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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주도·공공지원형 공민연계 교과서

시미즈 요시쓰구 외 지음 민범식 옮김

일본에서는 국가나 지방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전유하는 것에 대해 1970년대부터 시민단 체를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당시에는 정부가 담당하던 공공서비스를 민간 비 영리 분야 또는 시민사회로 이관하여 공공의 과제를 시민의 주체적 참가를 통해 풀어가 고자 했던 것이 주요 배경이었다.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새로운 공공’의 개념과 형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1990년대 말에 이르러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정부의 재정 문제 가 심화됨에 따라 비용 절감 차원에서 행정 축소를 기조로 하는 행정개혁이 추진되었다.

당시 행정개혁의 핵심은 정부가 담당하던 공공서비스 제공 부분에 민간이 대폭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민영화’보다 적은 비용으로 행정 업무를 ‘외주화’하는 방식이 공공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관의 행정기능을 보좌하는 집단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에 직면하 였고, 시민 입장에서는 공공서비스의 수준이 과거보다 떨어지는 불만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도 초래되었다. 과거 대표적인 공민연계의 사례는 제3섹터, 업무위탁, 지정관리자 제도 등이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인 ‘공민연계’는 관과 민간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총징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추진된 공공사업 중에는 일부 성공 한 사례도 있으나, 그동안 수많은 공민연계 공공사업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일본 사회에 이호상 인천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leehosang@inu.ac.kr)

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현장의 경험을 통해 모색 하려는 것이 책의 출발점이자 핵심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정부가 모든 공공서비스를 담당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게 되면 어떠한 방식으로 정부의 부담은 경감하면서도 대국민 서 비스의 질적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대책을 미리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일본과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체계 차이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읍면동 단위까지 지역 주민들의 행정 업무와 민원 업무 를 처리하는 주민센터와 같은 관공서가 존재하지만, 일본은 도시의 경우 시청이 제일 말 단 관공서이다. 일부 대도시에 구청이 있기는 하지만 구청장도 시청에서 파견하는 지방 공무원이고 구청은 시청의 출장소에 가까운 형태이다. 즉, 우리나라의 주민센터에 해당 하는 관공서가 없기 때문에, 주민에게 직접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는 시청과 같은 소수의 지방공공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더욱이 정부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면서 공무 원 수를 줄이고 행정 규모를 축소하는 정책이 추진되자 기존의 공공서비스 공급 업무를 누군가가 대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결국 시민사회 스스로가 공공서비스의 주 체로서 나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공민연계’

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사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 당초 취지와는 달리 운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자 공민연계에 대한 여론도 악화하였다. 필자는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공민연계의 현황과 유형을 정리하고,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와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관련 내용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 는 내용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 시나리오나 잘 정리된 답사보고서처럼 구성한 점인데, 현 장에서의 경험담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되리라 생각된다. 현장의 사례나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별도로 요점정리하여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보통 필자가 다수인 저서의 경우 장마다 문체가 다르거나 글의 전개방식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은데, 책 전체의 내용을 매우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책의 흥미를 배가하고 있다. 필자도 밝히고 있듯이 이론서보다는 실천서를 지향하면서 집필한 책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을 보면 제1장 ‘이 책의 활용방법’이라는 장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절 제목을 보면 이 책의 목적이나 대상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방법’까지 기술하고 있다.

그만큼 독자를 배려하면서 글을 쓴 흔적을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2장에서는 ‘민간주도·공공지원’의 세 가지 유형으로 사업자형, 연출자형, 대리인형 이 있는데, 각각의 대표적인 사례로 도쿄의 아트 치요다 3331, 물의 도시 오사카프로젝 트, 이와테현의 오가르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이 세 가지 유형이 고정된 것

창조적 도시재생 시리즈 16

이 아니라 앞으로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문제점을 보완해갈 것으로 전망하였는 데, 중요한 것은 관 주도의 체제에서 민간주도·공공지원 형태의 공민연계방식으로 전 환해가는 방향성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공민연계를 실제로 추진하며 현장에서 가장 많이 겪게 되는 어려움과 해 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공민연계에 적합한 자금조달체계, 공민연계가 원 활하게 작동하는 원리와 행동지침, 민간투자사업에서 알 수 있는 공민연계의 과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제4장에서는 제2장에서 제시했던 세 가지 유형 중 대리인 유형의 가능성에 주 목하여 오카자키 씨가 쓴 ‘공민연계 대리인 모델’에 관한 논문의 내용을 리뷰하고 있다.

필자가 주목한 이 논문의 결론은 “새롭게 제시하는 공민연계방식을 적용하려면 … 책임 영역이 불확실했던 제3섹터 방식의 공민연계와 달리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바탕으로 책 임성을 중시해야 한다. 그 방식이 공민연계 대리인 모델이며, 이 방식으로 주민들의 거 버넌스를 통해 지역재생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과거 일본의 공민연계 방식이 실패한 원인은 사전에 사업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이 리스 크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 다음에 사업을 관리해 나갔더라면, 충분히 기업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원래의 의미가 담긴 공민연계의 참모습을 밝히고 싶다고 했는 데, 인구감소와 저성장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시민 모두가 어 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일본 의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22년 8월호에는 창조적 도시재생 시리즈 104 「Tactical Urbanism: 전술적 어버 니즘」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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