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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위법원칙의 문제점

1. 당연위법원칙과 합리원칙

1.2 당연위법원칙의 문제점

당연위법 원칙의 적용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원 고와 피고가 소송과정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면 당연위법의 적용이 반드시 법 적 자원의 절약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당연위법 원칙의 우월성이 과대하게 평가되어

4). 당연위법의 이점을 블랙Black판사는 법적용의 명료성과 합리원칙에 따르는 엄청난 법적용 비 용을 언급하고 있다. “어떤 행위들은 경쟁에 대해 치명적인 효과가 있고, 하등의 가치도 없기 때 문에, 그 행위가 야기한 정확한 피해규모나 해당 기업의 변명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하지 않고서 도 부당한(unreasonable), 위법(illegal) 행위로 간주하는 협약이나 관행이 있다. 이러한 당연 부당 성의 원칙은, 셔먼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각종 거래제한들이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더 확실하게 편 익이 되게 하며, 나아가 특정 거래제한 행위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들어가는 노력-대 개 성과없이 끝나는-가운데 당해산업과 그 관련산업의 전반적인 역사에 대한 매우 복잡하고 장기 간이 소용되는 경제적 조사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Clakins(1981) 57-58면

5). "셔먼법에 금지되어 있는 모든 협약은 위법이다. 법원이 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불 가능하다. 만약 셔먼법이 규정한 대로 시행한다면 파멸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우 리가 알바 아니다” Trans-Missouri Freight Association에 대한 대법원 판결, Scherer(1980) 498면.

6). 낮은 수준이지만 가격을 고정시킨데 대한 위법판결은 미국 남서부지방의 컨테이너 제조업체 담합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United States v. Container Corp. of America). 심지어 가격인하를 도모하는 공동행위도 위법으로 판결되었다(Kiefer-Stewart Co. v. Joseph E. Seagram & Sons Inc.). Calkins(1981) 58-82면.

왔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엘징가와 우드Elzinga and Wood는 처음으로 당연 위법의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7) 이들의 주장은 당연위법을 적 용할 때 위반행위를 억제하는 억지deterrence효과보다 무고한 기업을 고소하는 이른바 “괴롭히기 도구harassment vehicle”로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드Wood(1993)는 당연위법을 적용하면 합리원칙을 적용할 때 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초래된다고 주장한다. 이 결과는 소송과정에서 원고와 피고의 최적 화 행동으로 부터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라고 주장한다.

즉 양측이 기소와 변호를 위해 투입하는 추가적인 비용때문에 당연위법 원칙 하에서 소송을 더욱 비용소모적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합리원칙 하에서라면 소송을 포기했을 사건, 즉 위법성이 명백하지 않는 사건weak case 등 을 기소하는 건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입증이 어려워 많은 사법적 자원이 투입 되어야 하는 행위에 대한 기소 건수가 증가하여 당연위법 사건의 건당 평균비용 을 상승시킨다.8)

우드의 모형이 시사하는 바는 당연위법의 비용절감 논거가 명확한 이론적 근 거나 지지가 없이 당연시되어 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법적 자원의 경제성 측면에 서 당연위법이 과연 더 효율적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증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실증연구로서 조지타운대학 법학연구소Georetown University Law Center 자료를 이용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소의 자료는 1900여개의 민간 독점금지소송건수에 대해 여러 가지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여 가격 담합price fixing등 당연위법의 적용을 받는 사건과 합리원칙의 적용을 받는 사건 들을 구분하여 이 소송에 투입된 법적 자원의 비용을 비교해 본 결과 당연위법하 에서 소송비용이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다. 즉 소송의 전반적 비용을 나타내는 변수로서 소송서류docket entries의 분량, 소송의 경과기간duration of case months, 재판날짜의 수number of trial days 등을 비교한 결과 당연위법의 적용 을 받는 사건들이 합리원칙의 적용을 받는 사건들 보다 유의하게 평균이 높았다.

적용 법률별로 비교해보아도 당연위법의 대표적인 유형인 셔먼법 제 1조 위반으 로 기소된 사건이 다른 사건들보다 이들 변수의 평균이 높아 법적 비용이 더 투 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위법의 적용는 행위의 억지력 측면에서 효과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업이 경쟁기업을 괴롭히기 위한 무고행위(harassment)는 당연위법 적용의 효과를 크게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 증거로서 소송을 제기한 주체를 분류해 본 결과 원 고가운데 경쟁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6.1%나 되었다. 일반적으로 경쟁기업은 담합으로 이익을 보는 수혜자라는 점에서 이런 소송은 공동행위를 중지시키기 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의 판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담합혐의까지 추가로 기소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7). 엘징가․우드Elzinga and Wood(1988) 참고

8). 결론적으로 당연위법하에서 비용은 더욱 높아지고 승소확률은 더욱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논리는 Becker(1968)의 범죄 및 제제의 경제학적 연구, McCormick and Tollison (1984)의 농구경기 심판 사례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표 6-1> 우드Wood의 모형

횡축은 원고의 승소확률을 나타낸다. 종축은 승소확율을 높이는데 따르는 한계 편익marginal benefit과 비용marginal costs을 나타낸다. 한계편익, 즉 원고가 승소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편익은 일정하다고 가정할 수 있으므로 한계편익을 수평선 으로 나타낸다. 가령 500만$를 승소때의 이익으로 생각하면 승소판결의 확률을 0.97서 0.98로 증가시키명 5만$달러의 한계편익을 예상할 수 있다.

반면에 한계비용은 우상향하는 곡선으로 표시한다. 원고가 승소확율을 높이고 자 노력을 증가시키면 한계비용는 높아지며 100%에 가까워질수록 한계비용은 무 한대로 증가한다. 100% 승소를 확신하는 소송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가 정하에서라면 한계비용과 한계편익 곡선이 교차하는 수준에서 가령 점A가 원고 소송노력의 적정한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만약 이 수준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승소 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한계비용이 한계편익을 초과하여 원고에게는 손해가 자명 하다.

한 계 편 익

한 계 비 용

원고의 승소확율

MC MC

1

MC

2

B A

C

1 MB

만약 원고와 피고의 소송전략이 상대방에 의해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고정되 어 있다면 당연위법 원칙의 적용은 당장 한계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위법성 을 입증해야 하는 원고 즉 공정거래당국, 검찰, 민간고발자 등의 한계비용을 낮추 어 MC곡선을 우하향으로 이동시키게 될 것이다. 당연히 원고의 승소확율은 점B로 높아지고 공동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원고와 피고의 소송전략이 고정되지 않고 상대방의 전략이나 여건 에 따라 변화한다면 결론은 다르다. 즉 당연위법 원칙을 의식한 피고측에서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기소가능한actionable 활동을 줄이거나 기소를 피하기 위해 법적인 노력을 더 기울인다면 원고의 한계비용 곡선은 좌상향으로 이 동한다. 그러나 이동의 크기는 알 수 없으나 점C로 이동한다면 기소확률은 처음보 다 더욱 낮아진다.

자료: Wood(1993)

당연위법하에서는 일반적으로 피고의 승소확율이 낮아질 것이나 만약 위법성 이 희박한 사건weak case나 실익이 없는 기소가 늘어난다면 피고의 승소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로서 카르텔을 처벌하는 셔먼법 1조 위 반사건에서 피고 승소율이 34%인 반면 기타 다른 불공정행위의 승소율은 33%로 오히려 당연위법 사건에서 피고승소율이 더 높았다. 이 사실은 그만큼 무고성기 소nuisance case가 많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 결과들은 당연위법 적용에 따른 카르텔의 억지효과는 입증하기가 쉽지 않 으며 오히려 무고성 고소의 남발로 당연위법 원칙의 편익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 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실증분석의 결과들은 당연위법이 법적 자원을 절약 하고 억지효과가 높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둘째 당연위법의 경우 공동행위의 당연한 결과들을 단순화시켜 실질적으로 경 제적 정당성이 입증되는 공동행위 조차 금지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우리나 라의 공정거래법에도 공동행위의 인가를 신청하면 적절한 심사후에 인가받을 수 있는 조항은 있으나 만약 인가가 나지 않는 경우 사실상 관행적으로 실시해오던 공동행위조차 금지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가를 신청하 기가 어렵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 의거하여 인가받은 카르텔 이 극소수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9) 결국 당연위법 원칙의 적용 은 공동행위를 포괄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여 사실상 공동행위의 거래 적정성, 공익성에 대한 입증을 기업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물론 당연위법과 합리원칙의 선택 문제는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두 원칙 모두 동일한 목적 즉, 해당행위의 경쟁적 효과를 측정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 다. 그 과정에서 반경쟁적효과anticompetitive impact가 현저하여 고려의 대상이 될 필요성이 없는 유형은 편의상 당연위법으로 간주하는 한편 나머지는 보다 정 밀하게 경쟁효과를 평가해야만 하는 합리원칙에 따른다. 이렇게 보면 합리원칙의 적용이 당연위법과 본질적으로는 다를게 없다. 당연위법은 단지 ‘합리원칙의 일부 분truncated rule of reason’로서 해석할 수 있으며 이 때 행위의 부당성은 해당 유형에 대해 법원이 오랜기간 축적해 온 자료에 의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의 미에서 당연위법과 합리원칙을 서로 다른 접근법이라고 보기보다 동일한 연속선 상의 일부나 혹은 척도의 문제로 볼 수 있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