잉여분을 자체 활용함으로 써 지대를 내부화할 유인을 갖는다는 것이 공동자원 가설이 주장하는 내용의 핵 심이다.

공동자원 가설의 몇 가지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시사점은 하 나의 기업이 A업종과 B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또 이 두 업종은 서로 다른 산업분류체계에 속해있다고 하여 이 기업이 비관련 다각화하고 있는 것으로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업구조는 일반적으로 생산기술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관련 및 비관련 다각화로 분류되고 관련 다각화는 기업의 경영성과 개 선에 도움이 되는 반면, 비관련 다각화는 경영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 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동자원 가설에 따르면 기업의 사업구조는 기술적인 연관 성이 없다고 해도 기업가의 역량이나 마케팅 능력과 같이 기술외적인 요소와 어 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영위업종의 산업분류에 따라 관련, 비관련을 구분하는 방식이 무리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기업의 이윤율과 다각화의 범위는 기업내에 축적된 자원의 총량에 영향받

8) 특정 자원이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사용될 때 잃게되는 가치의 정도에 따라 전속 성이 결정된다.

9) 우여곡절 끝에 1998년 9월 3일 현대전자와 LG 반도체는 반도체 통합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 하였으나 1999년 1월 6일 LG 그룹의 반도체 사업 포기 선언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LG 반 도체를 현대전자로 합병한다는 원칙하에 현대전자는 LG 반도체의 인수가격으로 1조 2천억원 을 제시한 반면, LG 그룹에서는 4조원을 요구하여 처음부터 커다란 격차를 보였다. 두 그룹은 결국 1999년 4월 청와대에서 개최되는 정․재계 간담회를 앞두고 인수가격 2조5천6백억원에 최종 합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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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다. 전속성이 높은 자원을 보유하는 기업은 해당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 가 좁기 때문에 비교적 소수의 사업에 다각화하는 반면, 전속성이 높은 만큼 높 은 지대를 누릴 가능성이 많다. 반대로 여러 가지 용도에 사용가능한 범용기계와 같이 전속성이 낮은 자원을 보유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많은 산업에 다각화할 수 있지만 자원의 전속성이 낮은 만큼 얻는 지대도 낮을 것이다(Montgomery &

Wernerfelt, 1988). 이와 같이 공동자원 가설은 기업마다 전속성이 다른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윤 극대화에 이르는 적정 다각화의 범위 또한 기업마다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끝으로 공동자원 가설에 따르면 다각화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보면 경영성과 개 선을 위한 합리적 선택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바람직한 현상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 본 시장지배력 가설이나 다음에 설명할 대리비용 가설과 분명히 구분되는 정책적 시사점을 함축하고 있 다. 시장지배력 가설은 기업 차원에서는 다각화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 택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대리비용 가설은 다각 화가 기업가치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지양되어야 할 경 제현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3) 대리비용

대리비용 가설은 기업의 소유와 통제가 분리되고 경영자의 경영재량권 행사에 대 한 투자자의 감시와 견제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잉) 다각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경영자는 일반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 나 일부분만 소유하고 있으며,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자원 을 유용하려는 誘因을 갖는다. 주주도 경영자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인지하고 이 를 억제하기 위하여 스톡옵션(stock option)과 같이 인센티브 보수계약을 체결하 거나 이사회의 경영자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등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지만 완 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주식이 광범위하게 분산, 소유되고 있을 경우 경영 자를 감독하는 역할은 일종의 공공재(public good)가 되기 때문에 경영자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는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경영자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자가 주주보다는 자신의 이 익을 위해 주어진 재량권을 활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경영재량 권을 남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리비용 가설은 사업구조의 다각 화를 경영자의 개인적인 이익 추구의 결과로 본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렇다 면 다각화가 왜 경영자의 이익에 부합되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경영자가 받는 보수는 기업의 규모와 밀접한 관계에 있고 다각화 는 기업의 규모를 확장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경영자는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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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선호한다, 경영자가 누리는 비금전적 특권은 경영자가 통제하는 자원의 총량 과 비례하기 때문에 경영자는 다각화를 통한 기업제국의 건설(corporate empire-building)을 추구한다, 또는 경영자는 고용위험을 줄이는 방편으로 비관련 다각화를 추구한다는(Amihud & Lev, 1981) 설명 등이 그러한 예이다.

대리비용 가설의 또 다른 특징은 다각화가 경영자의 이익은 증진시키지만 보다 중요한 주주의 이익 또는 기업의 가치는 훼손한다고 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시장지배력 가설에서 다각화는 소비자나 경쟁업체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주주가치 를 제고시키는 요인으로 간주되는 반면에, 대리비용 가설에서의 다각화는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경영자의 이익을 높이는 요인으로 설명된다. 대리비용 가설의 이러한 특징은 Jensen(1986)의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 이론에서 여 실하게 드러난다. 여기에서 자유현금흐름이란 현재의 사업에서 현재가치가 자본 의 기회비용을 초과하는 모든 투자 프로젝트를 이미 수행한 이후에 계속해서 들 어오는 현금을 의미한다.

주주와 경영자 사이에 대리문제가 없다면 자유현금흐름은 당연히 배당을 통해 주 주에게 귀속될 것이다. 그러나 불완전한 경영자 규율 메카니즘(기업지배구조) 때 문에 대리문제가 존재하는 한, 경영자는 이 돈을 주주에게 배당하기 보다는 다른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보수와 비금전적인 특권을 높이고 자신의 고용위험을 줄이 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더 나아가 투자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게 되면 투자자 의 경영권 간섭이 뒤따르는데 비하여 자유현금흐름을 이용하면 이를 피할 수 있 기 때문에 더욱더 자유현금흐름을 배당보다는 비관련 사업에 투자하게 되고 그 결과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는 것이 Jensen의 설명이다.

자유현금흐름을 이용한 비관련 다각화의 추진은 성장산업에서 보다 성숙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지적된다. 왜냐하면 성숙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성장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에 비하여 생산적인 재투자의 기회는 적은 반면 수입은 안정적으로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자유 현금흐름 이론은 흔히 투자재원별로 수익률에 차이가 있는가를 살펴보는 방법을 통해 실증분석되고 있다. 예를 들어 Mueller(1987)는 기업 내부에 축적된 이익(유 보이윤)으로 투자한 사업의 수익률이 신주 발행이나 외부차입으로 재원을 조달하 여 투자한 사업의 수익률보다 낮고 더 나아가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보다 낮음 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자유현금흐름 이론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요약하면 대리비용 가설은 특정한 경제여건 하에서는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적 정 사업범위를 초과하는 사업의 확대, 즉 과잉 다각화가 우발적이 아니라 체계적 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경영자에 대한 규율기능, 즉 기업지 배구조가 열악한 환경일수록 그리고 기업의 주력사업분야가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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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다각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우리 나라 재벌의 다각화 행태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리비용 가설은 경영 자의 지분이 적을수록 기업의 다각화 정도가 높아질 것을 시사하는 반면에, 재벌 의 경우 대주주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주주- 경영자의 대리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10) 따라서 재벌이 만약 체계 적인 과잉 다각화를 추진했음을 보이려면 전통적인 주주-경영자의 대리문제보다 는 통제 피라미드 체계에서의 대주주와 외부주주의 대리문제, 기업-금융관계, 진 입 및 퇴출에 관한 정부정책을 포함한 제도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 가 있을 것이다.

4) 제도적 요인

공동자원 가설에 따르면 비교적 전문적인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관련 업 종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한다. 그러나 재벌을 비롯한 다변화 기업집단은 일반적 으로 범용적인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비관련 업종에 다각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 려져 있다. 시장지배력 및 대리비용 가설을 이용하면 이와 같은 기업집단의 비관 련 다각화 동기를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이들 가설은 모두 비관련 다각화 를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편향된 시각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계 가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자본시장의 비효율성, 노동시장의 경직성, 투자자의 재산권 보호 미흡, 사회적 신뢰도 등 시장기능의 정상적인 작용을 어렵게 하는 제도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다변화 기업집단이 나타날 수 있 음을 보이는 몇 가지 가설을 정리한다.

자본시장제도

Williamson(1975)은 사업부제(M-형)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실패를 극복 하기 위해 나타난 조직형태임을 강조하기 위해 내부자본시장이란 개념을 도입하 였다. 다시 말하면 정보와 의사결정에 대한 통제에서 위계조직(여기에서는 내부 자본시장)이 시장기능(외부자본시장)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전자가 후자를 대체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Williamson에 따르면 M-형 기업은 독립기업을 포 함한 다른 형태의 기업조직보다 경영성과가 더 좋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 다.11) “…M-형 기업에서 한 사업부에 의해 창출된 현금흐름은 자동적으로 그 사 업부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업부 사이의 내부경쟁을 통해 배분된다. … M-형 기업의 근본적인 속성은 이 현금흐름을 고수익 사업분야로 배분한다는 데

10) 소유경영자 체제하에서의 주주-경영자의 대리문제가 전문경영인 체제에 비해 낮다는 주장은 그러나 대주주-외부투자자(외부주주 및 채권자)의 대리문제가 낮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황인 학(1999 b) 참조.

11) M-형 기업의 경영성과가 좋을 것으로 보는 Willamson의 설명은 흔히 M-형 가설 (Multidivisional hypothesis)로 통칭되며, 일본의 계열에 대해서는 Cable & Yasuki(1985), 한 국의 재벌에 대해서는 Sea Jin Chang & Unghwan Choi(1988)이 실증분석한 사례가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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