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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모임과 의식화

Ⅳ. 생태여성주의의 의의

1) 여성의 모임과 의식화

생태여성주의는 하나의 정치적 운동으로서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관념과 역할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하면서 변화를 만들어 왔다. 이 들은 환경위기야말로 새롭게 변화를 모색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보았다. 그들은 정치적 변화를 구성하고 있는 생각들을 생태계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통 해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었다.

생태여성주의가 여성운동에서 출발할 때 가장 큰 힘을 얻은 것은 여성의 의식 화 운동이었다. 여성의 의식화 운동은 1960년대 중반 프리단(Betty Friedan)의

여성의 신비가 분기점이 되어 여성운동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은 소집단으로 모 여 개별적인 성차별의 경험을 털어놓았고, 모임에서 힘을 받은 여성들은 글을 썼 으며 이러한 글들을 모아 이후 책으로 편집했다.147) 이러한 의식화 운동에 대해 김민예숙은 다음과 같이 개념을 정리하였다.

의식향상이란 개인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무의식 상태에 있거나 스스로 숨 겨진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실을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의식화 훈련은 개인의 인식능력을 확장시켜 현재의 사회문화적인 상황에서 여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각하게 하는 과정이다. 즉, 여성에게 무심코 행해지는 일상적 행위들에 대해서 느낌을 찾고, 그것을 여성 각자는 어떻게 느끼는가를 언어로든 몸으로든 표 현해냈을 때, 각각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삶의 맥락 속에서 공감하게 되고 그 일상적 행위들이 ‘무엇’ 때문에 ‘왜’ 일어나는지 알게 되는 과정이다.148)

여성의 모임과 의식화 운동은 여성 내면의 변화와 더불어 남성중심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밑거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은 유기적으로 확산 된다. 즉, 여성들의 모임은 생명의 씨앗에 뿌리를 내리고 그 씨앗에 새로운 모임

147) 볼린, 진 시노다, 우리 속에 있는 지혜의 여신들, 21쪽.

148) 김민예숙 외, 왜 여성주의 상담인가 역사, 실제, 방법론, 한울아카데미, 2005, 213쪽.

이 자라도록 한다. 남성중심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모임의 힘은 그 모임을 구성하 고 있는 다양한 여성들로부터 시작된다.

볼린(Jean Shinoda Boulen)에 의하면 지혜로운 여성들의 모임(circle)은 그것 자체가 원(circle)의 형태이다. 존경받는 노인들이나 할머니, 집안의 어머니들이 원을 이루며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여주듯 어느 한사람 소중하지 않은 사람 이 없고,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을뿐더러 모두가 공동체의 행 복을 염려한다. 여성들의 모임은 구성원들의 집단적 지혜로움을 구현하고 있으 며, 여성의 지혜를 문화와 연결하는 잠재력을 가진 원형이다.149) 여성들의 모임 은 그들의 지혜로움과 권위로 존경받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도록 도 와준다. 설령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잊어버리고 살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집단 무의식이나 삶의 방식에 여전히 존재하면서 다시 기억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어떤 새로운 것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다만 우리의 내면으로 들 어가 그것을 기억해내기만 하면 된다.

볼린은 의식화 집단의 핵심적인 생각에 대해 “당신의 개인적인 진실을 말하라, 다른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라, 어떤 주제가 공유되는지 보라, 그러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란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150)라고 말한다.

즉, 여성들이 함께 행동할 때 변화의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모임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여성운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자매애에서 나 오는 힘이다.

여성들의 모임과 의식화 운동은 이후 여성들의 정서적 회복을 위한 회복운동 으로 확산되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기 회복 집단의 중심 소재는 정서를 마 비시키는 물질 중독과 동반에 대한 의존이었다. 삶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의식화 운동과 회복운동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고통스러운 가족 패턴을 반 복했는지, 어떻게 교회와 사회가 자신들에게 그런 식의 태도를 가지도록 요구했 는지 알게 되었다.151) 1980년대 일반 여성들이 주도한 영성운동은 심리중심으로 정치성은 띠지 않았으며 자연, 여성의 몸과 지구라는 성소에 대한 경외, 여러 형

149) 볼린, 진 시노다, 우리 속에 있는 지혜의 여신들, 267쪽.

150) 볼린, 진 시노다, 위의 책, 270쪽.

151) 볼린, 진 시노다, 위의 책, 270쪽.

태의 여신의 영성을 되살리기 같은 것들이 포함되었다. 1990년대 암환자 지지 집

다.153)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애 초기에 인식할 수 없었던 깊은 통찰을 할 수 있다. 무의식의 원형은 씨앗과 같아서 모든 사람 안에 처음부터 있다. 다 만 환경과 조건에 따라서 어떤 것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어떤 것은 휴면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의식 의 원형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들 내부에서 활성화되기를 기다리던 것이다. ‘아 하!’ 하고 깨달으면 이제 막 깨달은 원형의 기운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 이 의식의 차원에서 생긴다.154)

여성들의 내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샘솟듯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것에 이름 붙이게 되고, 물꼬가 터지기만 하면 그 잠재력은 영성, 지혜, 자비, 실천의 샘이 된다. 또한 우리 안에 자연스러운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가 지구공동체의 일 원으로 자연과 더불어 어떻게 진화해가야 하는지 물음을 던지고 행동하도록 할 것이다.