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참여자들은 본국의 불안한 정치상황과 취약한 경제구조에 맞물려 혼돈스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국제 노동이주를 결심하게 된다. 여기에는 송출비 용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과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따르지만, 이들의 절대다 수가 경제적 성과의 가능성을 담보로 많은 빚을 진 채, 유입국으로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이주할 때 적지 않게 소요되는 경비 때문에, 일반 노동자나 농민 출신은 오기 힘든 구조라고 하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하겠지만, 우선 은 본인들의 의지나 소위 Korean Dream과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가 . 브로커를 통해 서류를 만듬
연구참여자들의 보편적인 유입경로는 관광비자(참여자 2)로 입국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들은 대부분 한국의 브로커들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았고, 보통 평균적으로
연수생보다도 2배, 3배 이상 되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월급의 양에 따라 작업장을 옮겨 다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거액의 송출 비용을 마련(참여자 5)하다 보니, 연구참여자들에게 월급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었 고, 작업장의 환경도 중요하지만, 돈의 액수에 따라 작업장을 이탈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했다.
연구참여자 중에서도 특히, 참여자 5는 한국에 들어올 때 나이가 많고, 자격 조 건에 부족한 점이 많아 브로커를 통해 서류를 만들 때,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한국 에 오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국에 갈 수 만 있다면 가고 싶어 하는 베트남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는 자기는 운이 좋아서 그나마 빨리 올 수 있었다고 했다.
1987년 당시 한국에 들어 올 수 있는 길은 산업연수 초청과 국제결혼, 유학, 친 척 초청 방문 밖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해서라도 한국에 들어오 길 희망했다. 나아가 브로커 비용을 마련할 때 주변 친척들의 도움을 받는데, 일 단 신뢰받을 만큼의 능력이 되어야 지원받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형편이 어렵거나 신뢰도가 낮은 사람은 쉽지 않다고 한다.
저는 누나 한국 국적 있어서 초청해서 왔기 때문에 돈 많이 안 들었어요. 그치만 다른 필리핀 친구는 브로커에게 돈 많이 주고 관 광 비자 받아서 한국 왔어요. 400만원 정도 주었어요. 브로커 비용 은 보통 350~500만원 ... 해요.
(참여자 2)
나이 많아서 브로커 통해 올 수 밖에 없었어요. 정상적인 방법으 로는 비자 받기 힘드니까요. 그래도 돈 많이 들어도 한국 가서 몇 년 열심히 일하면 베트남에서 일 하는 것 보다 괜찮다고 판단되어 서 오게 되었어요.
(참여자 5)
연구참여자들이 브로커 비용을 마련할 때는 가족과 주변 친척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는 자국에서도 가정 형편이나 생활 정도가 아주 낮은 출신들은 이주노동
을 꿈 꿀 수도 없다고 한다. 그 이유가 바로 브로커 비용 마련에 있어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을 오게 되는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도 어느 정도의 삶 을 유지하고 신뢰를 담보로 한 인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대출을 받거나 돈 을 빌릴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많은 송출 비용에 따른 부담감은 노동현장에서의 부당한 처우와 비인간 적인 폭행이나 폭언을 감내하고, 오로지 노력으로만 부려지는 현실을 스스로 인내 할 수 밖 에 없는 굴레가 되기도 하였다.
나. 나를 믿고 많은 돈을 빌려주는 친척들이 고마움
연구참여자의 입국과정에서의 송출비용의 세부적인 항목을 살펴보면, 직접비용 (항공료, 여권 및 사증발급비용, 건강검진료)과 비공식비용(알선수수료) 등이 있 다. 연구참여자 중에서도 송출비용은 베트남이 높은 편이었고, 필리핀, 태국, 동 티모르는 낮은 편이었는데, 이것을 보면 송출비용도은 국가 간 편차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여자 5는 형편도 좋지 않은데다가 이주 조건에 나이가 많은 것이 조건상 불리하여,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오게 되어, 2~3배나 더 많은 돈을 들여서 한국에 오게 되었다. 천만원 이천만원이라는 돈은 참여자의 나라에서는 상 당히 큰 액수이며, 그 돈은 한국에서 노동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렇게 많은 돈을 마련할 때는 베트남 친척과 어머니의 신용을 담보로 빌렸는데, 나를 믿고 많은 돈을 빌려준 친척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이러한 고마 움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한국 와서 3년간은 빚과 이자 갚는데 모든 돈이 사 용되었고, 불법체류자가 되더라도 한국에 남아서 가족과 본인을 위한 돈 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족쇄가 되었다. 거액의 돈을 빌려서라도 이주를 해야 하는 그들의 실체에 대한 형체는 이렇게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돈 빌려서 ... 어머니 아는 사람한테 돈 빌려서 왔어요. 1000만 원 ..., 2000만원 ... 주고 왔어요. 나이 많으면 오기 힘드니까,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오니까, 돈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먼저 돈 벌 면 친척들 빚 갚고, 이자도 주고 .... 처음에는 빚 갚아야 하니까
돈 모으기 힘들어요.
(참여자 5)
한국 올 때, 서류, 대사관, 한국어 시험, 교육 받고, 건강검사, ... 전부 준비해서 200만 원 정도 썼어요. 한국에서 먼저 일 하고 있는 형이 도와주었어요. 하지만 다른 친구들 한국 가기 위해, 700 만원~1200만원 들었어요. 아는 사람에게 돈 빌려, 이자 주고 ....
2년 시간 열심히 일해서 빚 갚고....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없어 요?) 태국에서 신용 좋아야 대출돼요.
(참여자 6)
외국인 노동자들, 연수생으로 들어와도 회사 부도나면 무조건 자기 나라로 돌 아가도록 돼 있거든요. 다른 데로 취업할 수 없고 시켜주지도 않아요. 관리업체도 관리비만 받아먹고 끝이에요. 다들 몇 천 불씩 빚 얻어 왔는데 그냥 자기 나라 돌 아가 봐요. 아버지, 어머니, 삼촌, 고모, 이모, 다 죽게 돼요. 빚 때문에 살 수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그런 거 생각해 주는 사람, 그런 거 생각해주는 법, 한국에 없어요. (나마스테, 93)
당시 브로커를 통하여 불법으로 비자 발급받는 데 드는 비용은 송출국에서 평균 5~9년간의 수입과 같은 금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자 5는 불합리한 조건이 많 아, 높은 이자 빚을 얻어 브로커에게 많은 돈을 주고 한국에 입국할 수 밖 에 없 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국에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약 2~3년은 빚과 이자를 갚 는데 주력하고 나머지 기간은 돈을 모을 수 있는 기간으로 계획하여 그대로 진행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에 와서 살다보니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많 았다. 생각지 못한 임금체불과 계약조건의 차이, 고물가와 뜻밖의 사고, 질병 등, 여러 가지 악조건이 산재해 있어서 계획한 대로 빨리 돈을 모으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