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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선진국의 인구정책

선진국의 인구정책 환경은 사회 체계의 복잡성, 다양한 행위자, 인구정 책과 사회정책 간 밀접한 연계 등으로 특징지어지며, 이로 인해 인구정책 을 둘러싼 공감대 형성이 인구정책의 효과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 한 역할을 하게 된다. 국가별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선진국 인구정책 환경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이슈들은 저출산, 이민, 인구 고령화 혹은 인 구 감소라고 할 수 있다(예컨대, May, 2012). 물론 선진국들이 당면한 이

들 문제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도 중요한 정책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선진국 인구정책의 주요 이 슈들로 저출산, 이민, 인구 고령화(인구 감소) 이슈들을 간략히 살펴보기 로 한다.

우선, 최근 들어 저출산 문제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가장 중요한 인 구학적 현안 중의 하나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인구정책에서의 주된 이슈는 급격한 인구 증가였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난 20세기 후 반부에 새로운 인구학적 이슈가 등장하였는데, 저출산 문제가 바로 그것 이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볼 때 고출산 문제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 또한 개인들의 재생산 관련 의사결정과 집합적 이해관계(공공의 이익) 간 불일치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저출산 문제가 최근 에야 비로소 새롭게 등장한 현상은 아니며, 이미 지난 1920~1930년대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경험한 현상이다. 그러나 제2차세계대전 후 베이 비붐 현상으로 인해 저출산 문제는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Demeny, 2010, p. 305). 물론 뒤에서 논하겠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 선진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은 인구 고령화 현상과 동시에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저출산 현상과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전후 베이비붐 현상은 출산율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서 나타난 일시 적인 교란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 진국들의 순재생산율(NRR)은 1 이하 수준이며, 일부 국가들에서는 전례 가 없는 수준까지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급격한 인구 고령화는 물론 인구 감소 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 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현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들의 경우 저출산 문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

로 부각되는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을 필요로 하는 상황 으로 인식되고 있다(Demeny, 2010, pp. 305-306). 그러나 저출산 현 상이 점점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 산 국가들에서의 정책적 반응은 다소 불명확하다. Demeny(2010, pp.

306-307; 2011, pp. 265-266)는 다음과 같은 이슈들을 그 배경으로 지 적한다.

첫째, 정책의 논리적 정합성 문제가 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인구정 책 분야를 주도한 이슈는 급격한 인구 증가 문제였으며,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현재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선진국들로부터 출산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재정적, 비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물론 개발도상국들의 급격한 인 구 증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며, 21세기에도 상당한 수준의 인구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출산율 감소의 필요성은 여전히 상 존하는 문제이다. 다른 한편으로 저출산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들 은 내부적으로 출산율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이는 개발도상 국들에 대한 입장과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출산 장려 정책을 명시적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둘째, 현재까지도 상당수 선진국들은, 저출산 현상에도 불구하고, 인구 의 자연 증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과거의 출산율과 사망률로 인해 형성된 연령 구조와 밀접히 연관된다. 인구 관성(population in-ertia or momentum) 효과의 존재로 인해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와 인 구 감소 현상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들에 있어서 이 문제는 명확하게 인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정책 당국 입장에서도 적극적 인 대응 방안을 수립하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

셋째, 저출산으로 인한 장기적인 인구변동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문 제 해결을 위한 프레임 설정이 효과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의 환경

문제에 대한 증가하는 관심에서 볼 수 있듯이 인구 감소가 반드시 부정적 이지만은 않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또한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가 제도적 조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이민이 저출 산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와 생산성 증가를 통해 인구 고령화 및 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도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항상성 기제가 존재한다는 막연 한 인식 또한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저출 산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과거의 베이비붐 현상은 아니더라도 최 소한 대체출산율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출산 현상이 문제가 되더라도 효과적이며, 실현 가능한 출 산 장려 도구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대표 적인 수단으로는 개인들로 하여금 출산을 하도록 하는 물질적 유인을 제 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과거 세계대전 기간 중에도 추 진되었으며, 제2차세계대전 후에도 복지국가 등장 속에서 지속적으로 확 대되었다. 그러나 이들 정책들은 더 이상 출산 장려 정책으로 간주되는 대신 가족정책 혹은 더 나아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 다. 출산율 상승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국가 가 직면한 재정적 제약을 고려할 때 복지정책의 강화는 쉽지 않은 문제라 고 할 수 있다.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국가들의 경우 정책적 개입을 통해 출산율을 충분히 높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한다.

정책적 개입을 통해 출산율을 성공적으로 높인 대표적인 사례가 북유럽 국가들이다. 남유럽 혹은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북유럽 국가들의 출산율 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막대한 재정적 투입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

로 북유럽 국가들의 출산율 또한 대체출산율(replacement-level fertil-ity)보다 낮은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Reher(2007, p. 202)는 출산 장 려 정책만을 통해 출산율을 성공적으로 높이기는 쉽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선진국 인구정책에서 또 다른 핵심적인 이슈가 이민이다.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인구 유출(emigration) 압력, 저출산에 따른 인구 고령화와 이로 인한 인구 유입(immigration)의 역할에 대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제1차) 인구 변천(예컨대, Lee, 2003) 혹은 가치관 변화 및 이로 인한 혼인율 감소에 따른 추가적인 출산율 감소와 관련된 제2차 인 구 변천(예컨대, Van de Kaa, 1987)에 관한 논의에서도 인구이동의 역 할은 명시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저출산과 (이로 인한) 국제 인구이동 증가 현상의 결합은 국가의 인적 구성을 변화시키는 한편 문화와 국민들의 정체성 형성 측면에서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 다는 점에서 인구이동의 함의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Coleman, 2006, p. 402).

인구이동(이민)을 통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해결하는 것 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선, 초기의 높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이민 자의 출산 패턴은 이민 수용국에서의 체류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민 수 용국의 출산 패턴으로 급격히 동화되는 경향이 있음이 지적된다. 또한 현 재의 이민 유출국의 상당수가 향후 20~30년에 걸쳐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경험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 또한 지적될 필요가 있다(Reher, 2007, p.

201). 이민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인구 고령화)를 역전시키기 어렵다는 점은 UN(2001)의 대체 이민(replacement migration) 프로젝트가 잘 보여 주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비해, 통상적으로 인구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이민자 규모가 작을 수 있지만 국가에 따라서는 자연 감소

(사망 – 출생)의 변동 폭이 상당히 클 수 있다. 인구 규모가 동일하게 유지 되더라도 인구의 연령 구조가 변동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필요가 있 다. 특히, 저출산 국가가 인구 규모를 일정한 수준으로 고정시킬 목적으 로 이민을 활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이민자가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구성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민을 통해 인구 감소를 방지하는 것 또한 현실적 으로 매우 어려운 해결책이다. 또한 이민자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민 수용국의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고도 적응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민자의 사회통합 문제는 이민자의 규모가 작을 때와는 전혀 상이 한 양상을 보일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안정인구(stable population) 이론에 기초하여 이민이 인구 의 구조와 규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반 면(예컨대, Coale, 1987; Espenshade, Bouvier, & Arthur, 1982),24) 이민이 인구의 구성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논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 았다. 특히, 이민이 수용국의 인종, 민족(race, ethnicity) 구성에 어떠한

현재까지 안정인구(stable population) 이론에 기초하여 이민이 인구 의 구조와 규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반 면(예컨대, Coale, 1987; Espenshade, Bouvier, & Arthur, 1982),24) 이민이 인구의 구성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논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 았다. 특히, 이민이 수용국의 인종, 민족(race, ethnicity) 구성에 어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