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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화와 일반집중

문서에서 재벌의 다각화와 경제력집중 (페이지 65-70)

일반집중과 기업패권론

재벌하면 자연스럽게 경제력 일반집중이 연상될 만큼 일반집중은 우리 경제의 끊 임없는 논란의 대상이다. 지금도 공정거래법에서 30대재벌을 별도로 지정․고시 하여 특별관리하는 한편, 이들에 대해 상호지급보증의 금지,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여신규제 등을 부과하고 있음에서 보듯이 일반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정 책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력집중에 대한 정책당국의 일관된 태도 에도 불구하고 일반집중이 왜 문제인지, 우리나라 특유의 현상인지, 또한 대기업 의 규모팽창을 억제함으로써 일반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서는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일반집중을 둘러싼 쟁점에 관하여는 이미 다른 곳에서 다룬 바 있으므로32) 여기

32) 일반집중을 문제삼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의 성격, 한국의 경제력 일반집중을 OECD 국가와

서는 간단히 요점만 정리한다. 일반집중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 자들은 Veblen, Commons, Galbraith, Dugger, Munkris 등으로 이어지는 구제도 학파에 속하는 학자들이다. 이들은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대기업의 ‘힘과 강제(power and coerction)’가 실재하고 작용한다는 ‘기업패권론’을 바탕으로 일반 집중의 폐해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Munkris & Knoedler(1987)에 따 르면, 대기업 또는 그 연합체는 기득권을 유지,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 자신이 통 제하는 경제적 자원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기업패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사실상 생산과 배분은 경쟁적인 시장 메카니즘이 아닌 ‘힘과 강제’에 의 해 결정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주류 경제학에서는 대체적으로 일반집중이 시장의 독과점과 연계될 경 우에만 분석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Bain & Qualls(1987)는 일반집중의 심화가 반드시 개별 산업에서 시장지배력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 니며, 시장지배력을 증가시키지 않는 한, 굳이 일반집중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정갑영(1991)은 일반집중과 시장지배력이 서로 무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일반집중은) 산업 전체를 기준으로 한 상위 대기업 의 상대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이며, 시장지배력과는 큰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시장지배력은 잘 정의된 ‘시장’을 기준으로 할 때만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인데 전 체 산업을 대상으로 한 일반집중율은 당연히 ‘시장’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p.120).”

‘힘과 규모는 상호보강의 관계를 유지하며 기업패권을 형성해간다’고 하는 구제도 학파적 논리는 정경유착의 빈번한 사례 발생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 널리 확산되 어 있다. OECD 국가에 비해 한국의 경제력집중이 반드시 높은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일반집중을 문제삼는 까닭은 정경유착 사례 등을 통해 기업패권이 광범위하게 행사되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황인학, 1997).

기업패권이 실제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폐해가 적지 않음이 사실이라고 해도 기업의 규모에 바탕을 둔 차별적인 규제, 즉 경제력 일반집중의 억제시책이 기업패권의 행사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업패권의 행사가능성은 특정 대기업군이 지배하는 경제적 자원의 총량(일반집중)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입안 및 집행과정의 투명성, 사법운용과정의 일관성과 형평성 등 전반적인 사회제도의 건 실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업의 규모를 균일하게 할 수도 없지만 설령 균일 하게 한다고 해도 시장경쟁을 우회하여 많은 地代(rent)를 얻을 수 있는 제도적

비교분석한 결과는 황인학(1997), 일반집중을 한국 특유의 현상으로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달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와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황인학 (1999 b)을 참조.

환경에서는 정경유착의 가능성은 여전히 불식되지 않는다(황인학, 1999 b). 정경 유착을 통한 지대획득의 기회가 널려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누구라도 지대추구행위에 몰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인의 선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집중 추세변동의 특징

1985년∼1997년 기간 중 우리나라 경제력 일반집중의 장기간 변화과정을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72개 그룹, 또는 30대 재벌의 일반집중은 동 기간중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33). 예를 들어 금융 관련 업 종을 제외한 72개 그룹의 매출액 비중으로 일반집중도를 측정하면, 일반집중도는 1985년∼1989년 기간에 약 53%∼54%에 이르렀으나 1990년∼1994년 기간 중에는 50% 미만으로 하락했다가 1995년∼1996년에는 다시 53%대로 복귀하는 등 장기 적인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표 4-1> 참조). 추세변동상의 이러한 특징은 자산, 고용 등 다른 변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1997년에는 다시 하락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IMF 관리체제로 접어든 이후 지속적인 기업집단의 구 조조정으로 일반집중이 당분간 더 하락한다고 보면, 일반집중은 80년대 후반의 고집중기, 90년대 전반의 완화기, 90년대 중반의 반등기를 거쳐 90년대 후반에는 하향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집중의 추세변동에 있어서 두 번째 특징은 5대 재벌에 관한 것이다.34) 5대 재벌의 경우에도 자산과 고용을 기준으로 일반집중을 보면 30대 재벌이나 72개 그룹 전체에서와 같은 비슷한 추세변동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매출기준에 의하면, 5대 재벌의 일반집중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72개 그 룹의 전체 매출규모를 100으로 놓았을 때, 5대 재벌의 비중이 49.7% (1985년) → 52.8% (1989년) → 57.4% (1993년) → 64.1% (1997년)로 뚜렷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볼 수 있다.35)

우리나라 일반집중의 세 번째 특징은 기업집단 규모의 불균등도가 심화되고 있다 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72개 그룹 또는 30대 재벌 전체의 일반집중 은 장기적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5대 재벌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간다 는 앞의 설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72개 그룹을 5대와 6-30대, 그리 고 31-72대로 분류했을 경우 매출 집중도는 1985년에 26.8 : 21.3 : 5.7이었으나

33) 여기의 30대 재벌은 매년 금융관련 업종을 제외한 그룹의 자산 순위를 기준으로 한신평 DB 에서 선정하였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하는 30대 기업집단과 다를 수 있다.

34) 여기에서 5대 재벌은 1985년에서 1989년까지는 현대, 삼성, 대우, LG, 한진을 의미하며, 1990 년 이후에는 SK가 한진을 대신한다.

35) 자산기준에 따른 72개 그룹내 5대 재벌의 상대적 위치는 44.3% (1985년) → 46.3% (1989년)

→ 46.5% (1993년) → 55.7% (1997년)이며, 고용기준으로는 48.3% (1985년) → 47.0% (1989 년) → 46.5% (1993년) → 49.6% (1996년)로서 매출을 기준으로 보는 경우와 차이가 있다.

1997년에는 32.4 : 14.2 : 3.9로 5대 재벌의 위상은 크게 강화된 반면, 상대적으로 나머지 그룹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 결과 5대 재벌의 평균 매출규모는 1985년에 6-30대 재벌의 6.3배에서 1997년에는 12.8배로 격차가 두 배 이상 확대 되었다.

<표 4-1> 경제력 일반집중 변화 추이(1985∼1997년)

(단위: %) 구 분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매

출 기 준

5대 26.77 27.85 28.25 28.10 28.64 27.11 27.50 28.93 27.99 28.46 31.71 32.43 32.38 30대 48.11 47.62 46.88 46.24 47.51 42.30 42.80 45.04 43.11 43.63 47.75 48.38 46.62 전체 53.84 53.78 53.12 52.71 54.25 48.25 48.83 51.26 48.73 49.71 53.59 53.80 50.51 자

산 기 준

5대 22.49 22.70 24.33 24.88 26.09 24.07 24.55 24.88 24.39 23.91 26.86 27.16 28.88 30대 43.99 43.96 45.24 46.51 48.30 43.59 45.00 46.05 44.91 43.61 47.25 47.08 46.64 전체 50.76 50.88 52.44 54.15 56.32 50.57 52.25 53.71 52.46 51.09 55.18 54.22 51.83 고

용 기 준

5대 2.71 2.69 2.70 2.74 2.69 2.56 2.59 2.46 2.47 2.56 2.73 2.71 -30대 4.60 4.53 4.56 4.66 4.64 4.47 4.51 4.34 4.35 4.61 4.68 4.62 -전체 5.61 5.65 5.66 5.78 5.72 5.52 5.50 5.33 5.31 5.58 5.62 5.46

이처럼 경제력이 5대 재벌에게 편중된다고 해서 이러한 사실이 반드시 ‘힘과 규 모’의 상호보강 관계를 강조하는 Munkris & Knoedler(1987)의 가설을 뒷받침하 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집중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관심이 유난히 높은 우 리나라에서 경제력집중에 대한 관심이 과거의 30대 재벌에서 최근에 5대 재벌의 문제로 바뀌어 가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특징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것 이다. 특히 90년대 중반에 일반집중이 반등하는데 있어서 5대 재벌이 70%(자산기 준)∼80%(매출기준)를 기여하면서 그 원인에 관계없이 5대 재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집중의 기여요인

일반집중은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가? 경제력 일반집중에 영향을 주는 요인 은 대기업의 다각화, 시장집중, 산업비중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대기업군의 다각화가 증가한다는 것은 이들 기업이 통제하는 경제적 자원의 총량이 증가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다각화는 일반집중을 결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다각화가 일반집중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때문에 일반집중을 적대 시하는 구 제도학파 일각에서는 복합집중과 일반집중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 며, 업종 전문화의 유도, 대기업의 신규사업 참여제한 등을 정책처방으로 제시하 기도 한다.

대기업의 사업범위가 확장되지 않아도 각 산업에서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증가 하면 역시 일반집중은 증가하게 된다. 일반집중의 심화가 반드시 개별 산업에서 의 시장집중의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 그러나 개별 산업에서 특정 대기업군의 독과점이 심화되면 매출, 고용, 자산 등 여러 측 면에서 이들 대기업군이 국민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 반집중은 증가하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 산업의 시장집중 도를 전산업에 대해 가중평균한 결과를 일반집중의 척도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장구조가 일반집중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다각화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일반집중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대기업의 다각 화는 그 자체로 일반집중을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인 한편으로, 시장구조를 변화시키는 간접적인 효과를 통해 일반집중의 크기에 최종적인 영향을 주게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만약 다각화가 기존의 고집중 산업에서 창조적 파괴과정 을 촉진시킨다면 시장집중의 완화를 통해 다각화의 일반집중에 대한 직접적인 효 과의 일부는 상쇄될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시장지배력 가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기업의 다각화는 복합력의 증강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시장집중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다각화의 일반집중에 대한 효과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처 럼 다각화와 시장구조의 관계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된 가설이 양립하고 있기 때 문에 다각화가 일반집중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로 분해해볼 필요 가 있으며, 이에 관한 실증분석은 제Ⅳ장 제4절에서 다룬다.

마지막으로 일반집중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산업별로 불균등한 성 장을 들 수 있다. 대기업의 사업범위에 변화가 없고, 특정 산업내 각 기업의 위치 에 변동이 없다고 해도 시장집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전 산업의 시장집중 가중평균값(일반집중)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산 업구성의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다각화, 시장집중, 일반집중의 연관관계를 살펴보 는 것은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장집중이 높고 성장이 빠른 특정 산업에 대기업이 다변화 진입한다고 했을 때, 산업구성의 변화 를 고려하지 않고 전 산업에서의 다각화와 시장집중의 관계를 보면 다각화의 영 향력을 과대평가하는 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산업구성의 변화를 통제변수로 놓고 다각화, 시장구조, 일반집중의 관계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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