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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분야 연구에는 장인(匠人)의 마음이 중요하다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118-124)

재료분야 연구에는 장인(匠人)의 마음이 중요하다

ReSEAT 전문연구위원

김영식

라믹과 금속을 용접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일로 비칠 수도 있다. 세라믹은 용융이나 변형이 안 되는 도자기이기 때문이다. 과거, 인문계에 몸을 담고 있는 한 동료 교수에게 내가 요즘 세라믹 용접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도자기를 어떻게 용접하느냐며 황당해 하는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교수의 반응을 이해할만 한 것이, 용접 분야의 전공자인 나 역시 이 도전이 매우 흥미롭고 새로웠기 때문이다.

옛날, 시골에서는 무쇠 솥을 사용하는 집이 많았는데 이 솥을 오래

사용하다보면 밑바닥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기술자를 불러서 금이 간 부분을 납으로 메워 다시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찬가지로 세라믹도 용융 시키지 않고, 금속을 세라믹과 세라믹, 또는 세라믹과 금속 사이에 또 다른 금속을 삽입하고 열을 가하면 용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해서, 나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라믹 용접 기술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물론, 연구 기반 시설은 하나도 갖춰있지 않은 열악한 도전 이었다. 80년대는 새롭게 등장한 신소재인 파인 세라믹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전 세계의 기대가 컸던 시기였다. 파인 세라믹의 고온 강도와 내마모성, 내식성과 같은 탁월한 특성을 살려서 구조물용으로 사용 하기 위해서는 금속과의 복합화 또는 접합을 통한 일체화 기술이 필수적이다.

세라믹과 금속, 세라믹과 세라믹을 접합시키는 가장 흔한 방법은 접착제를 이용하는 접착제법이 있다. 하지만 유기계 또는 무기계의 접착제법은 강도가 낮고 열적 특성이 열악해서 고도의 특성이 요구되는 분야에는 이용될 수 없다. 파인 세라믹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열적 접합법인 용접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 방법의 핵심은 세라믹과 금속의 물리적, 화학적, 기계적 성질이 판이하게 다른 두 재료의 성질을 어떤 방법으로 조화롭게 용접 시킬 수 있는 지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세라믹과 금속을 접합하기 위해서는, 먼저 용융되지 않는 세라믹에 금속을 확산 침투시켜서 어떤 형태로든 반응 층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해서, 시험재로 선정한 알루미나 세라믹과 반응 층이 형성될 수 있고, 상대 금속인 강재와도 잘 융합될 수 있는 중간 삽입 금속을 제조한 뒤 이를 매개로 해서 고상에서 접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이 방법은, 그동안 발표된 문헌을 참고하거나 우리보다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던 일본의 연구소들을 직접 방문해서 얻어낸 정보들을 통해 얻어낸 아이디어였다. 중간 삽입 금속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으로, 먼저 활성 금속인 티타늄을 기반으로 한 티타늄-구리 계열 합금에 은, 니켈, 실리콘, 바나듐 등의 합금을 첨가한 다음, 세라믹과 반응이 적절하게 어우러지고 접합 강도가 높아지는 합금 성분을 찾기로 했다.

이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합금을 제조할 수 있는 용융로와 접합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진공로가 필요했다. 해서, 합금 제조를 위해 아크 열원을 이용한 아르곤 분위기의 아크로를 설계해서 제작하고 진공로는 전문 업체에 주문 제작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금속 원소들을 배합해서 세라믹 접합에 적합한 중간 삽입 금속을 찾는다는 것은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처럼 지난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축적된 많은 자료와 야금학적 기술 정보들을 종합해서 상태도상의 2원계 또는 3원계 합금의 기본 조성을 선정하고, 여기에 가장 영향이 크게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1~2개의 합금 원소 첨가량을 변화시키는 실험을 반복해서 찾는 방법 밖에 없었다.

현재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을 이용하는 합금 설계 기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합금 원소의 작은 변화에도 재료의 특성이 크게 변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컴퓨터 원용 합금 설계는 신뢰할 만한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합금 설계는 실험을 통해 접근하는 방법을 가장 신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재료 관련 연구를 하는 젊은 후진들 중,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실험은 기피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처럼 앉아서 하는 연구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이 보여 안타깝게 생각된다.

재료 관련 연구는 반복적인 실험만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합금 원소를 변화시켜 반복적으로 접합하는 실험을 거친 덕분에, 세라믹과의 반응 층이 형성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접합 강도를 얻는 중간 삽입 금속을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직경 10mm의 환봉 알루미나 세라믹과 내열강 접합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접합체의 직경이 10mm 이상으로 커지기만 하면, 알루미나 세라믹과 내열강 사이에 접합은 이루어지지만 접합부에 가까운 세라믹 내부에서는 균열이 발생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접합 공정 중 접합계 면에서 응력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해서, 접합 계면 근방에서 열응력을 해석하고, 변형률 게이지를 이용한 절단 법을 통해 탄성 응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세라믹 내부에 발생한 균열의 원인은 접합체의 부피가 증가하면서 세라믹과 금속 사이의 열 변형 거동 차이가 커져서 발생하는 인장응력 때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접합 공정에서 발생하는 인장 응력을 완화시켜 주는 응력 완화 층이

필요했다. 다시 문헌 조사와 반복 실험을 거쳐, 적절한 응력 완화 층을 탐색했다.

그 결과, 여러 금속 중 구리와 니켈 합금이 접합용 중간 삽입 금속과 확산 반응이 잘 일어나고 자체 연성이 풍부해서 응력 완화 층으로 적합 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게 찾아낸 접합 삽입 금속과 함께 3층 구조의 접합에 성공했다. 완성된 세라믹과 금속 접합체의 실 구조물 응용을 위해서는, 고온과 열 충격과 같은 가혹한 사용 환경에서 적응성 실증 또한 필요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삽입 금속의 종류, 응력 완화 층의 두께, 접합 조건과 같은 각종 영향 요소들을 변화시켜가며 실험을 반복해서 700℃의 고온에서도 충분한 강도를 갖는 접합체 제작을 가능 하게 했다. 또한, 알루미나 세라믹뿐만 아니라 실리콘 나이트 라이드와 같은 비 산화물계 세라믹의 접합도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내가 세라믹의 접합 연구를 시작했던 시기는, 뉴 세라믹이라는 신 소재의 등장과 함께 구조물 소재에 대한 기대가 컸던 시기였다. 일본 에서는 철을 중심으로 한 금속 재료의 시대가 퇴장하고 세라믹을 중심 으로 하는 신소재의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구조물용 세라믹 신소재 산업은 그때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아직 보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내가 개발한 세라믹 접합 기술 역시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것이 안타깝게 생각된다.

하지만 세라믹 접합 기술은 앞으로 구조용 재료 분야뿐만 아니라, 전기와 전자 부품을 포함해 여러 용도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 크게

기대 되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재료 관련 연구에 종사하면서 느낀 한 가지는 이 분야는 실험 장치의 설계 제작부터 꾸준한 실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 보다도 재료 분야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은 장인(匠人)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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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제련 폐기분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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