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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및 회복력이 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종합계획 및 도시계획가들의 역할

미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타당성 혹은 긴급성을 두고 정치적인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의 미 국은 가히 자연재해로 고통 받는 해였다고 과언이 아니다. 8~9월 사이에만 무려 3개의 허리케인이 미국 남동부, 캐리비안 지역 및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하였고, 서부지역은 하반기 내내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주거지와 국립공원 등이 많은 피해를 봤으며 지금까지도 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에 발생한 허 리케인과 산불은 재난의 강도 및 규모가 사상 최대였으며, 인명피해, 경제적 손실, 사회 · 공공기반시설 의 피해로 판단하여도 ‘사상 최악’이란 라벨이 붙었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미국 도시계획학계 및 관련 종사자들은 카트리나 당시 재난의 부실 대응, 리더십 부재, 그리고 허리케인 전후의 불평등 문제(흑인 빈곤층 주거지의 높은 위험요소, 생 존자들의 지속되는 후유증 문제 등)에 경각심을 가졌고, 이에 대한 연구 및 정책 개선방안이 꾸준히 이 루어졌다. 연속적으로 많은 대형 재난을 겪고 난 후 오늘날 카트리나가 남겼던 시사점들은 다시 수면에 떠올랐고,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현실 앞에서 회복력(resilience)이 강한 사회의 기반을 어떻게 다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에 대해 미국도시계획협회(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이 하 APA)에서 제시하는 21세기형 도시계획가들의 역할 및 종합계획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APA의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지침서, 그리고 ‘지속가능한 공간계획’

1978년 설립된 APA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도시계획학 관련 비영리단체다. 미국 전역에 걸쳐 47개의 지부가 있으며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3만 8천 명의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가입 되어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량(autonomous vehicles), 공정성(equity), 인프라(infrastructure) 등 다섯 가지의 특정한 주제로 시범사업 및 관련 리포트를 발간 중인데 그중 기후변화와 허리케인 복구가 포함 되어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APA의 연구주제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했고, 2017년 1월에는 크레스 기 재단으로부터 기후변화 교육사업을 수행하는 도시 관련 멤버십 단체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8년에 채택되고 2011년에 업데이트된 APA의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지침서를 보면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현실을 맞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데 도시계획가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의 건조 환경(built environment)은 기후변화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요인인 동시에 자연환경과 함께 기후 변화에 큰 피해를 입는 만큼 도시계획가들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과 도시생태계의 회복력을 증진 시키는 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APA 2011).

궁극적으로 APA는 도시계획가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는 ‘후회하지 않음’(no regrets) 접근법으

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고(mitigation), 새로운 현실에 적응(adaptation)함으로

출처: Godschalk and Rouse 2015.

절차 원칙

특징

1) 텍사스주 오스틴의 ‘Imagine Austin 종합계획’ (2012), 버지니아주 노퍽의 ‘plaNorfolk2030 종합계획’(2013),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2030 Comprehensive Plan for the City of Raleigh’(2009), 일리노이주 로크아일랜드의 ‘City of Rock Island Comprehensive Plan’(시범계획 안 2014)임.

APA는 앞으로 21세기형 도시종합계획은 ① 회복력, ② 시스템적인 사고, ③ 주민 · 시민 참여, ④ 공 평성, ⑤ 효과적이고 신속한 실행을 위한 방안 및 평가, ⑥ 적응능력이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 다(Godschalk and Rouse 2015). 다양한 인구밀도를 가진 10개의 도시에 APA의 종합계획기준을 지 역 · 커뮤니티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고, 4개의 도시1)는 기존 계획을 보완하거나 새 로운 지역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내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 · 사회적 마찰이 계속 이어지고 있 기에 도시종합계획이 지속가능한 ‘21세기형 공간’을 위해 실질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성장 통’이 예상되고 있다.

시사점

앞서 간략하게 소개한 APA의 기후변화 정책 지침서 및 SPI에서 드러나듯, 도시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부 정적인 현상을 완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회복할 수 있는 도시 적 · 사회적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근 하나의 대표 키워드로 떠오른

‘회복력’은 도시계획학(resilience planning), 사회(resilient communities), 그리고 공간(resilient place) 에도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회복력이란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 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단순히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공간적 ·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특정한 지역 및 커뮤니티에 불균형적으로 큰 피해가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복력이 요 구되는 곳이 주로 어디인지, 어떠한 상태로의 회복이 요구되고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이 필요하다 (Silberblatt and Tewell 2017). 즉,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회귀’의 맥락에 있는 회복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구조적인 문제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Angotti 2017). 21세기형 도시종합계획, 그리고 21세기형 공간을 꾸리기 위해서는 환경적, 공간적, 사회적 정의에 대한 논의 및 실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 이다.

[자료: Angotti, T. 2017. Resilience is Not Enough: Think Seven Generations, act now for climate justice. https://www.progressivecity.net/

single-post/2017/12/06/RESILIENCE-IS-NOT-ENOUGH-THINK-SEVEN-GENERATIONS-ACT-NOW-FOR-CLIMATE-JUSTICE (2017년 12월 18일 검색).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2011. Policy Guide on Planning & Climate Change. https://planning-org-uploaded-media.s3.amazonaws.

com/legacy_resources/policy/guides/pdf/climatechange.pdf (2017년 12월 18일 검색).

Godschalk, D. R., and Rouse, D. C. 2015. Sustaining Places: Best practices for comprehensive plans. https://planning-org-uploaded-media.s3.amazonaws.com/publication/online/PAS-Report-578.pdf (2017년 12월 18일 검색).

Silberblatt, R., and Tewell, E. 2017. The Other Side of Resilience. https://www.progressivecity.net/single-post/2017/10/10/THE-OTHER-SIDE-OF-RESILIENCE (2017년 12월 18일 검색).]

주소윤 |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도시계획 및 개발학과 박사과정 수료(soyoonch@usc.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