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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몸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79-82)

세상에는 다양한 색깔의 암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유의 색깔이 다른 것이 아닙니다.

암소의 색깔은 다양하지만 우유의 색깔은 같습니다.

(문화관광부, 2007)

다른 민족과 인종에 대한 배타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는 외국인이 우 리와 다른 피부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의 행동을 평가 절하시키며, 무조건 보기 싫다, 더럽다 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은 것이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 중,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거기에 경제주의적 의식이 내포되어 있 다. 잘 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라는 이분법적인 인식이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적지 않게 반영되고 있다. 즉 한국인들의 인종관은 피 부색에 근거하여 서열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백인들과 비교해 피부색이 검은 동남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낮은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살색이 아닌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학교에서 한국 어린이들에게 차별 대우와 놀림을 당하 는 경우도 있다.

나는 저녁마다 물에 탈색제 한 알을 풀어 세수했고 저녁이면 내가 얼마나 하얘졌나 보려고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푸른 새벽 공기 속에서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 내 얼굴을 볼 때면 가슴이 설레었다. 내가 바라 는 건 미국 사람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그냥 한국 사람만큼 만 하얗

게, 아니 노랗게 되기를 바랐다. 여름 숲의 뱀처럼, 가을 낙엽 밑의 나 방처럼 나에게도 보호색이 필요했다.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살아 갈 수 있도록, 비비총을 새로 산 남자애들의 첫 번째 표적이 되지 않 고, 적이 필요한 아이들의 왕따가 되지 않고, 달리기를 할 때 뒤에서 밀치고 싶은 까만 방해물로 비치지 않도록.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탈색제를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세수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세숫대 야의 물을 거칠게 쏟아버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탈색제가 든 비닐봉지를 수돗가에 내동댕이쳤다. 나는 뒷덜미를 잡힌 채 방으로 질질 끌려들어가 멍이 시퍼렇게 들도록 종아리를 맞았다.

(코끼리, 17)

다음은 피부색으로 등급매기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인종차별의 수준이 잘 나타나 있는 이야기이다.

지난 2009년 7월에 한 인도인 남성과 친지인 한국 여성 한 명이 버스 안에서 이 야기를 하고 있었다. 인도인은 대학교 연구교수였는데, 버스 뒷줄에 앉아 있던 한 국인 중년 남자가 갑자기 인도인 남성에게 손가락질 하며, “더러운 놈. 더러워, 이 개새끼야!” 라고 외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 여성에게도

“너 조선 년 맞아? 조선 년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하며 한국 여성의 다리를 발로 차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한국 여성이 백인 남성과 같 이 있었다면 그런 식으로 한국 남성으로부터 모욕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경찰서에 가서도 대우가 달라졌을 것이다. 인권을 보호받기 위해 간 경찰서에서도 인도인과 한국 여성은 이차적인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 도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만 가지고, 함부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티모르 사람들 외국인 보면 친절해요. 말 못 알아들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서 알 수 있게 해요. 그런데 한국사람 외국인 에게 친절 안해요. 저 길 몰라 물어보면 몰라요 .... 해요. 대 답 안 해요. 하지만 피부 하얀 외국인 길 물어보면 잘 대답해 요.

(참여자 3)

몇 년 동안 계속 한국에 살면서 느낌 있어요.... 한국사람 우 리 외국인 보면 이상한 눈으로 계속 보고 있어요. 한국사람 하 얀 피부 미국사람 좋아하지만, 하얀 피부 아니면 외국인 싫어해 요. 무조건 무시해요.

(참여자 4)

태국사람 한국 사람보다 피부 색 틀리니까 무조건 가난하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엔요 ... 태국나라에는 발전하지 않고 한국보 다 더 못 산다. 그래서 한국사람이 집에 티비 있냐? 집에서 수 저 있냐? 손으로 밥 먹냐? 자동차 있냐? 냉장고 있냐?.... 하하 하. 특히 나이 많이 된 사람 이렇게 질문해요.

(참여자 5)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갔던 한인들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와서 다양한 차별 속에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박 범신의『나마스테』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다룬 공지영의 『별들의 고향』, 그 리고 독일 이주자 문학 작품들을 보면, 지금의 참여자들의 모습과 똑 같다. 노란 피부색을 지닌 이방인 얼굴의 한국인 여자를 신기하고 경멸스럽게 또는 적의의 표 정으로 바라보는 독일인들의 인종차별주의에 상처 받았듯이, 참여자들도 한국 사람 들에게 똑같은 아니, 더 혹독한 인종차별적 시선과 상처를 입었다(참여자 3, 4, 6).

이처럼 우리와 같지 않은 피부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인종과 민 족에 대한 배타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는 참여자들에게 인권 문제를 일 으키고 있다. 참여자 3은 한국인에게 길을 물을 때, 처음 한 동안은 한국 사람들 은 지리를 잘 모르는 줄 알았다. 하지만 1년을 지내는 시간 동안 한국인들의 인종 이나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여자 3이 다가가면 웬지 피하는 것 같고, 무시하는 시선을 느꼈다. 참여자 4는 동티모르 사람들은 대부분 새까만 피부를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의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백인 우월주의가 심해, 까만 피부색 인종은 무조건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인종과 민족에 대한 배타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는 이처럼 참여 자들이 우리와 같지 않은 피부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에게 대하는 행 동을 결정한다. 참여자 5는 갑자기 한 할아버지가 태국에도 티비랑 자동차랑, 있 냐, 수저로 밥을 먹고 있냐는 등, 너무 생각지 않은 질문을 해서 당황했다. 새까 만 피부의 인종은 무조건적으로 못산다, 더럽다 등, 계급아래의 계급으로 평가해 버리는 한국인들이 너무 싫었다(참여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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