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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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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참여자들이 물설고 낯선 타국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은 본국에 있는 가족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쓰여지고 있다. 그동안 집이 없는 참여자들의 가정에서는 새 로 땅을 구입해 집을 크고 새롭게 짓고(참여자 6), 내부 장식도 꾸미는 등, 집안 살림이 펴나가고 있다. 여동생도 대학에 진학하여 걱정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으 며, 자식이 많은 형님네도 도와주어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참여자 4).

한국에서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 참여자 5를 제외한 참여자 모두의 월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본국으로의 송금이다. 결혼하지 않은 참 여자 4, 6은 어머니한테 송금하여 저축하거나 가족들을 위해 사용하게 하고 있다.

결혼한 참여자 1, 3은 와이프에게 월급을 부쳐서 관리하게 하고 있다. 가족의 풍 족한 삶과 자신의 미래의 준비를 위해 값진 노동의 댓가를 고스란히 바치고 있다.

한 달 월급은 130만 원이예요. 100만 원 정도는 가족한테 보내요.

그 돈으로 와이프가 은행에 적금 넣고 자동차도 사고, 아이들 공부 하는 데에 쓰고 ...

(참여자 1)

본국 어머니에게 90만원 보내요. 어머니 돈 관리해요. 6~8개월 일 하면 동티모르 좋은 집 살 수 있어요. 벌써 어머니, 제가 돈 보내서 집은 이미 만들었어요. 큰 냉장고 사고 ... 그리고 대학교 공부 여 동생 공부하니까, 도움 주고 있어요. 형님도 조금 도움 주고 있어 요. 왜냐면 조카들 많아요. 학교 공부 돈 많이 들어가요 ....

(참여자 4)

(태국에서는 누가 관리를 해 줘요?) 엄마... (얼마나 많이 모았어요?

한 달에 150정도 보냈어요. 처음에는 빚 갚고 집짓고 가족들이 함께 살집 짓고 ... 엄마 아빠한테 집 지어 주었어요.(얼굴이 환해진다) (참여자 6)

아시스의 필리핀 현지조사에 따르면 ‘빌라’라고 불리는 매우 인상적인 집들이 여러 채 건축 중이었는데, 이 집들은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외국의 집들을 본 뜬 것으로 모두 이주노동자가 보낸 돈으로 짓고 있다고 한다. 내부에는 값비싼 가 구와 가전제품들을 포함하여, 거실에 홈 바까지 갖추고 있어 필리핀 농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소비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참여자(3, 4, 6)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생활비 10%를 제외하고 는 나머지를 꼬박꼬박 고향집 부모님에게 송금하여, 새로운 집을 넓게 짓고, 가족 들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온 형이 참여자 6에게 서 둘러 한국에 가서 돈 벌어 오라고 성화였지만, 고향 땅 떠나기 싫어 꾸물대다가 형편이 점 점 어려워져, 할 수 없이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는 그는 강도 높은 작업 을 한국에 와서 6년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성실하게 해 내고 있다. 그 무엇이 그 를 이렇게 힘든 작업에도 불구하고 6년간을 버텨내게 하고 있을까? 돈? 가족?....

참여자 6은 지금은 야윈 몸을 지니고 있지만,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매우 뚱뚱했 다고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힘든 노동에 시달리고, 제대로 영양가 있게 밥도 잘 챙겨 먹지 못해서 인지 무척 야위어 있다. 게다가 위가 아픈지, 심장이 아픈지, 병원에 다니고 있다. 그만 일을 멈추고 고향에 돌아갈 수 도 있는데, 그냥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선한 모습 어디에 그런 강인한 의지가 숨어 있는지 궁금하다. 참여 자 1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 직장에서 주는 월급으로는 네 식구 건사하기도 힘들

생활세계 구 조 현 상 의 미

공간성

생계가 보장되지 않은 공간

온 식구가 일해도 먹고 살기가 힘든 터전

농사 이외에는 일 할 만한 곳이 없음 미지의 공간 코리아 ...코리아 ...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 경계 밖의 공간 법적· 제도적·

경제적으로 배제 됨

사회보장 프로그램에서 혜택을 받을 수가 없음 희망이 있는 공간 직장이 있는 이국땅에

안주하기로 함

일자리가 없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함 고, 집 한 칸도 없이 겨우 굶주림만 면할 정도였으나, 한국에 와서 번 돈으로 지 금은 넓은 집으로 이사도 하고 아이들 교육도 충분히 할 수 있게 되어, 마을에서 부러워하는 집이 되었다.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에 걸쳐 이루지 못할 꿈이었 는데....

제4절 이주남성노동자와 공간성

<표 4-4> 연구참여자들의 생활세계: 공간성

실존범주로서 체험된 공간은 숫자로 계산하는 수학적 공간이나 측정할 수 있 는 거리가 아니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다. 이러 한 체험적 공간의 경험은 보통 인간이 실존하는 존재방식으로부터 이해되어야 한다. 우리는 보통 공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 흔히‘거기까지는 담배 한 대 피는 거리’라고 말한다. 그 거리와 시간은 일상적 배려에 익숙해진 거리이 고 시간이다(석희정, 2011).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보편적으로‘가까움’

을 더 지향하는 본질적 경향이 있으며, 실존론적으로 멂과 간격은 ‘거리제 거’ 즉 가까이함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현대문명의 총아인 라디오, 전화, tv, 인터넷, 이메일 등은 모두 이 거리 제거의 두드러진 현상이다(Heidegger, 1979).

따라서 체험적 공간은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에서 겪은 실존의 사건들을 경험 하는 공간을 탐구하기 위한 범주이다. 그것은 체험적 삶의 근원적인 의미들을 발견하는데 또 다른 원천을 제공해 줄 것이다(석희정, 2011).

연구 참여자들이 이주를 할 수 밖에 없는 본국에서의 삶의 공간은 생계가 보 장되지 않은 척박한 터전으로 더 이상의 미련을 버리고 돈벌이가 될 수 있는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서게 한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낯선 세계에서는 연구 참 여자들에게 법적, 제도적, 경제적으로 배제되어, 주류 사회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경계 밖의 공간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갈 뿐이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있어 주류 사회인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혜택은 먼 꿈나라의 이 야기일 뿐이다. 더욱이 경계 밖의 소외된 삶의 공간으로 인해, 심리 상태는 불 균형적이 되어 주류 사회인들의 공간에서 점 점 멀어져 가고 있는 체험을 느낀 다. 하지만 참여자들에게 있어 그들이 주류인으로 누릴 수 있는 본국으로의 귀 향도 용이하지만은 않은 공간이다. 참여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사랑하 는 가족이 머물고 있는 공간은 어느새 낯선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었고, 주변인 으로 낯설게만 느껴졌던 이주의 공간은 이제 참여자들에겐 새로운 희망의 안식 처요,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된 체험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 다.

1. 생계가 보장되지 않은 공간: 온 식구가 일 해도 먹고 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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