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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적 노사관계의 존속과 노동시장 성과의 왜곡

문서에서 한국의 외환위기 10 년 ( 하 ) (페이지 195-200)

전통적인 노사관계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은 임금협상과 노사대화 채널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정의된다(Freeman and Medoff, 1984). 임금협 상은 노사간에 분배적 측면이 강한 제로섬게임(zero-sum game)으로 간 주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시장 균형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임금 이 설정된다는 점으로 인해 고용규모와 생산이 위축되는 경제 비효 율성을 유발한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을 통해 노사대화채널이 활성화되어 협력적 노사관계가 유지될수록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가 제고되고 생산성이 제고되는 효과를 통해 경제 효율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유발된다. 따라서 특정 경제의 노사관계가 그 경제에 이익을 가져올 것인지의 여부는 이 두 가지 상반된 효과 가운데 어느 효과 가 더 두드러질 것인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25)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기업 부문의 노사관계에 있어서, 이 두 가지 효과 가운데 임 금협상을 둘러싼 대립구도가 부각되는 경향이 강하였고, 이러한 양 상은 경제위기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다고 판단된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협약이 도출되었고, 노사가 위기 극복에 합심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경제위기의 여파가 일단락 된 이후 노사는 위기 이전의 대립적 구도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표 4>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파업 등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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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파업으로 인한 근로 손실일수(근로자 1,000명당)

구 분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2000~ 2002년

미국 4321) 500 121 39 56

영국 156 573 337 30 32

독일2) 15 49 25 10 3

스웨덴 17 45 182 47 1

일본 110 124 10 2 1

한국 15 3 197 140 111

: 1) 10년 평균치로 추정.

2) 1990년대 이전 독일의 손실일수는 당시 서독(West Germany)에 해당. 자료: ILO, Labour Statistics Database; OECD, Labour Force Statistics Database.

근로손실일수에도 잘 반영되어 있는 노사의 대립구도는 기본적으로 임금인상을 둘러싼 협상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립구조 자체 의 비효율성 이외에 추가적인 경제 비효율성이 유발된다. 즉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노동조합의 임금인상이 필연적으로 고용위축과 생산감소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노동조합이 상대적으로 고임금 부문인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 문에 대기업에서의 고용위축은 그만큼 경제에 고임금-양질의 일자리 (high wage-good job)가 위축됨을 의미한다. 노동조합부문과 비노조 부 문의 고용비중을 비교한 <그림 14>에 의하면 노조/비노조 임금격차 가 확대될수록 노조부문의 고용비중이 감소함을 알 수 있고, 그 효 과는 매우 큰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회귀분석 결과에 의하면, 노조/ 비노조 임금격차가 1%포인트 증가할 경우 노동조합 부문의 고용비 중은 1% 포인트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나 노조의 임금인상에 따른 경제 비효율성 심화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14. 노조/비노조 임금격차와 노조부 문의 고용비중

0.4 0.5 0.6

0.02 0.04 0.06 0.08 0.1 0.12

노조 임금프리미엄

노조부문용비중

자료:Kim(2006a)에서 재구성.

노조의 임금인상에 따른 고용비용의 상승, 그리고 이에 따른 고용 위축 이외에도 노동조합에 의한 노동수요 자체가 왜곡되는 효과도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복잡한 하청관 계를 통해 대기업 노사관계의 경제비용이 하청 중소업체로 전가되 는 효과가 심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규모별 부가가치와 임금격 차가 확대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노동조합 근 로자들은 비노조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임금 근로자이기 때 문에 노조의 임금인상 자체로도 형평성을 악화시키는 일차적 효과 를 갖는다. 그런데 중소기업으로의 비용전가는 이에 더하여 중소기 업의 채산성 악화와 임금하락을 유발시키는 이차적 효과를 유발한 다. 즉 노조의 임금인상은 노조가 집중된 대기업부문의 고용창출을 억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파급효과를 통해 중소기업 부문의 고용 창출력도 훼손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전반적 고용창출력 저하는 청년실업의 주된 원인이며,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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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과 고용조정에 대한 강력한 반대로 인하여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고 판단되는 고용조정비용은 신규채용의 비정규화를 유발시키 는 요인이기도 하다. 김대일(2004)은 임금 상승률과 채용에서 청년 층 신규 진입자의 비중이 강한 역의 관계에 있음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 임금 인상률이 1%포인트 높은 부문에서는 청년층 신규 진입자 의 비중이 0.5%포인트 감소한다는 추정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Kim(2006a)에서 재구성된 <표 5>에 의하면 노동조합이 조직된사업체 의 고용비중이 높을수록 정규직 순고용창출이 위축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표 5. 노조의 존재와 정규 직 비중의 변화1)

구 분 고용창출 고용소멸 순고용창출

노조 사업체 비중2) 연도효과 통제

.342(.041)3)

-.350(.040) 통제

.561(.061)

-.561(.061) 통제

-.219(.037)

--211(.035) 통제

Adjusted-R2 .573 .608 .629 .623 .389 .450

: 1) 경제위기 이후 1998~2001년간의 연도별 변화를 기초로 추정. 2) 부문별 고용에서 노조가 조직된 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중. 3) 괄호 안 숫자는 추정계수의 표준오차.

자료:Kim(2006a)에서 재구성.

<표 5>는 산업별로 경제위기 직후인 1998~2001년의 3개년도 고용변화를 부문별 노조 사업체의 고용비중에 회귀분석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 그 결과에 의하면, 노조 결성 사업체의 고용비중이 10%포인트 높은 부문에서는 신규 고용창출에서 정규직의 비중이 3.5%포인트 높은 반면, 소멸된 고용에서 정규직 비중은 5.6%포인트

높기 때문에, 순창출된 고용에서는 정규직의 비중이 2.1%포인트 낮 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회귀식에서 사용된 노조 결성 사업체 의 비중은 최하 17%에서 최고 95%의 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 조결성 사업체 비중이 가장 높은 부문과 가장 낮은 부문을 비교할 때 순고용창출에서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16.4%포인트까지 차 이가 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위기 당시 비록 노사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합의에는 도달하였으나, <표 5>의 분석기간이 경제위 기 직후의 회복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위의 결과는 경제회복의 성과 가 노조가 강하지 않은 부문일수록 신규로 취업하는 근로자에게 정 규직 취업이라는 형태로 돌아간 반면, 노조가 강한 부문에서는 오히 려 노동조합의 임금인상이라는 형태로 실현되어 신규 취업자를 위 한 정규직 일자리는 위축되었을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정적 노동시장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노사관계 에서 대립적 구도가 존속되고 있는 데는, 노사관계가 시장경쟁을 통한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중

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사협력에 기초한 상생적 노사관계 는 노사가 공동 운명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시장경쟁이 필요조건이라는 점은 기존의 연구결과에서 이미 주장되어 왔다(e.g. Pencavel, 1996). 협력적 노사관계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으려면, 노사가 협력을 통해 생 산성을 제고하여 시장경쟁에서 생존하고 앞서 가려는 유인이 유발 되어야 하는데,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이러한 유인이 약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시장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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