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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자본자유화의 가속화

문서에서 한국의 외환위기 10 년 ( 하 ) (페이지 110-115)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신속하게 이루어졌던 조치는 환율변동을 시 장에 맡기는 자유변동환율제도의 도입일 것이다. 급격한 외화유출로 환율의 일일변동허용폭 유지가 불가능하게 되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특정 환율수준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급격한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속도조절(smoothing operation)에 국한되기에 이 른다. 이러한 자유변동환율제도로의 이행은 사실상 자본자유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OECD 가입 당시 광범위하게 유보하였던 자본 이동 관련 규제가 외환위기 이후 대폭적으로 완화되기에 이른다. 1997년 12월 채권시장이 완전 개방되었고, 당초 2000년 말로 예정되 었던 주식투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이 1998년 5월 철폐되었다. 또한 개방일정조차 없었던 비거주자의 단기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도 1998년 5월 완전 개방되기에 이른다. 한편 외국인직접투자와 관 련하여 금융서비스 업종의 개방이 크게 확대됨과 동시에 국경간 M&A에 대한 전면적 개방이 이루어졌다. 특히 국경 간 M&A의 전면 적 허용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직접투자의 유치와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었다.8)이후 1999년과 2001년 각각 단 계적 외환자유화 조치를 통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외환 및 자본거

8) 외환위기 이전 국경간 M&A는 자유화된 업종(부분개방 업종 포함)에 대해 대상기 업 이사회의 동의를 전제로 한 우호적 M&A만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총자산이 2 조 원 이상인 기업(개별 심사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15%를 초과하여 주식을 취득 하거나, 또는 제1대 주주의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 재경원장관의 허가를 요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IMF와의 협의에 따라 19985월 외자도입법의 개정 을 통해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전면적으로 허용하였다. 동 조치는 단순히 자본자유화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 아니라, 기업구조조정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래에 관한 규제가 대부분 폐지되어 우리나라의 자본자유화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자본자유화는 기업환경의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주식시 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급격히 상승하였다. 2003년 이후 외 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40%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5년 이후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순유출을 기록하면서 2006년 말 현재 37.3%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수준은 헝가리(77.7%), 네덜란드 (74.0%), 핀란드(50.1%), 멕시코(45.1%)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9위를 차 지한 것이다. 그러나 투자잔액 기준으로는 신흥국 중에서 최대이다. OECD 주요 회원국들의 외국인 지분비중도 최근 들어 다소 상승세 를 보이고 있어 선진국 평균은 33.4%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7% 수준이고, 미국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13%대를 기록하고 있 다.9)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진입에 대해 과도한 우려가 있어 왔으나, 대체로 OECD 회원국의 평균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이 높은 국내기업들은 특히 주 력 대기업들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의 외국인 지분 율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의 상승은 직간접적으로 경영권 위협을 가져오고 있으며, 이에 자사주 매입, 배당증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외환위기 이전과는 다른 기업의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입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분석결과를 살 펴보면 국내 주력 기업에 대한 경영권 위협 가능성으로 인해 장기적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는 한편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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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기도 한다. 이지언(2004)은 외국인 주식투 자자금 중 단기성 자금은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급 속하게 유출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 시장 불안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태훈(2005)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군집행

동과 시세추종매매 행태가 존재하는가에 관한 실증분석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별히 시장교란 행위를 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 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참 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가 국내 주식시장에 전 달될 수 있는 경로가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식시장 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이 존재한다. 다만 이지언( 2004)의 지적과 같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규모가 GDP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며,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비중 이 낮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일부 소수의 의견이지만 외국인의 주 식투자 비중의 증가가 국내기업의 적대적 M&A 가능성을 높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연태훈(2005)의 분석에 따르면 그와 같은 가설은 지지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었 다. 국내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가 꼭 필요한 존재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일부 사례를 과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KT&G 사례와 같이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 다고 평가받고 있는 기업도 적대적 M&A의 위협에 처할 수 있다.

❙표 3. 거래소 외국인 지분 율 추이

구 분 1998 199 9 2000 2001 2002 200 3 2004 2005 2006 외국인

지분율 17.98 21.69 30.19 36.62 36.01 40.11 41.97 39.73 37.30 : 시가총액 기준.

❙표 4. 주요 국내기업의 외 국인 지분율1)

(단위: %) 기 업 97.11 98.12 99.12 00.12 01.12 02.12 03.12 04.12 05.12 06.12

삼성전자 (1) 24.2 49.3 45.3 53.7 60.0 54.8 60.1 54.1 53.8 49.1 현대자동차 (10) 23.6 15.1 15.4 27.8 47.4 48.6 54.8 55.8 48.5 40.8 한국전력 (4) 10.6 19.9 22.4 26.1 26.5 25.1 29.0 30.5 30.0 29.3 POSCO (2) 20.8 38.1 43 48.9 62.0 61.5 66.5 69.3 67.8 62.3 하이닉스 (7) 7.2 4.5 10.3 35.6 7.7 0.8 1.0 5.5 18.8 21.0

LG필립스LCD (11) - - - - - - - 52.1 54.0 52.0

SK텔레콤 (8) 26.0 33.6 31.6 33.7 32.3 41.3 48.6 48.4 49.0 47.7

LG전자 (19) - - - - - 23.8 33.6 39.9 41.2 32.1

KT (13) - 0.03 18.7 19.4 37.2 41.6 45.5 49.0 46.3 47.6 기아자동차 (35) - - 5.2 8.2 11.6 15.4 31.3 36.5 28.3 24.5 : 1) ( ) 안의 숫자는 20073월 말 현재 시가총액 순위임.

자료: 이병윤(2005)에서 인용 및 재구성, 증권거래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국내 금융업에 있어서도 외국 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이 진행되어 SC 제일은행, 한국시티은행, 그리고 론스타에 의한 외환은행 인수 등 외국계 은행의 국내 시장진입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또한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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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기준 국민은행(85.2%), 하나은행(76.4%), 신한은행(64.3%) 등 국내 주 요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도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시장 진입이 금융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리 스크 관리체계의 개선을 가져와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에 얼마만 큼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엄밀한 실증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외국계 은행의 선진금융기법 도입이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제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위험기피 성향으로 인하여, 시중 의 부동자금을 충분히 흡수하여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 줄 수 있는 장기투자로 연결시켜 주는 금융중개기능이 약화된 측면 도 발견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과 관련한 민영화를 순조롭게 처리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자율성을 제한 받는 상황에 서 IMF와 협의를 거쳐 금융 및 기업부문의 구조개혁을 단행함과 동 시에 자본시장의 자유화를 확대하여 대외부문의 개방화를 실질적으 로 완수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상승한 환율은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 력을 크게 신장시켜 주었고, 그 결과 수출증대에 힘입은 경상수지의 지속적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외환보유고의 확충으로 나 타나게 되었다. 2001년 8월 23일 한국은 IMF 차입금 195억 달러를 3년 앞당겨 전액 상환함으로써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경제정 책의 자율성을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대외부 문에 있어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의 구현이라는 새로운 비전 을 제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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