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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협력사업, ACE-Asia 연구에 성공하기까지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63-71)

ReSEAT 전문연구위원

오성남

주도 고산, 천혜의 절경인 해안절벽 위에 동북아시아 지역 지구대기감시소가 2002년 설립되었다. UN의 세계기상기구 가 지구배경대기 온실기체와 미세먼지를 측정하기 위하여 지정한 동북아시아 대표관측소이다. 아시아 대륙의 사막화와 중국 등의 산업화로 자연적, 인위적 대기오염 발생은 점점 심화하고 편서풍 을 통해 이동되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대기오염은 태평양지역 국가 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기상청(NOAA)은 서태평양

지역 대기오염물질을 관측하기 위한 PEM-West 사업을 시작하였다.

항공기를 이용하여 일본열도와 한반도 서해를 통해서 필리핀 지역 까지의 상층대기의 성분기체와 미세먼지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사업 이다. 이에 대하여 NASA는 항공관측에 상응할 지상관측이 필요한 만큼 동북아 대표지점에서 지상관측을 실시할 것을 계획하였다.

NASA는 수소문 끝에 이 분야 연구경험이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원격탐사연구팀에게 PEM-West 지상관측사업을 맡기기로 하였는데, 나 역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대기 미량기체 관측기술에 대한 연구를 국제적으로 할 수 있고, 지구 배경 대기 관측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였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순서는 관측소 부지를 찾는 일이었다. 제주도는 동북아시아 지역대기를 대표할 수 있는 중심지이다. 제주도의 지리적 구조를 잘 몰랐던 나는,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의한 대기 성분을 측정 하기에 적합한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제주도지역의 기상조건을 분석한 뒤, 자동차를 빌려 성산포, 모슬포, 서귀포, 한라산 1100고지, 고산리, 마라도 등을 답사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한라산 1100고지를 찾아간 것은 한 원로 책임 연구원의 충고 때문이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한라산을 올랐지만, 나무와 잡초가 우거져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데다 봄철에 꽃가루 영향이 많아 대기의 대표성을 측정하기가 어려우리라 판단하였다. 더군다나 한라산 고지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결국, 한라산은 포기 하였다.

이 무렵 제주대학교 교수 한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에 기상청의 기상 레이더가 있는 해안 절벽지역을 한번 가보라는 것이다. 우리는 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도착과 동시에 그곳이 내가 찾던 위치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곧장 고산 기상레이더 관측소장을 만나 내가 가장 적합하다고 지정한 땅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상의했다. 그 지역은 여러 현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조각 조각 나뉘어 있는 땅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반세기 이상을 내버려 둔 땅 주인을 찾기란 난감한 일이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한경면 사무소를 방문하여 주인을 찾아 임대계약을 맺었다. 국제적인 지구대기 감시 거점관측소를 정하는 데 해결해야 할 문제가 겹겹이었다. 연구시설의 사정에 어두운 현지 담당 공무원을 설득 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고, 장비컨테이너와 관측기기 등에 전력을 공급하여야 했고 시설할 기상장비 검증하는 일 등이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힘든 고비였지만, 그래도 결국 1991년 10월 미국 워싱턴 비행장을 출발한 항공기가 드디어 제주도 상공을 나르게 되었고 때를 맞추어 고산에서는 지상관측이 시행되었다. 참으로 어려운 시간 이었지만 관측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국정부의 요청으로 구축된 동북아 지구대기 거점관측소가 한시적 사업으로서 1994년부터는 더 이상 관측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힘들게 구축해 놓은 관측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연구 사업은 몇 년 만에 종료되었다. 그로부터 6년 후, 아시아지역 대기 미세먼지의 물리화학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국제 감시 연구프로그램인

Asian Pacific Regional Aerosol Characterization Experiments (이하 ACE-Asia)연구 사업이 미국과학재단(NSF)의 주관으로 시작 되었다.

ACE-Asia는 아시아지역 온실기체와 미세먼지가 지구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사업으로서, 20여 국가가 참여하는 UN의 국제 협력 사업이다(현재도 계속하고 있음). 같은 시기, 우리나라 정부는 국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하여 각 분야에서 최고수준의 과학자를 선발해 연구책임자로 지정하여 책임자 중심의 “국가지정연구실(이하 NRL)"

연구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 당시 본 집필자는 국립기상연구소의 응용 기상연구 실장으로서 이 과제에 도전하게 되었다.

내가 제안한 NRL 과제의 주제는 “한반도 배경대기 측정 및 기후변화 감시 기술개발”을 주제로 제주도 고산과 안면도의 지구대기 감시 관측소를 바탕으로 감시관측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내용이었다. 당시 과학 기술부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5년의 연구기간을 인정받은 “국가지정 연구실” 과제로 선정되었다. 기후변화 감시기술은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인 온실기체, 에어로졸, 대기복사량과 기상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 하여 모델링(modelling) 함으로서 대기의 복사강제력을 산정하는 핵심 요소 관측기술이다.

제주도의 고산 기상레이더 관측소에서 약 100m 거리에 있는 해안 절벽 위 지점, 그곳은 세계 기후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동북아시아의 지구대기관측을 위한 지상 최고의 대표지점이라 일컫는 곳이다. 나는

ACE-Asia 국제 주최자(International Organizing Coordinator)에게 고산의 지역적 타당성과 적합성을 알릴 목적으로 미국 Colorado에 있는 미국기상청(NOAA)과 Hawaii 대학교 Berry Huebert 교수(당시 ACE- Asia 연구책임자)를 만나기로 계획하였다. 당시 일본은 동북아지역 대표 감시소로서 아마미 오시마섬(일본 남서 해 지점)을 강력히 추천하였고, 중국은 대륙지역 관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발 3,500m의 동북성 왈리구아이를 추천하고 있었다.

ACE-Asis 국제공동관측 행사를 하는데 2주 이상의 기간이 소요 되었다. 이밖에도 난관이 수없이 쏟아졌다. 미국과학재단(NSF) 담당자와 하와이대학교 Berry Heubert 교수를 설득하는 데 3개월이 소요되기도 하였다. 끈질기게 메일로 연락하여 설득한 끝에 드디어 미국과학재단 담당자로부터 하와이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ACE-Asia 담당자인 그녀는 나의 손을 잡고 잘 진행할 것을 부탁하면서, 준비 하는데 경비가 소요될 것이니 준비 비용으로 2만 달러를 기상청 기상 연구소 계좌은행으로 보내 주겠다고 하였다. 웃음으로 감사하다고 표하는 나의 눈에는 눈물이 돌았다.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했다.

고산을 ACE-Asia 지구대기감시소로 선정하고 2001년 이곳에서 ACE Asia행사가 이루어지게 된 배경에는 많은 국내 전문가들의 도움도 있었다. 2주간 이어지는 행사를 제주도의 외진 곳에서 개최하려면 교통편과 숙소 그리고 고급 관측장비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전력이 필요했다. 특히, 식사와 화장실을 해결하는 문제가 어려웠다. 당시

기후변화 및 대기에어로졸 연구 분야의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과학기술 연구소(K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 서울 대학교 해양학과 연구팀 등이었다. 이들이 정보를 제공해주고 협력해준 덕분에 많은 어려움이 해결되었다.

끈질긴 노력 끝에, 국제지권-생물권프로그램(IGBP) 산하의 국제 대기 화학 프로젝트도 참여한 2001년 봄철 아시아 에어로졸 국제공동관측 행사가 드디어 제주도 고산에서 2주간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국제 공동관측 기간에 맞추어 미국과학재단과 국립대기 과학연구소가 공동 운영하는 C-130 항공기가 지상과 비교 관측을 위하여 6회에 걸쳐 제주도지역 상공을 선회 관측하였다. 2001년 3월 중순~5월 초순 기간에 시행된 ACE-Asia 국제집중관측에는 미국을 포함하여 일본, 중국, 호주, 캐나다, 영국 등 13개국 총 100여 개 이상의 연구그룹이 참여하였다. 각국 연구팀은 측정장비를 직접 운반해서 일주일 동안 텐트를 치고 숙식하며 관측에 열중하였다. 우리의 국가지정연구실 (NRL) 연구원들은 생필품 운반과 장비 이동 그리고 측정 등 많은 것을 도왔다.

그 결과, 6개월이 지난 후, 제주도 고산 슈퍼관측사이트의 ACE-Asia 국제협력 관측에 대한 내용이 실린 국제적인 저명 논문지 JGR의 특집호가 발간되었고 Nature 과학잡지 등 국제적으로 학계에 크게 소개되었다. 또한, JGR 특별호 외에 국제 저명 SCI급 논문학술지에 20여 편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제주도 고산 ACE-Asia 슈퍼사이트가 동북아시아 기후감시 중심지로 알려진 후 중국의 아시아갈색구름을

연구하는 ABC(Atmospheric Brown Cloud) 프로젝트 또한 고산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다.

ABC 프로젝트는 유엔 환경위원회(UNEP)가 후원하고, 스웨덴 SIDA, 미국의 NSF, 독일의 MAX Plank Institute, 일본의 MEST 그리고 한국의 기상청과 환경부 등이 각국의 연구비 지원으로 인도양 몰디브 (Maldives)에서 실시된 ABC 캠페인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고산에서 ABC-EAREX 국제공동관측 캠페인을, 2008년에는 제주도에서 무인 항공관측 실험인 CAPMEX 등이 이어졌다. 또한, 고산 관측소는 UNEP의 ABC 슈퍼기후관측소(Super Climate Observatory)로 지정되었다.

이렇게 오늘날 제주도 고산 지구대기감시소는 동북아시아 지역 ACE-

이렇게 오늘날 제주도 고산 지구대기감시소는 동북아시아 지역 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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