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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응을 위한 국토종합계획의 역할 찾기

1. 인구감소와 인명 가치 증가에 따른 개발우선순위 인식 변화 필요

우리나라의 국토개발은 지역균형발전, 정부주도의 산업발전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비용 투자와 효용이 가장 중요한 사업우선순위 중 하나를 차지하였다. 한국전쟁 이후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사회 인프라의 수요급증으로 동시투자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투자우선순위 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했고, 같은 투자라면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이득을 주는 선택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성장과 함께 도로 및 철도 등 인프라 건설보다는 유지 및 보수가 주요 사업이 되었지만 여전히 투자우선순위 역시 효용가치로 판단하고 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산업구조 변화와 같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인프라 시설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2016년 당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에서는 ‘긴급 수송로’를 지정하고 국가의 주요 재난발생 시 국민의 안전확보(소방 · 구조 · 구급 · 긴급대 피)를 위한 교통(도로 · 항공 · 항만 · 철도)계획을 수립해 재난에 대응하고자 하였다. 이 수 송로는 37개의 임의 법정재난이 발생해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이동 네트워크를 선별해

전국 방재자원이 4~8시간 이내에 재난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계획이다. 정연식, 이준, 이 해선, 안혜린 외(2015), 이준, 이혜진(2016), 이준, 이혜진(2017)은 이러한 기반시설에 새 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국가전략 수행을 위해 필요한 핵심 인프라 시설의 보강, 정보공유 및 활용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 계획은 기존 인프라 시설에 대해 수요중심의 우선순위가 아니라 국가 재난대응력 향상을 위한 가치를 평가한 것으로 새로운 국토계획의 집중을 위 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즉, 교통망의 유지보수, ‘수요’ 중심이던 신설계획이 ‘재난대응 력 향상’으로 의식이 변화하고, 투자 가치 및 필요성을 공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긴급수송로 구축 및 유지사업’은 경부고속도로와 대체도로인 1번, 4번 국도가 동시에 불통될 시 전국으로부터 울산, 포항, 경북, 부산지역이 고립될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하기 도 하였다(이준, 이혜진 2017).

이제는 인프라 시설에 대한 가치를 효용관점의 ‘수요’에서 ‘재난 대응력 강화’를 위한 국 토계획으로의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 종합계획에서 제시해야 할 최소한의 재난역량 강화 방안

국토종합계획에서 재난을 막기 위한 방안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후 성 재난(태풍, 홍수, 폭설 등)과 지질성 재난(지진, 액상화 등)은 국토 자체의 현상이기 때

<그림 1> 방사능 유출 시 대응 장비를 갖춘 119특수소방대 위치

출처: 이준, 장한별, 이해선, 엄기종 외 2016.

경주지역 방사능 유출 시

전국의 중앙119구조대 접근 시나리오

<참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시 소방지원

• 긴급소방원조대(총 파견기간: 88일간)

•파견인력: 약 28,600명

• 파견부대총수: 약 7,600대(헬기 58기)

• 도쿄소방청: 72대 370명으로 가장 많은 부대 및 대원 파견

• 현지 소방본부 피해(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

- 소방직원 사망: 27명 - 소방단원 사망: 249명 - 소방본부 및 소방서, 센터: 129동 - 소방단 거점시설: 405개소 - 차량 302대, 소방정 1정

울산센터

원자력거점 방재수송종점

여수센터 소방본부

경주 구미센터 익산센터

서산센터 시흥센터

문이다. 하지만 재난의 대비와 대 응계획은 국토종합계획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물론 재난의 종류와 특성이 다양해 재난별 대응을 만 드는 것은 장기적인 고려가 필요 하지만, 최근에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 대비하는 전략적 한계를 인정하고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 다. 즉, 어떠한 재난에도 최소한 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재자원 이 적재적소에 접근해 구호활동 을 해야 한다. 전국에 분산된 방

재자원을 고립지역 없이 일시에 집중시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이준, 이혜진 2017).

이를 위해서는 국토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계획은 방재자원을 위한 접근경로와 수단 을 복수로 확보하고, 국가적 자원집중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재난발생 시 국 토의 어느 지역도 네트워크가 끊겨 고립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인프라가 유지되도록 계획되 어야 한다. 앞으로 발생하게 될 재난은 우리가 경험한 것과 매우 다른 것일 것이다.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은 자원을 집중하여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음은 일본의 주요 재난을 살펴보고, 국토계획의 새로운 가치창출 가능성을 알아보고 자 한다.

3. 일본의 지진사례에서 찾은 국토개발계획의 발전 가능성

■시설물 안전과 도시구조로 재난대응 역량 강화 가능성

재난이 빈번해 많은 자원과 예산을 투입하는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약 2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약 10만여 명이 지금까지 임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재난상 황과 위력은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자연재해 앞에서는 어떠한 계획도 무용지물인 듯 보이기까지 하였다. 필자는 위성사진을 통해 재난지역을 관찰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먼저 지진해일로부터 가장 강력하다고 믿었던 철근 콘크 리트 구조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도 기초가 뿌리째 뽑혀 수 평이동할 정도로 해일로 인한 재난은 매우 강력하였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가 재난에 가

<그림 2> 119특수소방대가 경주에 집결하기 위한 최적경로(75분 이내 45%만 접근 가능)

출처: 이준, 장한별, 이해선, 엄기종 외 2016.

경주지역 방사능 유출

중앙센터의 경우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가장 빨리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나타나며 울산센터의 접근거리가 가장 짧을 것으로 나타남

장 강력한 구조물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를 찾은 것이다(<그림 3, 4> 참조).

두 번째는 강력한 재난으로 모든 구조물이 유실된 지역에서 특별히 구조물 손실이 최소 화된 사례를 발견하였다. <그림 6>과 같이 대부분의 건물이 유실된 가운데 배치, 각도에 따라 강력한 해일로부터 살아남은 건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두 사례는 도시계획 과 도시설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주요 재난으로부터 인프라 시설의 배치, 형태, 최소 기준 에 대한 계도만으로도 재난예방과 피해 최소화가 가능하다는 실마리를 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관측됨에 따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모아 볼 여지가 있을 것 이다.

■Two Stage Design

일본은 2004년 니가타현 주에쓰지진으로 신칸센이 탈선하면서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 이 있다.

<그림 4> 철근 콘크리트 4층 건물이 70m 수평이동

<그림 3> 넘어진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

<그림 5> 지진해일로 대부분 건물이 쓸려 내려갔으나 일부 건물은 양호함(좌: 해일 전, 우: 해일 후)

<그림 6> 건물의 배치순서나 각도 등에 따라 피해가 감소하 는 경우를 관찰할 수 있음

상정한 재난 규모(진동 등)를 넘어선 것인데, 고속철도의 탈선은 일종의 불편한 진실 (Hitoshi IEDA 2014)로 “엔지니어는 상정한 재난 이상의 재난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다”라는 고정관념의 한계가 드러났다. 신칸센 사고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TSD(Two Stage Design 또는 Two Step Design)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이 디자인 개념은 재난 에 대한 엔지니어의 무한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상정한 재난 이하에서는 100% 기능이 유 지되도록 기반설계를 한다”라는 목표지향적 디자인 개념에서 “상정된 재난 이하에서는 100% 기능을 유지하되, 상정 이상의 재난에서도 최소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라 는 개념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이준, 이해선 2014). 이는 재난에 대비한 한 단계 진보한 설계개념으로 엔지니어의 목표를 특정한 최대강도에 두지 않고, 무한 확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칸센은 상정한 규모 이상의 지진에서 탈선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반대편 철로에 접지해 <그림 7>과 같은 정면충돌 사고 위험을 야기하지 않도록, 철로가 없는 반 대쪽으로 탈선을 유도시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디자인 전략은 국토개발 의 모든 분야에 포함되었다.

결국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그 가치를 발휘했는데 한신고속도로가 붕괴된 1995년 한신 · 아와지대지진과 달리 동일본대지진 발생 당시는 교량은 파손되었으나, 상판이 떨 어지거나 넘어지는 상황은 현저히 줄어들었다(<그림 8> 참조).

즉, 엔지니어가 상정한 최대 규모의 재난을 넘어서는 경우 인프라 시설(교량시설)의 기능은 확보하지 못해도 인명피해는 줄이도록 노력한 결과이다. 과연 이러한 노력과 의식전환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필자는 국토종합계획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 한다.

<그림 7> 반대편 차선으로 신칸센 탈선, 정면충돌 위험 발생

출처: 니가타현 홈페이지(http://www.pref.niigata.lg.jp).

<그림 8> 동일본대지진 직후 JR동일본 구간 철도 교량, 기능은 상실했지만 붕괴 예방

출처: 이준, 설재훈, 오재학, 이해선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