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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인구정책의 주요 쟁점

본 절에서는 인구정책의 주요 쟁점으로 인구와 사회변동 그리고 인구 정책과 인권 문제를 검토한다. 인구와 사회변동은 전통적으로 인구와 발 전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제4장에서 검토하는 국제인구개발회 의(ICPD)에서 잘 나타나듯이, 급격한 인구 증가가 사회경제적 발전에 걸 림돌이 된다는 논의가 있는(인구변동 → 사회발전) 반면 사회경제적 발전 이 출산율을 포함한 인구변동의 주된 결정 요인이라는(사회발전 → 인구 변동) 대립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인구와 발전 간의 이러한 논쟁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구와 사회변동 간에 존재하는 관계를 정확 히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인구정책과 인권(human rights)의 문제는 과거 큰 주목을 받지 못했 지만, 제2차세계대전 후, 특히 1994년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ICPD)

이후 인구정책을 둘러싼 핵심적인 이슈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단 순히 공공의 이익(public good)이라는 추상적 논거에 기초하여 인구를 통제하는 대신 인구정책이 인간의 삶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현대사회 에서 인구정책을 설계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인권의 문제를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이 공익 차원에서 해결해 야 할 중대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출산율 상승을 위해서는 개인들(특히, 여성)의 출산 관련 행위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인권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인구정책 은 이념적으로 다양한 정치적 지형이 존재하는 관계로 정책의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구정책이 인권적 측면에서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 는가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구정책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새로 운 이슈라고 할 수 있는 생명윤리의 문제 또한 기본적으로 인권과 직결되 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 인구와 사회변동

인구와 사회변동은 상호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인 구 변천의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를 진행하고 자 한다. 지난 1970~1980년대 가족계획을 중심으로 인구정책이 황금기 를 구가한 배경에는 고출산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사망률 감소가 초래한 급격한 인구 증가 현상이 사회경제적 발전에 중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인구 고령화 혹은 인구 감소를 둘러싼 우려 또한 기본적으로 인구변동이 가져오는 사회경 제적 파급 효과를 둘러싼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인구학적 변화가 사회경제적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의 매개변수로는 연 령 구조, 인구이동, 재생산 과정의 효율성, 성인기 건강 및 인적자본의 질 적 측면 등이 지적된다(Reher, 2007, pp. 194-197; Reher, 2011, pp.

14-21). 아래에서는 Reher(2011)의 논의를 중심으로 인구변동의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를 살펴본다. 인구 변천과 사회변동 간의 관계에 관한 도식적 표현은 〔그림 3-1〕을 참고할 수 있다.

우선, 인구의 연령 구조(age structure)는 사회경제적으로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가져 온다. 과거 인구 변천 과정에서 출산율 감소는 전체 인 구 중 유소년 인구의 비중을 줄이는 한편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을 증가시 킴으로써 연령 구조에서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첫째, 인구 변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연령 구조 변화는 인구배당·보너스(demographic dividend or bonus) 효과로 지칭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경제적 발전, 특히 개발도 상국의 경제적 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회 구조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들(Bloom, Canning & Malaney, 2000; Bloom, Canning & Sevilla, 2003; Bloom & Williamson, 1998; Higgins &

Williamson, 1997; Kelley & Schmidt, 1995; Lee, Mason & Miller, 1997; McNicoll, 2006)은 지난 20세기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 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여 준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공이 출산율 감소에 기인한 인구의 연령 구조 변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배당 효과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유리한 연령 구조를 경제 발전 측면에서 적기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 이 필요하다. 인구배당 효과의 크기는 해당 국가의 경제가 증가하는 생산 가능인구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음이 지적된다(Reher, 2011, p. 14). 인구배당 효과 는 양면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인구 변천 과정을 통한 연령 구조 변

화가 지닌 초기의 긍정적 함의는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 현상이라는 새 로운 도전으로 되돌아온다. 즉, 출산율 감소로 인해 단기적으로 사회경제 적으로 긍정적 함의를 지녔던 연령 구조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 화와 같은 부정적 함의로 이어지는데, 현재 한국 사회가 이러한 인구배당 현상의 양면적 측면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둘째, 인구 변천 과정을 통한 연령 구조 변화가 초래하는 또 다른 사회 적 변동으로 연금제도의 확립을 들 수 있다. 앞의 인구배당 현상이 주로 출산율 감소와 연관되는 반면 연금제도의 등장은 사망력 감소, 혹은 기대 여명 증가와 밀접히 연관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구 변천 과정 에서 나타난 사망률 감소로 인한 기대여명의 급격한 증가는 연금제도 도 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경제력 향상과 공중보건 개선으로 기대여명이 크게 높아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고령(old-age)이 사회적 위험으로 본격적으로 인식됨으로써 독일 등을 선두로 연금제도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Verbon, 1988, pp. 8-15).

참고로, 앞에서 언급한 출산율 감소가 출생 건수 감소를 통해 연금제도 등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출산율 감소 에도 불구하고 정적(+) 인구 관성(모멘텀)(positive population mo-mentum) 효과로 인해 인구가 지속적으로 피라미드형 구조를 유지함으 로써 연금제도를 수월하게 도입하는 한편 관대한 급여 지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후 빈곤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 였다.5) 다른 한편으로 연금제도는 과거 노후소득보장에서 자녀가 제공했 던 부양자 역할을 대체함으로써 후속적으로 고출산에 대한 유인을 감소 시키는 측면도 있다(Demeny, 2010). 소득보장과 마찬가지로 건강보장

5) 과거와 달리 한국 사회는 향후 부적(-) 인구 관성 효과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 이에 대해서는 제6장에서 검토한다.

또한 동일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구학적 변화가 사회경제적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의 또 다른 매개변 수로 인구이동(migration)이 있다. 인구 변천으로 인한 인구 증가, 보다 구체적으로 고출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사망률의 감소는 급격한 인구 증가 현상을 초래하는데, 이러한 급격한 인구 증가 현상은 국제 인구이동 혹은 농촌에서 도시 지역으로의 국내 인구이동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요 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인구이동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는 유출 국가(지역)와 유입 국가(지역) 모두에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 세기 후반부와 1930년대 사이에 이루어진 아메리카, 남아프리카, 호주 등지로의 인구이동은 노동력과 기술 측면에서 유입 국가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6) 유출 국가의 경우에도 긍정적인 기 능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유출로 인해 활용 가능한 자원 대비 인구 압력 이 감소함과 함께 잔류자의 고용 기회 확대, 유출 인구가 보내는 송금액 (remittances) 및 유출 인구의 귀환 시 발생하는 저축 및 인적자본 증가 가 유출 국가의 경제성장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her, 2011, p. 16).

인구학적 변화가 사회경제적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또 다른 매 개변수로 재생산 과정의 효율성(reproductive efficiency) 증가를 지적 할 수 있다. 인구 변천 과정을 통해 적은 출산 횟수를 통해 원하는 출생아 수를 얻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영(유)아 및 아동 사망률 감소로 인해

6)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의 국제 인구이동(유출)은 대부분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동유럽 등 산업화가 상대적으로 늦은 유럽 국가들에서 나타났다(Castles & Miller, 2003, p. 57). 참고로, 대규모 이민자의 유입이 반드시 이들 유입 지역에 긍정적인 효과 를 나타낸것만은 아닌 점도 지적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제2차세계대전 이전에 이루어진 이들 지역으로의 국제 인구이동은 이들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토착민들의 삶에 매우 심 각한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한 바 있다(특히, 아메리카 및 오세아니아 지역)(Castles &

Miller, 2003, p. 51).

자녀에 대한 인적 및 물적 투자의 효율성이 크게 증가하는 한편 여성 노 동(시간)에 대한 보다 효율적 활용 또한 가능하게 되었다(Reher, 2011, pp. 17-18).

Lee(2003, p. 167)에 의하면 1800년경 여성들이 생애의 대략 70%를 출산과 육아에 보낸 반면 인구 변천(출산율 감소, 기대여명 증가) 과정을 통해 이 비율은 14% 수준까지 크게 감소하였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자 녀에 대한 인적 및 물적 투자 증가는 후속적으로 자녀 세대의 사회이동을 촉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역으로 자녀의 사회이동에 대한 불안이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음이 지적된다. 다른 한편으로 자녀에 대한 투자 증가 및 높아진 소비 욕구 충족을 위한 추가적인 소득 원의 필요성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후속

Lee(2003, p. 167)에 의하면 1800년경 여성들이 생애의 대략 70%를 출산과 육아에 보낸 반면 인구 변천(출산율 감소, 기대여명 증가) 과정을 통해 이 비율은 14% 수준까지 크게 감소하였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자 녀에 대한 인적 및 물적 투자 증가는 후속적으로 자녀 세대의 사회이동을 촉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역으로 자녀의 사회이동에 대한 불안이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음이 지적된다. 다른 한편으로 자녀에 대한 투자 증가 및 높아진 소비 욕구 충족을 위한 추가적인 소득 원의 필요성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