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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선진화를 위하여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112-118)

자동차 산업 선진화를 위하여

ReSEAT 전문연구위원

진영훈

터라이제이션(Mototrization)은 자동차의 대량생산과 대중 화를 의미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국민소득 1,000달러 수 준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국민차 개발계획이 수립 되어 추진된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대중화 다음 과정은 고급 화 단계로 시장이 판매자시장에서 소비자시장으로 이전되는 과 정을 거친다. 당연히 소비자의, 소비자가 요구하는, 소비자를 만 족시키기 위한 편의사양이 추가되어야 한다.

자동차 회사에서는 경쟁적으로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고 시장 에서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개발 중인 대형승용차 신 모델에 파워

스티어링, 파워 윈도우, 내장형 에어컨, 등을 설치했다. 당시에는 파격 적인 옵션이었다. 과거에 만들어진 자동차는 저속 주행이나 주차 중 운전대를 돌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경험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또 구형 에어컨은 차량 내 조수석 앞에 설치된 소위 행온(Hang-on) 타입으로 앞자리에 앉으면 좁아서 불편하고, 에어컨 찬바람을 맞아 다리가 시릴 뿐만 아니라 통풍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동차의 구동벨트는 엔진의 동력을 발전기나 에어컨, 파워 스티어링 등 여러 가지 장치를 연결해 작동하게 해주는 부품이다. 엔진의 열을 냉각시켜주는 팬을 구동시키는 팬벨트, 에어컨 작동을 위해 컴프레서를 구동시키는 에어컨 벨트, 파워 스티어링 작동을 위해 엔진 축에 연결 되는 파워 스티어링 벨트 등 자동차에는 여러 종류의 구동벨트가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차량은 구동벨트가 하나인 경우도 있는데 구동벨트가 하나만 있는 경우는 문제가 생길 경우 엔진 과열과 제동력 상실, 에어컨 작동 불량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 자동차 관리 및 점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파워 스티어링 펌프와 에어컨 펌프는 엔진과 벨트로 연결되어 구동 되는 방식으로 아무래도 기존의 팬벨트 보다 강도가 높아야 함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특히 에어컨 벨트는 고온에서의 내구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래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술력이 좋은 벨트 제조회사를 개발업체로 선정하여 국내 개발에 착수했다. 통상적인 개발 과정으로 개발업체에서 물성 시험과 간단한 구동 시험을 거친 후, 자동차회사에서 물성 검사와 벤치 테스트라 불리는 리그 시험을 통과

하면 실제 자동차에 장착하여 성능과 내구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개발업체의 자체 시험을 거쳐서 제출된 에어컨 벨트는 기술연구소의 물성 검사와 엄격한 벤치 테스트에서 합격하였고 이제 남은 최종 관문은 실제 자동차에 장착해서 진행하는 실차 시험이었다.

이때가 가장 혹서기인 7월말, 실차 시험용으로 제출된 10대분의 벨트 샘플을 실차에 장착하면서 조립 성을 검토하고, 벨트의 인장력을 측정한 후에 시험에 돌입하였다. 실차 시험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2주, 그러나 기술연구소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주행 중 일부 벨트가 파손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실차시험이 중단되었다는 것. 즉시 제조업체 기술진과 공동으로 현상파악에 돌입하였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고온의 발생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혹서기의 한낮 엔진룸의 온도는 에어컨을 장착하지 않은 엔진의 경우 약 250도지만 에어컨을 장착한 엔진은 그보다 50도 이상 높은 300도까지 상승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고온에서 고무로 만들어진 벨트에 열화현상이 발생하여 파손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서둘러서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급히 독일로부터 에어컨 벨트를 수입하도록 결정함과 동시에, 국내업체에서 내열성이 높은 에어컨 벨트 샘플을 다시 제작하도록 의뢰했다. 밤낮없이 제작한 샘플을 차량에 장착해 재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고온 내구성을 만족시킬만한 에어컨 벨트의 개발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계속 불량이 발생 하였다. 수차례 걸쳐 개선된 샘플은 반복되는 물성 시험, 리그 시험, 그리고 최종적으로 차량실차 시험을 거쳐 2개월 만에 합격 판정을

받았다. 동시에 독일로부터 수입한 에어컨 벨트도 도착하여 두 개를 비교 시험한 결과 품질 수준이 동등한 것으로 확인되어 차량 적용이 승인되었다. 이때가 무더위에 푹푹 찌는 8월말이었다. 시원하고 쾌적한 차량 실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2개월간 가장 무덥고 힘든 여름을 보냈지만 더위를 잊을만한 속 시원한 결과의 도출로 보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파급효과가 가장 큰 산업분야 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의 약 20%가 자동차산업과 연관된 분야에서 창출된다. 최근에는 자동차에 첨단 ICT기술을 접목한 전기 자동차, 스마트 카/커넥티드 카(자율주행자동차) 등의 개발에 자동차 업계 뿐만 아니라 세계 ICT를 선도하고 있는 Google과 Apple도 참여 하고 있다.

가히 자동차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에 진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은 456만대로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다음인 5위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2016년 자동차 생산은 423만대로, 450만대를 생산한 인도에게 세계자동차 생산 분야 5위를 내어주고 6위로 한 계단 하락하였다. 멕시코와 브라질 등 신흥국과의 격차도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매년 10%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며 중남미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로 떠오른 멕시코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2015년 35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해서 세계 7위 생산국이 된 멕시코는 2016년에 400만대를 생산하였으며, 2020년까지 생산량을 50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한국 자동차

생산량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생산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가 통용되는 분야이다. 새로운 자동차의 개발에 최소 1억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비용과 최단 2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량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확보되고,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해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수 있다. 자동차부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길고도 험난하다. 최근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소요되는 시간과 개발비의 절감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최종과정에서는 실차 시험에 의한 검증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에어컨이 선택하는 옵션이 아닌 필수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엔진과 연결되어 에어컨을 구동시키는 에어컨 벨트는 특히 고온 내구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에어컨 벨트와 같이 기본 시험 항목에 추가하여 특별한 검증을 필요로 하는 부품은 사전에 검사항목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추가검증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2개월여에 걸친 에어컨 벨트의 개발기간은 그야말로 ‘이열치열 (以熱治熱)’의 연속이었다. 한여름의 무더운 날씨에서 숨 가쁜 개발과 정을 거친 끝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에어컨 벨트의 국내 개발에 의한 자체 생산으로 기술을 축적하고 원가 절감에 의해 자동차 대국으로 성장하는 기초를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 명약관화한 사실이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의 조립으로 완성된다. 따라서 모든 부품은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품질보증이 확실해야 완전히 조립되었을 때 성능과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검증과정에서는 아무리 작은 부품 이라도 소홀히 취급하지 말고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천리 길도 첫 걸음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인간과 물건을 불문하고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으로 기초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어찌 보면 이 평범한 진리를 무더운 여름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닫게 되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작은 노력이라도 조금씩 모이면 분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면 세계적인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며, 자동차 생산대국 으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현역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열정을 가지고 늘 새로운 도전과제에 맞서야 할 것이다.

재료분야 연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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