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가 조건불리지역 농업에 대해 별도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유럽연합(EU), 스위스, 일본을 들 수 있다.
○ 이들은 자국의 사정에 따라 지역개발정책과 직접지불제를 병행하여 실시 하고 있다. 정책의 변화를 보면 대체로 산악지역이나 낙후지역의 불리한 생산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역개발정책이 선행되고 후에 농업생산에 대 한 직접지불제가 도입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편에서는 지역개 발정책의 효과가 조건불리지역의 문제를 해소할 만큼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과 직접지불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 다.
○ 조건불리지역에 대한 지역개발정책의 시행 시점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대 체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해외식민지 개발에 의한 성장이 불가능해지자 국 가 내부적 발전을 도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시기라 할 수 있다.
4.1. 유럽
○ 독일은 2차대전 후 북부의 저지대와 남부의 산간지역 등 낙후지역에 대해 개간, 토지개량, 상하수도 정비 및 전기 개설, 공업용지 개설, 도로정비사 업 등을 시행하였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북부프로그램(1953년 시작), 해 안프로그램(1955년), 알펜계획(1955년) 등이 있다.(是永東彦등, 1994: 185) 1960년 연방의회가 조건불리지역에서의 농업진흥 강화를 결의한 것을 배 경으로, 1961년부터는 지역의 농지 고도, 경사도, 토지 등급, 기후 등을 감 안하여 조건불리지역을 전국적으로 지정하였다. 이 시기의 지원정책은 지 역에 대한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개별 농민 또는 마을 단위의 농업용 시설이나 생활시설에 대해 보조금을 증액 배정하고 융자금의 이차보전(利 差補塡) 폭을 확대하는 등 투자정책이 우선이었으며, 현재와 같은 의미에 서의 직접지불제는 아니었다.
○ 프랑스에서 산악지대 농업경영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1960년의 농업기본 법 제정을 전후한 시기에 출발한다. 2차대전 후 프랑스는 농업을 경제발 전의 전략부문으로 상정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근대적농업의 확립을 정 책목표로 삼았는데, 상대적으로 생산조건이 유리한 평지농업이 중심이 됨 에 따라 산지농업의 위기가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기본법에서 “산악지역”
의 개념이 도입되고, 1962년의 보완법에서 사회자본의 정비수준이 낮고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 지역을 “혜택받지 않은 지구(zones desheritées)”란 개념으로 정립하였으나38) 산지농업에 특혜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는 비판이 강해 구체적인 지원정책이 입법화되지는 못하였다.39)
○ 프랑스의 산지농촌지역 개발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1967년의 ｢농 촌쇄신(renovation rurale)｣이었다. 이 정책은 1967년 공동농업정책의 수립 후 맨스홀드계획에서 농지와 농가의 감축이 계획되어 상대적으로 조건이 불리한 산지농업자에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 다. 농촌쇄신정책은 지역경제활동의 다양화와 고립상태의 타파를 위한 인 프라, 농업, 관광, 수공업, 산업에 걸친 다양한 지역진흥책을 포괄하고 있 다. 프랑스가 마침내 직접지불제를 실시하게 된 것은 5년 뒤인 1972년 산 악지역의 목축업자에 대한 보조금 지불이었다. 프랑스에서 산악지역 지원 의 이념으로서는 ‘불리한 조건에 대한 원조’라는 개념과 ‘농업이 사회전체 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보수’라는 개념이 양립하고 있어 이것이 공동 농업정책에 계승되었다.40)
38) EU에서 사용하고 있는 조건불리지역(LFA; less favored areas)은 이 용 어에서 기원한다.
39) 이 때 산악지역 농업에 대한 지원은 농업자노령연금제도의 가입자격과 관 련하여 특혜를 주는 정도였다. 입법화 실패는 가톨릭청년농업자(JAC) 등 젊은 전업농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농업직능단체가 농업근대화론의 입 장에 서 있어서, 산지농업에 특례를 주는 개념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작용 하였다.
40) 산악지역 축산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그 즈음 프랑스의 산악지대에서 눈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기 시작한 원인을 조 사한 결과 축산이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판명되었다. 즉, 축산의 조건이 불리하여 소가 없어지면서 풀이 길게 자라게 되었는데, 풀이 짧으면 스파
○ 한편, 영국은 스코트랜드 등 구릉지․고지대에서는 기후 등의 제약으로부 터 조방적인 축산경영을 행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가 시장으로부터 원격지 라고 하는 조건불리성이 존재하였다. 때문에 1940년부터 이 지역들의 농 가에 대해서 가축 두수당 직접지불 등이 실시되고 있었다. 영국은 EU에 가맹할 무렵 구릉지역 등에 대한 직접지불을 강력하게 요청하였다.41) 이 것이 1975년 EU 차원에서 조건불리지역정책이 채택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 EU의 공동농업정책으로 1975년 채택된 조건불리지역 농업 직접지불제는 독일과 프랑스 및 영국의 제도를 승계하였는데, 경지면적이나 가축보유두 수에 비례하여 지불하는 직접소득보상(compensatory allowances) 외에 젊 은 후계농가의 농장현대화에 대한 추가 보조, 농가 개인 또는 공동의 초 지개량, 수리시설, 농로, 사료저장시설 등의 투자에 대한 보조를 포함하고 있다.
4.2. 일본
○ 일본은 1960∼197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지나 저성장 안정기로 접어들면서 과소지역의 문제가 심각하게 인식되기 시작하여 다양한 낙후지역 개발정 책을 채택하기 시작하였다. 1965년의 ｢산촌진흥법｣에 의한 진흥산촌, 1970 년의 ｢과소화지역대책긴급조치법｣42)에 의한 과소지역, 1993년의 ｢특정농 산촌법｣에 의한 특정농산촌지역은 대상지역과 정책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상당한 부분 중첩되면서 낙후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체계를 구 성하고 있다.43)
이크처럼 눈을 지탱하여 멈출 수 있지만 풀이 도장하면 누워버리기 때문 에 눈이 미끄러지기 쉬워져 눈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41) 영국에서 구릉지역에 대한 직접지불은 매우 중요하다. 이 지역의 농가소 득 중 직접지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이다. 즉, 직접지불이 없다 면 영국의 구릉지역 농업은 존립할 수 없는 것이다.
42) 이 법은 1980년에는 ｢과소지역진흥특별조치법｣, 1990년에는 ｢과소지역활 성화특별조치법｣으로 대체되었다.
43) 이 3가지 법의 지원내용은 약간 차이가 있다. ｢산촌진흥법｣에서는 산림보
○ 일본은 이처럼 조건불리지역에 대한 개발 정책을 가장 다양하게 실시하고
되면서 조건불리지역의 지원 필요성을 제기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마침 내 2000년에 중산간지역의 경사지 등에 농지면적에 비례한 직접지불제를 실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