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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인구정책의 운영 원칙과 대응 방식

현재 상당수의 선진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혹은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 는 인구 고령화 및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대응이 과연 가능한가를 둘러 싼 사회적 우려가 작지 않은 상황이다. 인구 변천 이전 단계로 회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는 한 인구 고령화 현상을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 능하지 않다. 출산력 변천의 완료 혹은 추가적인 출산율 하락 그리고 사 망률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인구 고령화 현상에 대한 근본적 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다른 한편으로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이민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 아니며, 이민을 통해 인구구조의 고령화 현상을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 및 인구 감소 현상의 진행을 완화하거 나 이들 현상이 초래하는 문제에 적응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과거 인 구 증가와 관련된 사회적 우려 또한 매우 컸지만,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응 기제(coping mechanism)의 가능성을 회의 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48) 현재의 인구 고령화 및 인구 감소

48) Lam(2011, pp. 1245-1257)은 지난 세기 후반부에 있었던 급격한 인구 증가와 관련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은 원인으로 6개의 경제학적 및 인구학적 요인을 지적한다. 경제 학적 요인으로는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경제 주체들이 곡물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 과 같은 시장 기제의 효과적인 작동(market responses), 주어진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 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의 혁신(innovation), 세계 경제의 통합을 통해 생산과

에 대한 대응이 쉽지는 않지만, 인구학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이 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적 대응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향후 인구정책의 목표와 운영 원리(원칙)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인구정책의 목표가 인 구 규모를 장기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출산 및 이민 장려 정책이 필요한지 혹은 인구의 구성적 차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구에 대한 양적 (quantitative) 변화 혹은 질적(qualitative) 조정을 지향하는 인구정책 의 목표는 국가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 강조점에서의 차 이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인구정책은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을 동시 에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구정책이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와 인구변동 간의 조응성 을 높이는 직간접적 형태의 개입을 포괄하는 개념임을 고려할 때 인구정 책 전반에 걸쳐 어떤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인구변동 분야별로 정책이 수립되는 경향이 있다. 인구정책 분야별 특성에도 불구 하고 인구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련의 원칙하에 중장기 인 구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인구변동의 파급 효과가 광범위함을 고려할 때 인구정책은 단순히 인구변동 요인만을 지향하는 조치로는 한계가 있기에 사회보장제도나 노동시장 등 인구변동의 파급 효과가 미치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향후 중장기 인구정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고려할 운영 원칙과 함께 대응 방식을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다만, 인구구조 변화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 세계화(globalization)의 영향이 지적된다. 인구학적 요인 으로는 인구 증가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 한편 효과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한 도시화 (urbanization), 인구증가율 감소에 기여한 급격한 출산율 감소(fertility decline), 자 녀에 대한 투자 확대(investment in children)를 지적한다.

의 근본적 요인인 동시에 과거 인구정책을 주도한 출산력 부분을 중심으 로 향후 중장기 인구정책의 운영 원칙(원리)과 대응 방식에 대해서 간략 히 언급하기로 한다.

첫째, 민주주의 원리(principle of democracy)에 조응하는 방식의 인구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1930년대 스웨덴 인구정책의 초석을 다진 군 나르 뮈르달(Gunnar Myrdal)이 지속적으로 강조한 사항이다(Myrdal, 1940, p. 32). 과거 독일, 이탈리아, 일본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도 출산 장려 정책이 추진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49) 현재의 출산 장려 정 책이 이와 구분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 주의 원리에서 인권은 핵심적인 요소인데, 이는 개인들이 결혼 및 출산 여부, 원하는 자녀의 수와 터울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자기 결 정권), 국가의 역할은 개인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필요 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출산 관련 사회경제적 여건을 구축하는 것에 한 정될 필요가 있다.

출산 장려와 관련된 전체주의적 접근이 단기적으로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한계에 직면할 개연성이 높다.

Connelly(2008)는 과거 인구 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대부분 성공하 지 못하였음을 지적하는데, 이는 인구를 통제하고자 하는 국가기관이 개 인들의 이해관계(욕구)를 당사자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오해(fatal misconception)에 기인함을 지적한다. 통제받기를 원하지 않는 내밀한 사적인 공간을 통제하고자 하는 정책이 성공하기 쉽지 않음을 고려할 때 인구정책은 개인들의 이해관계(욕구)와 적절히 조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

49) 물론 민주주의 원리에 명백히 반하는 출산 장려 정책이 제2차세계대전 이전 기간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1965~1989)에서 자행된 출산 장려 중심의 가족계획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The Center for Reproductive Rights, 2003, p. 11).

이다.

민주주의 원리의 연장선으로, 인구정책이 다양한 분야를 아우름에도 불구하고, 인구정책이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사적인 삶의 공간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인권은 인구정책을 설계, 집행 그리고 평가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원리로 등장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인구정책의 경우 장기적 안목에 기초한 적기 대응의 중요성이 강 조될 필요가 있다. 인구변동의 파급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전개되는 한편 정책 효과가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구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에 기초하여 추진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출산율 상승이 생 산가능인구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십 년의 기간이 소요되 기에 출산율 상승을 통해 ‘현’시점의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할 수는 없 다. 또한 인구정책의 경우 사후적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적기 대응 의 중요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인구 지표들이 동일한 방향성을 보여 주지는 않기에 정책적 개입 의 적정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출산율이 대체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에도 사망, 이민, 연령 구조 효과로 인해 전체 인 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출산 관련 인구 정책 전환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우리나 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인구학자들은 1970~1980년대 기간 동안 저출산 현 상을 대체로 일시적인 현상(tempo effect)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McDonald, 2006, p. 487).50) 이렇게 적정 개입 시점을 판단하기가 쉽

50) Demeny(2015)는 지난 두 세기 동안 인구학적 사실 발견과 인구학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분석 측면에서 인구학자의 역할이 성공적이었던 반면 인구학적 추세에 대한 예측 이나 정책 형성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그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 기 위해서는 현대 복지국가에서 추진하는 표준적인 조치들을 넘어 보다 급진적인 접근 (예컨대, 선거권 조정이나 출산과 연금 간의 연계 강화)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 사회처럼 급격한 인구변동 후에 이루 어지는 사후적 대응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인구정책에 있어서 적 기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나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사회 재구조화 문제 등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인구학적 문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인구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인데, 인구정책 이슈가 다양해지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선진국 인구정 책의 경우 특히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효과적인 인구정책 수립을 위해 필 요하다(May, 2015, p. 200, p. 268).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인구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다만, 정치권 혹은 각종 위원회 등 전문가 집단 내의 공감대 형성에 국한되어서 는 안 되며, 인구정책을 둘러싼 전체 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인구학적 이슈는, 실용주의적 접근 대신, 복잡한 정치적, 이념적 지향이 논쟁의 중심에 위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까지도 상당 수 국가들이 출산과 관련하여 공식적인 인구정책을 표방하지 않는 것은 인구정책과 관련된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 준다. 인구정책에 대한 공감대 를 넓히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인구변 동의 파급 효과와 그 심각성에 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구학적 이슈는, 실용주의적 접근 대신, 복잡한 정치적, 이념적 지향이 논쟁의 중심에 위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까지도 상당 수 국가들이 출산과 관련하여 공식적인 인구정책을 표방하지 않는 것은 인구정책과 관련된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 준다. 인구정책에 대한 공감대 를 넓히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인구변 동의 파급 효과와 그 심각성에 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