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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재생 정책의 변천

일본 도시재생 정책의 변천

전후 1960년대 일본은 고도경제성장기를 거치며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겪게 된다. 1985 년에는 플라자합의에 따라 엔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일본에 막대한 부를 가져왔다. 남아도 는 돈은 초기에는 주식 시장에 집중되었으나 곧 개인과 기업은 너 나 할 것 없이 부동산에 무차별적인 투자를 했다. 도쿄는 물론 외곽지역에 수많은 건물과 주택이 올라갔고 도시는 끝없이 발전할 듯 보였다. 그러나 곧 거품이 꺼지면서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 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헤이세이 불황’ 등으로 일컬어지는 버블 붕괴로 인한 장기 경 제 침체로 인해 일본의 도시는 성장을 멈추고 낙후되어 갔다. 수도권 베드타운은 물론 도 심지의 부동산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재편이 나타 나고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화 시대로 접어드는 등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춰 산업구조 전환 의 필요성과 이에 맞춘 도시 계획이 대두되었다. 아울러 만성적인 교통 체증과 유지보수 비용 증가 등 인프라 문제와 고베 한신 대지진에서 드러난 재해 취약성 등 도시구조적 과 제가 부상하면서 도시재생의 불가피성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조금씩 경제가 살아난 일본의 민간은 다시 투자에 나서며 도시재생에

그림 3 런던 킹스 크로스 스킵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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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었다. 민간투자 붐은 시기적으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도시재생 초창기인

‘도시재생 1.0’과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재활성화 시기인 ‘도시재생 2.0’으로 구분 된다(<그림 1> 참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몰아 치며 2012년 정체를 겪기 전까지, 2000년대 도시재생은 도시재생 1.0 시기에 집중되어 2006년에는 수도권과 지방 모두 도시개발 사업 투자액이 최고치를 찍었다. 도시재생 1.0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와 광장, 녹지 등 공공시설의 확대가 주로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 공유지 민간개발과 REIT로 대표되는 부동산 증권화 시장의 발달로 부동산 시장 에 대형 부동산회사를 필두로 한 사업 투자자금이 활발히 유입되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민간 자금과 노하우를 빠르게 도시재생 사업으로 끌어모으고 계획적 이고 속도감 있는 도시재생을 추진하기 위해 2002년 ‘도시재생 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도시재생 긴급 정비 지역’에 대해 민간 사업자에 의한 도시계획 제안을 반영하고, 주요 규제(용도·용적률·사선·일조권·고도 제한 등)를 적용하지 않는 ‘도시재생 특별 지구’를 지정하도록 하여 지역 내 주요 인정 사업계획에 대한 금융 지원(무이자 대출, 출 자·사채 취득, 채무 보증)과 세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발 빠르고 과감한 도시재생이 가 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04년에는 ‘도시재생 교부금 제도’1)를 창설하고

‘도시재생 특별조치법’과 연계시켜 정책적인 보완을 거듭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더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재생 교부금을 조성해서 전국적인 도시재생을 꾀하고, 중심 시 가지 활성화법과 대형매장 입지법, 도시계획법 등 이른바 ‘지역재생 3법’ 제정을 통해 도 시 기반 정비 및 활성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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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1.0 (초창기)

향후의 도시재생

60 50 40 30 20 10

0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5

명목 GDP 성장률(전년대비)

민간 도시개발 사업수 추이 (착공 기준) 기타 지방도시

지방 4대 도시 대도시(도쿄)

도시재생 2.0 (재활성화기) 그림 1 도시재생 사업의 변화

자료: 国土交通省 2020a.

1) 도시재생 정비계획에 필요한 시설의 재개발 및 개량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3~5년간 도시재생 사업비의 40%

를 교부, 지원하는 제도.

이후 2013년 도쿄 올림픽 유치 성공을 계기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여기에 양적완 화를 바탕으로 한 아베노믹스가 가속화되면서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흘러 들어왔다. 이렇게 시작된 도시재생 2.0 시대는 2025년 예정된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유치 하였고, 자기부상식 고속철도인 주오신칸센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오사카 등 관서 지역에 까지 도시재생 붐을 불러왔다.

자료: 国土交通省 2020a; 사진: 위키피디아 도쿄 미드타운(https://zh.wikipedia.org/zh-hans/東京中城); 미드랜드스퀘어(https://ja.wikipedia.org/wiki/

トヨタ不動産); 난바파크스(https://en.wikipedia.org/wiki/Namba_Parks); 토라노몬힐스(https://en.wikipedia.org/wiki/Toranomon_Hills); 그랑프론트 오사카(https://zh.wikipedia.org/wiki/Grand_Front_Osaka); 글로벌게이트(https://en.wikipedia.org/wiki/Sasashima-raibu_Station).

표 1 도시재생 1.0과 2.0의 민간투자 주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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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이벤트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비즈니스 증가라는 상황에 맞춰 도시 재생 2.0은 1.0보다 국제 경쟁력 강화와 복합 기능화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도 심에 MICE 시설과 창업 지원, 관광 숙박 시설을 주축으로 하여, 일본 도시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 개발 및 정비가 도시재생 2.0에서 대폭 확충되었다. 공공시설 정비 또 한 도시재생 1.0과 2.0을 거치면서 확대됐다. 민간 시설에 구청 등 행정기관이 입주해서 기업 및 직장인들의 편의성과 주민들의 접근성을 향상하거나 공개 공지와 녹지를 설치하 는 등 공공 시설을 통합한 다목적화를 도모하여 다양화된 수요에 응답하였다.

2002년에 통과된 ‘도시재생 특별조치법’이 도시재생 1.0의 시대를 열었다면 도시재생 2.0으로의 전환은 동법 개정법이 이끌었다. 2014년에는 변화된 부동산 시장환경과 국토 현실에 맞춰 ‘콤팩트시티+네트워크’ 개념을 도입한 ‘도시재생 특별조치법 개정법’이 통과 되어 입지 적정화 계획*과 거주 유도구역 및 도시기능 유도구역 계획을 수립하고 기존의 도시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돈하는 데 정책이 집중되었다. 2020년에는 발생이 임박한 것 으로 보이는 대지진과 빈발해진 홍수에 대비하고, 개선된 입지 계획과 도시 농지와의 조 화, 도시계획세 충당 등의 내용을 담은 새 개정법이 통과되며, 보다 내실 있고 변화하는 시대 환경에 맞춘 섬세한 도시재생이 추진되고 있다.

*주택 및 의료, 복지, 상업시설과 기타 거주와 관련된 시설 입지의 적정화에 관한 계획

구분 3대도시권 지방도시 총계

도시재생 특별지구 70지구, 169.7ha 22지구, 38.9ha 92지구, 208.6ha

인정 도시재생 사업 88개 사업 37개 사업 125개 사업

건설투자액(누계) 61,354억 엔 8,350억 엔 69,704억 엔 표 3 도시재생 특별조치법을 기반으로 한 민간투자 도시재생사업 규모 (2002~2020년)

주: 3대 도시권: 도쿄, 오사카, 나고야.

자료: 国土交通省 2020a.

도시재생 특별조치법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법 시행 이후인 2002년부터 2020년 사이에 전국 92지구에서 행정적, 금전적 지원을 받아 도시재생 사업이 촉진되었 고, 그 결과 도시재생 긴급정비 지역은 지난 10년간 인구, 세대수, 지가 등 여러 지표가 그 외 지역보다 40~95% 높은 증가 경향을 보였다(内閣府 2020). 이에 딸린 공공시설 정비 도 늘어 도시재생 1.0시기와 2.0시기 모두 30% 이상의 정비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도시재생 2.0에서는 국제경쟁력 강화 시설, 지역활성화 시설, 교통 시설, 방재 시설 등 모 든 분야 시설의 정비가 크게 늘었다.

이러한 도시재생의 흐름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일본 경제 전반의 활력도가 낮아 지면서 과거만큼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결정적으로 2020년 3 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팬데믹은 도시재생 흐름과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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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역 간 교류가 대폭 축소되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꾸준히 감소세이던 공실률 은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증가하고 있다(内閣府 2020). 국제 시설과 숙박 시설의 수요 가 줄고 오피스 업무공간보다 재택근무 장소의 역할을 겸하는 거주공간이 중요해지는 등 과거 일상에 맞게 수립된 입지계획이나 도시재생이 목표만큼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지 적되고 있다.

[자료: 国土交通省. 2021. 都市計画法制. https://www.mlit.go.jp/toshi/city_plan/toshi_city_plan_tk_000043.html (2022 년 5월 13일 검색).

国土交通省. 2020a. 都市再生の動向. https://www.mlit.go.jp/common/001331030.pptx (2022년 5월 10일 검색).

国土交 通省. 2014. 都市再生特別措置法等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案について. https://www.mlit.go.jp/report/press/

toshi07_hh_000079.html (2022년 5월 18일 검색).

国土交 通省. 2020b. 「安全なまちづくり」・「魅力的なまちづくり」の推進のための都市再生特別措置法等の改正につい て. https://www.mlit.go.jp/toshi/city_plan/content/001406990.pdf (2022년 5월 19일 검색).

内閣府 . 2020. 都市再生の動向と新型コロナウイルス感染症の影響. https://www.chisou.go.jp/tiiki/toshisaisei/

yuushikisyakondankai/20201204/kondankai01_shiryou04.pdf (2022년 5월 19일 검색).

国土交通省. 2020. 今後の都市再生. https://www.mlit.go.jp/common/001331035.pptx (2022년 5월 19일 검색).]

이재용 東京大学 공간정보과학연구센터 박사과정 (lee@csis.u-tokyo.a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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