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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배경 및 목적

살생물제(biocide)란 비농업용 농약으로 원하지 않는 생물체를 제어 및 제거하기 위한 모든 제조물을 말하며, 의약품, 수의약품, 의료기기, 식품첨가물, 농업용 농약, 화장품은 해당되지 않는다.1) 살생물제는 단순한 물리적・기계적인 작용 이외에 다른 수단을 통해 유해 생물체의 제거, 억제, 무해화, 작용의 예방 또는 억제효과 발휘를 목적으로 하며,2) 살생물제에는 유해 생물체에 영향을 주는 물질과 미생물로 정의되 는 살생물 활성물질(Active Substance, 이하 활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다.3) 이러한 활성물질을 하나 이상 함유하거나 생성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사용자에게 공급되는 물질이나 혼합물을 살생물제품(Biocidal Product)이라고 한다.4)

미국의 연방 살충・살균・살서제 관리법(Federal Insecticide, Fungicide, and Rodenticide Act, FIFRA)에서는 살생물제를 항균농약(antimicrobial pesticide)이라 는 용어로 관리하고 있으며, “미생물학적 생물체의 성장 또는 발달의 경감, 감소, 소독, 살균”, “세균, 바이러스, 균류, 원생동물, 조류, 점액에 의해 발생되는 오염, 부착 또는 열화로부터 무생물체, 산업공정 또는 시스템, 표면, 물, 다른 화학물질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5)

이러한 살생물제는 현대인의 생활에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살생물제의 수요는 약 68억 달러이며, 2015년까지 연평균 4.3%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6) 살생물제는 저농도로 사용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인간

1) OECD, “Biocides Programme”

(http://www.oecd.org/env/ehs/pesticides-biocides/biocidesprogramme.htm).

2) “Biocidal Products Regulation” 제3조의 1(a).

3) “Biocidal Products Regulation” 제3조의 1(c).

4) “Biocidal Products Regulation” 제3조의 1(a).

5) “FEDERAL INSECTICIDE, FUNGICIDE, AND RODENTICIDE ACT” 제2절.

6) Acmite Market Intelligence(2012) 참고.

과 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그 빈도가 높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잘못 사용할 경우 산업용 화학물질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살생물제로 인한 대표적인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DDT(Dichloro Diphenyl Trichloroethane)를 들 수 있다. 1939년 살충효과가 발견된 DDT는 가격이 저렴하고 살충효과가 매우 뛰어난 반면, 인간 및 포유류에는 독성이 없어 1940년대부터 살충제 로 널리 사용되었다. 특히 말라리아, 뎅기열 등을 거의 완전히 없애 수천만 명의 목숨 을 살렸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환경 중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잔류하는 특성으로 인해 생물농축을 일으켜 먹이사슬 상위 동물에까지 피해를 입혔으며, 대표적으로 맹금류의 알껍질이 얇아지는 현상으로 개체수를 감소시켰다. 1950년대 말부터 이러한 유해성이 제기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부터는 많은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7)

또한 1930년대부터 매우 안정되고 강력한 항균력을 가지고 있어 실내 목재 방부제 로 사용되던 PCP(Pentachlorophenol)의 경우에도 피해가 발생하였다. PCP를 취급하 던 목재 공장에서 급성백혈병, 림프종, 골수종 등의 발생이 보고되었고, PCP가 처리 된 목재 건물에서 살던 여성이 만성적으로 체중감소, 천식, 기관지염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 보고되었다.8) 연구를 통해 PCP가 인체에 노출되었을 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내분비계 교란물질과 발암물질로 밝혀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부작용으로 인해 1980년대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 및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9)

1980년대에는 선박 및 해양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오제가 국제적으 로 큰 문제가 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선박에는 저렴하고 방오효과가 좋은 유기주석 화합물 TBT(Tributylin)를 포함한 방오제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유기주석화합물이 물이나 퇴적물에 잔류하여 굴 껍질의 기형과 쇠고둥의 성전환을 일으키고, 기타 해양생물에 면역반응, 신경독성 및 유전적 영향을 주는 등, 먹이사슬을 통해 해양생 태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유기주석화합물의

7) IUPAC, “DDT - A Case Study”

(http://www.iupac.org/fileadmin/user_upload/publications/cd/Chemical-Safety/IUPACDDTcase.pdf).

8) Alexander Law Group 홈페이지(http://www.alexanderinjury.com/pentachlorophenol/).

9) Zheng, W. et al.(2011) 참고.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1999년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에서 TBT 방오제를 규제하는 결의서를 채택하여 2003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10)

2007년 유럽에서는 중국제 소파와 구두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다. 핀란드에서 약 60명의 피해가 보고된 것을 시작으로, 스페인・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수천 명이 물집, 염증, 발진, 눈 자극 등 심한 피부염과 알레르기로 고통을 받았다. 이것이 가죽이나 신발의 곰팡이를 제거하는 항균제로 사용되는 DMF(Dimethyl Fumarate)로 인한 것으 로 밝혀지면서 유럽에서는 2009년부터 DMF를 함유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였다.11) 국내에서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으로 폐손상 및 사망이 발생하여 사회적 으로 큰 관심이 집중되었다. 가습기살균제 내의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 PGH(Oligo-(2-(2-ethoxy)ethoxyethyl guanidine chloride)), CMIT (Chloromethylisothiazolinone), MIT(Methylisothiazolinone) 성분에 의해 급성 폐 질환이 발생하여 2013년 11월까지 총 54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고, 이 중 144명 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12) 문제가 된 성분들은 흡입독성이 있어 가습기를 세정・살균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분무액에 첨가하는 투입용 으로 판매되면서 의도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13)

이렇듯 해당 용도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살생물제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하여 많은 피해가 발생해 왔다. 이러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살생물제가 농약, 산업용 화학물질, 의약품 등과는 그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화학물질관리법으 로 살생물제를 관리하다보니 살생물제 특성에 맞는 평가와 규제를 하지 못하였기 때문으 로 판단된다.

10) IMO(2002) 참고.

11) Yourlawyer 홈페이지

(http://www.yourlawyer.com/topics/overview/dimethyl-fumarate-allergy-sofa-rash-dermatiti s-allergies-lawsuit).

12) 환경보건시민센터(2013) 참고.

13) 환경일보(http://htwww.hkbs.co.kr/?m=bbs&bid=envnews2&uid=236987).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1998년 살생물제 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살생물제관리지침(Biocidal Products Directive, Directive 98/8/EC, BPD)을 제정하여 시행하였으며, 2013년부터는 BPD를 살생물제 관리법(Biocidal Products Regulation, Regulation (EU) 528/2012, BPR)으로 대체하 여 살생물제 관리를 지침(Directive) 수준에서 강제적인 법(Regulation)으로 강화하

또한 2015년부터 시행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 법)의 경우에도 ‘위해우려제품’에 살생물제를 포함시켜 관리대상으로 지정하였지 만, 산업용 화학물질의 관리와 살생물제의 관리가 같은 법상에서 같은 절차로 평가 되고 있으며, 특히 살생물제의 효능(efficacy)에 대한 평가 및 여러 활성물질이 함께 작용할 때의 누적효과(cumulative effect) 등 살생물제의 특성을 고려한 내용이 포함 되어 있지 않아 관리의 효과가 의문시된다. 따라서 살생물제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법적 내용이 추가되거나, 별도의 관리법을 제정해 야 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EU BPR 등 국외의 살생물제 관리법안을 분석하여 국내 살생물제 관리를 위한 법안 마련의 필요성을 도출하고, 이때 포함되어야 할 규제내 용 등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살생물제를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함으로 써 더 이상의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