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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A Game of Thr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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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카라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왕좌의 게임’이 촬영된 곳이라고. 당 시 HBO OTT를 통해 방영된 왕좌의 게임은 시즌 8에 달하 는 장대한 막이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전 세계에 그 열기가 한창이었다. 저녁에 도착해 도시를 제대로 만나기 전인 상 태에서 비디오 클립을 통해 처음으로 접한 장면은 바로 대 너리스가 도시를 불바다로 만드는 장면이었다. 장면의 강력 함은 갑자기 휴양지가 아닌 도시로서의 두브로브니크에 대 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 도시는 어떤 문화를 배경으로 발달했기에 이렇게 아름다울까? 어떻게 중세시대의 도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을까?

소설이 먼저 탄생했고, 그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가 제작 되고, 드라마를 찍기 위한 배경으로 도시가 선택됐지만, 나 는 그와 정반대로 도시를 먼저 만나고, 그에 대한 기억을 지

닌 채 드라마를 보고, 가장 나중에 책을 읽었다. 하지만 이 렇게 앞뒤가 바뀐 나의 경험이 이 책과 딱 들어맞기도 하는 데, 책의 시리즈가 모두 완결되기 이전에 드라마 제작이 시 작되어 드라마가 먼저 종결되었고 이후 소설이 쓰여, 드라 마와 책의 관계를 볼 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애 매한 상태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로는 ‘왕좌의 게임’

이라는 제목으로 제작되었지만, 소설로는 「얼음과 불의 노 래」 시리즈 중 1부가 「왕좌의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 었고, 이후는 각각 「왕들의 전쟁」, 「검은 폭풍」, 「까마귀의 향 연」, 「드래곤과의 춤」으로 구성되어 전 11권인 대작이다.

대장정을 이루는 소설책의 첫 장을 펼치면 지도가 나온 다. 웨스테로스라는 이름의 긴 반도 형상의 지도가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어 페이지 양쪽에 펼쳐지고, 지도에는 도시, 성, 길, 평원, 절벽, 고원이 표시되어 있다. 지도를 살펴보면 도시는 해안과 인접한 곳에 위치하고 그들을 연결하는 길과 지형적 특징이 있는 곳에 성이 자리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공간과 유사한 모습을 지닌다. 그리고 지도 가장 북측 에 자리한 윈터펠(Winer Fell) 성의 위쪽으로는 약 700피트 (약 213m) 높이의 약 300마일(약 482km)에 달하는 얼음장 벽이 표시되어 있다. 이 장벽은 북측의 백귀(White Walker, 일종의 좀비)가 넘어오는 것을 막는 것으로 인간의 생존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Winter is coming”이라는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긴박한 느낌의 문장은 바로 이 장벽과 연결된다.

일곱 개의 왕국과 여러 도시 중 특히 우리 머릿속의 중세 문학과 공간 18

구시가지의 중심 거리인 플라차 거리(Plasa Street), 저자 촬영

우뚝 솟은 시계탑과

루자(Luza) 광장 셔터스톡

도시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는 곳은 칠왕국을 통치하는 왕 이 사는 ‘킹스 랜딩’이다. 이곳은 칠왕국 중 가장 발달한 곳 으로 세련된 도시 문화와 매력이 넘친다. 화려한 광장, 우뚝 솟은 성과 탑, 호화로운 저택, 번화한 시장과 거리, 좁고 구 불구불한 골목, 장소를 가득 채운 볼거리와 사람들로 가득 하다. 그럼 이 도시를 소설, 드라마, 여행자의 입장을 오버랩 하여 한번 살펴보자.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는 1979년부터 성곽 내부가 유 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는데, 성 안 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해자를 건너 진입하는 웅장한 정문의 바로 앞에 있는 거대한 스케일의 급수탑과, 눈이 부신 하얀 중심가로, 그리고 그 길의 종점에 있는 하얀 시계탑이 우뚝 솟은 시원한 광장이다. 거대한 규모 때문인지, 또는 원초적 형태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급수탑은 왠지 고대 바빌론 탑을 연상시키고,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신 하얀 가로와 시계탑은 그 세련된 형태와 색채가 한눈에 베니스를 연상시 킨다. 벌써 가본지 20여 년도 훨씬 지난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은 뽀얀 물안개와 에메랄드와 산호색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 언저리에 남아있다.

두브로브니크는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둘러싼 두껍고 든 든한 성벽과 유럽으로의 관문인 항구를 지니는데, 교역으로 번창했던 과거를 보여주는 듯 하늘로 솟은 탑은 성 안 전체 를 균일하게 덮은 붉은 기와와 아드리아해의 새파란 물빛 을 배경으로 과거 도시의 영화를 그대로 전해준다. 실제 두 브로브니크는 동유럽에 자리했지만 역사와 문화는 이태리 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특히 13~14세기에는 베니스 공국 이 통치해 지중해 문화권에 속한 도시였다. 베니스가 그 도

시에서 떠난 지 이미 수 세기가 지났지만 그 흔적이 깊게 남 아 그 도시를 처음 방문한 낯선 이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주 는 것을 보면 도시와 역사의 흔적은 아주 깊은 곳까지 스며 들어 전해지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날의 눈으로 봐도 아름답고 매력적이어서 한번쯤은 머물기를 꿈꾸게 하는 이 도시는 소설 속에서는 모든 이들 의 동경의 대상이다. 소설의 발단에서 윈터펠 영주인 에다 드 스타크의 어린 아들 브랜(나중에 영적 존재인 세눈박이 까마귀가 된다)은 아버지가 왕의 대수로 임명되어 자신의 영지인 윈터펠을 떠나 킹스랜딩에 가야하자 어머니를 떠나 야 하는 상황에서도 전설의 킹스가드가 있는 킹스랜딩에 갈 기대에 잔뜩 부푼다.

오늘날의 도시는 굳이 메트로폴리스가 아니라도 서로를 닮아간다. 하지만 근대 이전의 도시는 각 지리적, 기후적, 문 화적 특성에 따라 모습이 매우 달랐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일곱 개 가문의 영지와 그들의 기반인 성과 도시, 가문 사람

항구의 모습, 저자 촬영

오노프리오(Onofrios) 분수(급수탑), 저자 촬영 붉은 지붕으로 덮인 도시 전경, 저자 촬영

성 캐릭터들 때문이다. 이 소설 속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맹

프랑스 도시학자 드망종(Demangeon)과 포르티에

Alain Demangeon and Bruno Fortier. 1995. Les vaisseaux et les villes, Pierre Mardaga.

조지 R. R. 마틴.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전 11권.

왕좌의 게임. HBO OTT 시리즈.

하늘에서 본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쪽 전경 두브로브니크 성 서편의 대포와 왼쪽에 보이는 로브리예나츠 요새 (Lovrijenac Fort), 저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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