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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세계대전 이후의 인구정책

1. 초기 가족계획 정책

개발도상국의 경우 대체로 20세기 중반까지 인구정책 이슈는 큰 주목 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제2차세계대전 후 고출산율 상황에서 가파르게 진행된 사망률 감소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인구정책이 본 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특히, 급격한 인구 증가 현상이 사회경제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경제적 격차 확대가 국제관계에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1950년대에 이르러 개발도상국의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정책과 관련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Demeny, 2010, pp. 300-301; Demeny, 2011, p. 258).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인구 변천을 경험한 서구 사회의 경우 출산율 감소의 근본 동인은 수요(demand) 측면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출 산 통제 수단(피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수요적 측면에 비 해서는 이차적인 요인으로 인식된다. 만일 출산 감소에 대한 선호(수요) 가 클 경우 출산 통제 기술(수단)이 효과적이지 않더라도 출산율은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다. 출산력 변천은 개인들의 선호에서의 변화를 전 제로 하며, 이러한 선호 체계에서의 변화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대 한 반응이기에 정책적 개입은 개인들에게 저출산으로 선호 체계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신호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Demeny, 2010, p. 300; Demeny, 2011, p. 259).

그러나 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의 경우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과정 에서 정부의 역할이 시장에 기초하는 대신 시장 기능을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의 경우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 이루 어진 출산 통제 기술에서의 진보는 정책적 개입을 통해 출산율을 감소시 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시장이 출산을 원하지 않는 개 인들에게 그러한 기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 대신 정부가 출산 통제 정보와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서 이루어진 표본 조사 또한 가족계획(family planning)에 대한 욕구, 이른바 ‘충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가 존재함을 보여 주었다.16) 가족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서비스를 이용한 개인들이 관련 정 보를 다른 잠재적 수요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피임 실천율이 확대되고 최종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그 논거였다. 1960년대 중반 경에 이르러서는 출산율 결정에서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의 상대적 중요 성과 관련하여 공급 측면을 강조하는 논의가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에 따라 1970~1980년대 기간 동안 기본적으로 개발도상국 인구정책은 가족계획 프로그램과 동의어로 사용될 정도로 가족계획이 인구정책을 주 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Demeny, 2010, p. 302; Demeny, 2011, p. 260).17)

대규모 가족계획 프로그램은 1951년 최초로 인도에서 추진되었으며, 이후 1975년까지 대략 74개 개발도상국으로 확대되었다. 개발도상국 전 역으로 가족계획 프로그램이 확대되었지만, 지역(대륙)별로 가족계획 프 로그램이 운영되는 방식에서 일정 정도 차이가 존재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 및 일부 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추진된 가족

16) 가족계획(family planning)은 통상적으로 피임 정보 및 임신, 출산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가족계획에는 인공임신중절을 포함하지 않 는다. 그러나 인공임신중절이 합법인 일부 국가들의 경우 피임 및 생식건강 관련 정보 및 서비스와 함께 제공되기도 한다(Kohler, 2013, p. 510).

17) 또한 개발도상국들이 직면한 재정적 그리고 전달 체계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계획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기구(단체)의 개입이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계획 프로그램의 경우 피임 제공이나 출산 제한 등과 같은 명시적인 정책 을 통해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남미 대륙 국가 들의 경우, 출산율 감소를 통한 인구 증가 억제 목표 대신, 아동과 모성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하에서 가족계획 프로그램이 추진되었다. 마지막으 로, 아프리카 지역의 가족계획 프로그램은 명확한 인구정책 목표 없이, 국제기구(기관)가 개발도상국 정부와의 체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함 없 이 혹은 국제기구(기관) 상호 간의 체계적인 연계 없이 소규모의 가족계 획 프로그램을 분절적으로 운영하는 형식으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였다 (Joshi, 2011, pp. 3-5).

2. 국제인구개발회의(ICPD)와 인구정책

1950~1960년대의 초기적 단계를 넘어 1970년대 이후 인구정책은 국 제인구개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Population and Development; ICPD)의 형식을 통해 국제적인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아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지만, 1974년 부카레스트 회의와 1984년 멕시코시티 회의는 기본적으로 가족계획(출산 억제)을 중심으로 한 인구정책이 주도한 회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1994년 카이로 회의는 전통적인 발전론적 인구 통제적 접근에서 벗어나 개인의 인권, 건강, 복 지 중심 인구정책으로 전환되는 한편 인구학적 이슈의 다양성 및 인구정 책의 모호성이 증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의 제3장 인구정책과 인권 부분에서 간략히 언급했지만, 1974년 부 카레스트 국제인구개발회의(ICPD)에서는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 간의 관계와 관련하여 서구 국가들과 제3세계 국가들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 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개발도상국들이 급격한 인

구 증가가 초래하는 문제를 이해하는 한편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기대하였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서구 선진국 들이 출산율 통제에 과도히 초점을 맞추는 반면 출산율 변동의 근본 원인 인 사회경제적 요인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관심을 두지 않고 있음을 비판 하였다. 개발도상국들은 인구 증가가 저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 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종합적인 사회경제적 발전 전략의 부분으로 인구 문제가 검토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발전이 최고의 피임(development is the best contraceptive)”이라는 슬로건으로 잘 요약된다.18) 또한 개발도상국들은 신국제경제질서(New International Economic Order; NIEO) 원칙을 요구하며, 개발도상국에서의 사회경 제적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경제적 자원 의 재분배를 요구하였다(Gulhati & Bates, 1994, p. 50). 이에 따라 부 카레스트 국제인구개발회의(ICPD) 행동강령은 가족계획과 기타 사회경 제적 발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동시에 지향하는 선에서 의견을 절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카레스트 국제인구개발회의(ICPD) 에 참석한 상당수 국가들은 자발적 가족계획 프로그램 중심의 인구정책 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다(Sinding, 2007, p. 7).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에도 불구하고 1974 년의 첫 번째 국제인구개발회의(ICPD) 이후 상당수 개발도상국들이 인 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가족 계획 프로그램에 대한 선진국들의 지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개발 도상국 정부는 여전히 NIEO 원칙을 진척시키는 데 관심이 있었지만, 점 차 인구 증가가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됨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18) “발전이 최고의 피임(development is the best contraceptive)”이라는 슬로건은 1974 년 부카레스트 국제인구개발회의(ICPD)에서 인도 대표단 대표가 한 주장이다(Gulhati

& Bates, 1994, p. 53).

따라 가족계획 및 출산 억제 관련 조치들을 확대해 가는 정책들을 추진하 였다. 동시에 국제기구와 민간 조직들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걸쳐 인구 관련 프로그램들을 탈중앙화하는 한편 개발도상국들이 요구했던 인구와 발전 문제를 통합적으로 지향하는 측면에서 교육, 이민, 사망과 같은 발전 관련 제반 분야에 대해서도 일련의 조치를 취하였다.

이에 따라 이전 부카레스트 회의에서 인구 관련 논의를 무색하게 만든 정 치적 이슈의 중요성은 멕시코시티 회의에서는 상대적으로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1984년 멕시코시티 국제인구개발회의(ICPD)에서의 새로운 변수는 미국의 정책 기조가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레이건 (Reagan) 행정부하에서 미국은 과거와 달리 발전과 관련하여 인구는 중 립적인 요인이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오히려 미국은 인구 증가보다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경제 발전 측면에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입장을 개진하였다. 또한 미국은 인공임신중절 관련 정보나 서비스를 지 원하는 민간 조직(예컨대, IPPF)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였다(Cassen, 1994, pp. 54-55).19)

미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2차 멕시코시티 국제인구개 발회의(ICPD)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이전 부카레스트 회의에서 논의된 사안들을 강화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출산율 감소가 경제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이며, 가족계획은, 경제 발전과 관계없 이, 출산율 하락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함을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개 발도상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급격한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가족계 획 서비스의 보편적 활용이 시급히 요청됨을 강조하였다. 결국 1984년 멕시코시티 회의는 국제 인구정책 역사에서 가족계획 프로그램이 가장

미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2차 멕시코시티 국제인구개 발회의(ICPD)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이전 부카레스트 회의에서 논의된 사안들을 강화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출산율 감소가 경제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이며, 가족계획은, 경제 발전과 관계없 이, 출산율 하락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함을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개 발도상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급격한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가족계 획 서비스의 보편적 활용이 시급히 요청됨을 강조하였다. 결국 1984년 멕시코시티 회의는 국제 인구정책 역사에서 가족계획 프로그램이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