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광역행정제도가 ｢지방자치법｣에 의해 ‘사무의 위탁’, ‘행정협의 회’, ‘지방자치단체조합’로 구분되는 것처럼, 일본은 ‘일부사무조합’, ‘광역연 합’, ‘광역 시․정․촌’, ‘마을만들기협의회’로 구분된다. 이 중 일부사무조합 은 둘 이상의 시정촌이 사무의 일부를 공동 처리하기 위해 설치한 특별지방자 치단체이다. 관계 자치단체가 의회의 의결을 거쳐 협의에 의해 규약을 정하고 도도부현 지사의 허가를 얻어 설립할 수 있다. 일부사무조합이 일반적으로 담 당하는 일은 주로 쓰레기 및 분뇨 처리, 병원, 소방, 화장장 등의 사무를 공동 으로 처리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지방분권이 강화되고 자치단체의 자기결정 이나 자기책임이 강조되고 행․재정적 개혁이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일부사무 조합으로는 이러한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다. 이 에 따라 기존의 일부사무조합을 통합하고 복합화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 되면서 광역연합제도가 도입되었다.
광역연합은 도도부현, 시정촌의 행정구역을 넘는 광역적인 행정수요에 대 응하기 위해 1995년 ｢지방자치법｣상의 조합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광역연합 은 지차제 조합의 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종전의 조합이 가지고 있던 사무의 공동처리에만 머물지 않고, 광역적 사무에 대해 광역계획을 작성하거 나 연락 및 조정 기능을 하는 등 탄력적이고 기동적인 광역행정기구로서의 성 격을 지닌다. 광역연합의 특징으로는 첫째, 도도부현과 시정촌 사무의 복합적 처리가 가능하고, 둘째, 중앙정부 또는 도도부현으로부터 직접 권한을 이양받 을 수 있고, 반대로 위임을 요구할 수도 있다. 셋째, 의회의 의원 또는 장은 규 약에 의해 직접선거 또는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넷째, 보통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직접청구제도뿐만 아니라 주민이 규약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다 섯째, 광역계획은 의회의 의결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고 그것의 실시와 관련하 여 구성 단체에 권고할 수 있다. 여섯째, 광역계획의 추진을 위한 협의회를 둘 수 있다.
광역 시정촌은 주민의 일상생활이 광역화되는 것을 배경으로 도시적 지역 과 그 주변지역을 일체로 하여 광역적이고 종합적인 시정촌의 행정을 추진하 는 권역이다. 각 시정촌은 역사적, 문화적 연계를 고려하여 광역 시정촌을 설 정하는데, 권역을 종합적이고 일체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광역 시정촌 계획 을 책정하고 광역 네트워크를 형성하거나 광역적인 사무 및 사업을 처리하며, 이를 위해 광역 행정기구를 설치하여 운영한다.
마을만들기협의회는 복수의 시정촌이 자발적으로 제휴하여 지역의 특성을 살린 마을만들기를 추진하는 독자적인 광역행정추진체계이다. 마을만들기협 의회는 광역적인 비전을 책정하고 이벤트의 개최, 공공시설의 공동 이용 등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을만들기협의회에는 광역행정권과 권역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으며 두 개의 광역 행정권에 걸쳐 있는 경우도 있다.
이하에서는 자치단체 간 협력에 의한 광역개발 사례로 간사이 광역기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간사이 광역기구는 분권개혁의 추진과 광역연계의 강 화를 위해 설립된 일본 최초의 관․민 연계협력조직으로, 법정 조직이 아니라 임의단체적 성격을 지니며, 앞서 소개한 광역행정제도 중에는 광역연합에 가
장 가까운 형태라 할 수 있다.
4.3.2. 간사이 광역기구의 사례
간사이 광역기구의 설립 목적은 간사이의 부․현과 정령지정도시 및 경제 단체 등이 지역 내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간사이 전체의 종합적인 광 역연계를 강화함으로써 분권개혁을 추진하고, 이것을 통해 간사이 지방을 매 력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간 사이 광역기구는 간사이 지역의 2부 7현 4정령지정도시 및 8경제단체를 정회 원으로, 시정촌․민간기업․단체 등을 찬조회원으로 하여 2007년 7월 발족하 였다. 원래 간사이 지방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 간사이문화학술연구도시, 오 사카만 베이에리어 개발 등과 관련해 관․민이 광역적으로 활동한 다양한 경 험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방재․환경․문화관광․정보발신․사회자본정비․
산업진흥 등 간사이지방이 광역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가 한층 더 다양화되 면서 사안별로 ‘협의회’ 형식의 연계조직들이 만들어져 각자 활동을 진행 중 이다.
2006년 7월 (가칭)간사이광역연합회 설치를 검토하기 위해 간사이 분권개 혁추진협의회(이하 ‘분권협’)가 개최되었는데, 여기서 기존 광역연계조직의 정 리 통폐합이 중요한 검토과제로 채택되었다. 기존 광역기구들 중 일부는 해산 시키고 일부는 새로운 조직 하에서 기능을 통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분권협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광역연계를 발전시킬 새로운 조직이 분 권개혁을 실현하는 추진엔진으로서 역할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기 존 조직들과의 조정과정을 거쳐 간사이 광역기구를 2007년 6월 설립하게 되 었다.
그림 5-13. 간사이지방의 자치단체 구성
자료: 이정석․마상열(2008).
간사이 광역기구의 주요 사업을 2007년의 예로 살펴보면 첫째, 간사이지방 의 광역연계 강화와 분권개혁 추진, 둘째, 간사이 홍보사업의 추진과 정보발신 기능 강화, 셋째, 환경․방재사업 추진, 넷째, 문화․관광 진흥사업 추진 등으 로 구분된다. 조직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간사이지방의 여러 지도적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업전개 방법으로는 새로운 수 뇌모임인 ‘간사이 서밋’(Kansai Submit)을 연 2회 이상 개최하며, 서밋의 중요 과제에 대해서는 담당이사를 지명해 이사 책임하에 프로젝트팀을 창설하고 일 몰방식으로 주요과제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또 과제 특성에 따라 찬조회원 이나 외부전문가 등을 구성멤버로 하는 검토 체제를 갖추고 있다. 간사이 광역 기구 활동의 핵심인 분권개혁과 문화․관광 진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분권개 혁추진본부와 간사이국제관광추진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간사이 광역기구 운영의 특성으로 첫째, 동일 지역 내 비슷한 목적으로 존 재하는 다수의 기구를 통폐합한 것은, 최근 같은 지역 내에서도 비슷한 자치 단체 간 협의회 등의 조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자치단체 간 통합적 사업 추진은 대개 공무원들 간 협력네트워크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간사이 광역기구의 경우 민간기업과 전문가들의 참여가 비교적 활발하다. 셋째, 그러나 간사이 광역기구의 사업은 다른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소프트한 사업에 그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