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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구정책의 역사적 전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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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현상을 초래하였다. 잘 알려져 있듯이, 1798년에 초판이 발간된 맬서 스의 『인구론』 또한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기초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 듯이, Malthus(2016, pp. 17-27)는 인간의 강력한 생식 본능으로 인한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식량의 산술급수적 증가 간의 차이로 인해 강 력한 억제 요인이 작용하지 않는 한 빈곤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피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맬서스에게 있어서 빈곤과 같은 문제는 사회제도의 결함이 아닌 하나 의 자연법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맬서스의 인구론은 사회 개혁에 효과적으로 저항하는 보수주의의 이론적 기초의 역할을 하 였다고 할 수 있다. 자유방임주의 원칙에 기초한 고전적 자유주의가 맬서 스의 인구론을 받아들인 것은 이러한 것과 관련이 있다(Myrdal, 1940, pp. 12-14).

맬서스는 급격한 인구 증가의 통제 및 이를 통한 물질적 부(wealth)의 향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따른 비 용과 혜택을 계산하여 재생산 행위를 스스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시민적 및 정치적 자유가 근본적이라고 보고 있 다(Demeny, 2010, pp. 297-298).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의 기간 동안 이러한 원칙에 상응하는 제도적 및 법적 틀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적, 문화적 변화 와 맞물려 개인들로 하여금 자녀 출산과 양육의 비용-편익 계산의 중요성 을 인식하게 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물론 산업화 및 도시화로 인한 노동 수요 증가와 임금 상승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된 문화와 종교의 영향 으로 인해 자유방임주의 원칙과는 상반되게 피임 정보와 수단에 대한 규 제 그리고 인공임신중절 금지 등의 조치는 출산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 용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활수준 향상, 상향적 사회이동 기회의

증가, 그리고 국가의 공공 교육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아동 노동을 제한 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고 이 는 후속적으로 출산을 억제하는 유인을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서구 국가 들의 경우 19세기 후반에 출산율은 가파르게 감소하였으며, 많은 국가들 에서 사망률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구증가율 또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 다. 또한 국제 인구이동이 규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으로의 인구 유출 현상 또한 인구증가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자 유주의 시대의 서구 사회의 경우 사망률과 출산율 감소, 자유로운 국제 인구이동에 의해 인구학적 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경제성장과 물질적 부 의 축적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Demeny, 2010, pp. 299; Demeny, 2011, p. 255).

2. 세계대전 시기의 인구정책

제1차세계대전과 후속적인 인플루엔자 유행병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 손실과 세계대전 기간 중의 급격한 출생아 수의 감소는 세계대전 이전부 터 서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출산율과 사망률 감소 추세를 잠 정적으로 교란하는 역할을 하였다. 제1차세계대전 이후에도 인구의 자연 증가 현상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20년대 후반부에 이미 인구학 자들은 장기적으로 인구의 자연 감소 현상이 나타나는 수준까지 출산율 이 감소할 수도 있을 것임을 인식하였다(Demeny, 2010, pp. 299-300;

Demeny, 2011, p. 256).

과거와 달리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과도히 낮은 출산율 문제에 대응하 기 위한 공공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피임 도구나 인공임신중절 을 금지하는 조치가 강화되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인구학적 행위를 보상하기 위 해 국가가 소득을 재분배하는 조치가 가장 전도유망한 인구정책인 것으 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출산 장려 정책들이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었는데, 스웨덴과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이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재정적 보상과 서비스를 제공한 선구적인 국가들에 해당 한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피임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도 허용하는 현대 적 의미에 가까운 출산 장려 정책을 추진하였다(Demeny, 2010, p.

300; Demeny, 2011, p. 256). 참고로, 스웨덴의 인구정책을 입안한 Myrdal(1940, pp. 16-17)은 전통적인 논의와 달리 피임이 맬서스의 인 구론에 기초한 고전적 자유주의자들 혹은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깨뜨릴 수 있는 논거로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조치들과 유사한 정책들이 전체주의 국 가였던 이탈리아, 독일, 일본에서도 취해졌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에서 취해진 출산 장려 정책은 전체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에 서 민주주의 체제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스웨덴과 프랑스의 출산 장려 정 책과는 구분된다.15) 이러한 전체주의 인구정책에 대한 경험으로 인해 제 2차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와 독일은 출산과 관련된 인구정책을 추진하는 데 주저한 반면 스웨덴과 프랑스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출산 장려 정책을 추진하는 차이를 보이게 된다(Kramer, 2014, p. 5).

물론 일본 또한 전체주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독일이나 이탈리아와 달 리 최근까지도 국가 주도적인 형식의 출산 장려 정책들을 명시적으로 추 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15) 물론 민주주의 체제를 기본 정치 원리로 선택하더라도 이들 국가들 간에도 생식권과 같 은 인권 가치에 대한 인식에서 큰 차이가 존재하였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