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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당신에게 도쿄(東京)는...

김중은 |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jekim@krihs.re.kr)

시골에 사는 소녀 미야미즈 미츠하宮水 三葉. 도시에 사는 소년 다치바나 타키立花瀧.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2016년 작품1)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에 등 장하는 두 주인공의 이름이다. 도시와 시골이라는 대비되는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 두 주인공은 꿈속에서 몸이 뒤바뀌는 경 험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혜성 충돌이라는 미증유의 재앙 이후 더 이상 서로의 몸이 뒤바뀌지 않게 되자 이전의 어렴풋한 기억 을 더듬어 서로를 찾아 나선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간절 함의 결과였을까? 혜성이 충돌하기 몇 시간 전 황혼 녘에 두 사람은 시 간을 초월한 만남을 통해 서로의 존재와 이름을 확인하게 되고, 그들 의 만남으로 미츠하를 포함한 산골 마을의 수많은 생명을 혜성의 충돌 로부터 구하게 된다. 그로부터 10년 후 성인이 된 이들은 출근길 전철 에서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고 마치 오랜만에 만난 인연처럼 서로의 안 부, 아니 ‘이름’을 묻는다.

“기미노 나마에와.君の名前は。

이처럼 판타지 같은, 그러나 너무나 사실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도쿄東京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전후 3년 남짓을 도쿄 도심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필자의 머릿속에도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도쿄의 이곳저곳에 대 한 나름대로의 추억이 남아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도 도쿄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도쿄의 평범한 일상이 느껴 진다. 또한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상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그 장소의 전반적인 느낌은 물론 광고나 도로 표지판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아니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이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느끼고자 하는 사 람들의 발길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 에게 통화를 시도하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아 관객들의 마음을 애타 게 하는 장소로 등장하는 시나노마치역信濃町駅 앞 육교는 신카이 감독 자 신이 평소에 다니던 길이기도 한데, 그가 영화 개봉 이후 찾아오는 인파

너의 이름은.(2016)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등

1)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날은 2017년 1월 4일이며, 2018년 1월 4일 앵콜 상영을 시작함.

도쿄 위치 일본

도쿄(Tokyo)

때문에 그곳을 지나는 것을 포기했을 정도라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동경憧憬의 대상인 도쿄東京

하교길, 단짝인 여고생 미츠하와 사야카는 본인들이 살고 있는 시골 마을, 이토모리마을糸守町2)에 대해 불만 을 토로한다.

“전차는 두 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고, 편의점도 밤 9시면 문을 닫는 동네. 일기예보 대상 지역도 아니고 구글지도 위성사진에는 아직도 모자이크로 표시되어 있는 동네. 서점도 치과도 없다. 일자리도 없고 시집 오는 사람도 없다.”

이러한 불만 섞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학생 테시 카와라는 “우리 카페나 들러볼까?”라는 말로 17살 여 고생 미츠하와 사야카를 설레게 한다. 하지만 정작 테 시카와라가 이들 여학생을 데리고 간 곳은 다름 아닌 30년은 더 된 아이스크림 광고가 붙어 있는 벤치와 음 료 자판기만이 덩그러니 서 있는 버스정류장! 당연히 이런 산골 마을에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벅스 같은 카페가 있을 리 만무하다.

촌장인 아버지가 정치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친구 들과 마을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대대로 내려오 는 신사神社 집안의 낡은 풍습을 계승해야 하는 부담 감에 17살 여고생 미츠하는 이곳 산골 마을 이토모리

2) 도쿄라는 대도시와 대비되어 시골로 등장하는 곳인 이토모리마을(糸守町)은 기후현에 있는 히다시(飛騨市)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동네임. 영화에서도 타키가 연락이 끊긴 미츠하를 찾아 나서기 위해 히다시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옴. 한편 혜성이 충돌한 이토모리 호수는 히다시 주변이 아닌 나가노현에 있 는 호수로, 감독 본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의 마쓰바라 호수(松原湖)라고 함.

<그림 1> 시나노마치 육교에서 전화를 하는 타키 <그림 2> 시나노마치 육교에서 전화를 하는 미츠하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에게 전화를 하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아 관객들을 애타게 한다(실제 장소는 도쿄 시나노마치역 앞 육교)

<그림 3> 버스정류장 앞 음료자판기(이토모리마을) <그림 4> 스타벅스 시부야 츠타야점(도쿄)

하교길에 테시카와라가 미츠하, 사야카 두 소녀에게 카페라고 소개한 버스정류장 앞 음료자판기(좌)와 타키가 알바를 마치고 오쿠데라 선배와 스타벅 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실제 장소는 도쿄 시부야 츠타야점)(우)

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할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미야 미즈 신사에서 의식을 치른 날 밤, 신사 입구의 기둥 문[鳥居]에서 “다음 생은 도쿄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라고 절규하는 미츠하의 모습에서 그 심정 이 여실히 드러난다.

도쿄에서 가장 도회都會적인 곳, 신주쿠新宿

꿈이 이루어진 것일까? 미츠하는 타키와 몸이 바뀌게 되고, 꿈에 그리던 도쿄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작품 에서 타키의 몸을 빌린 미츠하가 “도쿄다!”라고 감탄 사를 내지른 곳은 바로 ‘신주쿠역新宿駅’이다.3)

신카이 감독이 도쿄를 상징하는 장소로 신주쿠역을 등장시킨 이유는 주변에 도쿄도청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새벽부터 심야까지 수백만 명의 사람을 실 어 나르고 사람 간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전철이라는 교통수단의 ‘도시’라는 장소에 대한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라면 신주쿠역은 “도쿄다!”라는 감탄

사가 절로 나오기에 충분한 곳이다. 신주쿠역은 일본 에서 가장 큰 철도회사인 ‘JR히가시니혼JR東日本’이 운 영하는 5개 노선을 포함해 총 5개 전철회사에서 운영 하는 10개 노선이 지나고 있으며, 8군데의 개찰구와 63개(지하도 출구를 포함하면 200여 개) 출구를 통해 주변 상업지역과 도쿄도청 등의 고층빌딩군이 위치 한 서측 업무지역4)과도 연결되어 있다. 1일 평균 이용 객 수는 약 347만 명(2016년 기준)으로 세계 1위이며 (2011년 기네스북 등재) 연간 이용객 수는 약 13억 명 에 달한다. 신주쿠역에 내린 타키가 이동하기 전에 자 신의 위치를 아이폰으로 확인하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행자가 역 이름만 알고 내렸다가는 길을 잃 기 십상인 곳이다.

전철 그리고 육교:

누군가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하는 장소

시간을 넘어선 만남을 통해 10년 전 혜성 충돌이라는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두 주인공은 모두 현재

3) 10년 후 출근길에 나란히 달리는 전철 안에서 미츠하를 발견하고 미츠하를 만나기 위해 하차하는 곳이기도 함.

4) 신주쿠는 ‘新宿’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에도시대에 도쿄와 서쪽지방을 연결하는 간선도로 고슈카이도(甲州街道)상에 설치된(1698년) 역참[宿場] 중 하 나였음. 현재 남북으로 늘어선 JR신주쿠역 승강장 상부를 지나는 국도20호선이 ‘고슈카이도’인데 최근 이 도로가 선로 위를 지나는 부분의 개량공사가 마 무리됨에 따라 왼쪽 사진과 같이 ‘고슈카이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남쪽출입구(南口)와 새로 설치된 고슈카이도개찰구(甲州街道改札)가 위치하게 됨. 1970년 대 이전까지만 해도 신주쿠역 서측 지역은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정수장(1911년 준공)이 자리잡고 있었음.

도쿄도 경찰서 앞 교차로(좌), 유니카 비전(중), 신주쿠역 위를 가로지르는 국도 20호선(우)

<그림 5> 도쿄의 도회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신주쿠의 여러 장소들

지는 장소이다. 신카이 감독은 도시의 전철(역)이나

이 작품에서 신카이 감독은 원작, 각본, 콘티, 편집 은 물론 촬영까지도 직접 본인이 담당했지만 음악만 은 4인조 밴드 래드윔프스(RADWIMPS)의 힘을 빌었 다. 래드윔프스는 이 작품의 각본이 완성되고 나서부 터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음악에 맞추어 콘티를 수정 하기도 하고 콘티에 맞추어 음악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신카이 감독은 래드윔프스가 엔딩곡

‘아무것도 아니야’를 완성하기를 기다렸다가 완성된 곡을 듣고 결말 부분을 작업했다고 한다.

한 평론가는 신카이 감독이 그린 이야기나 대본을 노다 요지로野田 洋次郎(래드윔프스의 보컬)가 음악을 통 해 그 영역을 넓혔고, 이들이 합쳐져 감동적인 애니메 이션이 만들어졌다고 극찬하고 있다. 그는 전철 소리 로 시끄럽지만, 술값은 저렴한 유락초有楽町의 철교 아 래 선술집에서 본인이 신카이 감독과 노다 요지로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소설 ‘너의 이름은.’6)에서 밝히고 있다. 어찌 보면 이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도, 그래 서 이렇게 감동적인 작품이 탄생한 것도, 선술집 위를 달리는 전철이 맺어준 인연이 아닐까?

당신에게 도시는

전철에서 내려 서로를 찾아 헤매던 두 사람은 한참을 달려 어느 주택가 계단에서 다시 마주친다. 둘은 마치 오랫동안 만나온 사이처럼 몇 마디 건네지 않고도 눈 빛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전한다. 그리고 동시에 서로 를 향해 입을 연다.

“너의 이름은.君の名前は。

이 장면에서 도쿄의 어느 평범한 동네와 하늘을 배 경으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이 애니메이션의

<그림 9> 철길 아래 길게 늘어선 선술집들(유락초역 주변)

<그림 7> 전철 안에서 미츠하를 발견한 타키 <그림 8> 전철 안에서 타키를 발견한 미츠하

<그림 7> 전철 안에서 미츠하를 발견한 타키 <그림 8> 전철 안에서 타키를 발견한 미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